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새벽에 인천공항에서 구름과 친구 된 지 두어 시간 지나 도쿄 나리타공항이다. 추울까 봐 조끼를 껴입었다. 그뿐인가, 초행길에 앓기라도 하면 안 될 것 같아 몇 년 전부터 실시했던 독감과 코로나 예방접종도 마쳤다. 금천문화원에서 해외탐방이 있다는 소식에 가까운 이웃인지라 관심이 많아 재빨리 신청했다.점심식사부터 해결하고 신쇼지 사찰을 지나 숙소로 이동
- 임숙임
초겨울 새벽에 인천공항에서 구름과 친구 된 지 두어 시간 지나 도쿄 나리타공항이다. 추울까 봐 조끼를 껴입었다. 그뿐인가, 초행길에 앓기라도 하면 안 될 것 같아 몇 년 전부터 실시했던 독감과 코로나 예방접종도 마쳤다. 금천문화원에서 해외탐방이 있다는 소식에 가까운 이웃인지라 관심이 많아 재빨리 신청했다.점심식사부터 해결하고 신쇼지 사찰을 지나 숙소로 이동
탯줄은 김제 들녘에 묻혔지만, 내 삶의 결은 모두 전주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내게 고향은 언제나 전주였다. 학창 시절의 소란도, 첫 월급의 떨림도, 아이의 첫걸음도 모두 이 도시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졌다.그러나 쉰 중반에 접어들 무렵, 삶은 예고 없이 나를 서울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낯선 대도시의 숨 가쁜 소음 속에서 나는 뒤늦게 고향
두 번째 조지아 여행이다. 자유여행이라고 해두자. 우리끼리 갔으니까. 공항에서 자동차를 인수하고 밤길을 두어 시간 이상 달려갔다. 지난번 갔을 때보다는 도로 사정은 좋아진 것 같다. 우리가 계획하고 산악자동차를 빌려 호기롭게 떠난 길이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마을 우다브노, 조지아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수도원 위주여서인지 인터넷에도 우다브노〔Udabno;
달 뜨면 오신다던 임(郞云月出來)달 떴는데 아니 오시네(月出郞不來)아마도 임 계신 그곳은(想應君在處)산이 높아 달이 늦게 뜨나 보네(山高月出遲) 조선 후기 여류시인 능운(凌雲)의 「대낭군(待郞君)」이라는 오언절구 절창이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오래된 수첩을 뒤적이다가 한쪽 구석에 적혀 있는 이 소박, 애절한 시구를 지긋이 바라보던 나는 이내 스르
문필봉(文筆峰)에 선다. 집 뒤 나지막이 솟은 문필봉은 북한산 인수봉으로 향하는 칼바위 능선에 자리한다. 이곳에서 문필봉 산기(山氣)를 들이켜다 동북쪽에 솟은 인수봉을 바라본다. 그 봉우리에 머문 구름을 흘깃거리다 인수봉에 오르는 꿈을 품는다. 암벽 등반가 아니면 오르지 못하는 거대한 봉우리이지만, 글의 인수봉을 오를 수는 있지 않을까. 문인으로서 노벨상은
전남 보성군 복내면 괴정마을은 칠원윤씨(漆原尹氏) 집성촌으로 나의 선조가 수백 년 터를 이루고 살아온 곳이다. 선친 생전에 자주 들르곤 했던 덕암재(德菴齊)를 오랜만에 찾았는데 선친이 태어난 이곳 이정표가 유정리에서 옛 이름인 괴정(槐亭)마을로 바뀌어 있었다. 가족의 가승(家乘)을 만들면서 16대 선조의 아호가 괴정임을 알고 있었는데 이제 그 유래를 알게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뜻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이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말도 드물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서울 잠실을 생각한다. 오늘날의 잠실은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빼곡하게 들어선 곳이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논과 밭, 뽕나무밭이 있던 그곳은 이
“천신이요!”머슴이 안채 솟을대문을 열었다. 소실이 떡두꺼비 같은 첫 손인 아들을 안고 노마님께 천신하는 날이다.댓돌 위 대청마루 중앙에는 이 진사댁 큰어른이신 노마님이 앉으셨고 건넛방에선 이 댁 아씨가 넋 나간 사람처럼 걸어 나와 마루 난간 고운 발 쳐진 옆에 놓인 방석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이리 오너라.”노마님의 말이 떨어지자 얼른 아기를 안아 마루에
대학교 때의 일이다. 학기 초에 수강 신청을 하기 위해서 교과 과목과 교수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때였다. 친한 선배가 나에게 다가와 어느 과목, 어떤 교수님 수업을 들어 보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사실 그 교수님 수업은 그다지 인기 있는 수업이 아니었다. 학점도 후하게 주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선배가 들어 보라고 하
못생겼어도 힘은 쎄지라. 긍께 생긴 것 갖고 말하지 마시요 잉. 임자는 잘생긴 얼굴 땜시 살고 있어라.아따 참말로 서운하긴 한당께요. 그랑께 나도 한 말씀 할라요. 첨엔 다들 얼굴 갖고 말해 쌉디다만 그것이 다 뭔 소용 있다고 그란지 모르것소. 아무짝에도 소용 없지라우. 나가 시방부터 할 야기가 있응께 들어보시오 잉.여름이면 집집마다 내가 필요해 안달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