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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별의 눈물

볼록볼록.불룩불룩.하얗고 둥근 구름 한편에 무언가 손톱만 한 움직임이 들쑥날쑥거리고 있습니다. 위로 봉긋, 다시 아래로 움푹. 그러다 희미하게, 규칙적인 한 소리가 들려옵니다.“핫둘, 핫둘!”가까이 다가가 보니 조그맣고 동그란 한 녀석이 열심히 앞구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좋은 아침! 근데 좀처럼 이쪽에서 못 보던 분이시네요?” 근사하게

  • 곽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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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인사왕

내가 왜? 어떻다고?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뿐인데, 친구들은 나를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나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면 되니까. 나는 혼자서도 잘 노니까.선생님은 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래도 인사 하나는 잘한다며 ‘인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내 꿈은 유튜버가 되는 것이다. 친구

  • 노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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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좋은 수필가가 되려면

[기획연재] 수필 창작과 이론12 우리는 더러 어떤 훌륭한 소설이나 시, 또는 수필 등과 같은 글을 읽게 되면 ‘나도 저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없을까, 나도 이 작가처럼 훌륭한 작가가 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 줄 수 있는, 그런 멋지고 좋은 글을 쓸 수는 없을까’ 또는 ‘나도 수필가가 되어 정말 멋지고 수필다운 수필을 써 보았으면…’ 하고

  • 이철호수필가·한국문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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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빛이 머무는 곳

등장인물_ 우진|미려|수정|능구때_ 현대 곳_ 어느 산속무대_ 울창한 숲 가운데 꽤 넓은 네모진 공간 ‘영혼의 정원’. 이곳은 전에 마을 사람들이 다툼이 있을 때 와서 화해를 하던 곳이다. 근자에는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 칡넝쿨 얽서리로 뒤덮여 있던 것을 걷어내고 ‘영적 친족 4인회’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3시 임간 피정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 이일훈(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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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현대시에 나타난 ‘가을’ 이미지

1. 삶의 성찰, 존재론적 자각 늦가을 햇볕 따가운 날노랗게 변색된 나뭇잎 한 장이내 앞에 걸어간다저 나뭇잎이 얼마나 오랫동안나무의 한 가족이었는지 나는 모른다저 나뭇잎도 지금 자신을 뒤따라가고 있는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내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는오직 당신만이 아실 터그러니 아무리 삶이 메말라 가는 세상이래

  •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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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애정은 가끔 애증을 지나야 도착한다

오늘 아침 라면 냄새에 눈을 떴다. 벽을 뚫고 내 일상에 사전 동의 없이 침투해 오는 감각의 폭력, 프리미엄 오피스텔이라더니 옆집의 온갖 음식 냄새가 코앞까지 풍겨온다. 이 작은 공간에서조차 나의 권리를 온전히 지킬 수 없나 보다. 나는 박윤정이다.특수유치원의 교사.눈뜨자마자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사람.사명감? 개나 주세요.그건 인력과 자원의 부족을

  • 이루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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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살구가 있는 풍경

살구를 손바닥 위에 올려 귀를 기울이면, 계절의 숨소리가 천천히 맴돈다. 껍질의 가느다란 솜털은 잘 보이지 않아도 손끝은 알아차린다. 솜털을 따라 손가락으로 살짝 더듬으면, 그 위를 흐르는 햇살의 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보드라운 촉감은 벼가 익을 무렵 들판을 스치는 바람처럼 조용하다.살구의 색은 황톳빛을 중심으로 점점 연하게 가장자리를 향해 번진다. 햇살이

  • 권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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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소사나무 그림자

바다가 보고 싶다는 내 말에 남편은 영흥도로 차를 몰았다. 비린내가 퍼지는 선착장을 지나 산 넘어 해안가 쪽으로 접어드니, 처음 보는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십리포 해수욕장이었다.울컥울컥 토해내던 해풍은 잠이 들었는지 아기 같은 숨을 고르고 있었지만, 벼랑에 남은 뚜렷한 흔적은 파도의 그악스러움을 가늠할 수 있었다. 산책길 늙은 소사나무 아래 임승훈

  • 백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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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계단참에서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의 어느 날 오후,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던 중이었다. 7층 계단참을 막 디디려던 순간, 발밑에 흑갈색의 곤충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다리를 들자, 몸이 휘청하며 소름이 돋았다. 하마터면 내 발에 밟혀 압사할 뻔한 곤충의 처참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방비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는 건 사슴벌레였다.산이나 풀숲에서 겨우

  • 조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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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이십 년 걸렸다

어머님을 모시고 한의원에 왔다. 오래된 듯 삐걱대며 소리를 내는 낡은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린다. 접수를 받아 주는 직원 뒤로 벽면 가득 누렇게 바랜 종이 묶음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 한의원을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지 싶다.어머님이 이 한의원에 드나든 지도 어언 오십 년은 넘었다지. 혼사를 치르고 몇 해가 지나도록 애가 생기지 않아 다니기 시작했다는 한의원

  • 신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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