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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법정에서 ——청순한 율사(律士)

한 주간의 시류(時流)를 내려놓을 즈음문득 문구 하나가 떠오른다‘다정한 변론’벗었던 안경에 다시 귀를 걸으며찬찬히 그 말을 음미한다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고 온 사람울음을 삼키며 허탈해 하던 무죄 언도 힘있는 사람은 한 뭉치 돈을 내던진다 젊은 변호사는 나직이 말했다“왜 사과하지 않으십니까?” 그 말에 나는 또 왜 울컥할

  • 주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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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삶이 멱살을 잡는다

입춘 함정에 빠진 위험한 겨울바람이기진한 사랑을 설레게 한다꼬리춤 출렁이는 골목에는반쯤 물든 토종개 넉자 걸음이의지가 있어 옴팡지게 따뜻하다앉은뱅이 잔설남자가 작별하는 거 처음이냐는 듯 먼산 돋우다 징검다리 삭힌다 “전국 흐리고 곳에 따라 눈발”의욕이 강해서 없어지는 힘이 실린다 부정탄 일기예보에 청명한 날씨,정월대보름이 혼인날

  • 최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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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골목 끝 장독대 높은 집

어릴 적 우리 집은 동네 사람들이 장독대 높은 집이라 불렀다. 정말 계단을 열 개 넘게 올라야 하는 장독대가 높은 곳에 있었다. 아이들은 술래잡기 놀이, 총싸움 놀이를 하며 그 장독대 항아리 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죽여 숨거나 소리 내어 깔깔 웃으며 놀이를 하였다.그 무렵 동네 사람들에게는 각 집의 특징을 들어 불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포도나무집, 대문 큰

  • 이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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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결핍의 처방전

“잘 참네. 엄마가 맛있는 거 사주실 거야.”아이 팔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가 떼면서 엄마에게 눈을 찡긋했다. 아이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냥하게 아들 손을 잡아 일으켰다.“우리 길 건너 빕스 갈까?”뾰로통하던 아이가 책상다리를 내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고잉홈 더 갈라> 콘서트는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 ‘고잉홈’의 두 번째 공연이었다.

  • 김경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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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나의 마당

KBS의 <아침 마당>에서 마당을 주제로 엮어 가는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이 오래 전에 고향에서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조명되며, 그 시절이 자연스럽게 비춰진다. 태어난 마을에서 함께 지내며 어우러졌던 사연이 기억 속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이유는 향수와 끈끈한 정 때문이 아닐는지.늦가을, 바깥마당 한쪽에 볏가리를 보면 나의 마음은 풍요로웠다. 그 시

  • 임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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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돌에 새긴 삶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공원이다. 조용히 펼쳐진 200여 점의 조각품들이 마치 우리의 일상처럼 서 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조각상을 처음 본다. 차가운 돌덩이를 예술 작품으로 조각한 비겔란의 뜨거운 예술혼이 공원 곳곳에 흐르고 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 서로를 끌어안은 연인, 다투는 부부, 굽은 등으로 홀로 앉은 노인…. 인생의 시작과 끝을 보

  • 박명자(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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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682호 대마도 여행

가까이에서 살아도 못 가본 곳이기에 대마도 여행은 설레는 마음이 컸다. 여행하기 좋게 하늘은 맑고 쾌적한 날씨에, 해외 원정이라는 테마로 대마도에 가는데 자원하여 지난해 11월 14∼16일, 3일간 동참하였다.첫날은 부산 해운대 그린나래 호텔에서 대마도 출발 전 집결하여, 숙소에서 워밍업을 통해 친교를 갖고 밤바다를 즐기며, 일행은 다과회를 통해 여행 일정

  • 정홍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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