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꽃처럼웃고 있었지만뒤에서는 바람 한 점에도흔들리는 마른 갈대 한 줄기였다 햇살은 늘산의 앞면만 비추고그늘은 말없이 뒤편 골짜기를 품는다 나도 그렇다보여주는 말보다숨겨둔 침묵이 더 깊어오늘도 등뒤에지고 가는 외로움 하나 아무도 모르게 노을 속에 벗어두고 온다
- 정영숙(도봉)
앞에서는 꽃처럼웃고 있었지만뒤에서는 바람 한 점에도흔들리는 마른 갈대 한 줄기였다 햇살은 늘산의 앞면만 비추고그늘은 말없이 뒤편 골짜기를 품는다 나도 그렇다보여주는 말보다숨겨둔 침묵이 더 깊어오늘도 등뒤에지고 가는 외로움 하나 아무도 모르게 노을 속에 벗어두고 온다
세상은 먼 곳에 있지 않고한생각 피어나는 마음밭에 머문다 바람도 꽃도 기쁨과 슬픔도내 마음이 비추는 빛올 따라 흐른다 오늘 나는 굳게 뜻을 세우리원망보다 이해를욕심보다 나눔을분노보다 자비를 품으리 험한 길을 만나더라도흔들리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굳세지 못한 내 마음임을 새기며 다시 고요한 숨결로 나를 다스리리 한생
선택이라는 사슬에 묶이는 삶 돌이켜보면후회 없는 날 선택의 이면에 숨긴 감정 하나포기라는 오점을 찍어 놓고미련과 아쉬움에 떨며 셀 수 없는 시간 속, 피땀 어린 도전 백점짜리 성적표처럼 기억에 남아 입꼬리 감아쥔 치열한 날
긴 시간물길이 낸 길을 따라생명의 협력이 만들어낸 숲길을 따라 이 세상인 듯,이 세상이 아닌 듯 몽환적인 풍경 속으로걸어간 날 굴뚝의 연기는 멎었지만 자리를 지킨 ‘수덕여관’, 운무에 스며든 타종 소리 수묵화 속 한 폭의 그림이 된 ‘수덕사’ 허물을 가려주듯온 산을 뒤덮은 물안
비가 와요그대 들리시나요빗소리의 멜로디가 때론 음악처럼어쩌면 그대의 발자욱 소리처럼 비가 오면목마른 갈증은 지울 수 있으나비에 젖은 그리움은 어찌하나요그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는데 비는그대의 웃음소리가 되어 가득하네요먼길을 쉼없이 달려왔을 이 비는그대 잘 있노라는 소식이겠죠 늘 환하게 웃던 그대의 모습은빗소리 되어 잊혀지지 않는
그래화가 날 만하지그래분통이 터질 만하지그래한 번쯤은 지축을 흔들어 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 지금이 바로 그때!우렁우렁 쾅! 쾅! 쾅 찌지직∼ 찌직찌직이성을 던져버린 그대, 하늘을 찢고 또 찢는다 아물지 못한 채 밤 내내 주르르 주룩주룩 터져버린 가슴팍에서도 주렁주렁 콩알 같은 네 설움에 내 설움 얹어 씻고 또 씻는다&nb
나무는땅 구멍에 뿌리박고제자리에서만 움직일 줄 안다. 나무는땅의 말을 하늘에 전한다. 그 말이 거칠 때, 하늘은한마디로 대꾸한다. 닥쳐! 땅의 위로는 없다. 하얀 침묵이 바람에 날린다.
열여덟에 어머니 시집올 때는곤지 찍고 연지도 바르셨을까 어머니 터진 손등에 동동구루무쪽진 머리엔 아주까리 기름곱게 바르는 건 본 일 있어도루주 바른 입술 한번 본 일 없는데 향년 102세로 눈감으신 어머니수의 입혀드린다고 가족 모두 모였는데 한일 자로 누워 말은 없어도루주 바른 어머니 꼭 다문 고운 입술 저세상 아버지 만
갈증을 품고담장 밑에조신하게 앉은능소화를 보았느냐 뙤약볕에주저앉아손 내밀어 하소연하는 담쟁이덩굴을 보았느냐 단단한흙을 뚫고들이킨 빗물의 질량이 알곡의 희망으로 웃는 날 좁은 틈새 가뭄 심할수록 벽을 차고오르는 청춘의 힘을 소나기에 젖은망촛대는 한나절민들레 손을 잡아기다린 꽃은 꿈을 이룬
저물녘에 강가에 서면물새의 날갯짓 하나 오랜 시간을 깨운다 구름은 하늘 끝을 밀어내고바다를 향해 가는 물결은 머뭇거리지 않고 강가의 자갈밭 속에 추억은 홀로 남아 있다 귀 기울이면 물소리보다 먼저 들려오는 내 가슴 깊은 곳의 박동은산천을 건너온 바람과 함께 호흡하고 저녁 빛 속을 천천히 걸으며내 마음의 강물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