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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소주 두 잔

50년 전 일이다. 결혼을 하고 사대봉사 집 맏며느리가 되면서, 기일에 맞추어 한두 달마다 제수용품을 사러 경동시장 나들이를 했다. 강북에서는 제일 크다는 경동시장터의 끝자락에 국밥집이 있고 식당 문 앞에 간이 식탁이 놓여 있다.양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잠시 쉴 겸 의자에 앉았다. 옆자리에 덜 세련돼 보이는 50대 정도의 중년 여인이 혼자 앉아 늦은 점심

  • 李富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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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고리

어머닌 생전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셨을까. 곱고 맑은 수채화일까, 물감을 바르고 또 손질하며 완성하는 유화였을까. 묵향으로 심신이 안정되는 산수화였을까. 어느 것이건 자신만의 물감으로 삶을 그려내고 싶으셨을 게다. 분명한 건 검은 색으로 뒤범벅 난장판이 되고 만 아픔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진 않으셨을 테다.난 어머니의 그림을 간직하고 있다. 어둡고 습기

  • 임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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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심연의 부름과 실존의 길——조성순의 시세계

이른 봄 사랑하는 이가 남기고 간 화초에 꽃망울이 맺힐 때, 또는 그가 그리워 멍하니 앉아 있는 순간 어디선가 홀연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주변을 맴돌 때, 그 꽃망울이나 나비로부터 웃음 짓는 그의 모습이 떠오르며 가슴 가득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오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때 그것은 일종의 환상으로 또는 실제로 한 정령의 출현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 최성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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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보람의 강원문협

1.한국문학의 상징성인 강원문학강원도는 한국 소설문학의 효시가 되는 곳이다. 매월당 김시습은 강릉이 본관이다. 그는 한성부에서 출생하였지만 어려서 한때 강원도의 강릉에서 자랐다. 그가 남긴 유명한 저술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이라 할 수 있는 「금오신화」이다. 강원도를 빛낸 또 한 분의 문인이 있다. 사회 변화와 개혁의 혁명가로 살다 간 허균은 강원도 강

  • 이연희강원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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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나 참전용사여

1970∼80년대만 해도 서울의 상봉터미널은 한때 강원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던 버스정류장이었다. 춘천과 서울에 기차가 다니긴 하였지만 두 시간에 한 대꼴로 그것도 2시간이나 걸려야 청량리역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바쁜 사람들은 시간 절약을 위해서도 버스를 이용하였다.그 당시야말로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상업 열기가 대단하여 몫이 좋은 곳을 차지한 상

  • 김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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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말씀·2

지위가 높아질수록비위를 맞추는 달콤한 말들을 많이 들을 것이네 듣기 좋은 소리는 사탕 같아서 맛있지만너무 많이 먹으면 이를 다 썩게하고 만다네힘을 가진 사람에게단것만 드리는 일은 쉽고 편하다네그놈의 이가 썩든 말든무조건 좋다 하고 잘한다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 신상이 편할뿐더러미움 안 받고 권력자의 옆에서안전하게 힘을 누리고 살기 때문이

  • 고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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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수필의 문체(文體)

[기획연재] 수필 창작과 이론6‘십인십색(十人十色)’이란 옛말이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 생김새, 기질, 성향 등 서로 다른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는 뜻이다.이와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쓰는 글이나 문체도 사람마다 다르다. 타고난 기질이나 습성, 자라온 환경, 교육 수준, 세상이나 사물을 보는 태도, 인격 등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 이철호수필가·한국문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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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시대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려고

내가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고고의 울음을 터뜨린 날 서울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을 고려대학교에서는 ‘4·18 고대생 피습의 날’이라고 부른다. 시위를 마치고 종로4가 천일백화점 앞을 지나가던 고대생들을 구타하라는 깡패 두목 신도환과 임화수의 지시를 받은 대한반공청년단 소속 동대문패 화랑동지회의 폭력배들은 각목과 자전거 체인 같은 것을 들고 몰려와

  • 이승하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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