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곡선으로 익어 간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선재

책 제목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6월 178호

조회수7

좋아요0

끊고 맺음이 분명했던
젊은 날의 직선이
언제부턴가 부드럽게 굽어졌다

 

모서리 없는 말을
동그랗게 굴리며
“괘안해, 괘안해”
넘어진 손주 손녀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운다

 

작은 등이
내 품 안에서 숨을 고를 때
둥글다는 것이 이토록 따뜻한 일임을

 

한때 나는
바로 서야 한다고
곧음만이 진실인 듯
각진 말로 내 아이들의 어깨를 
반듯하게 펴며 다잡으려 애썼다

 

끝없이 출렁이는 바람이 알려준다 
세상은 직선이 아니라
미묘한 곡선으로 흐른다는 것을

 

강물도 산등성이도
사람의 팔과 허리도
모두 굽어야
서로를 안을 수 있다는 것을

 

돌아보면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 
침묵으로 감싼
어깨의 곡선에 있었다

 

나뭇잎 사이를 굽이도는 
오솔길을 바라보며
곡선으로 익어 간다

광고의 제목 광고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