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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마곡사

그들의 소문은 오래 머물지 못했다. 아주 오래 전의 소문도 그랬다. 매사에 시답잖은 구설수로 인해 연결고리는 끊이지가 않았고 한동안 고요함도 많았다. 그러나 이후로도 또 다른 소문에 휩싸여 옥신각신하는 날은 난리법석이 따로 없었다. 그런 과정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으나 심각함이 따를 때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았다. 핵심을 분석하자면 어느 시점에서 사건의

  • 황보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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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침묵15-자아

조롱 속의 새라도 종달새는 종달새다 —피천득, 「종달새」 자아라는 말을 목울대 속에서 웅얼거리며 승욱은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통상의 자아(自我)가 아니다. 인싸(인사이더)의 반대말, 적극적인 반대말로서 내놓았다. 그냥 반대말은 아싸(아웃사이더)이겠지만, 자발적 아싸인 점을 들어서 자아(싸)라고 명명한다. 모태솔로인 그가 핵인싸에 대항하는

  • 서용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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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귀향(歸鄕)

미친 듯 우리가 젊은 날에 좋아했던 ‘유로 댄스(Euro-dance)’를 크게 틀어놓고 차를 몰아가는 기분이 그만이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였다. 달리다 보면 멈추고, 달리는구나 싶으면 또 서게 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겹도록 이어지던 연휴 차량 행렬에서 드디어 벗어나는가 싶었다. 한적해진 차도 옆 저쪽 들판 끝에서 기차가 터널 속으로 빨려

  • 현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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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환상과 환청

윤식의 병은 불면증과 더불어 왔다.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 어떤 조짐 같은 것들이 없지 않았다. 혼잣말로 중얼거린다든지 공연히 화를 벌컥 낸다든지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명순은 눈치채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점점 더 고통스러워했다. 무엇보다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걸핏하면 죽여야 돼. 죽이고 말 테야 하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명순이 그

  • 홍성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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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최후의 만찬

등장인물_ 한복일(68세)|오미자(64세)|주민센터 복지과 직원(45세, 목소리) 때_ 늦가을곳_ 허름한 단독 주택. 거실과 단칸방무대_ 낡은 주택. 거실 중앙에 유일하게 빛이 드는 작은 여닫이 창호문이 달려 있다. 비가 들친 듯 누런 창호지가 헤어져 나불거린다. 낡은 비닐로 막긴 막았으나 역부족이다. 그 앞 중앙에 무대 쪽을 향해 낡은 철제 침대

  • 마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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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기쁨 같은 울음 ——이근배, 「겨울 자연」

현대시 중에서 사유의 깊이가 가장 깊은 시를 고르라고 한다면 「겨울 자연」을 들고 싶다. 이 시는 뜻을 가늠하기 어려운 난해한 시도 아니면서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리하여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작자는 익히 알고 있는 천재 시인 이근배 선생이다. 1960년대에 5대 일간지에 신춘문예 장원으로 뽑혀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

  • 문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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