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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오징어가 불쌍해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채낚기 어선으로 오징어를 잡는 프로그램을 본 후우리 가족은 바다 여행을 떠났다.바닷가 횟집 수족관에서바닷고기를 구경하다가둥글고 붉은 몸뚱이로 헤엄치는오징어가 가득한 수족관에서“오징어가 살아 있을 땐 이렇게 몸이 둥글단다.헤엄치며 노는 것을 잘 봐, 깊은 바다에서 저렇게 살아.”엄마의 설명을 들으며수산시장을 둘러보았다.길가에 오징어를 널

  • 김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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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위험한 장난은 졸업이겠지

“네가 희수니? 얜 우리 아들 경진이란다. 좋은 친구로 지내라.” “안녕? 희수야. 난 너랑 동갑이야.”경진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벚꽃이 활짝 핀 주말이었다.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 외국에 살다가 얼마 전 온 가족이 다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아빠 대학 친구라고 했다.경진은 희수보다 한 뼘 정도나 더 컸다. 형인가 싶었던 희수는 친구라는

  • 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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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파랑 달

“먼저 훌라후프로 몸부터 풀어볼까?”새벽마다 운동하러 오는 할머니들이에요. 분홍 스웨터를 입은 분홍 할머니가 여느 때처럼 나를 집어 들었어요. 그래요. 나는 훌라후프예요. 이름은 파랑이고요. 여기는 도시 속 작은 운동장이에요. 중앙에는 잔디가 깔린 축구장이 있고 그 둘레에서는 트랙을 따라 달리기를 하거나 걷기 운동을 할 수 있어요. 나는 운동장 가장자리에

  •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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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드디어 친구가 생겼어요

나은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입학을 며칠 남겨둔 날, 나은이는 엄마와 아빠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어쩌나? 다른 곳으로 전학을 시킬 수도 없고.”아빠는 고개를 흔들었어요.“학교는 집에서 가까워야 해. 입학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보내요. 나은이가 잘 적응할 거야.”나은이는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입학식 날, 나은

  • 강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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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열두 살의 복숭아

한마디로 나는 별 볼 일 없는 애입니다. 공부도 그렇고 특별한 재주나 장기가 있는 것도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키가 큰 것도 거기다 장난치는 것만 좋아해서 종종 사고를 치기도 합니다.그러니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누구 하나 눈여겨봐 주는 사람 없이 길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거나 밭의 잡초처럼 귀찮은 존재로 취급받고 억울한 일이 생겨도 하소연할 데 없이

  • 신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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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어두운 밤 부처님 손가락_무모한 용기는 용기가 아니다

‘6·25전쟁’이라고도 하는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어. 그때,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학교 뒷동네에 분이네 집이 있었는데, 마당에 살구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어. 살구나무는 봄이 되면 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실 정도였어. 벌들도 모여들어 종일 잉잉거렸고…나는 늘 가던 길로 가지 않고 되도록 분이네 집 앞으로 돌아가곤 하였어.“얘,

  • 심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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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살만한집

아늑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바람을 막아주고 하늘의 유수를 받아 주니 살 만한 집이다. 뜰에는 감나무와 사철나무, 동백나무가 있어 봄이 오면 잎 피우고 꽃 피우면서 계절을 알리니 계절이 돌아오고 떠나는 순리를 배우면서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마음이다. 때로는 수리도 하면서 자식 낳고 기르 며 살아온 지 40년이 넘어서인지, 나만이 느끼는 아늑함과 자유로움을

  • 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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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바나나의 추억

밤마실을 나왔다. 초여름인데도 밤공기가 서늘하고 상쾌하다. 올해는 서풍이 아닌 북풍이 불어서 미세먼지도 없고 공기도 시원하다고 한다.내 발끝은 자연스럽게 동네 마트로 향한다. 밤늦은 시간에는 할인 행 사를 하여 싼 맛에 구매하는 재미가 있다. 먼저 과일을 진열한 곳으로 간다. 형형색색 원색의 과일들이 마치 수채화 파레트에 담긴 물감처럼 화사하다. 몇 해 전

  • 구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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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손편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학업에 부담이 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성적이 부진해도 크면서 나아지겠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다른 학부모의 마음과 같았다.막내가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쓴 손편지를 가지고 왔다. 집사람과 내가 깜짝 놀랐다. 우리는 학교 가까이도 가지 않았으므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선생님의 또박또박 예쁘게 쓴

  • 석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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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햇살 한 줄기

냉장고 서랍을 여니 오래된 당근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미안했다. 싹튼 부분을 잘라 수반에 담은 뒤 햇살 좋은 창가에 뒀다. 친구 지희가 생각났다.10여 년 전 지희는 뇌경색 발병으로 한국에 와서 수술을 잘 받고는 몇 개월 치료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병원 진료 차 다시 한국에 나왔을 때, 친구들과 만나 밤새 얘기꽃을 피웠다. 그렇게 우린 세월을 거슬러

  • 박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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