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학대상 당선작 발표 2026년 2월 37호
AI시대 추세 반영한 다양한 소재 눈에 띄어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78편이었다. 그중에서 오랜 고심으로 10편의 최종 대상작을 골라내고 이른바 블라인드 심사라는 점에서 큰 부담은 없었지만, 다시 저울질을 반복하며 혹시 모를 경계심으로 거듭 나름의 기준치를 밀어 올린 끝에, 어렵사리 단편 「구덩이」를 소설 부문 대상작으로 확정했다.
「구덩이」를 파는 일은 예사롭긴 해도 무덤과 연관될 때는 그리 평이한 행작으로 여길 수가 없다. 특히 20대의 한 청춘이 보석 같은 시절을 갈아 넣은 끝에 어느 보건소의 민원실 무기계약직을 따내고 겪는 서러움과 고통은, 그 직장마저 대기 순번자가 수도 없이 많다는 점에서는 어쩜 행복한 입장에 비견될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곳에 취업이 되던 날, 누구보다 좋아했던 아빠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은 결코 해답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 연유를 따지고 긍부정(肯否定)을 매기는 일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일 테지만, 다만 온갖 불공정과 맞닥뜨리며 한 탈출구로써 아빠의 봉긋한 무덤을 찾아가 그 옆에다 끊임없이 구덩이를 파는 일은 다소 작위적이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작위 또한 소설이 허구를 본질로 한다는 점에서는 그것이 필요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튼 주인공의 행복과 희망이 다소 퇴행적이고 인생무상과 함께 무력증으로 귀결된다 해도, 경우에 따라서 복잡다단한 세상사는 더러 편안하고 자유로운 선택이야말로 새로운 빛으로 이어지고 허용되어야 할 소망이라는 점을 인정하여, 작품 「구덩이」가 상징하고 구현해 내고자 하는 바가 그리 가볍지 않다고 여겨졌다. 당선자에겐 축하를 모든 응모자에게는 재도전을 향한 독려로 격려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