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내 동생줄넘기 하겠다고몇 날 며칠 연습하더니 드디어 오늘 해냈다.딱한 번 “누나, 봤지? 나 줄 넘는 것! ” “봤지 잘했어, 내 동생! ”
- 고윤자(광주)
1학년 내 동생줄넘기 하겠다고몇 날 며칠 연습하더니 드디어 오늘 해냈다.딱한 번 “누나, 봤지? 나 줄 넘는 것! ” “봤지 잘했어, 내 동생! ”
할머니 등에 업힌 진우가엄마 언제 오냐고 보채요 할머니가 동구 밖 바람에게진우 엄마가 ‘어디쯤 오냐’고 물어요 바람이 나무에게저만치 온다고 손 흔들어요 -해 지면 엄마 온다고 -코 자면 엄마 온다고 진우가 할머니에게 엄마는 바보 같다고 바람이 하는 말 나무도 아는데 엄마만 모른
두리번두리번길가에 우뚝 서서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아아니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같아동쪽에서 남쪽으로 조금씩 고개 운동을 하기도 해 어라?해가 없어도 항상 웃고 있어길거리가 환해지기도 해빨갛게 타오르다 주홍빛으로 변한 해바라기해님처럼 거리를 밝혀주기도 하지 긴 밤 지나고 비가 개이면 다시 환한 얼굴해님이 뽀뽀해주길 항상 기다리고 있나 봐태양이
소비에트 탱크가의정부를 넘었다왕잠자리도 못 잡았다광나루를 걸었다짐속에인절미 볶은 냄새가허기진 뱃속을 두드린다시신 없는 가묘가유령이 되어 온다피란지 겨울아궁이에타다 남은 재도 없다피난 보따리 풀어화로에 불을 지핀다닥터 지바고가웃고 있다모리스 자르의 주제음악 라라의 테마가 흐른다
턱이 좁다. 태생적으로 협소한 구강 내에 어떻게든 비집고 나오려는 이빨 탓에 치열이 틀어지고, 악관절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 더불어 시작된 만성적인 통증은 발작적으로 종종 심해져, 나를 수십 분은 괴롭히고서야 잦아든다. 둥둥 떠다니던 산만한 정신을 육체에 지긋이 꽂아 놓을 정도만큼 아프다.사랑을 알 나이에 자라며 그 아픔을 닮았기에 사랑니라 일컫는다고 한
어머니의 열네 살, 아직 댕기도 풀기 전의 시절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땅은 소녀에게 사춘기보다 망국을 먼저 가르쳤다. 왜군의 발굽이 골목마다 짓밟고 다니던 나날, 정조보다 생존이 절실했고, 꽃보다 피난이 먼저 피어나야 했다. 외할아버지는 그 어린 딸을 품에 안고 어둔 만주의 밤길을 걸었다. 끌려가지 않기 위해, 짓밟히지 않기 위해, 눈물과 침묵을 등에 진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가 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과 함께할 때면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고, 눈빛이 먼저 문을 두드린다. 깊은 산골짜기에 스쳐 가는 바람에 실려 아득한 향이 코끝에 맴돈다. 비 온 뒤 능선을 감도는 바람 냄새, 갓 피어난 들꽃에 맺힌 첫 이슬의 향기. 그런 향기를 지닌 사람이 있다. 하늘 냄새란, 스스로 맑은 영혼을 품은 사람에게서 맡을 수
날렵함이 눈에 보인다. 활짝 열고 있는 귀는 끝이 쭉 빠진 모양으로 위로 솟구쳤다. 작은 얼굴에 비해 유독 귀가 크니 숲속의 무슨 소린들 듣지 못할까. 커다랗게 빛을 발하는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목덜미에서 꼬리 부분까지 뻗은 짙은 줄무늬가 예사롭지 않은 몸짓을 말해준다. 짧은 앞다리에 비해 제법 긴 뒷다리는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요긴할 듯하다. 털 속
자연에도 속삭임이 있다. 자연의 속삭임은 심오하고 아름답다. 물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팔랑이는 소리는 듣고 싶은 소리로 귀 기울여야 들을 수 있다. 물소리도 천차만별이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우렁찬 물소리가 있고, 실개천을 졸졸 흘러내리는 편안한 물소리도 있다. 바람 소리도 그렇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위압적인 소리가 있고, 나뭇잎을 팔랑이는 부드러운 소리도
“내일모레가 어버이날이네. 그날 엄마 산소 갈까?”동생이 쫑알거리며 나를 쓰윽 쳐다본다. 그러자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두 자매는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한참 후 무엇이 생각났는지 동생이 “언니, 내일이 아버지 기일이네. 내일 다녀오자” 한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아버지 기일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이튿날 아침부터 부모님 산소를 가려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