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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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날아오르다가 활처럼 휘어진 푸른 등허리 뛰어오르는 순간 사라졌을 것이다
화석이 되어 웅크린 채 실종된 잠
멸치가 눈을 하얗게 뜨고 밤으로 걸어 들어왔다
앙상하게 마른 놈 통통하게 찐 놈 활처럼 휘어진 놈
아가미는 잠자리 날개처럼 버쩍 말라붙어 있고 은빛 모래처럼 번쩍이는 옆구리는 물속보다 더 빛났다
뭔가를 말하려고 입이 움직였으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다를 데리고 온 멸치에게서 밀물 썰물 소리, 아주 낮은 자세로 납작 엎드려 있었다
숨이 차면 육지로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입 안에서 가끔 모래가 서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했으나 접힌 허리는 자주 주저앉게 했다
멸치보다 더 굶주린 작은 손아귀로 들어 올려지는 순간 갈라진 등은 잎 떨어진 나무뿌리 바닷물에 물든 은빛 푸른 물결
법랑질 벗겨진 이빨인 양 한 겹 벗겨진 등허리 거뭇한 푸른 멸치에 스민 햇볕 바다로 줄행랑을 치고 있다
한쪽 지느러미가 닳아서 사라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