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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기다림

달빛 푸른 밤, 숙성의 시간 길어 향내 깊다남몰래 낮은 신음 소리 죽이며 발효한 시큼한 열매원초적 열정 심연에 가라앉혀두고가슴에 맑은 향기 품고 다시 태어난다 어둠 속 외진 창가를 향해 반짝이던 눈동자입술 사이로 세레나데 냇물처럼 맑게 흐르고기다림은 향기 짙어가는 위스키 시간입 안을 톡 쏘는 불맛, 그 속에 머금은 향내어찌 묵상의 시간 길지 않았으

  • 김현태(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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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사랑을 튀깁니다

사랑을 튀깁니다밀가루 대신기다림을 입히고계란물 대신하루의 안부를 풀어 넣습니다 기름은 너무 뜨거우면 안 됩니다서두르면속까지 익지 않으니까요 젓가락으로 살짝 뒤집을 때마다괜히 웃음이 납니다사랑은 늘뒤집히는 순간제일 향기롭거든요 겉은 바삭하게속은 말랑하게한 입 베어 물면“아”숨이 새어 나오는 온도로 접시에 담아당신 앞에 놓습

  • 이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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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숨겨진 불꽃, 영원한 귀향

태평양 거친 물살도릭호에 몸 실은 열두 살 소년하와이 사탕수수잎에 손 베이며땀으로 젖은 또 하루를 보냈다 가난 되물리지 않으리라피 땀 눈물로 일가 이루고사무치게 그리운 고향은자식에게조차 밝힐 수 없어호놀룰루 붉은 노을에 묻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26년 침묵 속 애국혁명의 거점된 신가구점 거리아버지의 휘바람 나지막해도가구 속 깊이

  • 이서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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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계절의 잉태

생명을 잉태한 빛이 피어오른다.하늘거리는 분홍의 날갯짓이 머물기 시작한 곳에쏟아져 내리는 꽃비설레는 따스함이 예고도 없이 훅 파고들었다.생의 온도가 가지를 툭,종종거리던 겨울의 인내떨어져 내렸다. 소슬한 바람이 불어 날린 마른 잎들이 떨어져 내리며 가지 끝 연둣빛 두근거림이 화들짝 깨어난다. 지난한 겨울,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쓰라

  • 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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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내가 사랑하는 나

나를 사랑하는 날이면 몸이 먼저 저물어어둠이 지나간 자리마다 멍울이 뼛속으로 스민다 나는 팔을 뻗지 못하고 내는 손가락 꼽은 채어깨 하나 거두지 못한다사랑은 늘 환한 곳을 비껴그늘 갈피 속에서만 숨을 틔운다왜 나는빛이 많은 낮에는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어둠이 깊어야만 얼굴을 알아보는지지친 눈동자에 푸른 물이 차오른다바라보다 부서져 파편이 제 이름

  • 명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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