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향기 가득 물고물까치 떼 오는 시간이면모닝커피 한잔 들고창가 탁자 앞에 앉는다찬 공기 가르며 우르르 몰려와장독대 놓아둔 언 사과번갈아가며 콕콕 찍어 먹고 휘리릭 사라지면 나머진 직박구리 차지다손주 먹는 것만 봐도배가 부르듯떠들썩한 새들의 아침식사가 마치면 몽글몽글 차오르는 행복감새들도 배꼽시계가 있는 걸까? 물음표 하나가 내
- 박재숙(여주)
숲속 향기 가득 물고물까치 떼 오는 시간이면모닝커피 한잔 들고창가 탁자 앞에 앉는다찬 공기 가르며 우르르 몰려와장독대 놓아둔 언 사과번갈아가며 콕콕 찍어 먹고 휘리릭 사라지면 나머진 직박구리 차지다손주 먹는 것만 봐도배가 부르듯떠들썩한 새들의 아침식사가 마치면 몽글몽글 차오르는 행복감새들도 배꼽시계가 있는 걸까? 물음표 하나가 내
심연 언저리 연민은 멈추기 시작했다학업의 미련은 언제나 꿈틀거리고 있었다 만학도 되어 수업시간 기다리는 벅찬 가슴 교과서 펼 때 멀어졌던 간절함 더해 간다은발 휘날리며 삼삼오오 등교하는 학우들 지친 얼굴이지만 한 서린 날들을 잊고 공부에 매진하지만 뇌세포는 밀어낸다 낯선 단어들을 거부하는 듯 모른 체한다향학열 가
가을이라고 짐작은 했지만이렇게온 들판을 곱게 다독이는 줄 몰랐다가끔 자동차 지나는 신작로 양옆앙증맞은 코스모스 정겹다벚꽃 휘날리던 눈부신 날은 갈잎 되어 그리움만 바람에 휘날리며가슴 시리게 한다당신의 옷자락 펄럭이던 곳탐스러운 나락이 풍년 춤을 추지만 주막이 내 집처럼 노름에 빠져 살던 옆집 순이네 논엔 피만 가득토해내는 한숨 소
이랑보다 네가 눈에 먼저 들었다. 앉은뱅이걸음으로도 못 이를 곳은 없구나 오색의 심지를 더듬이에 지녔기에억척의 시야는 두려움이 없어드난살이여백이어도 불볕을 꼿꼿이 이고 길 위에 또 다른 길을 내고 있구나텃밭의 천덕꾸러기로 밉상이지만고깝다는 생각은 염치의 군더더기일 뿐이다 푸르른 날에 쏟아야 하는 땀의 이유를청춘은 기억하며
죽어본 일이 있는가?만물이 하나둘 머리를 내미는춘삼월 꿈꾸고 있었다.꿈은 生과 死의 틈바구니에서멋대로 왔다 가고 할 순간의찰나였지이유야 어떠하든아름다운 여인들 속에 둘러싸여조롱을 받았다눈 뜨고 보니 손발이 꽁꽁 묶여옴짝달싹할 수 없었고.얼마가 지나갔는지환상을 벗어날 수 있는 병실이다밝은 불빛 아래 간호사들 조근거림에 일반 병실로 인계하는 시간여기
허리케인의 진노처럼 용틀임하는 바다 포세이돈*의 난폭성을 건드리지 않았다면삼지창 트라이아나를휘두르지는 않았을 것을신의 분노로잠들지 못하는 바다하루에도 수없이쓸리고 깎이는 은빛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숨고르는 파도 무리들이제밀물에 밀리고 썰물에 부딪혀고단하고 무거워진 번뇌 덩어리 세상의 과업 겹겹이 쌓인 삶의 때를 잔잔한 물결
나는 궁궐해설사오늘 관람객은 사회복지사와 한복 곱게 입은 어르신들경복궁 역사 설명하고 영제교 건너 근정전 거쳐 경회루로이곳은 임금님이 신하들과 함께 즐겁게 연회를 즐기던 곳입니다해설은 뒷전 단체사진 찍기사회복지사 남자 어르신 여자 어르신 다함께다음 순서는 영정사진 찍기칙칙한 영정사진은 싫어 화려한 사진이 좋아 예쁘고 깜찍하게 순서대로 한 장씩마지막
아주 오래된 밥상에 앉는다세월의 더께 퇴색한 꽃으로 피어난다우리는 마치 예수의 제자들처럼 둘러앉아3대가밥을먹었다앉은뱅이밥상에 앉으면잠시 아버지 손, 못 박힌 예수의 손이 되고이젠 하늘에 걸린 어머니 행주치마일찍 시집간 누이의 검은 얼굴에 클로즈업 된다 우리는 마른버짐이 하얗게 핀 얼굴을 하고이 밥상에 매달렸다.저 밥상 한 켠에 피어나는 눈물꽃불잉걸
나는 보라색이 좋다붉음도 아닌 파랑도 아닌존귀와 신성을 겸한조화(調和)의보라색이 좋다파랑색과 붉은색은 천상의 궁합둘을 합쳐 도화지에 쏟으니내가 좋아하는보라색 제비꽃이 그려졌다빨간 태극의 문향들이 오늘도은빛 머리들의 손을 끌고광화문에 모이고수정처럼 고운 여린 손목들이눈 비 내리는오색의 밤하늘을 출렁거려도보랏빛 제비꽃은 언제 피어날는지가파른 협곡바람 부는 언덕
내비게이션 하나 없이 울산 길을 나서니 어둠 속 길목마다 아버지가 떠오른다 우리 4남매의 이정표였던 그분어둠 속에서조차 길을 읽던 눈빛이 희미한 별처럼 마음을 흔든다지도 한 장 없이 앞서 걸으셨던 아버지 그 발자국마다 남겨진 숨결이지금도 넘어지려는 우리를 일으킨다손끝에 맺힌 땀방울은 이정표가 되고 세월 속에 잊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