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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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나는 비행기는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한다. 연료를 가득 채운다. 먹을 음식과 물을 충분히 싣는다. 노련한 조종사와 잘 훈련된 승무원들이 한 팀을 이루어 운항한다.
시베리아와 호주를 오가는 철새, 붉은어깨도요도 준비를 꼼꼼히 한다. 부리로 날개깃 하나하나 미리 가다듬는다. 여러 번 연습 비행을 하면서 가슴 근육을 키운다. 목적지로 날아가기 2주 전부터는 작은 게, 조개를 마구 먹어 치운다. 몸무게를 두 배로 불린다. 연료로 사용할 지방을 축적한다.
붉은어깨도요는 외롭지 않으려고 떼를 지어 날아간다.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은 하늘을 나는 붉은어깨도요를 빨갛게 물들여 놓는다. 달밤에는 붉은 달빛이 붉은어깨도요에 황홀하게 내려앉는다. 아름다운 비행이다. 항상 아름다운 비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찬 비바람을 맞기도 한다.
여름에 어깨깃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붉은어깨도요가 시베리아 북동부 넓은 풀밭에서 알을 품고 있다. 붉은색 어깨깃 위로 눈부신 햇살이 내려앉는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긴 시베리아의 여름은 넓은 습지와 초지에서 다양한 먹이를 찾을 수 있다. 넓은 땅에서 짝짓기 좋고, 새끼 키우기 좋다. 최적의 번식지다.
겨울 호주 북서부, 겨울에도 남반부 호주 날씨는 따뜻하다. 월동하기 좋다. 호주 북서부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광활한 갯벌이 있다. 먹이가 다양하고 풍부하다.
시베리아와 호주를 오갈 때, 쉬지 않고 한 번에 날아갈 수는 없다. 에너지가 부족하고, 연료가 부족해 중간 기착지에 내려야 한다.
몸길이 28cm, 몸무게 240g 정도인 붉은어깨도요는 며칠 밤낮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잠 한숨 자지 못하면서 날아가다 서해안 갯벌에 내려앉는다.
몸무게가 절반 정도 줄어들어 완전히 탈진해서 천천히 다리부터 내려앉지 못한다. 주둥이부터 박는다. 서해안 갯벌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여 고갈된 지방을 다시 축적해야 한다.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서해안 갯벌은 철새들에게 중요한 중간 기착지다. 이런 서해안 갯벌은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큰 면적의 새만금 갯벌을 잃었다. 여의도 면적 140배에 달하는 새만금 갯벌이 사라졌다.
사라진 새만금 갯벌은 붉은어깨도요 개체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키고 있다. 일본, 중국을 거쳐 시베리아와 호주를 오가는 붉은어깨도요들도 갯벌 개발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사라진 새만금 갯벌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한 번 지나간 길을 반복해서 지나가는 습성을 지닌 붉은어깨도요는 사라진 새만금 갯벌 쪽으로 날아갔다가 먹이를 찾지 못해 무수히 생명을 잃는다.
해마다 호주 북서부 80마일 해변에서 철새 다리에 밴딩 작업을 하는 철새 연구자들의 리더는 세계적으로 29만 마리 정도 되는 붉은어깨도요가 3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붉은어깨도요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몇 년 후에는 지구상에서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
철새에게는 출발지나 목적지 다 중요하다. 중간 기착지 역시 중요하다. 모두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한다. 중간 기착지는 철새가 쉬어 가는 징검돌이다. 징검돌이 안전하지 못하면 작은 냇물도 건너기 어렵다. 징검돌은 냇물의 흐름을 막지 않는다. 자연성을 유지하면서 냇물이 흘러가게 한다.
새만금에서 6.5km 떨어져 있는 금강 하구에 유부도 갯벌이 있다. 여의도 면적 5배에 달하는 갯벌이다. 사라진 새만금 갯벌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갯벌이지만, 철새들에게 징검돌 역할을 잘하고 있다. 2021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이다.
이제, 사라진 새만금 갯벌 쪽으로 날아가면 죽는다는 것을 터득한 붉은어깨도요들이 유부도 갯벌에 많이 내려앉는다. 1∼2주 머물면서 먹이 활동을 한다. 급격하게 줄어든 몸무게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거의 온종일 먹이 활동을 한다.
이렇게 붉은어깨도요들에게 중요한 징검돌, 유부도 갯벌도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 후부터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해류가 변해서 먹이 종류가 단순해지고 있다. 밀물 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게, 조개 등이 줄어들고 갯지렁이가 많아지고 있다. 물갈퀴가 없는 붉은어깨도요가 갯벌에서 계속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밀물 높이는 10cm 정도다. 지금은 40cm에 육박하는 밀물이 밀려든다.
높은 밀물이 밀려오면 붉은어깨도요는 갯벌 가장자리로 나간다. 갯벌 가장자리로 나가서 모래밭에 수많은 발자국을 촘촘히 박아 놓는다. 그 발자국에는 붉은어깨도요의 고단한 여정이 담겨 있다. 어려운 환경을 어떻게든 이겨내면서 살아남으려는 생명력이 담겨 있다.
이런 발자국이야말로 갯벌이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징표다. 이런 징표들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갯벌을 잘 보존해야 한다.
갯벌은 허파다. 지구를 숨 쉬게 한다. 철새를 살린다. 우리를 살린다. 자연스러움이 살아 있는 갯벌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다시는 징검돌이 파괴되어 철새 개체수가 급감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유부도 갯벌에 저녁노을이 내려앉는다. 붉게 물드는 갯벌 가장자리를 수백 마리 붉은어깨도요가 떼 지어 걷는다. 모래밭에 생명력이 있는 수많은 발자국을 촘촘히 박아 놓는다. 해마다 이 생명력 있는 발자국이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수많은 별이 박힌 것처럼 선명하게 빛나기 바란다.
자연성이 살아 있는 갯벌, 징검돌은 철새를 살린다. 붉은어깨도요를 살린다. 징검돌의 자연성은 너무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