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양파 포도주를 마시며 하루하루 연명한다 나는양파 포도주를 따르며 하루하루 지켜본다 그래도 좋아웃는 날이 좋아 이십삼 년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포도주 한 잔이면 일백 년도 금방인데 나는 젊었고어머니는 늙었다 빨간 포도주 색깔과 함께 스물네 시간이 흘
- 고영수
어머니는양파 포도주를 마시며 하루하루 연명한다 나는양파 포도주를 따르며 하루하루 지켜본다 그래도 좋아웃는 날이 좋아 이십삼 년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포도주 한 잔이면 일백 년도 금방인데 나는 젊었고어머니는 늙었다 빨간 포도주 색깔과 함께 스물네 시간이 흘
긴긴 겨울밤동지팥죽은 추억의 별미 둘레상에 둘러앉아새알을 두 손으로 비벼 둥글게 모양도 여러 가지장난기가 동해 이리저리 비벼 이 모양저 모양할머니, 누님, 여동생어머니와 마주보며 즐거워 부엌 가마솥 가득 끓여 김이 모락모락크다란 나무주걱으로휘휘 저으며 구수한 냄새를 풍겨대었다 내 나이만큼 새알을
시어 하나 추려내면줄줄이 딸려오는 생각들예민한 추억도 묻어나니까슬대는 모래알 심장으로 글줄 하나 들어 옮기는 일 기중기 운전이다읽어 보고 고쳐 보고연과 행의 모양새 만들다가 어디 가서 얼굴 내밀 때행여 추레할까 싶어노트북 ‘삭제키’가 땀 흘린다 이젠 됐겠지 큰맘 먹고클릭으로 갓난 것 떠나 보낸다 인쇄 입고 달려온
바람은 산에서 내려온다방향감각을 상실한 바람이 세상을 닮았는데떨어져 휘날리는 낙엽 잔해가 허공을 날고더러는 담장 아래서 부스스 일어서다 앞으로 날려간다짧은 일생 마무리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 맡긴 낙엽들그 사이로 기지개 켜는 겨울은 북에서 온다얼음으로 덮인 둔트라 동토는 냉기를 날려보내 세상을 얼리는데 우리들 휘어감는 차거운 설한풍 몰고 오는 바람
남해의 남도 마라도가파도를 진산 삼고이어도는 대문 삼아태평양 시대 꿈꾸며영겁의 시간 흘려 왔도다. 주야로 부는 해풍에절고 쩔어 검은 단애의 돌섬척박한 우영 가난하게 일구다가신 님을 산담 안에 겨우 모시고유일연 마라담*의 정한수 고이 길어사시로 비나이다 할망당에 한반도 자유·민주·자본주의·평화통일 국궁부복 엎디어 두 손 모아 비나이
봄비가 흐트러뜨려 놓을 때갓 새파란 너를 잡아 올렸다언 속에서도 꼿꼿하던 터라꾀죄죄한 낯을 보였어도막 시작된 당김과 끌림이다 피기 전에 잡아챘음에도무엇에 빠진 듯이 목욕하고된장 고추장을 번갈아 입어파릇한 향기로 매혹 덩어리첫사랑의 미소와도 같이
연보라 꽃 곱게 피는 날사랑도 피어나리라는 확신은버들강아지툭 터지는 소리 들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밝게 떠오르는아침 햇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가을 소담하게 웃음 짓던국화꽃에서그대의 향내를 보았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유난히 흥겹고 즐거운 건그대와의 내일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것을 잡으려는 것도&
하나 들썩일 일 없지만앉아 있는 것만으로 참 좋다 하늘의 조각구름인 양앞뒤 없는 생각이 흘러간다 구름을 붙잡지 아니하듯임자 없는 부유(浮游) 내버려둔다 흘러가는 것은 무엇이고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고즈넉한 수면(水面)에 내리는 물안개 푸욱 잠기면 스르르 꿈나라 이 밤 시로 옮기다 떠나면 돌아와
어린 솔 몇 그루 가슴에 품고겨울 바닷가 절벽이 울고 있었지얼음같이 추웠던 지난날의 상처친정의 어린 조카 두 명을 떠 안아야 했던신혼의 큰 태풍 그 높은 파도와 싸웠던 지난날 파도는 매일 혹독한 매질로 절벽을 단련시켰고혼란한 삶 속에서도 윤슬의 빛남은 가슴을 적셨지절벽의 마음 안에 끄덕 않는 의지가 있었기에그 버팀으로 견뎌낼 수 있었어 절
씨줄 날줄로헛간에 집 짓고 헛손질하던무두질의 소중했던 순간들먼지에 쌓여 서러운 다비식을 한다 열꽃에 물들면서도 배냇짓 머금은저 따스한 성정남은 몇 장 추억이 주억거린다하루하루를 애면글면하던아슴한 날 끝자락이 또르르 말린다 무엇을 말하려고 창백한 무늬결로저리도 아롱거리는지잊힐 바에는 차라리하늘로 오르시기를그리하여 우주에 한 점 물결로 일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