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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내 창작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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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

희곡작가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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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6월_창작의산실_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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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개개인이 섬이다. 개성 있고 독특하므로 같은 섬은 존재하지 않는다. 섬은 멀리서 볼 때 신비롭고 아름다운 한 편의 시이지만, 들여다보면 애잔한 서사 때문에 빛난다.
나는 제주에 태어난 것을 문인으로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섬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성장했기에 독특한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섬이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초창기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게 가르침을 준 분 중에 연극평론가 유민영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분이 아일랜드의 문인 예이츠와 존 밀링턴 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예이츠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시인이자 극작가였고, 싱은 네 살 아래 동향의 신인이었다. 싱은 프랑스 파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예이츠를 찾아가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습니까?”
그때 예이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외국에서 이럴 게 아니라 고국으로 돌아가 고향 사람들과 생활하며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라.”
존 M 싱은 고향인 아일랜드의 아란 섬으로 돌아가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래서 그는 마침내 바다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바다로 간 기사」란 작품을 써서 일약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가 됐다. 당신도 제주의 작품을 쓰면 독특한 작가가 될 것이라고 격려해줬다.
내 작품 「좀녜」는 제주 해녀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독특함은 경쟁력이 됐고 삼성미술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도의문화저작상’에 응모해 당선됐다. 그 후 1992년에 「폭풍의 바다」가 서울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제주 4·3의 아픔을 중앙에 알린 첫 희곡작품이 됐다.
제주섬의 문화는 독특하다. 언어와 풍광이 이국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역사와 문화가 내륙과는 다르다. 신화에서 보면 제주가 세계의 중심이다.
설문대할망은 육지에서 흙을 날라 제주섬을 만들었다는 창조주다. 이런 여성 창조주는 그리스 신화에도 없다. 인간 세상을 창조한 ‘천지왕신화’는 구약성경의 창세기 편에 견줄 수 있다. 1998년 전국체육대회가 처음으로 제주에서 열렸다. 연극 연출을 하고 있을 때여서 제주도교육청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식전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그 당시는 IMF로 온 국민이 실의에 빠진 때여서 이 난국을 넘어가야 한다는 컨셉을 잡았고 거기에 설문대할망을 등장시켰다. 바다에서 설문대할망이 솟아오르고 그 손바닥 위에 어린 선수를 태워서 성화대까지 옮기면 점화를 하도록 했는데, 올림픽 버금가는 성화 점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제주에는 일만팔천신이 있고 그들의 삶이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역사와 문화, 제주 선인들의 삶 등 제주에는 문학의 소재가 널려 있다. 나는 이런 소재들에 영감을 얻어 창작을 한다. 어린 시절 들려주었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섬사람들의 삶이었고 전설이고 역사였다. 2001년 제주세계섬문화축제가 한 달간 열렸을 때 주제공연작품을 공모했다. 난 「둥그대당실 여도당실」이란 작품으로 응모해서 당선됐는데, 아는 제주의 민요 <오돌또기>의 배경 설화를 뮤지컬로 작품화한 것이다. 이처럼 내 작품의 대부분이 제주와 제주 사람, 제주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난 희곡과 소설을 동시에 쓴다. 내용이 극적인 것은 희곡으로 쓰고, 서사적 울림이 있는 것은 소설로 쓴다.
제주는 육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렇게 아름다운 섬만은 아니다. 끊임없이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제주는 역사적으로 많은 아픔과 상처를 입은 섬이다. 고려시대에는 삼별초가 피신해 오면서 고려 정부의 적통을 주장하며 탐라의 독립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패퇴했다.
그 결과 제주는 고려의 백성이 아닌 몽골의 통치를 받아 일백 년간 몽골의 백성으로 살았다. 한 세기 동안 몽골의 피와 섞이고, 몽골의 문화가 주류가 되면서 제주는 아주 다른 세상으로 변했다. 지금도 몽골에 가면 제주 시골 아저씨와 현지인들의 겉모양이 비슷해서 구별하기 힘들다.
조선 시대에는 절해고도의 원악도라고 해서 나라에 중죄를 지은 죄인들을 유배 보냈던 곳이다. 제주에 온 목민관들은 선정을 베풀어 추앙받는 분도 더러 있지만,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음 놓고 섬사람들을 대상으로 토색질을 일삼으며 탐욕을 취한 목사들이 많았다. 그래서 많은 민란이 발생했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임진왜란 때 수백 필의 말을 나라에 바쳐 헌마공신의 직함을 받은 김만일 공과 말에 대한 이야기를 장편소설 「말은 욕망하지 않는다」로 만들어냈다.
섬은 가만히 있는데 파도는 시도 때도 없이 밀려와 부딪친다. 제주 민란의 배경에는 늘 외세가 있었다. 삼별초는 몽골이었고, 이재수 난은 프랑스와 일본, 4·3은 미국 군정하에서 일어났다. 지금 쓰고 있는 장편 두 편도 이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가제 「물마루 너머」는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성세대가 만든 잘못된 역사 때문에 갈등하고 고통받는 두 집안 3대에 걸친 이야기다. 4·3이 왜 해결되지 못하고 현재 진행형인가를 규명해 보려 한다.
다른 하나의 작품은 1901년 이재수 난에 대한 이야기다. 이 난의 배경은 당시 동학사상이라는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 서학이라는 가톨릭 문화를 전파하려는 프랑스와 대동아공영이라는 마각을 서서히 드러내는 일본이 제주 문화와 마주친 것이다. 제주 사람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이들에 맞선 내용을 줄거리로 하고자 한다.
근래에 와서 제주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인터넷 검색만으로 쓴 작품들 중에 엉터리가 많다. 언어 구사나 어휘가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제주인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데서 오는 오류가 보이기도 한다. 피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제주인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제주다운 것을 그려낼 때 세계인들에게 소구력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강준]
제주 애월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7년 『월간문학』 희곡 등단. 희곡집 『랭보, 바람구두를 벗다』 등 8권, 장편소설 『말은 욕망하지 않는다』 등 6권. 도의문화저작상, 한국희곡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등 수상. 제주문학관 초대 명예관장 역임. 현재 제주극작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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