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한 시간들이 추억이 된 사진 한 장유통기한 지난 책장 오늘도 다시 열며오래된 내 명함 뒤에 전(前)자를 새겨본다. 몇 해 전 넥타이에 한나절을 동여매며등굽은 고목 같은 허리를 다 감추고기별도 없는 친구를 부른 듯이 찾아간다. 자진모리 장단으로 살아온 하루들을이제는 감지 않은 벽시계 태엽처럼천천히 내 길을 따라 곡선으로 살아간다.
- 김덕희
퇴색한 시간들이 추억이 된 사진 한 장유통기한 지난 책장 오늘도 다시 열며오래된 내 명함 뒤에 전(前)자를 새겨본다. 몇 해 전 넥타이에 한나절을 동여매며등굽은 고목 같은 허리를 다 감추고기별도 없는 친구를 부른 듯이 찾아간다. 자진모리 장단으로 살아온 하루들을이제는 감지 않은 벽시계 태엽처럼천천히 내 길을 따라 곡선으로 살아간다.
마치 내 잘못을꿰뚫어 보는 듯한 성문을 지키고 선저 눈빛을 마주한다 흐려진 마음을 닦아라소리마저 들리는 듯
난실을 바라보며 인간사 생각는다아들 하면 아들로 친구 하면 친구로구태여 나가지 않아도 다 보여서 수월하다 난실을 바라보며 대천계 생각는다매월당 청광삭파 이제 나도 트인가일미리 유리 한 장이 이승 저승 간막인져 여기 온 지 팔십삼 년 좀이 슬슬 쑤신다 농사일 지켜울 때 한 번씩 가던 서울흰구름 저 오가는 길처럼 이 몸도 가벼워져
열나흘 무르익은 유자빛 달을 따다 너 홉쯤 물을 부어 달게 차를 달여 놓고 창 밖에 귀 기울이다 눈마중을 나섭니다 돌담을 기웃대다 마당귀에 들어선휘어진 늙은 적송 수척해진 그림자 장지문 두드리더니 토방 위에 오릅니다 고요가 일상이던바람소리 뿐이던부용당 말이 없고 저 혼자 밤은 깊어 식영정* 쪽마루 한쪽에
1훈은 종이상자를 좌판 위에 올려놓는다. 창고에서 가져온 상자는 조금 큰 것도 있지만 대개 크기가 비슷하다. 그 상자는 일반의약품이 든 것으로, 피로 해소나 체력 증진의 효과가 있다는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훈은 가위를 집어든다. 손에 힘을 주어 중앙을 자른다. 처음에는 가위질하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종이 잘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나고
1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비추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렸다. 동네 개들이 그악스럽게 짖어댔다. 달리는 속도에 맞춰 심장 박동도 점점 가빠졌다. 경택은 더는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멈춰서 크게 숨을 내쉬었다. 사위는 여전히 달빛에 젖어 있었다. 그는 달빛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개울을 건너고 들을 지났다.다시 잠시 숨을 고른 경택이 걸음을 재촉
카페 사장이 무소르그스키의 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층 전체를 갤러리로 사용하는 카페 ‘그림자’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꼭 들른다. 나뿐 아니라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온다기보다는 허전함을 채우러 온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벌써 입구를 들어서면 어깨에 멘 가방끈이 바닥으로 밀려 내려가고 그것을 놓치
“우리 경태가 집을 나간 지 사흘째 됐는데 연락이 안 돼요.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어요. 기자님이 좀 찾아주세요.”경찰서 근처의 커피숍. 경태 모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와 붉고 푸른색으로 반들거리는 긴 손톱, 가슴골이 보일락 말락 드러나는 꽃무늬 원피스 등 단정하지 못한 차림새는 여전했지만, 표정은 간절했다. 경태 모가 서 기자의 손이
“부장님! 승진 축하드립니다.”듬직한 정 팀장이 손에 핏줄이 생기도록 세게 악수를 했다. 정 팀장은 이번에 과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했고, 난 팀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그때였다. 김 양이 차를 갖고 들어왔다. 그녀가 찻잔을 놓으면서 말했다.“부장님! 이번 봉사활동을 어디로 가죠?”“그래, 이번 달에는 봉사활동 가는 달이지. 그래 갈 만한 곳을 정 팀장이 물색
대돌 씨는 7학년 6반이다. 100세를 산다 해도 3/4을 넘게 살았다. 90세를 산다면 15/18를 넘게 살았다. 나름 평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 인생 목표를 무병장수하며 신선처럼 살기로 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를 전제로 여러 가지 목표를 다양하게 추가하였다. 곧 죽을 게 아니고 오래 살 생각을 하니 미래에 계획을 세울 내용도 많고 목표도 다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