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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솜다리

내려다본다스러져 가는 것들 사이내 뿌리의 대부분은 천둥벌거숭이로바위틈에 반쯤 걸치고 있다 어디인지차가운 구름 끝나는 곳에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단다때리는 파도 끝에비 나리면 부푸는 땅이 있단다 고개를 든다에리는 바람보다날카롭게 나를 살리는 온기가 있다그 희미한 것이 꺾일 듯 흔들리는 나를 붙잡는다 산등성이 끝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울

  • 송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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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중고서점

중고서점에 갔어요그곳은 지나간 시간이 돌아와 있었지요빛바랜 책 속에서눅눅한 시간의 딱정벌레가 기어 나왔어요딱정벌레에 이끌려 그곳을 찾는지 모릅니다인스턴트 음식으로는 허기를 채우지 못합니다 읽지도 않을 책을 삽니다 배가 고프기 때문이지요 침묵이 환하게 문을 여는 때도 있습니다 고양이의 우아함과 영묘함을 사랑한다던나의 아버지말을 하지

  • 백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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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호접몽(胡蝶夢)

여우 꼬리처럼 길게 늘어트린 햇빛이집주인 허락도 없이 아파트 베란다로 기어 들어와 봄까지 지내겠다고 거실 깊숙이 누워 버렸다 인정머리 없이 불어닥친 한파가 얼마나 미웠던지나도 한기를 달래기 위해 햇살이 몰래 들어와도 모르는 척했다 꽃대는 며칠 동안 햇살을 안고 자다 보니 젖몸살을 시작했다 창문 쪽으로 반대 방향으로 옆으로

  • 윤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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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그대 작은 숲에 반딧불이 되어

땅만 보며 달려온고단하고 지친 나의 인생길지나온 시간 모두가 헛된 삶은아니라고 오늘도 자부하며 산다. 기억조차 더 흐려지기 전에오래 간직하며 남겨야 할 사랑과 버려야 할 미움들을 골라내고헛된 욕망의 잔재 털어버려야겠다. 하얀 길 위에 이정표 앞에길 묻는 초라한 늙은 모습을 보며 이젠 체념 글자에도 익숙해져 간다. 

  • 공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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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솔잎 낙엽길 걸으며

늘 푸르던 소나무솔잎 단풍 도로변에 카펫을 펼쳐 놓았다선선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가을을 노래하자고 자연이 선물한 황토색 솔잎 카펫새 신부처럼 살포시 걷고 있다발바닥 느낌 뽀송뽀송 자극이 온다자연 향수 솔향기에 잊고 있던 고향 친구 날 찾아온 듯 가슴이 벅차오른다가을 준비 없는 손에 낙엽 한 잎 들고서어여쁜 작은 새 눈에 이슬이 고여 온다신호등을 건너기 전

  • 신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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