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이만 벌리고 서 있는 저 모습을 과연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다가나의 오래된 기억 중에서어렵게 끄집어낸빨간 페인트 통을 엎질러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신작로 한쪽에 언제부턴가 서 있었지 평소에 마음씨가 따스해 보이긴 해도 묵직한 느낌을 깊게 깔고 있어서곁에 두고 꾹 참고 살아온우리들의 고단함을막상 간추려 적고 싶을 때도어려워
- 송희수
주둥이만 벌리고 서 있는 저 모습을 과연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다가나의 오래된 기억 중에서어렵게 끄집어낸빨간 페인트 통을 엎질러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신작로 한쪽에 언제부턴가 서 있었지 평소에 마음씨가 따스해 보이긴 해도 묵직한 느낌을 깊게 깔고 있어서곁에 두고 꾹 참고 살아온우리들의 고단함을막상 간추려 적고 싶을 때도어려워
천년은 푸르리다, 벼랑 위 작은 노송 선학이 피워 놓은 새하얀 꽃을 보고 저 세월한눈 팔다가가는 길을 잃었다네시름의 조각들은 바람의 몫이라며 태연히 돌아앉아 파란 꿈 펼쳐 들고 푸르르,돋치는 청향허공으로 날리네세파에 초연해서 늘 푸른 우상이다 비좁은 바위틈에 발 뻗고 유유자적 오랜 벗구름 있으매 
마지막 잎새몇 장 붙들고 몸부림치는플라타너스 곁에 앉아호세 마르티의 시「과테말라 소녀」를 읽는다 임에게 사랑의 징표로비단주머니를 짜 드렸지만그는 이미 기혼자였으니사람들은 소녀가추위에 얼어 죽었다지만아니다, 그녀는 사랑에 굶주렸던 것 가을이란 계절은사람의 마음을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나 또한 사랑 노래가 부르고 싶어진다 아
한여름 뙤약볕에 땅이 타들어 간다풀더미 속 머위는 아랑곳없이초록 우산을 펼치고 있다둥글넓적한 잎 하나씩 헤치니그늘 아래 떡하니 앉아 있는 두꺼비,시종의 호위를 받는 왕의 모습이다흑색과 갈색 무늬의 구불구불한 곤룡포 걸치고 앞다리는 갈고리처럼 벌려 딛고커다란 눈 끔벅이며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은 나무라고, 땅이라고그 그늘 아래는어떤
허수아비는밤낮으로제 자리 지켜주인 맘 즐겁게 했고 닭장에 닭눈치 빠른참새의 실례에도 알 잘 낳더구나 나잇값직책 값 묻지 마소 관객 즐기면그것으로 족하리 짓궂은 바람바람개비 춤추고 사나운 채찍팽이는 장단 맞춘다 구름에 달 가듯별 하나 달 하나 세며 초연히 살련다.
비틀비틀 갈지〔之〕 수놓는다길게 누운 노란 금줄넘나들며 달린다 빨강 노랑 파랑 예쁜 꽃속눈썹 끝 대롱대롱 걷는지 뛰는지 무감각 그냥 채찍질한다 화약을 짊어지고 불 속으로 달려간다골이 휴가 갔기 때문에…
삶은 저마다 소망의 씨앗을뿌리며 거두는 인생길에서만남과 기다림과 헤어짐의 연속극 피땀으로 뿌린 소망의 씨앗햇살처럼 빛나는 꿈으로 움트고비바람 맞으며 잎이 무성한꿈의 큰 그림 꽃을 피워소망의 열매 거두는 인생살이 드높게 펼쳐진 파란 화선지에꿈의 뭉게구름 큰 그림 그리다 더러는하늘 바람에 날려 잃어버리는 아픔 안고바람 앞 등불처럼 흔들리다 꺼
숲속의 나무들과아버지와 아들두 사람은 30년 차이쭉 뻗은 나무들과일직선인 아들 컸던 키는 줄어들고균형이 흐트러진 팔순의 아버지 언제나 평행선이겠지… 생애 가장젊은 지금이 순간의 안도감아버지는 아들이 믿음직하고 아들은 아버지가 든든하다. 모르는 사이에 서로 기대어 산다.
설레는 첫사랑처럼 밝아오는 아침 여명 무겁의 과녁살랑이는 풍기 허리춤에 화살 다섯 왼손에 활 한 정 사대비정비팔 흉허복실 전추태산 후악호미살은 떠났다 발이부중 반구제기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남쪽은 영천북쪽은 화산과 신녕서쪽은 청통과 은해사늘 분주한 삼거리엔 작은 동산이 있고슈퍼가 있고 버스정류장이 있어주민들은 영천 장날이면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장 보러 가지 동산 앞에는‘꽃 뫼의 고장 행복 화산’이라 쓴큰 바위가 의젓한 자태로 서 있는데새미산 높고 깊은 골에 있던 이 바위를면민들의 요청으로화산면 입구인 이곳에 모셔 오기 위해많은 지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