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은아이를 포태(胞胎)하면서 멈췄다 눈과 귀 코와 입모든 것이 자식에게로 향했다 구십 노파가 되어도엄마의 시간은자식에 멈췄다 시간이 지나면당신의 시간이흐를 줄 알았건만 세월의 월계관이하얗게 빛나는지금도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 김미화(경기)
엄마의 시간은아이를 포태(胞胎)하면서 멈췄다 눈과 귀 코와 입모든 것이 자식에게로 향했다 구십 노파가 되어도엄마의 시간은자식에 멈췄다 시간이 지나면당신의 시간이흐를 줄 알았건만 세월의 월계관이하얗게 빛나는지금도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금빛 화살 날아와 콕콕 꽂힌다 화살나무 이파리 선홍빛 낭자하다 그대 떠난 뒤멍이 든 내 기다림 기억의 갈피마다잎잎이 선홍빛 눈물이다.
그림자 외로운 혼새 궁중 떠나온 뒤헤매인 깊은 산중 달빛은 피 뿌리듯하늘은 슬픈 곡소리수백년을 흔드네 원통한 조선의 왕끝없이 애달파라새벽 산 울음소리 골짝에 토한 분노흑역사 남겨진 아픔 슬피 우는 두견새
꽃이 피었다고 꽃길이랴 꽃 없는가시밭 험한 길도 맞잡은 손 너와 함께라면 그 길이꽃길이지
첫사랑을 간직한비 내리는 오월황홀히 피어나는사랑의 열정만은 감출 수 없다 혼자서 맡고 싶은 향기에 취해도 어느덧 가시에 찔려버린 마음 걷잡을 수 없이 아리기만 하다 싱그러운 오월 봄비가애타게 기다리는 욕망을언제면 먼지처럼 털어내려나 아름다움 중에 더 아름다운 그대 나 홀로 죽음을 맞서간다 해도
하루가 거의 끝나가는 시간대에한 시간의 여분이 나에게 주어진다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온 우주를 산책하고 광범위한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초저녁에 단잠을 한-숨 자고 나면어김없이 깨어나는 시간대이다온 세상이 잠들어 고요가 숨을 고르는 시간 23시에서 24시간대이다 하루-일과는 이미 끝이 났고조용히 잠들어 쉬
천년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니뒤에는 녹색으로 눈부신 산이 있고앞에는 옥 같은 물이 흘러가더라 유기농 먹거리가 가득하고여름이면 친구들과 강가에서 멱감고겨울에는 꽁꽁 언 빙판에서 미끄러지기를 수백 번이다 세월이 흘러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이성과 함께하고아이들과 뛰고 놀고 달리다 보니어느덧 검은 머리 사이로 하얀 꽃이 피어나더라 어지러
학생이란 벅찬 이름꽃다발처럼 안고 있다입학식이 내 인생에 있다니,전날부터 잠을 설치고2년 전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긴 아내와함께 배우자고 한 다짐도 없이 이렇게 홀로 오다88년 만에 받은 책가방,너무 좋아 입학식 내내 메고‘난 천생 학생이었나벼’ 우쭐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힘들다 다들 얼굴이 상기된 얼굴낼모레 죽을지도 모르니 하고 싶은 공부를 하
우산을 가져갈까 망설이다그냥 나왔는데 비가 온다되는 일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데은발이 되고 허리가 굽어할미꽃 닮은 어르신 한 분검정 비닐은 머리에 쓰고크고 파란 비닐은 원피스처럼 구멍을 뚫어서 입고관절을 앓는 듯한 수레에빈 병과 폐지를 가득 싣고흥얼거리며 간다불편한 일 하찮은 일에도감사할 줄 아는겸손한 저 삶을 보면서
굽이진 길 위에수없이 흔들리며 걸어왔다 바람은 때로등을 떠밀었고때로는 가슴 깊은 곳까지차갑게 스며들었다 사람과 인연 사이웃음보다 눈물이 먼저였던 날들도세월 속에 묻혀하나의 그림자가 되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삶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아픈 시간마저깊은 숨으로 품게 했다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실타래 속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