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5.6 676호 하루살이의 일생

만물이 약동하는 춘 3월에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되니 지구상의 한 구성원으로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가 생각난다.어느 글에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하여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고 외쳤다.지난 무더운 여름날

  • 주호창
북마크
18
2025.6 676호 말하는 새

우리 집엔 말하는 새가 산다. 옐로우사이드코뉴어는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닌 앵무새인데, 우리 집의 옐로우사이드코뉴어 두 마리, 즉 코코와 뿌뿌는 말을 꽤 잘한다. 발음도 정확하다. 아마도 그들을 데려온 딸이 사랑해 주어서 그런 것 같다.“이쁜아, 사랑해. 아이구, 예뻐!”매일 새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며 사는 이들은 지구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두 앵무새

  • 김지안
북마크
16
2025.6 676호 겨울눈〔冬芽〕

십 년 만이었다. 그 나무를 자세히 바라본 것은.큰딸은 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일했지만, 둘째 아이를 낳은 후 경력이 단절되었다. 첫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버텼으나, 둘째가 태어나자 결국 일을 포기했다. 나는 살림만 하는 딸이 안쓰러웠다. 마침 좋은 회사에 취직할 기회가 생겼지만, 육아가 문제였다. 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들을 돌봐 줄 수 있겠냐고. 나는

  • 권민정
북마크
13
2025.6 676호 제가요?

오늘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쉬어야겠다. 요즘 며칠 동안 제대로 쉰 날이 없었다. 이미 피로가 누적될 대로 되어 버린 상황이다. 이틀짜리 야근을 끝내고 가족 행사로 지방을 다녀오고, 준비하던 시험도 하나 치르고, 다시 새벽 근무 이틀을 하고, 오후 근무 이틀을 하고 하루를 쉬는 날이다. 정말 휴식이 절실히 필요하다.나의 휴식 방법은 간단하다. 텔레비

  • 배복순
북마크
15
2025.6 676호 시골 독가촌 빈집을 활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태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온 가족이 논밭으로 나가 농사 지어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았다. 그 당시에는 농촌 지역의 농토가 부족해 한 농가에서 논밭 약 3000평 이내로 농사를 지었다.농촌 사람들은 농사짓느라 봄부터 가을까지 밤낮 없이 농사일에 열중했다. 그렇게 노

  • 박성용
북마크
17
2025.6 676호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어디서 왔지, 어떻게 왔을까? 피었구나, 피어 있었구나!’ 아파트 마당가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뿌리내린 제비꽃이 보랏빛 꽃봉오리를 내밀었다. 어찌 넓고 넓은 세상을 다 두고 하필이면 이 자리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면서도 저리 예쁜 꽃을 피워내다니.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봄볕 아래 나부죽이 꽃망울을 틔우고

  • 임인택
북마크
16
2025.6 676호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산으로 오르는 초입에는 세 갈래 길이 있다. 그중 두 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산으로 가는 조붓한 자드락길로 이어지지만, 다른 한 길은 산비탈 아래 드문드문 집과 밭들이 펼쳐지는 산책길이다. 밭둑에 서 있는 비파나무에서 비파가 노랗게 익어 가면 몇 개를 따먹으며 걷기도 한다. 나는 이 세 갈래 길 중 두 길은 익숙하게 여러 번 다

  • 신태순
북마크
12
2025.6 676호 제사상을 차리며

종일 주방에서 잔걸음 치는 날이다. 집안을 치우고 시장을 미리 봐두었어도 아침부터 분주하다. 먼저 타놓은 녹두는 물에 불리고 보온 밥솥에는 엿기름물을 걸러 고슬고슬한 밥에 섞어서 삭인다. 밤도 까서 물에 담그고 제기도 닦아야 하고, 시아버지님 제사상 차릴 일들로 하루가 꽉 차 있다.2대 독자와 결혼한 나는 제사는 모른다고 손사래 쳐 봐야 어차피 제사를 물려

  • 송병옥
북마크
12
2025.6 676호 유둔재 마을

설이 가까워 오면 부모님 선산을 찾아 나서는 일이 퇴임 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왔다. 모레가 설날이니 몸을 깨끗하게 씻고 돌아가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대중탕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들도 나처럼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하고 경건한 자세로 새해를 맞으려는 자세일 것이다. 다음 날 전남 담양으로 내려가려고 새벽부터 서둘렀다. 날씨도 따뜻하여

  • 이우명
북마크
12
2025.6 676호 사람이 아름다워 보일 때

‘아름답다’는 말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이며 그 미적 감성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 말을 하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사람들은 마음이 외로울 때 아름다움을 찾아 편안함을 얻는다. 예쁜 꽃과 새들이 있는 풍경을 찾아 힐링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는 친구에게 장미꽃

  • 서숙자
북마크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