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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한 사람에게 가는 길

나는 40년을 병원에서 일해 온 간호사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응급실을 거치며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셀 수 없이 보았고, 피와 통증, 두려움이 가득한 병원의 풍경도 담담하게 넘길 정도의 연륜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치과만 가면 내 마음이 작아지는 것은 물론이며 두렵고 긴장까지 하게 된다. 드르르 울리는 기계 소리만 들어도 어깨가 굳고,

  • 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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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유행의 진화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라던가? 갑자기 ‘두쫀쿠’ 열풍이 거세게 부는가 했더니 이번엔 또 봄동나물비빔밥이란다. 재미있는 건 외국인들까지 덩달아 우리의 유행에 춤을 추는 모양이다. 한류의 영향이지 싶다. 참 대단한 한류다. 이제 적지 않은 외국인이 우리의 새로운 시도와 우리의 작은 변화마저도 시차 없이 동시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니 말이다.내게 유행이란

  • 한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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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베이루트의 추억

바쁜 하루를 끝내고 식구들과 마주 앉은 저녁상 위로 거실의 TV가 거친 소식들을 쉼 없이 내뱉고 있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함께 진행한 이란 공격으로 화면 속 뉴스는 온통 중동의 포연으로 가득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무차별 공습,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 그리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절규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표정들이 밥상머

  • 박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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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항아리 시집 보내기

오랜 세월 서울의 단독주택에 살았다. 도시 재개발로 이곳 수지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도 차마 주부로서 버리지 못하고 데리고 왔던 항아리가 꽤 있었다. 그걸 오랫동안 몇 년을 끌어안고 살다가 미련 없이 남의 집으로 보내버렸다. 사람도 늙어서 갈 때가 되었는데 이 항아리가 다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다.장위동 단독주택에 살 때는 장독대에 올망졸망 항아리가 많았다.

  • 조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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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삼일절 단상

삼일절 이른 아침이다. 가는 빗방울이 가로의 태극기를 촉촉이 적신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 겨울의 추위에, 메말랐던 대지의 흙냄새가 코끝을 적신다.심호흡을 해본다. 휘날리는 태극기의 환상이 이 아침에 떠오르는 것은 뜻깊은 날이기 때문이리라. 얼었던 육신이 녹는 듯, 이날이 우리의 자유를 찾은 날처럼 느껴진다. 가랑비도 이 자유를 재촉하는 듯하고….천변으로 내

  • 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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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푸르름 품은 사철나무

긴 아파트 담 밑으로 이어지는 사철나무 경계수가 대견스럽다. 콘크리트 담을 따라 1m쯤의 폭으로 덧대서 이어지는 경계수들은 불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이에 괘념치 않고 묵묵히 사철 푸르름을 지켜갈 뿐이다.대개의 아파트들은 콘크리트 담으로 구획되지만 다시 그에 덧대어 경계수인 사철나무를 심은 것은 담만으로 경계를 구획하는 것이 미덥지 않거나 미

  • 이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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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화장실 앞에서 핸드백을 들어준 남자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던 당신이 내게 핸드백을 건네면서 환하게 웃었습니다. 붉은 잇몸에 하얀 건치를 드러내면서.난 참고 참았던 배뇨의 시원함도 더없이 좋았지만, 당신의 미소에 그만 옥죄었던 마음이 스르르 무장해제되었답니다. 미리 입국비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볼리비아 라파스공항에서의 입국 절차는 왜 그리 까다롭고, 한없이 느리던지요. 게다가 하필이면 내 바로

  • 유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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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효죽(孝竹)을 숭앙(崇仰)하다

노령산맥의 한 줄기가 서해로 뻗어내려 변산반도국립공원이 형성되었다. 또한 산·들·바다가 반반으로 접경하고 있어 아름다운 육·해 공원이라 할 수 있다.부안 변산은 예부터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워 온 지역이다. 변산은 특이한 지명이 많다. 원래 현계산, 선계산, 봉래산, 영주산, 능가산, 변산 등으로 명명되어 왔다.변산에서 두 번째로 높고 덕성스러운 산으로 불

  • 고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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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정보 홍수 속 고독한 군중

손가락 하나로 온 세상의 소식을 끌어올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쏟아지는 뉴스, SNS, 끝없이 재생되는 짧은 영상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고, 넘쳐나는 정보 덕분에 한순간도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든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는 많지만, 불쑥 전화를 걸어 “나 힘들어”라

  • 안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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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모방심(模倣心)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모방심이 강하다. 아이들은 만화나 영화, 드라마, 탐정소설 등에 나오는 내용이나 주위 환경 속에서 새롭게 듣고 보고 느낀 것이 있을 때에는 강한 호기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존경하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언행은 절대적으로 모방한다. 따라서 한집에서 생활하는 자녀들은 은연중에

  • 朴鍾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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