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를 내려놓고 굽이든 산길에 든다 비선대 지나 눈 쌓인 오르막길접어든 숨이 가파르다 그 길 끝머리에 벼랑을 붙잡고아슬하게 서 있는 철계단 계단은 모두 절벽을 품고 있다내 안의 수많은 절벽을 한 계단씩 넘어야다다를 수 있는 금강굴 바위틈에 터 잡고 풍상으로 몸을 세운소나무 고요한데송골매 한 마리가 적막을 길게 긋는다&nb
- 강효정
대로를 내려놓고 굽이든 산길에 든다 비선대 지나 눈 쌓인 오르막길접어든 숨이 가파르다 그 길 끝머리에 벼랑을 붙잡고아슬하게 서 있는 철계단 계단은 모두 절벽을 품고 있다내 안의 수많은 절벽을 한 계단씩 넘어야다다를 수 있는 금강굴 바위틈에 터 잡고 풍상으로 몸을 세운소나무 고요한데송골매 한 마리가 적막을 길게 긋는다&nb
깊어 가는 가을아침공기가 차가워 오네요가로수 은행잎은 한잎 두잎 떨어져도로 위 황금빛 수를 놓고신장로 건너편 들녘엔고개 숙인 벼이삭 물결로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네 솔솔 부는 가을 바람곁앞뜰 그네 벤치에 앉아따뜻함을 느끼는 햇빛 속채비에 몰두되어덧없이 지난 세월을 말하듯그 푸르던 정원 잔디도노란색을 띠기 시작하고 뒷동산의 나뭇잎도 저마다
앞줄이 방패막이 되어주고뒷줄이 울타리 쳐주는 자리 앞이나 옆에게 장난을 걸거나폰눈팅을 해도 들키지 않을 만한 자리머리만 숙이면 눈에 띄지 않아 지적당하지 않을 지명 당해 뽑히지도 않을 만한 자리 자라처럼, 궁금하면 고개 쑥 올렸다가어느 순간 고개 슬쩍 숙여 펼치는 나만의 자리 중간, 내 안전지대 언제부터인지 텅
네가 지금 걷는좁은 길이 꽃길이다 야생화 핀 들길이든험준한 산길이든황폐한 사막 길이든거센 풍랑 이는 바닷길이든 그분이 동행하셔서어느 길을 가던지평안과 행복이 깃든남부럽지 않은 길 네가 지금 걷는 길이따스한 축복 가득한사랑의 꽃길이다
슬픔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을 때도비극적이어서 아름다운 시간이 있다고 어떤 말은 바람과 같아서 다시 잡을 수 없지만 심장 깊은 곳에 목숨처럼 내려앉는 거라고,당신은 뒤돌아갈 수 없어 억울한 운명의 손금도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파피루스에 선명하게 살아있는 오래전 이야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듯세상을 섬세하게 제대로 읽었다
춘삼월친구와 고향의 들녘을 거닐었다 논에는 모내기 위해 물가두기를 시작했고 개구리는 무논에서 짝을 찾느라개굴개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분주했다 개울 건너편 밭에는보리와 밀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익어가는 보리와 밀을 바라보며양조장 빈 술독은 입을 벌리고술꾼인 친구는벌써 취한 듯 흥얼대며 춤사위를 추고 있다 세월이
동네 한 바퀴 도는데걸음을 불러세운 잡초밭복권가게라도 만난 듯 클로버밭에 꽂힌다 세 잎 속에 숨은 네 잎의 행운을 찾아잡초밭에 무릎을 꿇는다다가가야 겨우 볼 수 있는바람처럼 사라지는 것들 세 잎을 초과한 네 잎덤으로 주어진그 한 잎의 세계는 알 수 없는 그의 시간이다 복권 명당에 긴 줄을 선 사람들처럼 나는 클로버밭에 한
늘 꾸는 꿈은정확하고 공평하고 평등한세상 말이 없고편을 들지 않으며붙잡을 수도 없는 보물은 욕심도 목표도모른 척하며추억만 남기는 거울이다. 반항해도 어쩔 수 없고물어도 못 들은 척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구름이고 돈, 명예, 권력에초침, 분침, 시침은 요지부동 협상도 안 통하는 벽창호다. “세월이 약이다.”
무게를 느끼지 못한 채 부둥켜 안았다 그림자마저 하나가 되었다너의 싱싱한 골수를야금야금 파먹으며 서서히 몸을 태운다 황홀과 고통의 비명을거침없이 씹어 삼키는 천사의 기도가 싸늘하게 죽음으로건네오는 밤 등 껍질이 얇아지고 실금이 가고 그사이 샛강이 흐를 때무거운 어둠 속에서 나의 입꼬리는 음파를 타고 하늘
청명에서 보리밭을 지나 곡우로 가는 봄 햇살이열린 서쪽창으로 가느다란 바람에 실려오는 오후이다. 늙은 보리새우 한마리낡은 소파에 잠들어 있다검버섯이 핀 새우는온몸에 따개비로 뒤덮은 혹등고래가 되어북극의 찬 바다를 꿈꾸고 있다 갈라진 가죽 틈새로거품 문 바닷게처럼 드러낸 솜털도지나간 흉터처럼 이젠 아무렇지 않다. 낡은 소파는 항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