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탔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운전기사도 사람들도 아무도 없고 출입문만 열려 있었다. 차에 올라서 등 뒤에 메고 있던 배낭을 벗어서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놓고 버스 밖으로 나왔다.청승스럽게도 네 시만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버릇은 평생을 두고 고쳐지지 않은 탓에 오늘도 맨 먼저 도착했나 보다.어제 내린 소나기 때문에 아침 날씨는 맑고 상쾌했다. 무섭도
- 이숙남
버스를 탔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운전기사도 사람들도 아무도 없고 출입문만 열려 있었다. 차에 올라서 등 뒤에 메고 있던 배낭을 벗어서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놓고 버스 밖으로 나왔다.청승스럽게도 네 시만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버릇은 평생을 두고 고쳐지지 않은 탓에 오늘도 맨 먼저 도착했나 보다.어제 내린 소나기 때문에 아침 날씨는 맑고 상쾌했다. 무섭도
나라 경제가 전에 없이 어려워졌고, 경기는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었으며,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어려움은 내가 일하는 회사도 예외일 수 없었다. 우리 회사는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창업 이래로 별문제 없이 매년 성장해 왔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매출이 줄어들고 있었다. 경기 불황에다가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저가 경쟁 제품이 밀려
양쪽 가로수에빼곡한 나무 서로 가지를쭉 뻗어 만든 나무 터널,컴컴하지 않아 깜빡이를 켜지 않아도 괜찮아 나뭇잎들 사이로 빛이 들어와 기나긴 터널을 함께 걷지 않겠니?
봄바람 살금살금 다가와꽃망울을 두드리며 노크를 하고 여름바람 뜨거운 입김에바닷가 파도와 추억을 쌓는다 가을바람 우체부는노오란 은행잎 편지를 전해주고 겨울바람 짝짝 손뼉치니강물의 물고기가 유리창을 끼운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좋다, 생각하면 시원하고 추적거리는 비좋다, 생각하면 사랑이고 추위도 더위도이것쯤이야, 이겨내다 보면 어느새 갔어. 꼬이고 어려운 일피하면 더 힘들 것 같은 고것들에‘나, 강하게 해줘서 고마웠어.’ 말하고 내보내. 긍정 마음은 늘 잘 되는 편이거든.
매암매암매미는 여름 간다고 울고 귀뚤귀뚤귀뚜라미는 가을 온다고 노래하고 앵-앵-못살게 굴던 모기입도 삐뚤어지고 흰 구름도 파란 하늘 앞세우고 풀도 나무도 키재기 멈추는 그 사이 시나브로 다가오는 가을.
긴 겨울 지나고꽃나무 가지마다조롱조롱 맺힌 꽃망울들 봄 햇살이뻥튀기를 한다. 복숭아나무 가지에서 ‘뻥’살구나무 가지에서 ‘뻥’ 한꺼번에쏟아지는 꽃튀밥 ‘뻥’ 소리 듣고 날아온 벌들 튀밥 먹기 바쁘다. 튀밥 속에 코를 박고
화단 속꽃과 풀은내기를 하고 있어 꽃 주위잡초 가득뒤엉켜 쑥쑥 자라 눈뜨면달려나가풀들을 뽑고 나니 새싹 때잘 몰라도터지면 꽃봉오리 민들레맨드라미백일홍 코스모스 분단장고운 옷 입고 꽃 이름표 달았지.
I돋을 녘 그림자를 서쪽에 묶어 두고 반나절 꺾어 달려 동쪽 벽 앞에 서니저물녘 성근 햇발에그림자가 먼저 왔다 II벽 위의 이 그림자, 네가 남긴 흔적이냐 어제로 흐르는 빛이 만든 궤적이냐 면벽을 거부한 직벽이그린 자를 묻는다
인생은 60부터 잔칫상을 차려 놓고해고 통지를 받은 그는 오지 않았다 하얀 밤 까맣게 타는 삼겹살을 굽는 날 지글거리는 웃음이 익어 가는 불판마다 상추쌈 날개 펼쳐 욱여넣는 손길들해동된 접시에 고인 눈물이 글썽인다 슬픔이 쟁여 놓은 숯불을 다 사르고 기름때 절은 구두 끌고 가는 등 뒤로 꽃길만 걸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