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태양은 아직 잠들었는데세상은 훤-하다 지난해의 때를 덮어주는하늘이 준 하얀 위로 때문 동화 같은 숲길에서속세의 꿈을 벗으려 했다왕자는 오지 않았고어떤 끌림도 스스로 막았다 하지만백설 나무 사이의 둥근 빛얼음이 빚은 말간 형상잠시 심장이 멈춰 섰다 다짐은 날아가고 나는 기도한다 바람아 잠들어라풍설에 그 모
- 노명희
새해 첫날태양은 아직 잠들었는데세상은 훤-하다 지난해의 때를 덮어주는하늘이 준 하얀 위로 때문 동화 같은 숲길에서속세의 꿈을 벗으려 했다왕자는 오지 않았고어떤 끌림도 스스로 막았다 하지만백설 나무 사이의 둥근 빛얼음이 빚은 말간 형상잠시 심장이 멈춰 섰다 다짐은 날아가고 나는 기도한다 바람아 잠들어라풍설에 그 모
나 어릴 적에울 할머니가울면 던져주던 떡 입 안에서살살 녹던 떡옛다 먹어라 속바지 주머니서꺼내 주던그 떡 이름은 콩떡 팥떡 인절미아니 아니 아니10원 50원 100원 울 할머니속주머니 자물쇠나는 열쇠
손을 뒤로 결박하여상투를 풀어 손을 묶는다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얼굴에 물을 뿌린다그 위에 한지를 붙인다다시 물을 뿌리고한지를 다시 붙인다또다시 물을 뿌리고한지를 붙인다달라붙은 숨결은 서서히 스러지지만 죽어서도신앙은 살아 숨쉰다백지사형(白紙死刑)*이다 누구는 한지에 그림을 그린다누구는 한지에 글씨를 새겨넣는다 나는 오늘 백지에무
투박한 무명천에배어 있는 라벤더 향기 흙덩이 매달린 볼어루만지며 잘 닦으라고건네준 손수건 어머님 온기지금도눈물자국 번져수놓은 꽃이 별이 된다 하늘 닿는 손끝에흘러내린 빛의 조각들하얀 손수건 바람에 일렁일 때 어머니 숨결 가슴에 닿는다
가로등 켜는 별에 여행 중이라는 여름 여자산책하는 일을 잊은 지 오래라고 한다돈을 세며 별을 은행에 맡길 궁리만 하는 기업가의 별에 사는 돈 남자, 그는 말문 닫고 사는 어둠이라 했다 화산을 어린 왕자의 의자처럼 앉고 산다는 가을 여자는 노랑 모자를 쿡 눌러썼다공허함을 견디는 사막의 쌍봉낙타선인장처럼 서서보이지 않는 마을, 친구의
서울역 지하도 터널 속을 걷다 보면패잔병처럼 드러누운 사내들 틈에둥지를 튼 여자가 있다둥근 대리석 기둥에 기대어 책을 보는 여자가 있다 지구를 붙들기 위해시멘트 바닥을 꾹꾹 누르는 구두굽 소리에도 시커멓게 얼룩진 낡은 소매에 가려진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이 사뭇 근엄하다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다 알고 있다는 듯빌딩숲을 점령한 들고양이처럼헝클
붉은 낙엽 한장, 바람에 실려 우체통 위에 내려앉아 떨어질 듯 머물 듯말하지 못한 누군가의 마음 같다 잊힌 이름들을붉은 철통 속에 안고편지보다 먼저 온 기다림으로 그리움을 쌓고 있다 가을 햇살이 기울어길어진 그림자처럼서로의 눈빛 속에말 대신 그리움을 건네던 날들이 화계리 산대들 들꽃으로 피어나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쳇바퀴 돌 듯 다니는 그 길에서탈곡기 소리가 산을 넘으려 한다 벼들이 볏짚으로 가지런히 눕는 들녘 누런 바람이 일고 살찐 메뚜기 펄쩍펄쩍 세상 만났다 피반령 넘어오는 갈바람에 고요히 물드는 가을이다
천장에서 혹은 문밖에서 쥐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였던 어린 시절 아악! 내 다리요즈막 한밤중 난데없이 쥐잡는 소동이 간간이 벌어진다 쥐가 천장이나 문밖이 아닌 내 몸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앉아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힌다단단하게 뭉친 근육들을 살살 어르고 달래면쥐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쥐 잡는
황해 바다 신비 가득한 하늘동방의 한반도 전설의 안위를 위해바다로 들고나는 삶의 안녕을 위해묵묵히 지켜 서 있는 저 존엄을 바라보고 있는가 성스러운 바람 한 자락일지라도훈풍으로 간직하고 싶은 신단수 아래우리 서로 우러러 안고 있는 하늘 같은 위업을 오대양 육대주 넓은 가슴 현자들이오천년 침묵 하나하나를 아름다이 읽어 가고 있다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