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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숲, 그 길에 들다

나무는 매일 생각의 키만큼 자라고 있습니다계절의 등성이를 몇 번이나 걸었는지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마음 골짜기 숲으로 깊어져땅속 깊이 단단히 뿌리내린 수고로움 위에더운 잎은 허공을 만지작거리며 노는 날입니다곧게 자라지 않아도 마음 골짜기만큼 숲은 깊어져 있고매일 매일 새로운 생각으로 바람은 불어오고 있습니다 열매가 기지개를 켤 때면새의 날갯짓이 내

  • 남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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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언덕 위의 날개

매봉산 바람언덕에는 날개가 산다 햇살이 빗줄기로 쏟아지는 중복 무렵 백두대간에 어둠을 밟고 오른 날 삼수령에서 올라온 새벽안개에고랭지배추는 이불 덮고 잠들고사백 척 풍력기만 백 척 팔을 흔든다 먼동이 트면 이불자락 물들고붉은 두리함지박이 올라온다얼굴 씻고 줄지어 선 배추 이랑은 까마득히 이어진 동해 초록 물결이다

  • 홍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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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명상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복잡한 번뇌를 쏟아버리듯머리가 맑아지는 영상을 틀어 놓는다 눈을 감고 잔잔한 음악의 선율내 몸을 맡기고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듣노라면평화로운 숲속의 신비가 보인다 밤새 신선이 놀다 간 것 같다물보라를 일으키며바위를 지나 폭포수로 이어지는 절정의 시간 나뭇가지에 걸쳐 앉은 햇살이 숨어서 본다 미나리아재비

  • 남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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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내 안의 우주 ——위 내시경을 받으며

“약 들어갑니다”목 안으로한 문장이 먼저 들어왔다나는 마우스피스로 입을 벌린 채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자세가 되었다 눈꺼풀이 내려앉는 동안몸은 나보다 먼저 잠들고세상은 내 이름을 잠시 접어두었다 누군가 내 안을 지나고 있었다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사는 그 길을 잘 알고 있었다허기를 관장하는 위장그곳에 삼키기만 했던 말끝내 울지 못한 저녁

  • 김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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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가을 연가(戀歌)

초연히 불어오는 강바람에외로움은 노을 속에 깊이 스며들고 붉게 물든 단풍이 갈바람에 비비다한 잎 두 잎 허공에 비틀거리며쓸쓸히 흩어지는데 보고 싶은 님은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깊어만 가는 가을이 다시 찾아왔건만이제나저제나 아무런 기별도 없고 님 생각에 애끓은 정만 쌓여 가는데꿈에라도 애타는 마음 젖어 볼까 깊은 밤 갈바람

  • 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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