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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나는 누구의 얼굴에 물을 뿌리려 하는가

손을 뒤로 결박하여상투를 풀어 손을 묶는다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얼굴에 물을 뿌린다그 위에 한지를 붙인다다시 물을 뿌리고한지를 다시 붙인다또다시 물을 뿌리고한지를 붙인다달라붙은 숨결은 서서히 스러지지만 죽어서도신앙은 살아 숨쉰다백지사형(白紙死刑)*이다 누구는 한지에 그림을 그린다누구는 한지에 글씨를 새겨넣는다 나는 오늘 백지에무

  • 김귀례(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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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디지털 노마드*

가로등 켜는 별에 여행 중이라는 여름 여자산책하는 일을 잊은 지 오래라고 한다돈을 세며 별을 은행에 맡길 궁리만 하는 기업가의 별에 사는 돈 남자, 그는 말문 닫고 사는 어둠이라 했다 화산을 어린 왕자의 의자처럼 앉고 산다는 가을 여자는 노랑 모자를 쿡 눌러썼다공허함을 견디는 사막의 쌍봉낙타선인장처럼 서서보이지 않는 마을, 친구의

  • 김일곤(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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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거리의 철학자

서울역 지하도 터널 속을 걷다 보면패잔병처럼 드러누운 사내들 틈에둥지를 튼 여자가 있다둥근 대리석 기둥에 기대어 책을 보는 여자가 있다 지구를 붙들기 위해시멘트 바닥을 꾹꾹 누르는 구두굽 소리에도 시커멓게 얼룩진 낡은 소매에 가려진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이 사뭇 근엄하다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다 알고 있다는 듯빌딩숲을 점령한 들고양이처럼헝클

  •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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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한밤중 쥐잡기

천장에서 혹은 문밖에서 쥐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였던 어린 시절 아악! 내 다리요즈막 한밤중 난데없이 쥐잡는 소동이 간간이 벌어진다 쥐가 천장이나 문밖이 아닌 내 몸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앉아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힌다단단하게 뭉친 근육들을 살살 어르고 달래면쥐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쥐 잡는

  • 박순영(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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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강화도 고인돌

황해 바다 신비 가득한 하늘동방의 한반도 전설의 안위를 위해바다로 들고나는 삶의 안녕을 위해묵묵히 지켜 서 있는 저 존엄을 바라보고 있는가 성스러운 바람 한 자락일지라도훈풍으로 간직하고 싶은 신단수 아래우리 서로 우러러 안고 있는 하늘 같은 위업을 오대양 육대주 넓은 가슴 현자들이오천년 침묵 하나하나를 아름다이 읽어 가고 있다 부

  •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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