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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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만 벌리고 서 있는 저 모습을
과연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다가
나의 오래된 기억 중에서
어렵게 끄집어낸
빨간 페인트 통을 엎질러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
신작로 한쪽에 언제부턴가 서 있었지
평소에 마음씨가 따스해 보이긴 해도
묵직한 느낌을 깊게 깔고 있어서
곁에 두고 꾹 참고 살아온
우리들의 고단함을
막상 간추려 적고 싶을 때도
어려워 함부로 다가서지 못할 만큼
눈치 보며 몇 날 며칠을 미뤄 왔지만
언제까지나 그냥 지나칠 수만 없다면서
뒷짐만 짓고 있는 소심한 생각까지
이번 기회에 바꿔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에도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어
빨간 우체통 속으로 앳된 목소리를 지닌
참새떼들이 짹짹하면서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