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역사상 대한민국처럼 6·25 같은 큰 전쟁을 치른 후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선진국을 이룬 나라는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전쟁 직후 전 국토가 폐허된 그 당시만 해도 처절하리만큼 굶주림과 질병으로 부모의 호적에도 올려 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아이들이 비일비재했던 고난의 시절이었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로부터 식량·의복·의료 등의 원
- 마재영
전 세계 역사상 대한민국처럼 6·25 같은 큰 전쟁을 치른 후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선진국을 이룬 나라는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전쟁 직후 전 국토가 폐허된 그 당시만 해도 처절하리만큼 굶주림과 질병으로 부모의 호적에도 올려 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아이들이 비일비재했던 고난의 시절이었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로부터 식량·의복·의료 등의 원
등단하고 통 글을 쓰지 못한 나이기에 섬을 다녀온 후 시작한 이 글이 너무나 소중하다. 어떤 시인은 ‘섬은 사람에게 꿈 혹은 임을 낳는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섬에 다녀오고 내가 한 편의 글을 완성한 걸 보면 섬이 꿈을 낳는다고 하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싶다.회장이 되었다. 우리 모임은 2년마다 돌아가면서 회장, 총무를 맡는다. 회원은 10명이다. 모
일하는 존재로 살아온 우리우리는 오랫동안 ‘일하는 존재’로 자신을 규정해 왔다. “무엇을 하세요?”라는 질문은 사실상 “당신은 어떤 일을 통해 세상과 관계 맺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이다. 직함이 정체성을 대변하고, 소득이 존재의 무게를 증명하는 시대. 그 안에서 ‘노동’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자존의 기초가 되었다. 하지만 한순간, 그 질서가 무너질
창밖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단풍은 바람에 흩날리고 햇살은 유리창 위로 길게 드리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함도 오래 가지 못한다. 잠시 후면 겨울빛으로 바뀔 것이 뻔하다. 자연은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거쳐 제 길을 걷는다. 그 순환은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이맘때면 수첩에 빼곡히 적어 두었던 일정표가 하나둘 지워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기억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추석이 눈앞인 9월 하순인데 날씨는 아직도 덥다. 새벽 5시 시끄러운 알림 소리에 선잠을 깼다. 밤새 사나운 꿈자리에 시달려서 그런지 온몸이 찌뿌둥하다. 바깥에서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이 났다. 아 참! 오늘 큰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지! 몸을 비틀면서 일어나 방을 나왔다. 주방에서 아내가 큰딸이 좋아하는 한우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춘향가> 판소리 공연장이다. 두루마기에 부채를 든 소리꾼과 북과 북채를 쥔 고수(鼓手)뿐인 단출한 무대지만 만만치 않아 보인다. 거기에 관중들의 호응의 열기가 대단하여 꽉 찬 느낌이다.“엇!”고수가 기합 소리를 내며 북채로 타당 탁, 북과 북테를 친다. 이어 소리꾼이 “전라좌도 남원골∼”하며 사설조의 아니리를 시작한다. “엇!” 타당 탁… 다시
바람 한 줄기 스치는가 싶더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가지를 펼친 소나무의 붓놀림인가. 아니면 만물을 다스리는 바람의 솜씨인가. 서서히 색을 채워 가는 하늘 가로 하루라는 시간의 그림자도 함께 스러진다. 노을은 밝음과 어둠을 양쪽에 거느리고 마지막 열정을 태우는 중이다. 동시에 어떤 시절의 이야기들이 불꽃처럼 피어난다.바닷가에서 태어난 나는 어
<금강경 제1권 제1 사구게(四句偈), 제5 여리실견분>에 무릇 상(相)이 있는 바는 다 허망함이니,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볼 것이다(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 非相卽見如來).<금강경 제2권 제2 사구게, 제26 법신비상분> 만일 모양으로써 나를 보려 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려 하면 이 사람은 사도(邪道)
뜻밖의 일이었다. 어릴 적 같은 마을에 살았던 그녀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가웠다. 사실은 그 시절 내가 몹시 흠모하던 여자였다. 아가씨 때 그녀는 ‘별’이었다. 너무 예쁘고 지향점이 높아 나 같은 사람은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그날은 선약이 있어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며칠 후 노인 복지관 헬스장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헬스복 차
다이소에서 쇼핑 중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진열장 속의 강아지 인형이었다. 하얀 말티스 강아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본다.‘저를 데려가 주세요.’은총이랑 처음 만났던 꿈들이가 생각났다. 꿈들이는 은총이가 동생처럼 여기는 강아지 이름이다. 은총이에게 주어야겠다. 데려와 거실에 두고 보았다.‘언제 제 주인을 만날 수 있나요?’나에게 묻는다.‘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