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인 돌덩이 떨어질 줄 모르고 비우고 비워도 채워지는 허무훌쩍 낯선 풍경을 찾아달리는 차창 밖은 한 폭의 그림 목소리는 갈라져 애달프다부딪히는 사람들 시끌벅적한 시장 인심 좋은 할머니의 넉넉한 손길 은근하게 피어나는 미소나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에 여유롭게 졸던 햇빛이부챗살로 퍼져나가고훌쩍 가벼워진 걸음무겁던 돌
- 박광아
묶인 돌덩이 떨어질 줄 모르고 비우고 비워도 채워지는 허무훌쩍 낯선 풍경을 찾아달리는 차창 밖은 한 폭의 그림 목소리는 갈라져 애달프다부딪히는 사람들 시끌벅적한 시장 인심 좋은 할머니의 넉넉한 손길 은근하게 피어나는 미소나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에 여유롭게 졸던 햇빛이부챗살로 퍼져나가고훌쩍 가벼워진 걸음무겁던 돌
차가움이 얼굴을 어루만진다어둠속에 가로등도추운 듯 움츠린 빛이다찬 공기 가르는 대화역 행 67번 버스피곤을 싣고 덜컹대며 아침형 인간은 달린다미지근한 바람의난방기 소리도 이제는 정겨웁다버스의 전조등이여명을 가르며 불투명한 오늘을 안내한다이시간버스 안은 익숙한 얼굴들로 하나 둘 채워진다삶이 시작되는 이들의 시간 속에하루의 인생 그림을 상상해 본다오늘은 어떤
초겨울태고의 늪에맑고 깊은 하늘이고요히 가라앉았다물안개 속에서피어오르는오래된 시간의 숨결허공을 출렁이는철새들의 군무물결 위에 떠 있는빈 배 하나까지찬연히 겨울빛이 되는 곳빈 듯하지만생명 가득한우포늪에서태고의 깊은속삭임을 듣는다.
젊음의 함성이 들불처럼 번지던 1979년그해 늦은 가을 우리는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다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대통령의 국가장을 치른 지 꼭 일주일 뒤였다 혼돈의 시대에도 세월은 쉼없이 흘렀고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짧은 햇살이 비켜 가는 겨울 뜨락에 긴 그림자 둘이마주 보고 서 있었다키오스크에 주민증을 얹으니 지하철 승차권이 나왔다무궁화 열
한강의 물결이 햇살 아래서 빛난다지하철 안은 핸드폰의 바다에 잠겼다스피커폰의 안내가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저마다 목적을 향하는 분주한 발걸음이다그대는 지금 어디에 서서 어디로 가는가눈 마주치는 순간마다 사람들의 숨결이 가쁘다 갈매기의 날갯짓이 하루의 역사를 쓰고 있다
나는불 속에서벗어날 수도 없고불을 막을 수도 없다천형 속 뛰어드는 불나방언어는꿀을 찾는 나비이곳일까 저곳일까이리저리 계속 찾아도영원한 꿀은 어디에나 있니언어는꿀을 찾는 꿀벌구도자일까 도사일까이리저리 계속 끌려다니네 일광으로 짠 병실의 소나타시인은꽃을 찾는 나비이곳일까 저곳일까이곳저곳 찾아다니지만노마디적 꽃만 있는 거니시인은꽃을 지키는 꿀벌성직자일까
고인과는 생전에 일면식도 없는 장지에서눈물을 흘립니다한 무리 기러기 떼가 석양을 물고 날아갑니다검은 옷을 입은 신도들이‘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마지막 이별의 노래를 부릅니다이별의 노래가 무덤에 묻힙니다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이유 모를 슬픔의 물결이 가슴을 파고듭니다이승에서 저승의 길은 가보지 못한 가깝고도 먼 길언젠가 가야 할 외로운 길늘 우리
신새벽에서 멀리 왔다정오의 고개를 넘어나른해지는 오후 3시대합실에 모인 사람들은각자 가야 할 곳으로 표를 끊고버스를 기다린다11번 게이트, 문 앞에 걸터앉아생각한다해질녘까지아직 세 시간이 남아 있고버스 타고 그곳에 도착하면강둑 따라 피어 있는 코스모스 꽃길과 너른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해넘이 풍경을 볼 수 있으리버스 시동이 걸린다가슴
빛바랜 가을과 겨울 사이결구(結球)하지 못해 버려진몇 개의 떡잎과 속살을파르르 떨며하루치 무사함으로 버티는 나를사람들은 봄동이라 불렀지서둘러 남쪽으로 떠난 빛바랜 가을성긴 눈발을 흩날리며 찾아온얼어버린 노지(露地)삭풍은 시든 떡잎을 허적이고삶이 허무하다며 흐느끼는머리 잘린 뿌리들을 바라보며버려진 나의 운명이슬픈 것만은 아니라 생각했었지내 삶 절반인 겨울눈
호수에 꽃 한 송이 떨어지니여울지는 소리는 산을 넘는구나고뇌의 백건과 흑건의 선율은은하수 물결에 아롱진 별이라작은 새 한 마리 고요히 날개를 내저어이슬 사이로 바스러지는 음표의 물결끊어질 듯 이어지고 흩어져 다시 모여강건하고 경건한 낯선 아득함들숨과 날숨의 열 손가락 충만함은바다에 홀로 떠 있는 일엽편주라땀 방울 사이 사이로 켜를 이루어백건 흑건에 흐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