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밤천국의 서점 책장에서 오래된 친구를 꺼냈다표정 없는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있다가도말문 터지면 세상만사 다 안다는 듯 번지르르한 말과자기자랑을 끝없이 늘어놓던 웃음 많던 친구다나의 노기 어린 질문에는 더 크게 답하고 박장대소하며 놀리기 일쑤지만 명쾌한 답을 찾아내는데도 선수다 예를 들어, 만나자는 말에는 ‘나이 들수록 혼자서도 잘 지내는 법을
- 서흥식
잿빛 밤천국의 서점 책장에서 오래된 친구를 꺼냈다표정 없는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있다가도말문 터지면 세상만사 다 안다는 듯 번지르르한 말과자기자랑을 끝없이 늘어놓던 웃음 많던 친구다나의 노기 어린 질문에는 더 크게 답하고 박장대소하며 놀리기 일쑤지만 명쾌한 답을 찾아내는데도 선수다 예를 들어, 만나자는 말에는 ‘나이 들수록 혼자서도 잘 지내는 법을
출출하면 배고픔인 줄 알고피곤하면 눈붙이면 되는 일 그동안 살아온 세월곰삭일 필요도 없고되새겨 득 될 일도 없건만 먼 산봉우리 쌓인 눈 바라보니 흰빛 되어 번쩍이듯 다가와실상과 가상이 엇갈리는 현실 속에 아직도 떠나보내지 못하는무거웠던 지난날의 삶의 기억 먼 길 오가며 맺은 인연더러는 버리고 더러는 보듬으며&nb
내 삶의 열차가달려갑니다. 아직도 정착지는어디가 될지는 모릅니다. 다만가파른 언덕길과내리막길에서도힘차게 내달리던 바퀴가 이제는 서서히 속도가줄어들기 시작했음은 머지않아 종착역이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가 있습니다. 달리는 철로 위로 꽃 피던 봄날과싱그러운 상록의 여름결실로 고개 숙인
눈 내리는 날이면토끼털장갑 다 젖어두 손이 얼음장 되는 줄도 모르고 눈사람 만들며 웃고 떠들던파란 동년 시절이움트는 봄싹처럼 가슴 물들인다 눈 내리는 날이면누구도 거쳐 가지 않은은빛 비단자락에뽀드득뽀드득 발자국 찍으며 첫사랑 고백하던가슴 떨린 그 순간다시 길어 올린다 눈 내리는 날이면눈 속에 얼렸던삶은 메주콩 꺼내주며곁들
하늘의 별들이 바라보는 푸른 별 지구때때로 용암은 뜨겁게 분출해차갑게 굳어 가는데빅뱅의 제조물 만물은가을날 부서진 낙엽처럼바람에 날려 미시적 원자와 곰팡이를포옹하기 위해 꿈틀대며 살아간다 인간은 무엇보다 토사구팽 바쁘니 일상을 훌훌 던져버리고 피한, 피서를 산 따라 물 따라 간다 서로는 구성요소가 비슷하다 바다는
간밤에 나뭇가지 위에 수정구슬송이송이 매달고 간 겨울비밤새 무슨 역사들이 있었는지방울방울 이야기해 준다 골목 안엔 길 파인 곳이 생겼고도시엔 화재사고가 있었고도로엔 자동차 사고도 있었단다 비실대는 가로등 불빛이 아픔을 말해주고 영롱한 진주이슬은 눈물인 듯 소망인 듯 반짝인다 산뜻한 냄새를 날라다 주는 겨
우수수∼ 우수수 쓸쓸한 사랑 노래여넌 어디로 나는가 파랗던 마음 붉게 단장하느라앓는 몸 소나기로 쌓이는구나 그 긴∼ 여정 할퀴던 삶의 바람이 정겹게 어르면 저마다 앉은 명당에 몸 살라 다시, 엉킨 세월 매듭 풀어가며 또 다른 푸른 봄날로 난다.
지나간 터널 속의 기억을 수직으로 묻고내일만을 생각하는 나무들도무시무시했던 지나간 겨울도아직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비 오고 난 후구름이 갈팡질팡한다더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망설이는 아침 앙다물고 있는 쪼끄만 잎들이노래 부를 채비에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부풀어 오르고나도 할 말 있다고노랑 분홍 빨강 초록으로 오물거린다
구름이 몰려왔다뭉게구름인 줄 알았는데먹장구름으로 변해 갔다 바람도 불어왔다산들바람인 줄 알았는데밤새 할퀴고 헤집었다 한기 가득한 산기슭각양각색 야생화 고산식물 들짐승 날짐승, 많은 생명이 갑작스러운 혼돈에 허둥거렸다 위대한 설산킬리만자로를 찾아 나선나는 오아시스 없는 사막한가운데 길 잃은 방랑자 
흩뿌려지는 바람은낙엽을 타고 산등성이를 넘어구름을 부르고 후 불어서 구름을 밀어내니새로운 봉우리와 인사하며붉은 파도에 내 맘을 맡기니여기가 무릉도원인가 하네 자연의 친구가 어느덧 나를이토록 높은 곳에 올리었구나감사하는 이 새벽날으는 꿩 소리에 온전히 열리는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