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빛과 어둠의 경계어둠으로 꺼져가고빛으로 살아나는가 늦음과 빠름이 정해진 정사각 미명(微明)의 조명 산 자의 영혼과죽은 자의 넋 서로 갈 길 다른두 갈래의 길열림도 닫힘도누름 없이 머뭇거린다.
- 심재현
생과 사빛과 어둠의 경계어둠으로 꺼져가고빛으로 살아나는가 늦음과 빠름이 정해진 정사각 미명(微明)의 조명 산 자의 영혼과죽은 자의 넋 서로 갈 길 다른두 갈래의 길열림도 닫힘도누름 없이 머뭇거린다.
하늘을 날아서훨훨 날아서푸른 비단 위에 붓을 휘두른 듯붉고 푸른 초록과 보랏빛의 노래가바람에 실려 흩날린다 나는 붉은 새의 날개를 두르고오렌지빛 지붕 위를 뛰어올라뒤집힌 낮별들의무중력 꿈결 속에서너와 함께 아름다운 빛의 강을 건넌다 너의 손끝은 은빛실 나의 심장은 푸른 종 서로가 교차하며 울리는 종소리는두려움마저 그 빛 속에 녹아
구순(九旬)의 어머니가 기억을 되감으신다 아버지가 만들어 주셨다는함지박 매만지시며나뭇결 닮은 미소를 지으신다 시간의 흔적시간의 결을 들추고감성의 결을 꺼내시는 어머니종부의 길옹이진 삶이었지만결 고운 사람이 옆에 있어생명의 나이테를 그릴 수 있었다는 어머니 함지박의 과줄달콤하게 녹는 시간오르골처럼 감기는 담소(談笑)만질수없는세월사십
푸른 연기를폐 깊숙이 들이마신다 시리도록푸른 하늘 사이로뼛속 깊이 밴 땀냄새지독히 힘겨운 민낯 후하고가슴속에 쌓인고통의 찌꺼기를 쏟아낸다 언제부터인가아픔이차곡차곡 슬픔으로 쌓이고 쓰디쓴담배 연기 사이로 눈물이 고인다.
전라도 신안, 천사의 섬하늘을 나는 천사가 아닌천네 개의 섬이 있는 곳 안좌면에서 반월도, 박지도세 섬을 잇는 보랏빛 다리사람들은 그것을 퍼플교라 부른다 다리도 지붕도 보라색길도 꽃들도 보라색온통 보라빛 세상이다 푸른 하늘과 바다녹색으로 둘러싸인 산들보랏빛 마을과 다리가삼색으로 조화로운 마을을 이룬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
내가 너를,아름답다 하는 건황혼을 사랑해서도 아니고내가 너를,아름답게 보는 건,마지막 길에도 사랑할 줄 알고떠날 때 고운 웃음을 보이는 것이라네 구르는 돌에는이끼가 끼지 않듯.인생도 고운 마음엔 늘 꽃이 핀다네.
벽에 걸린 초상화어머니는 우물 속 블랙홀이다언제나 이명 속에서 웅웅대는 블랙홀이다 내 안 바닷새들 뒤척이는 밤이면뒤란 곁, 살구나무 아래 우물 속어머니는 초승달로 떠오르고이끼 낀 두레박을 내려 어머니를 만지면 어머니는 천 조각의 거울로 깨어진다 내 아픈 은유의 나라일렁이는 거울 속으로 사다리를 내리면 나의 창세기 그 시절
너도 나도정수리털끝부터발가락끝톱까지육체의 공간에서모래알 표정을 짓고, 어떤 이는 잃어 버렸다어떤 이는 다시 생겼다입술로 마음으로 부르고불러보는 우리는그렇다, 사람이다. 담담히 앞을 보다가도갸우뚱 기우뚱배시시(時時) 간간(間間)이눈동자 웃음소리 내니숨소리도 따라 웃고,
콧대 높은 아가씨 머슴 노릇 싫다며스트레스 없이 혼자 마음 편케 살겠다고원룸으로 분가한 아들누구 간섭 없이 룰룰라라휴일이면 늘부러져 아침 겸 점심 대강 때우고 출출하면 배달음식 시켜 먹더니50대 밑자리 깔자심드렁한 일상인지아무래도 장가를 가야겠다는 말에여기저기 며느리감 물색중인 그녀마흔살까지는 지나가는 말인지 립서비스인지신랑감 탐 난다는 말 더러
철없이 흘러온 인생흔들리며 부여잡고 철석이며 물결 이는 그리움 중얼중얼 언어가 된 단풍잎, 어느새외로움 휘날리는 노을빛 물든다 초록의 꿈 호흡으로 만나빛나는 색깔로 영그는 가을 보듬고 핀 구절초 그 손 잡고 따뜻해진 사랑이 몰려와어젯밤 마신 막걸리도 튀어나와 투정 부린다 볼그레진 얼굴로 만나는 이승의 열매들이가는 길 멈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