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이 남의 이야기로 흘려버렸다. 사춘기에 열병처럼 겪는 줄 알았다.서울에 살다가 부천으로 이사 간 막내아들 큰손녀가 학교를 안 간다고 했다. 학교만 가면 머리와 배가 아파서 수업하다 집으로 온다고 했다. 그렇다고 야단쳤다가 더 빗나갈 수 있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때로는 핑계라는 생각이 들어 매를 들고 싶지만, 부모를 신고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
- 임민자
중2병이 남의 이야기로 흘려버렸다. 사춘기에 열병처럼 겪는 줄 알았다.서울에 살다가 부천으로 이사 간 막내아들 큰손녀가 학교를 안 간다고 했다. 학교만 가면 머리와 배가 아파서 수업하다 집으로 온다고 했다. 그렇다고 야단쳤다가 더 빗나갈 수 있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때로는 핑계라는 생각이 들어 매를 들고 싶지만, 부모를 신고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
휴무일, 들를 곳을 떠올리며 차에 오른다. 병원, 미용실, 우체국, 문구점, 마트, 방문 순서도 정한다. 그곳에서 할 일과 새로 살 것들도 떠올린다. 정하고 떠올리고, 또 정하고 떠올리며 운전하는 사이, 차는 직장 근처까지 와 있다. 이런! 내가 얼마나 오랜만에 쉬는데 나를 또 일터로 몰아넣어! 차에게 나에게 마구 화를 낸다. 그러다가 또, 떠올린다. 김유
봄비와 봄바람이 헐벗은 대지에 푸른 새싹을 틔우는 은유 속에는 결국 불타는 여름 햇빛과 폭우를 견뎌 내고 드디어 풍성한 추수를 거두는 기다림이 숨어 있다. 저 넓은 들판에서는 수해를 딛고 알곡과 단 열매로 익어 가는 생명의 빛과 소리가 내 가을을 한층 더 깊게 한다. 자연의 생명과 인간의 영혼과 생명의 존귀함과 가치가 기계화 속도와 AI 인공지능으로 우리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의「낙화」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한 번씩 멈춘다. 과연 떠나야 할 때를 스스로 깨닫고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언제나 남아 있는 일에 마음을 두고, 붙잡고 싶은 것들을 끝내 놓지 못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모와 외삼촌은 마지막 순간을 알고 있
아들의 삼우제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던 2005년 1월이었다. 마음을 추스른 이후에 출근하라는 직장 상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근한 나에게 당시 상사가 해준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가족이나 친지, 직장 동료 그 어떤 사람의 이야기도 진정한 위로가 되지 못한다. 살아 있지 않는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신을 통해서만 위로받을 수 있다”라며 종교를 통한 상처의 치
병오년은 광복 81주년, 기미독립만세운동 107주년이 되는 해이다. 광복 80주년이었던 지난해는 곳곳에서 학술 심포지엄이 있었다. 서당 시절부터 작고하는 순간까지 독립운동하셨던 할아버님 덕분에 눈여겨보게 되었다.마침, ‘충북인의 국외 지역 항일투쟁’이라는 주제로 ‘광복 8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이 있어 참관했다. ‘해외 각지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충북인’
전시장에서 마음이 머문 곳은 가릉빈가(迦陵頻迦)라는 유물이었다.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에는 국가지정문화재 흥전리 사지(興田里寺址)가 있다. 2003년 강원문화재연구소에서 흥전리사지 일대의 지표 조사를 한 결과 유형문화재 제127호로 지정된 삼층 석탑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흥전리사지는 통일신라에서 고려 전기까지 존속했던 대규모의 가람이다. 이곳에서 출토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살이를 마치면 누구나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 인간의 삶인데 이를 뛰어넘는 삶도 있으니 신화 속 검〔神〕들의 삶이다. 신화 속의 검들은 불멸의 존재들인지라 신화를 읽다가 책을 덮어버려도 우리의 영혼을 살짝 노크해 와 자신의 존재를 알려서인지 서구의 명화와 조각상엔 비너스를 비롯한 하고 많은 검들로 싸인 찬란한 문화를 잼쳐 보여주고 있음을
휴대폰에서 ‘사랑해’ 하는 소리가 났다. 카톡이 들어온 신호다. 그동안은 ‘까꿍’ 이었는데 후배의 손녀가 와서 소리를 그렇게 바꾸어 주었다. 후배하고 얘기를 하는 동안 ‘까꿍’ 소리가 몇 번 나니까 초등 4학년이라는 그 예쁜 손녀가 “아이고, 누구 건지 모르겠네요” 하더니 “선생님, 제가 소리 바꿔 드릴까요” 하며 내 핸드폰을 작은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창밖에는 목화송이처럼 보드랍고 탐스런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궁이가 눈이 내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말고는 생각났다는 듯이 아빠를 보고 말문을 열었다.“아빠, 어젯밤에 무슨 꿈을 꾸셨게요?”회사 일이 고단하신지 요즘 들어 유난히 일찍 잠자리에 드시고는 하는 아빠였다. 그 아빠가 어젯밤 잠결에 허공을 향해 마구 손짓을 하며 싱글벙글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