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년 깎아 세운 시간의 절벽푸른 눈물 짓고. 하늘 끝 하얀 전설 손을 놓는다, 천 갈래 흰 비명. 너울도 삼켜버린 검푸른 거울 산그림자 깊고. 찬바람 스쳐가는 그림자 하나, 설핏 일렁인다.
- 조수경
천만 년 깎아 세운 시간의 절벽푸른 눈물 짓고. 하늘 끝 하얀 전설 손을 놓는다, 천 갈래 흰 비명. 너울도 삼켜버린 검푸른 거울 산그림자 깊고. 찬바람 스쳐가는 그림자 하나, 설핏 일렁인다.
1.백운대태극기 휘날리며 그 참 기분 좋던데요 백운대 정상에서 맘 속으로 만세 삼창 서울을 발 아래 놓고 내려봄성 말이오 2.인수봉민대머리 벌거숭이 더할 말이 없데요 남이사 뭐라하든 그저 난 부럽데요 네 머릴 밟고 올라선 저치들이 말이오
1연분홍 불빛 아래 깃들인 집이 있다. 틀 속에 갇혀 있는 귀엽고 예쁜 것들 제 몫의 깜냥을 품고 허튼 손을 내민다. 여린 몸은 수단이고 손님은 양식이다. 뭇 눈길 유혹하며 뉘 선택 기다리나, 세상은 뽑고 뽑히는 면접과도 같은 것. 때 묻고 바래지면 미련 없이 버려진다. 새 삶을 꿈꾸지만 수거함
시장 갔다 다듬어 온 강냉이가 고소하다 산나물 캐던 모정 송구로 다독이던흘러간 세월여류라 반짝이는 그리움 하루가 삼추(三秋) 같아 기다리던 나날들 애쓰며 지나온 날 보석 같던 꽃무릇마침내 솟아난 자태 그 모습이 애틋해 오랜만 내린 비가 갈라진 논바닥을감싸안던 그 옛날의 안타깝던 시골 농장 이제는 풍성한 농경수 풍
시골의 장터가 여명에 젖는다 장날의 궤도를 기록하는 트럭에불면의 시간을 싣고달려오는 장사꾼들 약속은 없었어도 모여드는 발걸음 커피믹스 한잔이위로처럼 건너오고 뒤엉킨 웃음소리에또 하루가 흐르는데 내 활력의 기지국인 오일장 장터에서 그렇게 알게 되었다어둠을 밀어내는 법 파랑의 사람 숲속에
가을볕 고샅길에 옛담 따라 누워 있고 이끼 품은 호박돌은 서로 등을 괴어 주고 담쟁이 붉은 손바닥 빈틈마다 짚어 간다 몇 겹의 비바람을 말없이 받아냈나묵은 세월 건너와 알알이 맺힌 산수유 낮은 담 굽이 너머로 마을길이 붉어 간다 어느새 이내 마음 저 돌담 닮아 있고 모난 곳 감싸안은 품새마저 배어들어&n
고구마 배들이불룩불룩 남산만할 때 어머님 배도 만삭 아우 숨 턱턱 김 매셨죠 맏자놈엄마 배 궁(宮)서 짓차며 괴롭혔죠. 호미 잡고 콧노래로 고구마 덩굴 걷자 아, 쩍쩍 갈라진젖줄살에 주렁주렁아, 울 엄마배 상흔 무늬휘황찬란 대 훈장아.
경호가 화장대 위에서 메모를 발견한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동시에 성봉에게서 전화가 왔다. 메모에는 ‘푸르내 산부인과, 12월 20일 오후 네 시’라고 적혀 있었다. 메모를 읽으면서 오늘 낮 12시 포세이돈 호텔에서 돌 행사를 맡아달라는 성봉의 목소리를 들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고 했다. 경호는 눈과 귀가 동시에 접한 정보의 우선순위를 가리지 못해
장대비다.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다 스마트폰을 열어 날씨를 확인한다. 정오까지 비가 내릴 확률 구십 퍼센트, 두 시 이후 사십 퍼센트. 제주에 보낼 소포는 어쨌든 오늘 안으로 해결해야 한다. 아이를 태운 어린이집 버스가 네 시 십오 분에 도착하면 아이와 함께 우체국에 다녀오면 된다. 어제 보냈으면 좋았을 것이란 의미 없는 후회를 아침에만도 다섯 번은 했다.
유월의 햇살이 칠월보다 약하다고 누군들 장담하랴. 모자를 쓰지 않고 나온 김 영감의 머리가 달구어진 팬 위의 계란프라이처럼 익기 직전이다. 논둑을 손보다가 잠시 벚나무 아래에 앉아, 김 영감은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풀어 땀을 닦았다. 참으로 날씨가 좋다. 올봄에는 유난히 추운 날이 많아 마늘 농사를 망쳤다. 사월까지 눈이 내리는 바람에 추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