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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오만원권 지폐 이미지는 신사임당이다. 마트에서 신사임당 그림이 에어컨 바람에 걸어간다. 느릿느릿 가다가 빨리 도망간다. 앗! 돈이다. 눈이 확 떠지며, 갑자기 주울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마네킹 셋이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우리는 돈의 노예가 아니라며 안 본 듯이 외면한다.신사임당이 말씀하신다.“너, 나를 빨리 잡아라! 쓰레기통에 들어가면 나란 가치가 없어진

  • 강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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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풀과의 전쟁과 사랑

새벽부터 텃밭에 나가 주저앉아 엉덩이로 밭을 뭉개고 다닌다. 밭을 엉덩이로 매는 건지 호미로 매는 것인지…. 자고 나면 잡풀이 쑥쑥 자라기 때문에 그 풀을 뽑아 주려고 꼬질꼬질한 목장갑을 끼고 챙 달린 모자를 쓰고 그렇게 하루 일을 시작한다. 텃밭은 있는데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무릎마저 수술하여 지팡이 짚고 겨우 걷는다. 자

  • 박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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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감나무가 있던 자리

어느 집 담장 밖으로 뻗어 나온 감나무 가지에 눈길이 머물렀다. 윤이 나는 잎사귀 사이로 동글동글 풋감이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감나무라면 가을볕에 발갛게 불 밝히듯 익어가는 풍경이 먼저일 테지만 어려서부터 늘 보고 자라서인지 풋감이 주렁주렁 열린 모습은 내게 친근한 풍경이다. 잠시 눈 맞추는 사이 감나무의 사계절이 스쳐 갔다.고향 집 뒤꼍에는 두 그루의

  • 김순남(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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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봄비는 길을 기억한다

며칠째 봄비가 오락가락 내리고 있다. 잠깐 개나 싶으면 어느새 다시 내리고, 또 어느새 그친 듯하더니, 다시 조용히 스며든다.대지는 젖고, 생각도 젖는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걷고 싶어진다. 이 비는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어쩌면 내 안의 침묵을 흔드는 하나의 움직임이다.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말없이 쓰다듬으며 멈춰 있었던 사유를 다시 흐르게 만

  • 신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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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전망대에서 조강(祖江)을 보면서

김포시 서북단에는 몇 년 전까지 크리스마스 때면 북쪽 개풍군이 가까이 보이는 곳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 불을 밝히던 애기봉이 있다. 한동안은 이산가족의 설움을 달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정상에는 지금도 애기봉비(愛妓峰碑)가 서 있다. 전직 대통령의 친필이란 기록도 있다. 누군가의 아기를 애타게 그리던 사연이 담긴 봉우리는 확인 안 된 야사도 있다. 병자

  • 윤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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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수필가의 이름으로

2008년 2월에 계간지 『시와 수필』에 「소장수 선생님」으로 등단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를 고심하게 되었다. 또한 문인의 내실을 갖추려면 남의 글을 많이 읽고 자신의 문장력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과 현실에서 일어난 소재를 바탕으로 부지런하게 글을 쓰기로 다짐하였다.등단의 첫 단초를 만들어 준 고교 선배가 문예지의 발행인이어서

  • 양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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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등대의 문장들

안개등이 흔들리며 새롭게 분주해지는 섬/ 조금 전 등불이 켜진 골목길에서/ 이방의 꽃잎을 주웠다/ 조리개를 오므리자 천연덕스러워진 나와 마주친다// (중략)// 고단한 흔적을 끌어안은 바다는 잔잔해지고(자작시 「홍도」 일부) 어두운 바다를 응시하는 한 점의 불빛이 있다. 그것은 길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길이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

  • 백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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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박수 소리

박수 소리는 기쁘고 행복한 소리이니 클수록 좋다. 짝짝, 짝짝짝! 내가 보낸 박수는 배가 되어 다시 내게 돌아오는, 약속을 꼭 지킨다는 걸 믿는다.얼마 전 협회 정기총회가 있었다. 요즘은 협회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참석하는 연령대는 점점 고령화되어 가고 젊은 사람들은 사는 게 바쁜 세상이다 보니 당연한 모양새다.이번 총회는 소박하지만, 우아한 분위기

  • 신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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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길 위에서 배우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설레면서 긴장된다. 익숙한 풍경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하는 것도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더 그렇다. 애초에 가려던 단체 여행이 무산되고, 우리 모임 회장님이 아시는 다른 여행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낯선 이들과의 동행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국내 여행이라는 점에 안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90명이나 되

  • 김영희(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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