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휘둘러봐도앉을 자리가 없다.덜컹이는 시골 버스 토닥토닥 다리에 성이 날 때쯤어르신 한 분이 탑승하자교복 입은 학생이 자리를 양보한다 뭉클한 불덩이 하나 콧날을 찡긋 오색찬란한 단풍의 인사와에센스를 바른 억새의 은빛 머리칼이 창밖으로 유난히 반짝이는 날 학생을 만난 시골 버스보글보글 용암으로미소 가득 메운
- 김미화(민예)
주위를 휘둘러봐도앉을 자리가 없다.덜컹이는 시골 버스 토닥토닥 다리에 성이 날 때쯤어르신 한 분이 탑승하자교복 입은 학생이 자리를 양보한다 뭉클한 불덩이 하나 콧날을 찡긋 오색찬란한 단풍의 인사와에센스를 바른 억새의 은빛 머리칼이 창밖으로 유난히 반짝이는 날 학생을 만난 시골 버스보글보글 용암으로미소 가득 메운
삼백여 년 견디어 온 마을의 보호수 작은 초가집 옹기종기 모여 살던동네 한가운데 우뚝 서서희로애락 굽어보았지 개발이란 물결 앞에판자울타리 갇히어하늘 높이 뻗던 팔 잘리고 잘리어뭉뚝해진 몸뚱이 바람 불던 가을이면새벽부터 주우려던 알갱이는가늘어져 가늘어져애물단지 되었네 시루떡 한 시루 제주 한잔 없어진 지 오래 때아
강은 두 개의 시간을 데리고 흐른다 이쪽엔 젖은 신발들말라붙지 않는 저녁닫힌 창문들의 호흡 저쪽엔 빛을 씹는 거리넘치는 웃음의 포장지잠들지 못하는 간판들 강 위로이름 없는 부유물들이 떠다닌다 금이 간 말들부서진 믿음의 잔해닿을수록 멀어지는 것들 나는건너지 못한 질문으로 서 있다 어느 날미움이 돌처럼 가라
어릴 적가슴 설레던크리스마스 이브날캐럴송, 네온사인몰려다니던 선술집이제는꼰대들의 추억씁쓰레 짓는 미소. 망년회안 하세요?누군가 던진 말요즘 그런 걸 해요?호모사피엔스적 얘기 그래도그 시절이 좋았다 아, 사람 냄새 맡고 싶다.
할메, 물결 소리 듣고 잠 드시네 자장가장고타령,춤을 추시듯꿈 속에서 바라보시네 할메, 물결 소리 듣고 잠 깨시네 꿈일랑 걷어내지 않고리듬 속에 꽃으로 피어다소곳이 땅을 우러르시네작은 돌멩이 하나손자 얼굴인 양 스다듬고 계시네
두툼히 차려입고 아침을 나서려니 곳곳을 바라보며 펄럭이는 너를 본다. 오늘도 무사 안녕을 잊지는 않았구나. 빗금 친 울타리에 갇혀 살며 웃음 짓던 따뜻한 그 모습은 여전함이 한창이다 자식들 무병장수를 빌어주던 품속처럼 신들이 모여앉아 햇볕을 쪼이면서바람이 흘리고 간 뭇 사연 들어주던 나만의 깊은
뒤돌아보니 모두가 허상애써 남기려 하지도 말자 흔적조차 머물 듯, 사라지니 지금 내가 있는 여기가 천국 마주보는 당신이 연인임을 내 이제야 알겠더라 후회없는 삶이 어디 있으리 애써 기억하려 하지 말고힘들게 지우려도 말자유유히 흐르는 세월따라따라 가다 보면돌아도 가고, 멈추기도 하더라 조바심도 원
별처럼 많은 2차원의 바코드가 네게서도 빛난다스캔만 하면 알뜰살뜰히 퀵서비스하는 네 이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소월이죽어도 불러야 하는 초혼이여, 너의 눈, 열아홉에 나를 보며 웃던 깜빡임아직도,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입술, 놀라운 맛이지만, 그 맛을 모르는 울렁임술잔은 필요 없으나 혼자서는 마실 수 없는 술
우뚝 선 나무 한 그루하늘을 보고 있어야 할커다란 나뭇가지 하나가거꾸로 매달려흐르는 강물 위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 여름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꺾여 죽어 간 모습이다나무가 겪어야 하는 슬픔이다
좀 들어 보라 카이. 의미 그거 다 쓸데없는 기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이가. 바람 불면 꽃 쪽으로 달빛 나오면 댓잎으로, 간들간들 사운대다 가는 게 인생 아이가. 그래, 그기라니까. 말도 안 되는 기 말 되는 기라니까. 그래, 그래, 반쯤 술에 취해 그렇게 놀다 서산으로 번지는 기라. 한 백 년 서로 얽키고 설키고 뜯어먹다 가는 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