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하늘을 보면 은하수가 훤히 나타나는 청정지역에서 나는 태어나고 자랐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작은 학교의 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조리 읽었으며 언제부터인가 나는 동네의 스토리텔러가 되었다. 우리 할머니의 친구분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나는 요즘의 아이돌처럼 사랑을 받았고 보답하듯이 도서관의 책들을 부지런히 날라다 읽어드렸으며 도시의 자녀들에게 편지도 대신
- 진영희동화작가·청소년소설가
여름밤에 하늘을 보면 은하수가 훤히 나타나는 청정지역에서 나는 태어나고 자랐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작은 학교의 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조리 읽었으며 언제부터인가 나는 동네의 스토리텔러가 되었다. 우리 할머니의 친구분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나는 요즘의 아이돌처럼 사랑을 받았고 보답하듯이 도서관의 책들을 부지런히 날라다 읽어드렸으며 도시의 자녀들에게 편지도 대신
새봄새싹처럼조금씩 돋아나는아가 앞니,아가는혓바닥으로 살금살금 눌러보고,엄마는손가락으로 더듬더듬 더듬어보고……
이사 온 후신발장 안을 정리하는데 짝을 잃어버린 운동화 울먹울먹단짝 친구가다른 친구에게 가버린 날 나무 아래덩그러니 혼자 서 있던 내 모습 같았지운동화 한 짝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아끼는 구슬 담아주었어멋진 구슬 신으로 다시 태어나헤벌쭉 웃는 내 친구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채낚기 어선으로 오징어를 잡는 프로그램을 본 후우리 가족은 바다 여행을 떠났다.바닷가 횟집 수족관에서바닷고기를 구경하다가둥글고 붉은 몸뚱이로 헤엄치는오징어가 가득한 수족관에서“오징어가 살아 있을 땐 이렇게 몸이 둥글단다.헤엄치며 노는 것을 잘 봐, 깊은 바다에서 저렇게 살아.”엄마의 설명을 들으며수산시장을 둘러보았다.길가에 오징어를 널
“네가 희수니? 얜 우리 아들 경진이란다. 좋은 친구로 지내라.” “안녕? 희수야. 난 너랑 동갑이야.”경진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벚꽃이 활짝 핀 주말이었다.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 외국에 살다가 얼마 전 온 가족이 다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아빠 대학 친구라고 했다.경진은 희수보다 한 뼘 정도나 더 컸다. 형인가 싶었던 희수는 친구라는
“먼저 훌라후프로 몸부터 풀어볼까?”새벽마다 운동하러 오는 할머니들이에요. 분홍 스웨터를 입은 분홍 할머니가 여느 때처럼 나를 집어 들었어요. 그래요. 나는 훌라후프예요. 이름은 파랑이고요. 여기는 도시 속 작은 운동장이에요. 중앙에는 잔디가 깔린 축구장이 있고 그 둘레에서는 트랙을 따라 달리기를 하거나 걷기 운동을 할 수 있어요. 나는 운동장 가장자리에
나은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입학을 며칠 남겨둔 날, 나은이는 엄마와 아빠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어쩌나? 다른 곳으로 전학을 시킬 수도 없고.”아빠는 고개를 흔들었어요.“학교는 집에서 가까워야 해. 입학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보내요. 나은이가 잘 적응할 거야.”나은이는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입학식 날, 나은
한마디로 나는 별 볼 일 없는 애입니다. 공부도 그렇고 특별한 재주나 장기가 있는 것도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키가 큰 것도 거기다 장난치는 것만 좋아해서 종종 사고를 치기도 합니다.그러니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누구 하나 눈여겨봐 주는 사람 없이 길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거나 밭의 잡초처럼 귀찮은 존재로 취급받고 억울한 일이 생겨도 하소연할 데 없이
‘6·25전쟁’이라고도 하는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어. 그때,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학교 뒷동네에 분이네 집이 있었는데, 마당에 살구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어. 살구나무는 봄이 되면 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실 정도였어. 벌들도 모여들어 종일 잉잉거렸고…나는 늘 가던 길로 가지 않고 되도록 분이네 집 앞으로 돌아가곤 하였어.“얘,
아늑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바람을 막아주고 하늘의 유수를 받아 주니 살 만한 집이다. 뜰에는 감나무와 사철나무, 동백나무가 있어 봄이 오면 잎 피우고 꽃 피우면서 계절을 알리니 계절이 돌아오고 떠나는 순리를 배우면서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마음이다. 때로는 수리도 하면서 자식 낳고 기르 며 살아온 지 40년이 넘어서인지, 나만이 느끼는 아늑함과 자유로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