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떠모음째 마시고 싶은 청정 바다 언금언금바닷길 기어가는 갈매기 한 마리끔벅끔벅 졸다 만 수만 부표 마중을 하고 와사삭가을을 순산하는분홍 감송이들 햇살로 샤워를 한다 바다를 잡는 부표 떼도망원경에 걸린 상산(上山)도점잖은 수반 위에 배를 대고 사알짝 누웠네 물때 맞춰 고동치는 삼박자 바다는 지금,노래 중이다
- 이종철(전남)
한 줌 떠모음째 마시고 싶은 청정 바다 언금언금바닷길 기어가는 갈매기 한 마리끔벅끔벅 졸다 만 수만 부표 마중을 하고 와사삭가을을 순산하는분홍 감송이들 햇살로 샤워를 한다 바다를 잡는 부표 떼도망원경에 걸린 상산(上山)도점잖은 수반 위에 배를 대고 사알짝 누웠네 물때 맞춰 고동치는 삼박자 바다는 지금,노래 중이다
그대 바람이여, 시간이여!멈추지 말고 온 사방을 향하여 달려라꽁꽁 언 세상 끝에 대고“봄이 왔다”고 멀리 선명하게 소리쳐라!굳은 땅에 닿아 고요를 깨뜨리고나무의 잠든 핏줄을 흔들어 깨워라겨울의 무거운 그림자 걷어내고모든 창문에 햇살의 몫을 골고루 나누어라 망설이는 새싹에게는 용기를고요한 강물에게는 흐를 자유를 선사하라그리하여 오늘 당장 차가운 어제
계절의 갈피에 끼워졌던 상념들이가을의 화지(畵紙) 위에그리움으로 상감(象嵌)된다 알맞은 구도 위에 밑그림이 그려지고 물감의 농묵 따라 번져 가는 나의 생각그 아름다운 언저리에서조용히 꿈꾸고 싶은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 투명의 색감 속으로산국화가 피어나고 철새가 날아오고 온갖 사물의 형상들이화폭 속에서 살아난다&n
사람의 향기 속에서 꽃들도 새들도 사랑이 무르익는 계절 자전거는 빌딩숲을 지나 태양을 향해 달린다자전거에 탑승한 시간은 썰렁한 바람을 가르고번민하고 고뇌하던 삶의 언저리를 지나잠이 덜 깬 새벽이슬 사이로 페달을 돌리니자분자분 아릿하게 실핏줄이 튕겨 나온다바큇살 안으로 삐끗거리고 서걱거리는 소리창백한 노구는 심연으로 골수가 쏟아진다구부러진 지팡이 명
삶에근심의 곰팡이가 끌고 다니는 어둠은눅눅하고 시커멓게 번식하며파릇파릇한 생기를 갉아먹는다 어둠은힘으로 밀어내면 더 큰 밀물이 되어혼란이란 장대비와 천둥까지 동반하며방향감까지 삼켜버리려 달려든다 까만 세상깨부수는 힘그건 내 안에 솟구쳐 오르는 빛줄기 어둠 속에서도 숨을 쉬게 하는 생명의 빛줄기
아버지는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이름도 제대로 못 쓰고하나둘도 세지 못하는 모자란 나는친구들이 모두 학교로 떠난 텅 빈 마을을 절박한 울음으로 채우고 나서야때늦은 입학을 할 수 있었다 로제타스톤의 비밀 문 안에는온통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해와 달이 시간을 만들고구름이 비로 내려와 승천하고뿌리에 갇힌 나무와 온 생애가 분주한 쥐,
유리창 틈에 서성거리던무심한 어둠의 동공처럼가을 들녘에서 고개 숙인황금빛 벼이삭처럼밖에서 고개 들지 못하여도끊임없이 떠오르는 두 얼굴비바람이 휘몰려오는 날은찬란하다 못해 더 부시다. 미간처럼 좁은 길모퉁이마다가까이에서 맑은 눈인사로서로 안부를 묻지 못하여도때때로 속속들이 빈틈까지그냥 거미처럼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 입동 날씨 예보처럼습설은
쪽빛 하늘 오색 풍선순이는 활옷 입은 채어이 몸통 잃은 그루터기장대비 칼바람, 양지녘 안부도 두절켜켜이 눈보라 질식도 떨친예상 못한 세상살이터널 지나 햇살과 훈풍맑은 구름 달 가듯 인생도 흘러여기까지 오기가어찌 말로 다 할까?
호수가은빛 종이 한 장 펴놓고 앉았다새 그림을 구상중이다 갈대도 따라서푸른 물감 꾹 찍어일필휘지하고 있다 내 삶을 다시 그리기 위해 감사한 생각에 잠기는데 물오리 한 무리제 그림자 데리고 멀어진다 호수가낡은 모습 지우고새 모습 꿈꾸는 시간 내가 그리는 그림명품은 안 되더라도감사의 은혜로 그려내야겠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밭고랑에비닐멀칭을 한다 아침 햇살이 부서지자은빛 바다 파도가 출렁인다 돌고래가 숨을 내쉬기 위해서바다 위로 솟구치고깊은 바다의 밑바닥에서대광어 한 마리가 조용히모래를 뒤집어쓴 채로 누워눈만 깜박깜박 뜨고 있다 빵빵한 젊은 여인의 엉덩이처럼 터질 듯이멀칭한 까만 비닐이 팽팽하다 나도 모르게 지나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