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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꽃길을 걷는다

덕풍천 징검다리 아래 피라미 떼아침햇살 먹어 은물결로 흐른다 유년 시절 서울 마포구 골목집에 살 때긴 언덕길을 지나면 검은색 기와집들이 다닥다닥나무도 꽃잔디도 없었다염리동 집 그날의 기억은 무채색이다 원예를 사랑하는 남편 덕분에집 안에 군자란 템파레 호접난이 웃고고무나무 관음죽 벤자민 이파리 윤기가 돈다 복스런 꽃들이 눈인사를 한

  • 이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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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나의 돌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빨간 맨손이항상 내 앞길에 돌을 놓았다그 돌에 넘어질 때마다,나는 잡히지 않는 분풀이의 존재로 삼았다 돌은 진즉에 돌아가라는 말이었다는 것을요즘에 와서 알게 되었지만상처가 흉터와 손을 잡고 찾아오면앞길에 놓인 돌을 뒤로 옮겨 놓기를 반복했지만 빈손의 주인은 자꾸 돌을 굴려서 온다어떤 돌은 앞길이 캄캄한 모습을 하고또

  • 김인숙(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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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팔월

기다림 없어도 그때는 또 돌아왔다마당에 매캐한 쑥향이 맴돌고하늘에는 별들이 강을 이루고반딧불이 가끔씩 장단을 맞추면 아버지의 징용 이야기는 마당을 가득 채웠다 오키나와 남양 전쟁의 그림이 붉게 그려졌다 별들도 유난히 빛났고 쪽달빛도 내려오는 날이면 아버지의 여름은 무진장 타오르고 있었다그런 날이면 꿈속에서 길을 가다 뚝

  • 정태순(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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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가을은 그리움

새 떼들이 날아오른다가을 기운을 박차고낡은 숲이 출렁이며 흔들린다바람도 덩달아 우르르 날아오른다 청량한 아침빗줄기처럼나뭇잎들이 쏟아지고 난 뒤서늘한 기운은 마을을 품듯 스며든다 국화가 피어난 밤가을비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켜켜이 쌓였던설레는 그리움에 기대어 서 있다 멀리 떠났던 추억들이 다시 내 안으로 찾아들어 텅

  • 김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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