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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기척

한국문인협회 로고 주혜린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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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밥솥 덮개가 사라졌죠
그 순간, 나는 없었고요

 

북쪽 부엌
오후의 햇살이 레이스로 내려앉아요 
솥의 덮개처럼 얹히는 시간

 

그 순간, 나는 있었고요
있다가 사라지는 나는 커튼

 

부엌 창 옆에서
빛이 들이치면 눈을 조금 감고 
어둠이 깊어지면 조용히 열리는

 

말을 아는 천
감정을 덮고 있어도
뒷모습을 가장 오래 기억해요

 

눈물로 젖은 쌀을 씻는 손 
뜨거운 찜내음을 견디는
숨죽인 기척 하나

 

낮은 목소리로 오늘도 느슨하게 달려 있어요 
미세하게 흔들리는 투명한 감정의 표면

 

사라진 레이스 덮개 대신
지금 솥의 김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말없이 조용히 드리워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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