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에 물들지 않고참된 나로 거듭나고픈 시간 앞에 비우고 비워내도 채워지고더해지기만 하는단단한 집착의 동아줄을툭 던져버리며 살고 싶다 초조함의 굴레 속에마음만 부산하고고단한 하루의 위로가 시리다 어디쯤일까어디까지 왔을까내 황혼길의 빛은어떤 색깔로 채색되어 가는 걸까 빛나는 삶이 아니어도마음의 결이 몽글몽글해지고옅은 파
- 곽소희
어리석음에 물들지 않고참된 나로 거듭나고픈 시간 앞에 비우고 비워내도 채워지고더해지기만 하는단단한 집착의 동아줄을툭 던져버리며 살고 싶다 초조함의 굴레 속에마음만 부산하고고단한 하루의 위로가 시리다 어디쯤일까어디까지 왔을까내 황혼길의 빛은어떤 색깔로 채색되어 가는 걸까 빛나는 삶이 아니어도마음의 결이 몽글몽글해지고옅은 파
발갛게 달아올라 팝콘처럼 터지는산꽃들이고등어의 등처럼 푸른 능선마다파닥거리는 차창 밖, 4월 하늘에 두둥실 두리둥실 떠가는 흰 구름을 두루뭉술미루나무 꼭대기에 말아 한입 베물면살살 녹을 것만 같아 낙낙하다 못해달보드레-한 봄날의 남행길
뽀얀 가시광선의고귀함으로 아니피멍울 낭자한 꽃자리눈부신봄의 사랑꾼 온 누리를 아우르고그 순결의 당당한 몸짓으로 전율을 하듯 한송이꽃을 피우기 위해온몸으로 뿜어내는 향기 거안제미가슴의 비늘로 발하는사랑 품은 바람이련가
가으내 수천수만의 이별을 하고시린 가슴조차 없는 가로수겨울 해는 짧았다수선스럽던 골목의 사람들은저마다의 왕궁으로 사라졌다어둠을 걷어 올리는 가로등이 켜지고길가 트럭 장사를 끝낸 어떤 이가주섬주섬 노곤한 하루를 접는다무표정한 어깨 위로흔들리는 달빛이 오브리처럼 흐른다그가 돌아가는 곳이 남루해도 괜찮다높은 담벼락과 사립문이 없어도 좋다어둠을 밝히는 작은 등불과
매번 나는너한테 진다 말싸움해도 지고머리싸움해도 지고 무엇을 해도 진다 눈물 흘리는 것까지도 진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는 없다.
하늬바람이 정원을 가로지르자 조팝나무, 하얀 여우꼬리를 턴다 지나던 벌 한 마리공중에서 발을 멈추고 묻는다 4월에도 눈이 오나요겨울은 이미 떠났는데 버리지 못한 세월이가지 끝에서 다시 피어나는가 나부끼는 흰 기억을멈출 수 없어 하얗게 덮인 시간의 머리 위에 봄이 조용히 앉는다 바람은 정
골목 CCTV에턱 빠진 얼굴 하나가 지나가지만긴 그림자는 끝내 도착하지 못한다 지도 앱으로도 찾지 못하는 막다른 길 환승역에서 흩어져버린 얼굴들아무도 저장하지 않은 이름들종점엔 눅눅한 바람이마지막 하차 알림처럼 운다 굳게 닫힌 창문열리지 않는 대화창부재로 남은 눈빛들영혼이 삭제된 존중 메시지 하나 ‘당신을 존중합니다.말라
대공 속이 텅 빈 꽃을 아는가어떻게 물을 올려내어 피웠는지향기를 잃지 않은 암술과흐느적거리며 견디는호리호리한 줄기 위로치마는 무심하게 펄럭이고 있다 너는 콧노래를 부르는 나르시스 꽃잎 굳이 자신감을 보이지 않아도가슴을 한껏 내밀지 않아도오솔한 길 위를 맘껏 거니는거룩한 들꽃이라고 불러줄 텐데 너는 꺾이는 운명을 기다리며기어이 그렇
초승달 외로운 하늘순간 포착할 수 없이화살처럼 날아가는 어둠 속 여객기 짐작으로 더듬어 보는 항로 발돋음해 보지만별 총총한 하늘에는침묵만 흐르고 마당 한가운데 동그마니 서 있는 달빛 젖은 그림자뿐까슬한 바람만 목에 감긴다 해마다 엄동설한에 봄볕처럼 다녀가는 보약 같은 웃음꽃들 낯선 나라
밤새 응결된 불면의 결정체 세상 뭇 사랑들의 숨이 흘러나올 때 먼 바다 끝을 향해 터져나오는 길고 찬 바람 서슬한 흰 막대기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 탑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