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새털구름 서편으로 날아가서말없이 가겠다는 초승달을 돌려세워귀엣말 무슨 말인지 속닥이고 있구나 가던 길 멈춰서서 눈 들어 바라보니별들은 비켜서고 달빛만이 교교해라돛대는 언제 달려나 바람은 저리 부는데 그 잠시 침묵 속에 만월(滿月)을 꿈꾸는데 떠 가는 초사흘달 흔들리는 쪽배런가빛바랜 유년(幼年)의 자락 펄럭이며 가는구나
- 김차복
날개 단 새털구름 서편으로 날아가서말없이 가겠다는 초승달을 돌려세워귀엣말 무슨 말인지 속닥이고 있구나 가던 길 멈춰서서 눈 들어 바라보니별들은 비켜서고 달빛만이 교교해라돛대는 언제 달려나 바람은 저리 부는데 그 잠시 침묵 속에 만월(滿月)을 꿈꾸는데 떠 가는 초사흘달 흔들리는 쪽배런가빛바랜 유년(幼年)의 자락 펄럭이며 가는구나
콸콸어제 내린 큰 비에흐르는 물소리 들으며굽어진 골목길 벗어난 순간 웅장한 병풍 모양 수직절리 신비로운 기암에 발걸음이 뚝!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바위틈에 기개를 펼치고세월 풍파에 등 굽은 소나무 강인한 자생력이 보이니사인암에 생기가 돋는다 김홍도가 사랑했고화가 시인들의 흔적이 즐비한&nb
숨막히게 하는 고요여, 나와 함께 가자 역사의 배절자여, 나와 함께 가자 사람을 사랑하나 미워할 수 밖에 없는 고지 목숨들을 위하여 한 목숨 빼앗다 이미 가슴 안에 오롯이 타는 불 혀는 있으나 말은 없다
그녀, 그의 걸음 따라 플랫폼을 걷는다 잎을 잃은 나무처럼 말라붙은 두 사람 민머리에 얹힌 모자, 항암제 그림자를 밟는 건 기억에서 사라지고 싶기 때문일까 휘어진 철로를 토해 놓고 간이역 하나 지나쳐 간다 아무도 묻지 않는 방향, 석양 가장자리에서 비틀려 매달리고 과거를 꿰매고 싶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 
뇌 속의 하얀 척수가 뱀의 혀같이 나와서베란다에 핀 베고니아 꽃잎을야금야금 뜯어먹는다. 서녘을 향하던 해가 방향을 잃었는지긴 팔 뻗어와왜 그곳에 하릴없이 머물고 있느냐고 꾸짖는다. 삶을 사랑했으나수인(囚人)의 고독을 이해하지 못한눈흘김일 뿐,한여름 폭서 속에 어찌할 바 몰라서성대고 있는 거라고 짐짓 모르는 사연인 척,화분대에 눌어
길고 무덥던 하늘 가슴이뜨겁게 쏟아내는 선혈에검은 구름 흩어진다 맑게 닦인 창 빨간 꽃잎이나를 들여다보다가 뭉클하게 가슴 연다 달려온 빗줄기는뜨거운 눈물로 맺혀떠나는 길에야 붉어지는 눈시울 자귀나무 실가지 틈에서 기다리는햇살 속 잎파랑이는갈색 옷을 급하게 갈아입는다 돌아올 날의 기약들빈 가지마다 걸린마지막 기차처럼 떠난다
높은 곳에서내려다보이는 한강은 하루종일 쫓던 해를석양 무렵에야 겨우 잡아 한입에 씹어 삼키고 빌딩에 걸려 있는 광고에서 펑펑 쏟아지는 맥주를실컷 받아 마신 뒤 술에 취해 길게 누워 있는해잡이 사냥꾼이다
긴 의식의 되뇌임 끝에서시간은 제 몸을 깎아 내일을 빚는다 풀숲 우거진 언덕 위버드나무 한 그루허공에 묶을 수 없는 그물을 늘어뜨리고 있다 햇살 속 개개비 울음이 스며들던 집그 마루에는아직도 식구들의 발자국이 묻어 있다 벗겨진 기둥은세월이 괴어든 지붕을 가까스로 버티고 갈라진 반자 틈에서적막의 각질이 바스러지듯 떨어져 나
숲길을 걷는 발걸음마다낙엽이 발길에 속삭이고바람은 나지막이 숨을 내쉰다 빛 한 줄기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면 마음속 깊은 곳,조용히 접어둔 기도가잎사귀처럼 피어오른다 작은 새의 울음,먼 산의 숨결모든 것이 고요 속에서내 안 깊은 고요를 밝혀준다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면숲의 침묵이나를 감싸안으며오늘 하루를 온전히 맡기게 한다
좋다네가 있어 좋다아침 눈을 뜨니곁에 있어준 네가 있어 좋다 동분서주 바쁜 시간툴툴 털고 문안의 발걸음반겨주는 네가 있어 좋다 두 손 맞잡고 나란히 누워 평안한 숨고르기 하는 네가 있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