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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선택

“도레미파솔∼ 솔파미레도∼.”이십여 년 전, 나이 들어 악기 하나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모니카를 접하게 되었다. 어릴 적 하모니카 만져본 것이 전부였지만, 하모니카만큼 접하기 쉬운 악기가 없을 듯했다. 불면 바로 소리 나고,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다. 부담스럽지 않는 가격으로 살 수 있고, 폐활량을 넓히는 데 도움되는 등 좋은 면이 많다

  • 성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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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대학을 소학에서 이루다

종친회에서 보낸 회보에 문중 선조 한 분이 “자손들에게는 반드시 소학을 읽혀라”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대목이 있다.효종 임금을 가르쳤고 「오우가」 「어부사시사」 등의 시를 쓰신 고산 선조께서 왜 소학만을, 하며 의아해했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서 선조의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정부가 바뀌거나 새해가 되면 중요한 자리들이 비어, 새로운 사람들이 그

  • 윤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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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케이팝 데몬 헌터스>, 황금빛은 상처를 품고 온다

세계가 열광한 것은 화려한 K-팝이었지만, 내 시선을 붙잡은 것은 루미의 긴소매였다. 얼마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도 그것이었다. 왜 그녀는 늘 긴소매를 입고, 가장 가까운 헌트릭스 멤버들과도 목욕탕을 가지 않을까. 그 작은 몸짓이 처음에 마음에

  • 김낙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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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통하는 사이

‘감정은 전염된다.’옆에 있기만 해도 편안한 사람이 있다. 긍정적인 말투로 공감을 잘 해주는 사람, 표정이 밝은 사람, 남을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 내게도 이런 사람들이 가까이 있다.그중에서도 한날한시 같은 직장에 발령받은 36년지기 친구들이다. 이 셋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경북 소백산 줄기에 있는 영주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대구, 여수, 강릉에

  • 구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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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천 리 길에 핀 위로

딸아이가 회사 대표의 모친상 부고를 전해왔다. 대표님의 상심이 크실 것 같다며, 포항까지 직접 조문을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는 천 리 길. 장례 기간이 주말이긴 했지만, 고단한 직장 생활을 이어온 딸아이가 혼자 감당하기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나는 기꺼이 조수석을 자처하며 말동무가 되어 주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슬픔을 온전히

  • 박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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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엄마와 까치무릇꽃

겨울이 머물던 자리에 봄햇살이 내려오면 꽁꽁 얼었던 대지는 긴장을 풀고 포실포실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햇살이 미처 닿지 않는 깊은 골짜기에 설령 겨울의 미련이 잔설로 남아 있더라도 머잖아 앙증맞은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사계 중 유독 겨울을 좋아하건만 봄이 오는 초입에 햇살의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이 온몸을 휘감을 때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전율한다. 대

  •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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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활자 송이

고인쇄박물관을 나서자 둥글둥글 솔방울 모형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주먹만 한 솜방망이에 줄줄이 꽂혔던 막대사탕처럼 가지 끝에 앙증맞게 매달린 밀랍 가지에 가슴이 설렜다. 새롭고 신기했다.가지는 나무나 풀의 원줄기에서 뻗어 나온 줄기이며, 근본에서 갈라져 나온 것을 말하기도 한다. 팸플릿의 밀랍 가지라는 말이 생소하여 이 말을 인터넷에서 찾았더니, 고려시대 금

  • 남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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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안녕하세요

우리는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인색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요즘 날씨는 봄이 왔다고 하는데도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것이 아니라 조금은 춥다고 할 만하다. 외출하기가 예전처럼 쉽지는 않아도 웬만해서는 걸어 다니려고 하는데, 보름 전에 빌려왔던 책자의 반납 통지가 카톡으로 날아왔다. ‘내일은 빌려 가신 도서 반납일입니다’라고.빌려 온 책은 다 읽

  • 이정웅(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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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하린이와 기억의 공방

아빠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어느 날부터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금기의 단어가 되었습니다. 거실 한복판에서 햇살을 받으며 환하게 웃던 가족사진은 먼지 쌓인 창고 구석의 낡은 담요 아래로 밀려났습니다. 아빠는 엄마의 모든 흔적을 지워 나갔습니다. 엄마의 하늘색 꽃무늬 찻잔은 유리 진열장 제일 높은 칸에 갇혔습니다.하린이가 식탁에 앉아 젓가락만 재까닥대다 입을

  • 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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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마술 카페

서연이는 상추에 오리고기를 싸서 볼 가득 넣었다. 선생님이 바삐 밥을 먹으며 말했다.“빨리 먹어라. 흡연 예방 캠페인이 있으니.”서연이는 흡연 예방 캠페인이라는 말에 목이 콱 막혔다. 아빠가 생각나서였다. 아빠는 어제 몰래 세탁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관리실에서 또 연락이 왔다. 윗집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민원이 들어왔단다. 엄마가 아빠에게 말했다

  • 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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