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문화 축제장 현수막 머리글에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라는 슬로건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사실 내가 제등행렬 행사에 참여한 것도 마음에 평안을 구하려는 목적이 있지 않나 싶다. 내 마음이 평안하면 세상과 불화할 일도 없을 것 같다.설성공원 야외 음악당 무대에서는 초대 가수의 구성진 노래가 흥을 돋운다. 어울림마당, 법요식, 제등행렬의 순서로
- 이호재(서울)
연등문화 축제장 현수막 머리글에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라는 슬로건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사실 내가 제등행렬 행사에 참여한 것도 마음에 평안을 구하려는 목적이 있지 않나 싶다. 내 마음이 평안하면 세상과 불화할 일도 없을 것 같다.설성공원 야외 음악당 무대에서는 초대 가수의 구성진 노래가 흥을 돋운다. 어울림마당, 법요식, 제등행렬의 순서로
당신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벌써 3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처음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동향의 내과의사에게 도움을 청하니 골든타임이 4시간이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것입니다.119차로 분당 S대병원에 도착하였으나 당시 코로나가 채 끝나기 전이어서 접수팀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때마침 일요일이라 당직의사로 하여금 수술실에 겨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국내를 넘어 일본과 중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1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보였다. 오늘날 출판 현실을 볼 때, 이는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 중심에는 나 시인의 대표작 「풀꽃」이 있다.“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불과 다섯 줄, 서른 자도 되지 않
아침을 여는 풍경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키거나 억지로 잠을 몰아내며 욕실로 향했을 시간이다. 요즘 들어 나의 아침은 조금 더 게을러진 습관 하나가 자리 잡았다. 창밖은 아직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머물고 있다. 머리가 맑은 공기로 채워지려면 잠자리에 들기 전 맞춰둔 기상 시계의 초침이 몇 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그 틈새의 시간, 머리
‘고유가 지원금’이란다. 남들 다 하니 나도 신청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부강한 것도 아니고 채무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갚아야 할 채무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부모 세대의 무능과 유능에 따라 젊은이들 사이에는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슬픈 신조어가 생겼다.나는 가난하고 칠 남매나 되는 집에서 태어났
연초록 잎이 푸릇푸릇 남학생 턱수염처럼 거뭇해지기 시작하면 러브버그가 기승을 부린다. 암수는 교미한 형태로 허공을 떠다닌다. 나뭇가지에도, 자동차 유리에도, 사람의 어깨에도 거리낌 없이 내려앉는다. 생은 짧고 번식은 급하기에 자연의 하나처럼 그들은 망설임이 없다.내 옷 앞섶에도 한 쌍이 내려앉았다. 손끝으로 툭툭 털어내면서도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초등학생 시절이었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우리 집 황소를 끌고 석화산(石花山) 자락, 비석거리로 향했다. 비석거리는 동네에서 외지고 무덤이 많았으며, 무덤마다 아이들의 키보다 더 큰 비석이 무덤 양옆으로 불쑥불쑥 솟아 있었으니 밤에 그곳을 지나친다는 것은 여간 담이 크지 않고는
뉴욕은 아마 다시 볼 기회가 없을 일회성 관광지가 되겠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1년에 6천5백만 명이나 다녀간다는 복작대는 거리가 일상인 것처럼 무관심과 무표정이다. 이를테면 월가의 증권가 앞에 세워져 있는 황소상의 주요 부위의 민망한 부분을 만지면 행운이 깃든다는 소문이 퍼져,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은 물론, 뭔가 행운을 붙잡고 싶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봄마다 철쭉이 아름답게 피는 길가 화단입니다. 철쭉과 어우러진 돌들 사이에 쥐 두 마리가 사는 조그마한 굴이 있었습니다.“형, 나 배고파.”꼬지가 배를 만지며 말하였습니다.“조금만 참아. 먹을 거 찾아볼게.”안쓰러워하며 범이가 대꾸하였습니다.잠시 후에 범이가 입을 앙다물고 슬금슬금 움직였습니다. 사람들이 챙겨 준 고양이 먹이를 향해 나아갑니다. 제법 가까이
현태는 휴일에는 할머니 집에 와서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주곤 해. 그러면 엄마가 용돈을 듬뿍 주거든. 엄마와 아빠는 휴일 없이 일해서 할머니 집에 자주 올 수 없기 때문이야.“요번에도 잘하고 와, 우리 아들.”엄마가 현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몇 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짓던 농사일을 하면서 혼자 사시거든. 그래서 엄마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