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12월 176호
사람의 체온과 숨결이 느껴질 때
바야흐로 AI 시대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인공지능은 모든 직업군의 능력을 그 이상으로 보여주고 정신적, 심리적 안정까지 도와주는 카운슬러이며, 창의력이 생명인 예술 분야까지 적당한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근사한 작품을 단숨에 내어 준다. 급기야 심사할 때 이것이 작가 고유의 창작인지, AI의 작품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심사의 기준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사람의 체온과 숨결 찾기가 될지도 모른다.
곽종희의 「박제된 그리움의 화석」은 제목이 이 수필의 세계관을 압축한다. 살아 있는 기억이 아니라 ‘굳어버린 그리움’, 그러나 그 안에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는 시간의 잔향을 음미한다는 점에서 회상과 미학이 결합된 수작이라 할 만하다. 70년이 지난 사진 한 장에서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만난 경험은 사라진 것을 붙잡으려는 기억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증거임을 확인케 한다. 개인의 기억과 회상을 통해 분단 상처의 역사까지 환기하고 확장되는 독자의 경험도 값진 것이리라. 「박제된 그리움의 화석」은 한 인간의 내면적 기록을 넘어, 시간과 인간, 생의 본질을 성찰하는 깊은 수필적 사유의 성취를 보여주었다.
김봉윤의 「사금파리」는 무엇보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에서 시작해 도자기를 굽는 과정의 내면으로 천천히 침잠하는 서사적 리듬, 그 몰입감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섬세한 언어 감각도 빛난다. 다만 내용 중에 믹스커피를 맛있게 먹는 비결은 불필요한 사족이었다. 작고 부서진 것들 속에서 삶의 빛을 발견하는 「사금파리」는 미학적 완성도와 인간학적 깊이를 고루 갖춘 작품으로, 신인상 수상작으로서 손색이 없다. 앞으로 일상의 사물에서 인간의 근원을 탐색하는 한층 성숙한 문학 세계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두 신인의 역량에 기대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