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가 붉은 양귀비를 기억 속에 세운다사자의 포효로 새벽을 여는 밤올빼미의 눈 속에 맑은 별이 뜬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연꽃의 호흡을 빌어 마음이 등불을 켜면벨라도나의 향기처럼 달콤하고 서늘하게 두려움이 온다 존재가 자신을 알아보는 첫 거울 속에서그림자는 뛰는 심장을 몰래 가려 놓는다 기쁨은 빛을 좇는 쪽 방향이다종달새가 바람
- 노두식
가시나무가 붉은 양귀비를 기억 속에 세운다사자의 포효로 새벽을 여는 밤올빼미의 눈 속에 맑은 별이 뜬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연꽃의 호흡을 빌어 마음이 등불을 켜면벨라도나의 향기처럼 달콤하고 서늘하게 두려움이 온다 존재가 자신을 알아보는 첫 거울 속에서그림자는 뛰는 심장을 몰래 가려 놓는다 기쁨은 빛을 좇는 쪽 방향이다종달새가 바람
먹구름 깔린 산비탈가파른 골짝을 지나서설한풍 달래며 넘던 야시고개희뿌연 안개 속을 맴돌다가거센 덫에 걸려 둥지를 잃고산새처럼 훌쩍 떠나야 했던절박한 삶의 그 질곡 속에서멍든 바람 불어올 때마다까맣게 그을린 세상이 흔들렸다 숨어 우는 달빛 너머로오지 않은 일출을 기다리며마른 가슴팍 짙게 톱질하던장대비 쏟아지는 빗발 속에서설움이 밀물 끝에 와 닿을 때
올해 신입생 여섯 명책상이 작년처럼 또 남는다창고에 쌓여 가는 책걸상들다시 교실로 옮겨지는 일은 드물다 아버지 따라도시 학교로 전학 가는 아이들 초록 같은 두 눈에이슬처럼 눈물이 고여 있다 새학기도시 어느 학교는 10명 넘게전학 왔다는데50명도 안 되는 전교생 모아 놓고 훈시를 하시는 교장선생님탱자나무 울타리에서 
파도는 부서져도 아파하지 않아요무지개 아름다운 물보라를 만들듯 부딪치고 부딪쳐 가며 성숙해 가는 인생 사랑도 인생, 이별도 인생 피할 수 없는 운명 사랑으로 그린 그림 이별로 색칠하지만 아파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힘내며 사는 거야내가 사는 내 인생이야
펼쳐 놓은 평생도(平生圖)에 꽃 채운 길 그려 넣고든 해에 환히 찬 집 꿈꾸며 살았는데 잡은 게손에 설으니뒤잡힌 듯 하여이다 석동무니 농부의 길 환칠한 그림 같고 장배기는 벗어져 홑짓기도 겨운 나이 장등 위지새는 달이나인 듯도 하여이다
하는 일 도막마다 손금이 부르터서 체념을 닦아내는데 헛웃음이 나온다풀죽은 나를 어르는늦저녁이 접힌다 이울진 틈 사이로 휴식을 보태봐도일 없을 땐 빳빳한 긴장이 초조해서엉켜든 잔근육들이예민하게 감긴다 머뭇대던 당신도 누운 감정 털어낸다 젖어보면 알게 되는 초년병 사내처럼한 번쯤 넓은 햇살에말릴 수만 있다면
돌다리 건너가며 새겨 놓은 웃음들이 흐르는 시냇물에 띄워 보낸 사연들이 부푸는 꽃망울 속에서 난리가 난 봄봄봄
바람 길 따라 산 벚꽃 피는 곳에비밀한 집 한 채 있었으면 좋겠다고독과 풀내음까지도 가난해서 좋은 곳 다문다문 내려앉던 꽃들의 허물처럼삶의 줄기마다 돋힌 가시 낯설어이제는 그 무엇으로 우리 서로에게 스밀까 도랑물 소리 따라 수선화 피는 곳에 비밀한 집 한 채 있었으면 좋겠다기억과 마른 바람소리로 저녁을 태우게
흐르는 것 모두가 오선지에 담긴다.얼비친 하늘과 바람균형 잡힌 시간과 길 보는 건눈만이 아닌가슴으로도 투영하는 물에 뜬다고 그것이 가벼움은 아니다. 내면을 비워내는해탈의 소리랄까 눈 감아두 귀를 열면투명하게 보이는 노래
단단한 벽돌 사이 고개 내민 민들레꽃 서럽고 모진 시간 노란 웃음 입에 물고무수한 밟힘 속에서도꿈을 펴고 있구나 울음이 질펀했던 한세월 뒤로하고잡풀처럼 꿋꿋하게 맨땅 위서 피어나네역경을 이기고 웃는너 또한 민들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