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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 693호 첫눈

경호가 화장대 위에서 메모를 발견한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동시에 성봉에게서 전화가 왔다. 메모에는 ‘푸르내 산부인과, 12월 20일 오후 네 시’라고 적혀 있었다. 메모를 읽으면서 오늘 낮 12시 포세이돈 호텔에서 돌 행사를 맡아달라는 성봉의 목소리를 들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고 했다. 경호는 눈과 귀가 동시에 접한 정보의 우선순위를 가리지 못해

  • 김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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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 693호 우산

장대비다.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다 스마트폰을 열어 날씨를 확인한다. 정오까지 비가 내릴 확률 구십 퍼센트, 두 시 이후 사십 퍼센트. 제주에 보낼 소포는 어쨌든 오늘 안으로 해결해야 한다. 아이를 태운 어린이집 버스가 네 시 십오 분에 도착하면 아이와 함께 우체국에 다녀오면 된다. 어제 보냈으면 좋았을 것이란 의미 없는 후회를 아침에만도 다섯 번은 했다.

  • 박은주(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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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 693호 찔레네 식당

유월의 햇살이 칠월보다 약하다고 누군들 장담하랴. 모자를 쓰지 않고 나온 김 영감의 머리가 달구어진 팬 위의 계란프라이처럼 익기 직전이다. 논둑을 손보다가 잠시 벚나무 아래에 앉아, 김 영감은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풀어 땀을 닦았다. 참으로 날씨가 좋다. 올봄에는 유난히 추운 날이 많아 마늘 농사를 망쳤다. 사월까지 눈이 내리는 바람에 추수한

  • 김정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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