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는 닫혀 있어입을 열지 마 시카고행 국제선 비행기 안 피부색도 다르고, 이목구비 낯선 사람 틈에 앉아 있다 호의에 찬 눈길을 보내온다 안녕하세요, 입속에서만 맴돈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바벨의 벽돌 하나가 된 듯옹알이조차 힘든나는 엉뚱한 곳에 불시착한 사람 팽팽한 기류 속서
- 이지윤(대구)
내 귀는 닫혀 있어입을 열지 마 시카고행 국제선 비행기 안 피부색도 다르고, 이목구비 낯선 사람 틈에 앉아 있다 호의에 찬 눈길을 보내온다 안녕하세요, 입속에서만 맴돈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바벨의 벽돌 하나가 된 듯옹알이조차 힘든나는 엉뚱한 곳에 불시착한 사람 팽팽한 기류 속서
시간에 밀려망설이는 틈 사이의 지름길에서 나는산모퉁이를돌아 돌아서 간다 산 넘고 물을 건너머흘 머흘 골을 따라길이 없는 길을 간다 햇살을 감고수줍음 여미는 메꽃 핀 풀섶을 지나 해 저문 능선이 날개를 접는 밤 은하수 넘실대는 강가에서 모든 로그를 닫고 고요가 주는 평화라는 말 나직이 불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흐름 속에서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왜 이토록 짧은 순간만허락된 것일까 흔들리며 걸어가는모래시계낯선 여행처럼 흘러가는 시간 우리에겐알지 못하는 일들로 가득 찬 세상 그래도 하나는 알고 있어 언젠가 같은 종착역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머지않아 끝이 온다는 걸 오늘을 살
불화살처럼 더위를 쏘아내던 여름이 지쳐 철수한 자리에 조그만 나뭇잎이 살래살래 산장으로 걸어온다 붉은 화관을 머리에 쓰고도왠지 쓸쓸한 감나무는 잘박거리는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여름 한철 장사를 마치고바위를 쓰다듬으며 휴업 중인 계곡 대낮 가로등은먼지만 풀풀 날리는 굽어진 길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nb
세월의 강을 건너해방을 만났고전쟁을 겪었다 가난의 진흙을 딛고모진 계절을 지나마침내한강에 기적을 띄웠다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 지금우리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지만 아직 건너지 못한 강 하나 분단의 물 위에녹슨 철조망이바람에 운다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책상 위에 펼쳐둔 채 덮지 못한 마지막 장&nbs
안개는 이마에 닿자마자 내 바깥을 먼저 지웠다축축한 온기 속에서 나를 더듬어 내려갔고, 손끝에 닿는 것은 살이 아니라, 빛이 닳아 가는 자리였다 기억은 얕은 물결처럼 떨리며 흩어졌다 사유는 그 사이를 조용히 미끄러졌다 닿기 직전에 스러지는 것들을 바라보며, 안쪽으로 천천히 잠겨 갔다 꿈은 내 형체를 절반쯤 접었다 접힌 자리마다 시간이 스며들었고,
강원도 통리산골마을 냇가하교 시간이 되면 달려갔던 곳 산모퉁이 돌아 도달한 곳작은 물고기 떼지어 반기고 덩달아 물장구치며 기뻐했었다 신발은 그물이 되어송사리 올챙이 가득 담아 집으로 가져가곤 했었다 저녁이 스며들어 땅거미 지고 저녁 먹으라는멀리서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 따뜻한 그 온기그리움으로 남
꽃과 나는한마음 너와 나는둘이 아닌 하나다 꽃은눈 안에 들어와다시 꽃이 되고 나는꽃 밖으로 나가다시 꽃이 된다
바람은 고요한데밭에 호박은어머니 탯줄에 기대무성하게 자랐구나! 자식의 머리가 커지면어머니가 자식의 탯줄을 잘라야,살 수 있으니, 고요한 바람도이별의 칼처럼 날카롭구나!
닷새에 한 번 읍내 장날우리 집 마당은동네 아이들 놀이터 평상시에는 새엄마 무서워우리 집 근처 얼씬도 못하던 아이들 새엄마 마을 어귀 벗어나기 무섭게 삼삼오오 몰려와 공놀이 고무줄놀이 줄넘기 나는 이편저편 깍두기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엄마 올 때쯤 되면 썰물 빠지듯 가버리고&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