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언덕 너머비탈진 과수원길배꽃이 눈처럼 하얗게 필 무렵 어스름 초승달이산마루에 걸리면아련히 생각나는첫사랑 그 소녀 수줍어 고개 숙인순진한 모습으로저 만치서 그녀가 걸어올 때면 바람은 영락없이과수원을 스쳐가고 꽃잎은 나비가 되어 춤을 추며 날으죠 해마다 이맘때면 그 시절 추억 땜에나도 몰래
- 서수
동구 밖 언덕 너머비탈진 과수원길배꽃이 눈처럼 하얗게 필 무렵 어스름 초승달이산마루에 걸리면아련히 생각나는첫사랑 그 소녀 수줍어 고개 숙인순진한 모습으로저 만치서 그녀가 걸어올 때면 바람은 영락없이과수원을 스쳐가고 꽃잎은 나비가 되어 춤을 추며 날으죠 해마다 이맘때면 그 시절 추억 땜에나도 몰래
섬은 외롭다탈출구가 없는 처녀 총각들의 놀이터어쩌다 눈 맞으면 꼬리 문 소문에온 동네가 시끄럽다 동네 누나 꼬리치다 허리 잡혀밀밭 서너 평은 망쳐 놓고동네 수캐들의 성화에 잠을 설친다 다랑이 농사일에 지친 어르신네 잠 못 이루고 독한 풍연초(豊撚草)만 힘없이 내품어앞바다 어붓배 불 밝히면외로움 달래던 처녀 총각들 잦은 발자국 소리
안개가 겨울을 빨아들이며한랭전선을 북으로 밀어 올리는그쯤,나는 여수를 떠나기로 했다 5년의 휴전을 끝내고다시 도면 위에 설계를 하려고 하니투명한 눈금들 사이로사뭇 정든 사람과 흠뻑 풀물이 든 섬과 섬을붓으로 잇다 보니거친 바다 물감 냄새가 올라왔다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이방인들을경계에 선 구경꾼처럼 낯설게 바라보기도 했다 운동화
그 산에서 석이를 본 것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어제도오늘도그골, 골망*엔자글자글한 표피와 관념에 싸인말〔言〕의 포자들이사방으로 퍼지고 있다 개체로 갈라져 무성생식된 목소리가 커질수록 잇속으로만 치닫는 극단(極端) 소나무의 청정한 기(氣)를 받은 실(實)했던 포자마저첨예한 긴장감 속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해
나른한 오후에 배달된덜 말라 비릿한 잉크 냄새가 가시지 않은 신선한 책 한 권을 꺼내든다.누구냐서툰 춤솜씨에 볼레로*를 틀어 놓고아직도 토슈즈*를 고치는 너는나는 너무 가벼워 불안한개나리 입술 끝에 앉은 봄바람 손을 잡고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깃발에 꽂혀 덩실대는 꽹과리 소리를 따라 나선다.그래, 언제부턴가 달짝지근하게 풍기며&nb
혼돈의 세계불확실성의 세상희미한 안개 속의 현실 모든 규칙이 깨어지고 있다 익숙한 하루하루가멀미가 나니불안한 기억들은촘촘한 그물망을 짠다 훗날 봄날의 화사한 빛이희망의 창을 두드리면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릴 것이다
내 영혼은 파도가 되어바닷속 깊은 뻘 속에 묻히고떨어져 나가고 흩어지고흘러 다니고 뭉개지고고기 떼가 물고 다니고내 영혼은 파도가 된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보고 싶은 곳한라산은 백록담은성산일출봉 천제연폭포 우도는 천연동굴은 언제 갈거나그래도 가야 해 봐야 해내 영혼은 파도가 되어찰짝 찰짝 부딪치며용두암 절리대 이어도라도 가야 해 먼
한때 나는가지마다 일이 매달린 나무였다 돌봄과 책임과 역할의 이름들 나를 부르는 소리마다가지를 뻗듯응답하며 살았다 어느 날하나씩 손에서 풀려났다 아이들은 제 길로 떠나고 내가 붙들고 있던 일들도 늦가을 잎처럼조용히 마당을 떠났다 처음엔꽃이 지고 난 가지처럼 허공에 남겨진 느낌이었다쓸모가
뽀드득세상이 처음으로 귀를 여는 소리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길 위에 첫걸음을 새긴다 밤새 소리 없이 내려온 눈이아픈 기억을 부드럽게 덮어준다 시리던 겨울바람이포근한 숨결로 변해굳은 마음을 녹이며설렘 한 줌을 심는다 ‘첫눈 쌓이면 만나자’던그 약속 하나 꺼내 들고 지나온 길 모두 눈 속에 묻어두고&nb
달 고개 너머 환한 웃음복숭아 익어 가는 외딴 농장달덩이 같은 환한 얼굴이파란 하늘에 가득 담긴곱고 해맑은 접시꽃 어디서 날아온 씨앗 하나가어느 집 담장 밑에 뿌리를 내리고 해마다 이맘때면 그리움의 꽃으로 피어나는가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비가 오면 젖으면서도오직 한 사람만을 기다리는 수정의 꽃 아, 오늘도내 마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