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 봐야 알겠지만 4기 같습니다.”“그럼 수술할 필요 없겠네요.”“그래도 열어 봐야….” 지은 죄, 하도 많아 살려달라는 말도,눈물도 차마 흘리지 못하고 한숨처럼 토해내는주여! 9월, 노을이 서럽게 예쁘던 저녁 어느 날자식들 내팽개치고 서둘러 떠나버린 엄니행여 이 소식 들으면 나를 대신해 기도해 주실까. 백열등의 창백
- 류혜정
“열어 봐야 알겠지만 4기 같습니다.”“그럼 수술할 필요 없겠네요.”“그래도 열어 봐야….” 지은 죄, 하도 많아 살려달라는 말도,눈물도 차마 흘리지 못하고 한숨처럼 토해내는주여! 9월, 노을이 서럽게 예쁘던 저녁 어느 날자식들 내팽개치고 서둘러 떠나버린 엄니행여 이 소식 들으면 나를 대신해 기도해 주실까. 백열등의 창백
팔십 년 넘게 살아온 그의서사시를 읽으려면한 육십 년간 살아온 두뇌로는 짧다 어떤 것은 많이 마셔야 취하고어떤 것은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세상의 술잔 앞에한 생을 순간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과속이다 바닷물을 다 마셔봐야 짜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는 당신 한 사람의 생을살아생전 독파한다는 것 또한과속이다 앞서가는 당신과 뒤따라
눈은 서로를 바라봅니다눈 오는 날 눈을 바라보다 별을 보았습니다오늘부터 눈이 오면 별이 쏟아진다고 말합니다하늘에 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습니다바다를 건너가는 푸른 별과 마주칩니다슬픔이 다하여 별이 되는 걸까요 꽃이 지듯 내립니다철로에 내리는 눈발도 노란 안전선 안으로 비켜 내립니다 플랫폼으로 무궁화호 1382열차가 들어옵니다3호차 지정석에 앉아 스
바람, 뜻 있는 곳에 길을 열어 주는 운명의 여신이 한순간 귀띔도 없이 사라질 줄 몰랐다 불러도 메아리 들리잖는 동행을 이탈한 이름 이름들, 배반의 유희를 짐승처럼 컹컹 울고 싶어도 눈물이야 드러낼 수 없는 백년고독 바위의 낯빛 너무 머얼리넘어서는 아니 될 경계를 지워버린가시며 독기며 거품을 뿜어내는 주소 불명의 지뢰밭 전선 해뜰
100년 전인 2025년에는서울 강서구에 지하철 9호선공항철도역인 마곡나루역이 있었다역 주위에 나루터는 보이지 않았다 역 좌우에는 첨단산업 연구소들LG, 롯데, 코오롱, 넥센, 대웅,이랜드, 롯데캐슬, 코엑스 마곡,서울식물원, LG아트센터, 오피스텔타운 역 건너에는 마곡나루 우체국2층 건물이 1층에는 커피숍이 있었다 강서경찰서 마
흐르는 강물은 넘치지 않는다유유(悠悠)한 강물은 흐를 줄 안다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강물은기적을 만든다만약에 흐르지 않고 멈춘다면범람하여 논과 밭과 집을 덮칠 때흐른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가유수(流水) 같은 벅찬 세월을 씻고 쓰다듬어곱고 고운 돌을 만들고낮은 데로만 흘러바닷물에 몸을 섞고최후의 소금으로 남는다 우리들의 양식(糧食)이 된다.
굴참나무 우듬지에가여운 기도가 깃발로 흔들린다어쩌다밥알보다 더 많은 약들이매미 허물 같은 몸뚱이에 남겨져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저리 자주 오가는가 잠긴 적 없는 창호지 문에더부살이 과꽃 한 무더기녹슨 문고리에 기다림의 세월이 잠긴다 앙상한 겨울나무 한 그루먼저 꺾인 허리로는 모자라험한 작달비에마지막 남은 무릎마저 꿇었다닳고 휜 명아주 지팡이
모든 나무의 그리움은 하늘인데 너의 그리움은 어찌 아예 땅이냐 지난겨울 물먹은 눈 쏟아져온통 가지 꺾여얼굴 없는 장승 되어하마하마 죽을까 마음 졸였는데봄날 나무들 가운데가장 먼저 새싹 돋아 가지 뻗어 가지마다 줄줄이 푸른 잎 솟고 솟아 너의 초록빛 잎새 떼 몽땅땅을 향해 행진하는 모습신비하다 신묘하다 땅 위 생명
물욕(物慾)·육욕(肉慾) 떨어지고, 사람들과의 만남 적어져 죄지을 기회 줄어드는 나이운동하기, 악기 배우기, 그림 그리기, 붓글씨 쓰기 등 하고 싶은 마음은 늘어가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나이복용약의 종류와 개수가 늘어가는 나이지학(志學), 약관(弱冠), 이립(而立),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을 지나 종심(從心)에 이르렀으나, 학문 성
월정사 노스님 법문을 닮아 가는 전나무숲 바람 소리와 시를 읊고 있는 허난설헌 생가 소나무숲 바람 소리는 음색은 수수하지만 깊이가 있어 저릿하게 들렸지요 뒤태 농염한 바위에 벗은 몸짓을 던지는 파도 소리와 밤마실 늦은 귀갓길에 허둥대던 누이의 까치발 소리도 요염 숨기며 안섶 여미는 부끄럼 타는 소리로 들렸지요&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