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손 놓고 하루의 손을 잡는 아침나무는 밤새 품었던 새를 날려 보낸다아버지가 논에서 돌아와서 낫으로 연필을 깎아 주던 어린 날은 가고 연필로 글씨를 쓰던 그 어린 날은 가고풀섶에 숨겨 놓은 홍시 한 알 먹고 산을 넘어 학교에 다녔다는 어린 어머니도 가고나무는 하늘로 새들을 날려 보낸다나무는 하늘로 새들을 날려 보내며 하루의 문을 연다
- 우현준
새벽의 손 놓고 하루의 손을 잡는 아침나무는 밤새 품었던 새를 날려 보낸다아버지가 논에서 돌아와서 낫으로 연필을 깎아 주던 어린 날은 가고 연필로 글씨를 쓰던 그 어린 날은 가고풀섶에 숨겨 놓은 홍시 한 알 먹고 산을 넘어 학교에 다녔다는 어린 어머니도 가고나무는 하늘로 새들을 날려 보낸다나무는 하늘로 새들을 날려 보내며 하루의 문을 연다
햇살 몽글이 동그라미 그릴 때삼삼오오 짝지어 바쁜 걸음 기댄다 지팡이 짚은 이보다구부정한 허리굳어버린 무릎으로 어기적 어기적어르신들 교통수단 노인 유모차길가 흐드러진 고운 꽃들 날리는데눈길주지못하고바쁜걸음옮긴다 복지관 한글 수업 있는 날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했는가”“듣고 돌아서면 생각이 안 나아”무릎 허리 굽었어도 마음은 소녀여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일어나고새벽부터 꼼지락 대며 고속버스에무거운 눈꺼풀을 내려 놓으며도착한 대전지금부터 난 뚜벅이 여행의 걸음마를하고 있다 요동치는 날씨는 나를 환영식으로 마중물되어 바싹 마른 땅에도 점점 스며들어세계 지도 같았던 길 위에 둥글게 모인 빗방울의 화음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그들만의 화합이 아
여기, 맑은 물줄기 하나태백의 품속에서 첫 숨을 쉬며 돌과 흙 사이로 길을 낸다그 비치는 여울마다 역사가 흐르고 물안개 속에 오래된 꿈들이 비친다 신라의 배는 바람을 품고고구려의 말은 강을 건너며백제의 노래는 물 위를 떠다녔다 강변에선 피와 땀이 섞인민초들의 이야기가 바람에 실려 누군가의 오늘이 되었다
칠십 중반의 허리 굽은 어머니마흔아홉 큰아들 밥상 차려 주고오십은 안 넘기겠지 눈치 보니노총각 염치없어 고개만 주억거린다 어머니 눈엔 천지가 색싯감인데금쪽같은 내 아들 짝 될 여자 그리 귀한가장롱 속 며느리 줄 패물 만지작거리며며느리감 손잡고 올 날만 가다린다 답답해 친지들께 호소하면요새 시집 장가 안 가는 것 흉도 아니라네영감은 조상에게
한 가락 연기 되어허공으로 사라진 이름풀벨레가 대답하누나,내가 짓밟아 터진너희 에벌레들너의 사랑은 먼 땅에서황수정(黃水晶)으로 피었다는데 다듬질 때얼마나 아팠을까또 내 손녀도천만 리 길 떠날 때 부둥켜 뛰던 너희 부녀 애써 외면했던찢긴 이 가슴,야들한 저 꽃도너의 얼굴로 보이는데 떠도는 구름인가대답없는 아들 얼마
뼈가 아프다새는 멀리 날기 위해 뼈를 비운다는데 너무 멀리 날아왔나 보다 삐걱거리는 날갯짓에 흙더미가 떨어지고무심코 던져버린 물수제비 잔술에 담아 언제부터인지 도굴꾼으로 무덤가를 헤매다이내 사라져버린 음복의 발자국 그곳엔 파랗게 멍든 발굴의 흔적처럼가시연꽃이 애처롭게 피었다 억겁의 시간이 흐른 뒷모습엔덧대어진 그
무척산 푸른 기슭에천지 폭포 물보라 곱게 피어나니산허리 살포시 감돌아 정겹게 흘러내리네 푸른 이끼 옷 곱게 차려입은연리지 소나무, 서로 기대어 하나 되니천지연못 맑은 물에 시름일랑 다 풀어놓고뭉게뭉게 물안개가 포근히 감싸오르네 안개 자락에 신선봉은 아련아련 춤을 추고바람결에 흔들바위도 장단 맞춰 살랑살랑지나가는 산바람에 무척산도 어깨춤이
낡은 나무 대문에‘우신랑’이라 써 붙였다“우신랑이 뭐예요?”“아 네 그거요?오른쪽엔 신랑이왼쪽엔 신부가 앉아 먹는거시기예요.” 남자는 오른쪽여자는 왼쪽에 앉아“끝내주네요. 묘하게도 감칠맛 나네요.”호호호 깔깔깔불콰해진 얼굴로 손잡고 나갑니다 농담 같은 진담에 함께 웃어서 좋구손님은 건강 챙겨 좋구주인은 돈 벌어 좋구누이 좋구 매부
밤 8시 마감시간인커트 이발소에 갔다. 마흔쯤 젊은 이발사의 탄식7시 반 되면 얼른 마감하고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 서두른다. 집에 가서 쉴 사이도 없이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단다. “정말 힘들어요! 아버지”어떻게 살아야 해요? 남자로 태어난 게어찌나 힘드는지 지쳐 죽겠어요. 다음 세대에 다시 태어난다면&n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