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주고 싶고, 받으면 기쁘고 감사한 것이 선물이다.내가 엄마의 자궁을 통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이미 나는 선물 속에 안겨 있었다. 부모님은 내게 하늘 같은 선물이며, 나 또한 그분들의 사랑으로 찾아온 선물이다. 게다가 햇빛과 공기, 물과 불, 대자연과 계절의 순환까지-, 그 무엇 하나 내가 값을 치르고 받은 것이 아니다.젊은 날엔 이 소중한 것들이
- 金貞義
사랑하면 주고 싶고, 받으면 기쁘고 감사한 것이 선물이다.내가 엄마의 자궁을 통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이미 나는 선물 속에 안겨 있었다. 부모님은 내게 하늘 같은 선물이며, 나 또한 그분들의 사랑으로 찾아온 선물이다. 게다가 햇빛과 공기, 물과 불, 대자연과 계절의 순환까지-, 그 무엇 하나 내가 값을 치르고 받은 것이 아니다.젊은 날엔 이 소중한 것들이
화사한 봄날이다. 낙동강변 벚꽃축제가 일주일 연장되어 이번 주말에 마침표를 찍나 보다. 이 축제가 시작된 이래 기간을 늘려서 2주일간 축제를 연 건 처음인 듯.전국적인 현상이긴 했다. 날짜를 잘못 예측하여 꽃 없는 축제를 전국적으로 펼친 올해이다. 예년과 비교하여 해마다 당겨지는 꽃 피는 시기를 예상하여 3월 말에 초점을 맞췄던 것. 얄궂게도 날씨가 사람들
애견센터 케이지 안엔 젖비린내 나는 2개월 미만 강아지 열 마리 정도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가가면 슬며시 눈을 피하는 녀석도 있고, 눈을 맞추며 끙끙거리는 녀석도 있었다. 방금 들어왔는지 푸들 한 마리가 허공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애달프게 울음소리를 냈다. 가까이 가보니 눈물도 흘렸다. 생애 최초 불안과 두려움에 노출된 어린 새끼들이었다. 한 구석에
자, 보시라. 내 이름은 강현남이다. 이름부터가 얼마나 든든한가. 강(江)처럼 유구하고 현(賢)명하며 남(男)자다운 자. 내 입으로 말하기 좀 쑥스럽지만, 나를 거쳐 간 여자들은 하나같이 나를 ‘현남 오빠’라고 불렀다. 그건 단순한 호칭이 아니었다. 일종의 성호(聖號)랄까, 아니면 ‘인생무료상담소’의 VIP 회원권 같은 것이었다.나는 그녀들보다 딱 반 발짝
오피스텔로 짐을 옮긴 후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현관문을 열자 문 안쪽에 붙여 두었던 메모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위생백, 랩…. 며칠째 계속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 까먹었던 것들이었다. 한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건 왜 그렇게 많은지. 기현은 잠시 인터넷으로 주문할까 했지만 부서 회식에서 먹은 기름진 음식도 소화시킬 겸 그대로 발길을 돌려 근처에 있는 대
회사 지입차 형태로 직영 인부 10여 명을 수송한다. 12인승 봉고 승합차 기사 박두호 씨, 아침에 인부들을 내려주고 나면 그는 딱히 할 일이 없다. 해서 현장 곳곳을 쑤시고 다니며 무료한 시간을 최대한 무료하지 않게 보내려고 나름 애를 쓴다.새참 준비에 여념 없는 함바에 미리 가서 죽 치고 앉아 함바 종업원들과 노닥거리는가 하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한창
마흔다섯 살 노총각인 나의 요즘 관심사는 결혼이다. 그건 관심사라기보다는 어쩌면 거역할 수 없는 나의 굴레와도 같다. 4남매의 장남이자 장손인 나를 부모님은 이틀이 멀다 하고 며느리 될 여자 하나 데려오라고 닥달하는 통에 나는 늘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사실 요즘 결혼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젊은이들은 결혼에 목매달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건 해
타자는 인간이 탈을 쓰도록 유혹한다. 인간은 본연의 사악을 감추려고 천사의 얼굴을 빌린다. 악인은 그럴싸한 미소 뒤에 비수를 숨긴 채 다가온다. 하회 양반탈처럼 넉살 좋은 웃음에 가려진 속내를 선량한 이들이 꿰뚫어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강단 앞에서 강론을 펼치는 일부 성직자조차, 금기의 벽 뒤에서 쾌락과 돈을 탐닉하는 시대다. 선인의 탈을 쓴 채 악행과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열차 안은 한산했지만 빈자리는 없었다. 나는 흔들리는 손잡이에 체중을 의지한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수확을 끝낸 빈 땅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울긋불긋 원색으로 물든 나지막한 야산, 그리고 은빛 억새들까지. 가을의 조각들이 빠르게 점멸하듯 지나갔다.구파발역 안내방송이 나오고, 마침 내리는 승객이 있어 바로 그 자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렸다. 굵은 빗줄기를 퍼부어 땅바닥을 때리는 소리 같았다. 다시 눈을 감았으나 잠은 짧고 생각은 깊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 모르는 사람의 잔영만 어른거렸다. 몸과 정신이 엎치락뒤치락했어도 살아있음을 인식하는 나, 몸뚱이와 의식은 말짱했다.나는 홑이불을 슬며시 빠져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발코니의 문을 열었다. 바깥은 캄캄했으나 어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