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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문학대상 당선작 발표

한국문인협회 로고

심사위원 박종해 임병호

책 제목신라문학대상 당선작 발표 2026년 2월 37호

재미와 감동을 주는 살아 있는 시

 

1차 심사에 수준이 합당치 않는 100여 편을 두 번씩 읽고 추려내고, 2차에 350편을 여러 번 읽고 낙선시켰다. 그리고 우수작 20여 명의 시 100편을 숙의한 끝에 「불국사의 석등」을 최종 당선작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불국사의 석등」은 “웅장한” “처절했던 전란” “오만한” “화려한 조명” “신념을 지키려” 등 몇몇 시어가 옥에 티로 보였지만 “천년의 비바람” “돌등불” “돌을 깎아 빛을 담으려 했을까” “돌은 세월의 무게로 검게 변했다” “작은 빛의 소중함” “온몸으로 바람을 막아 빛을 지킨다” “천년의 지혜가 속삭인다” “세상을 향한 길이 아니라 내 안으로 향한 길” 같은 시구가 그것을 희석시키고 석벽에 박힌 보석처럼 빛나고 있어 관주(貫珠)를 주었다.
시인은 사물과 사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감지하는 혜안과 통찰력 그리고 고양된 상상력을 갖추는 것이 기본 자세라고 한다면 당선 시인은 시인의 기본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일반인에게는 웅장한 대웅전이나 높고 기묘한 탑만 눈에 보이고 조그마한 석등은 안중에도 없을 테지만 시인의 눈에는 소박한 석등에 불을 밝힘으로써 천년신라를 조명하는 혜안이 열리고, 그 석등을 통해서 천년의 인간 삶과 왕국의 흥망성쇄가 펼쳐진다.
당선 시인의 구체적 성찰은 단지 역사의 진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란한 현대문명을 병치시킴으로써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조그마한 석등에서 빛을 발하여, 종국으로는 자기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통찰력과 사유의 깊이가 돋보인다. 당선작은 명징하고 진솔하면서도 범속에 흐르지 않고, 평이한 언술이면서도 풀어지지 않고 긴장을 유지하며 감명과 여운을 남긴 시로서 상찬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아무 재미도 감동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시는 ‘죽은 시’라 할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시’를 써서 독자와의 괴리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는 이때 ‘살아 있는 시’ ‘천년의 영혼이 깃든 시’를 쓴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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