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몰리짐은 뜨겁고 가파르다 가쁜 숨에 흔들리는 비너스 날씬한 허리 헤라클레스 성난 팔뚝은 땀에 젖고태양을 이고 있는 아틀라스길게 뿜어내는 불꽃 신음 비가 샐세라 새 이엉 얹고빗물 넘칠세라 물꼬 트는 그들솟구친 선혈(鮮血) 검은 구름 걷어내 넘실대는 맑은 하늘 여여히 흐른다 쓸쓸한 늦가을 들녘 비껴 앉은 산그
- 김성수(대구)
오늘도 몰리짐은 뜨겁고 가파르다 가쁜 숨에 흔들리는 비너스 날씬한 허리 헤라클레스 성난 팔뚝은 땀에 젖고태양을 이고 있는 아틀라스길게 뿜어내는 불꽃 신음 비가 샐세라 새 이엉 얹고빗물 넘칠세라 물꼬 트는 그들솟구친 선혈(鮮血) 검은 구름 걷어내 넘실대는 맑은 하늘 여여히 흐른다 쓸쓸한 늦가을 들녘 비껴 앉은 산그
북적대던 봄기운이 다시 돌아와도몇 년째 제비는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다담장 곁 접시꽃 모란은 어김없이 피고 있는데거미들이 새집 지어 분가할 때처럼신났던 자식들은 바람 빠진 타이어가 되었다 덩그러니 남은 집은 벌레 소리로 밤을 지키고기억 멈춘 우물이 달빛을 품어 안고 있다그 사이 엄마의 젖가슴은 쭉정이처럼 가벼워지고수숫단 묶던 손으로 치맛단 여미며적삼
삶의 비결을 몰라 물었네내생(生)의 꽃잎은 언제쯤 만개하느냐고아무도 일러주지 않던 답 하나불혹의 고개 넘어 비로소 보였네 무엇이 그리 급해 마흔을 서둘렀을까철없는 인생 열망에 바친 세월을이제 와 반추한들 어쩌리회귀(回歸)할 길 잃어버린 청춘은 저만치 멀리 있는데 창공을 우러르며 「청춘」이란 시 한 편을 읊조리네 자유로운 세월의 고
가만히 있으면 시체 같은길 잃은 밤 텅 빈 공허에 갇힌 내 귀는이명의 노예가 되어나는 태양의 궤도를 행성처럼빙글빙글 어지럽게 돌고 이어 폭죽같이 터지는통증 뒤에 앉아 있는 건 그립고 그리운 숨결 어차피 혼자인 걸 서로 알지만그래도 혹시“나와 함께 나눌 따뜻한 가슴 없나요?” 나는 살고 있는지 죽은 것인지 
동구 밖 느티나무 그늘황소들의 쉼터, 음매 음매아롱진 물결 사이로조개를 줍던 시냇가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버들은 반갑다고 살랑살랑 결혼하면서 떠난 고향친정집 사과밭엔 아파트가 들어섰고 소방도로도 포장이 되었다 거닐던 강가로 가니희끗희끗 흰머리 휘날리며 갈대가 소리 내어 울고 있다 내가 보고 싶었다고왜 이제 왔느냐고
문패를 반납하고다섯 계단 아래로 생을 옮겼다지상에서 고작 다섯 걸음 내려왔을 뿐인데 창틀로 쏟아지는 햇살이 먼지처럼 서먹하다 외줄을 거두고 짚어 서는 벽,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금꽃이 피었지만어둠을 두드리는 감각이 깨어나면서마르는 법도 알게 되었다 다섯 해가 서른 해처럼 지나고행운이라 불리던 지상의 햇볕 아래서가려운 등에 남은 소금
십 년 공 도로 아미타불이 말이 고무줄처럼 당겨진 오후 체증 앓는 구름 너머로 핏기 없는 햇살이 부서진다 귓가를 때리는 바람이 툭, 가을을 떨어뜨린다 나는갈길 바쁜 햇살이 바람 틈으로 밀어 놓은 낙엽에서 나무를 생각한다 족쇄에 묶인 미련이 바람맞은 문처럼 삐거덕거린다 옷깃은 식어 가는 온기에 매달린 관념
저 바닷물은외로운 섬의 정액 울부짖으며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살을 찢으며그를 들여놓아야 한다 벌어지는 살처럼앓고 또 앓으며그를 읽어야 한다 저 울음소리가 발음하는 심연의 억눌린 비밀을 해독해야 한다
삼천리 금수강산의 이 아름다운 대한민국 땅에서 한평생 시를 쓰는 사나이, 나 정성수(丁成秀)는 여러 천재시인들과 달리 문단 등단이 슬그머니 늦은 편이다.그러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시인은 타고나는 것. 주변의 천재들을 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남다른 감성과 이성과 낭만이 넘쳐나고 타고난 인성이 착하고 사려 깊고 시적 재능이 뛰어나다.초등학교 시절의 꿈은 만화가
노란 개나리빨간 진달래붉고 흰 영산홍흐드러지게 시절 따라 피고 지고 그리 크지도 아니한 나무들온 산과 들녘, 울타리 주변에수줍은 명자꽃도 한 귀퉁이에무리 지어 함께 어우러져 자리한다 명자꽃은 가시 속에 조용히 숨죽이며 바람 불면 부딪혀 아파 울지만붉디붉은 검붉은 꽃잎으로아픔을 달래며 고통을 토해낸다 한때 허세 부리던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