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 정리하다상자에서 눈에 띄는빛바랜 상장이 보인다 아버지 삼십대 때나 갓난아이 때 받은상장에 가슴이 울컥한다 구겨진 상장을다리미로 다리며아버지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를 뺏어 간 세월은 야속하게도어느덧 내 나이 이순 중반 딸 아들 키우고 뒤돌아보니아버지의 빈 자리가 그립네 검은 머리에 함박눈
- 이재환(강원)
책상 서랍 정리하다상자에서 눈에 띄는빛바랜 상장이 보인다 아버지 삼십대 때나 갓난아이 때 받은상장에 가슴이 울컥한다 구겨진 상장을다리미로 다리며아버지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를 뺏어 간 세월은 야속하게도어느덧 내 나이 이순 중반 딸 아들 키우고 뒤돌아보니아버지의 빈 자리가 그립네 검은 머리에 함박눈
고향마을 팽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바닷물 굴리던 바람에 묻어 온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천리길 멀어도종소리인 듯 선명하게 들려오네 마을을 감싸안고 둘러선저 늙은 팽나무를 바라보면유년의 이야기들이 들려오고고향 마을의 이야기들이오늘의 깊은 잠을 깨우고 있네 고향을 향하는 그리움 속에서이저것을 내려놓고밤낮없이 고향 가는 길은아름
가로등 불빛이 흐르는 밤조용히 지그시 감은 두 눈베갯잇 속 스며드는 눈물옛 생각에 잠시 젖어 본다 한평생 둥지 속 새끼 걱정꺾어진 날갯짓 백발 어미새휠체어 앉은뱅이 신세타령멍든 가슴이 서럽게 눈물짓는다 노을빛 물든 어미새 날갯짓주저앉은 앙상한 두 다리홀로 설 수 없는 가냘픈 할미꽃 가슴앓이 지난 세월만 한탄한다 고개 숙인
하루에도 몇 번씩마주하게 된다 함께 울고함께 웃었던 날들우리들의 일상이었다 힘든 시간을 함께하며 먼 길을 돌아섰을 때 애틋한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방석 덮개를 벗기니도톰한 스펀지에 머리카락 박혀 있다 가늘고 긴, 제 할 일 다한검은 실오라기박음질되어 있다 바늘을 꿴 것도 아닌데혼신 힘으로스펀지 속으로 대가리를 밀어 넣은 저 머리카락이 지향할 곳은 어디인가 부드러워 더 막막한 벽 앞에서 검은 생애를 가늠해 본다끝내 이루지 못한 꿈그 한 조각이 닿아 있는 한
돌담에 맨드라미가 피어 있다 어둠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깨알 같은 씨앗이 꼼지락거려 흙더미에 꽃을 피어내는 어떤 간절함이 있었을까 한 줌 흙 속에 버젓이 피워내는 지혜돌담에 흙을 누가 놓았을까요? 햇빛 한 조각으로 줄기를 만들어 줄곧 자라 뿌리 내린 순수한 도약력 바람에 휠 때마다 꺾이지 않고 자란 것은&
초록이 내려놓는 기운을비상하게 눈치를 챈 거미들넓어진 바람길로 부산스럽다온 천지 뒤적이며제집 키우는 일이 한창인 젊은것들수군거리는 비밀 이야기 계절로 건너가는 공간의 어디쯤에서삶이 식어 갈 때쯤냉기 오를 채비를 서두르는 대지의 주인들 배롱나무 붉은 그늘에서도삶의 채도 낮추는 준비 서두른다 치열했던 함성만큼이나서늘한 화성이 깊어지고
밤새 향동 마을은말없이 눈을 받아 적었다 날씨마저 온순해진 공기 속에서세상은 숨을 고르고소나무는 하얀 모자를 눌러쓴 채 서 있었다 그때 천(川)에서 날아온두루미 한 마리 하늘의 마지막문장을 접어 소나무 위에 내려놓는다 눈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고날개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오늘 아침 하얀 날개를 펴고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인정하
팔공산 정기 서린 햇살 고운 군위 땅 푸른 절개 살아 숨쉬는 화본리충의공 엄흥도 선영 일연선사의 얼, 삼국유사 향기 깃든 곳 달빛 별빛 벗 삼아 지낸 오백오십년 세월 누구를 위한 기다림이고누구를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몸은 낮은 곳에 묻혔어도충절은 하늘 끝에 닿았던 시대의 등불, 아! 충의공 엄흥도
지나온 날들이한꺼번에 깨어나는 순간비틀린 사실에 갇혀 있던 몸통증은 이미다른 시간 속에서 아물고 있었다 새벽을 건너어둠을 달리던 발걸음이 선명해지고 내딛을 때마다 길어지던 그림자 천천히 안으로 돌아와이별을 쓰다듬는다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터진 목련, 묻지 않는다&n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