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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호주제에 관한 소견

호주제가 폐지된 지도 한참 세월이 흘렀다. 당시에 이 사안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본다. 나는 아직도 이에 해당하는 문제에 연루된 게 없어 잘, 잘못 되어 가는지에 민감하지 못하다.예부터 우리나라는 불교와 유교 문화를 이어 오면서 남존여비 사상으로 씨족이 형성되어 이어져 왔다. 성(姓)을 하사받고 시조(始祖)가 정해지면 그 성씨를 중심으로 가계(家系)

  • 설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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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풍경, 치명적인 매력

따뜻한 녹차를 숨 깊숙이 들이마신다.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몸으로 들어가자 더위도 식고 몸이 열린다. 장마가 끝나고 습한 더위로 가마솥처럼 달궈졌던 나는, 더위가 먼 과거의 일이었던 것처럼 마냥 편하게 하릴없이 부드럽고 따듯한 차를 즐겼다.절 주인은 꽃처럼 지긋한 미소와 꽉 찬 정성으로 차를 만들어 찻잔이 비면 따라주기를 반복한다. 나는 차를 한

  • 임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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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양심

단체여행객들 팀에 낀 문우와 나는 짧은 베트남 여행을 마쳤다. 비록 처음 방문한 낯선 땅이고 주마간산 격이었지만 우린 그런대로 흡족해하였다. 사흘째 되던 날, 마지막 여행지인 이웃 나라 캄보디아로 날아가 첫 목적지인 시장을 둘러본 것은 오후 다섯 시쯤이나 되었을 게다.가이드가 우리 여행객을 안내한 곳은 서울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처럼 번화하진 않되 꽤 큰

  • 문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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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사랑의 날개

나는 철원 들녘에 사는 두루미입니다.“사람들은 저마다 이름이 있어. 우리도 각자 이름을 짓는 게 어때?”길라잡이 두루미가 이런 말을 하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도 이름이 없었습니다.“그것 참 좋은 생각이야. 난 재학이라고 할래.”“재학이? 그게 무슨 뜻이야?”내게 늘 곁을 주던 친구가 물었습니다.“우리 두루미를 사람들은 학이라고도 부른대. 잿빛 두루미라는 뜻이

  • 박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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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삼치기와 수학 공부

교문을 나선 윤구는 집이 아닌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공원은 숲속 도서관과 나무숲이 있어 체험학습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고, 공원 근동의 아파트 주민들이 너나없이 즐겨 찾는 곳으로, 바로 옆 학교 학생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이제, 아름답게 단풍졌던 공원의 숲은 썰렁했고 을씨년스러웠다. 쓸쓸해 보이는 공원의 벤치를 찾아 웅크리고 앉은 윤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

  • 한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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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페미니즘으로서의 무속 문학과 무녀의 엑스타시스 ——김동리의 「무녀도」에서 성해나의 「혼모노」까지

1. 읽기의 근거가. 젊은 세대식민지 절정기인 1940년대 소설 이근영의 「고향 사람들」(1940)과 곽하신의 「신작로」(1940)까지만 해도 마을에는 사의 세계를 떠올리는 상여집 또는 신당 하나쯤은 마을 입구 또는 외진 곳에 있었다. 북해도 탄광 노동자로 가기로 한 젊은 농민들은 송별연을 마치고 풍물패를 앞세워 춤을 추면서 성황당 앞에서 “그저 대판을 꼭

  • 최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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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드므

쌍계사 대웅전에 부처 좌정하셨다. 동백과 차나무가 청아하게 경을 읽는다. 날짐승이 경건히 날개를 접고 네 발 달린 중생이 멈추어 선다. 아랫말에서 온 두 발 중생은 합장하고 몸을 낮춘다. 허겁지겁 산으로 올라오는 저이는 무슨 탈이 생겼나, 번민에 싸여 얼굴이 벌겋다.쌍계사 입구 드므에 물이 콸콸 넘친다. 소리 저렁저렁 화기를 누른다. 중생들 심화 끄라고 바

  • 최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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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끼어들기

차창 밖 서산 끝없이 펼쳐진 붉은 노을비단구렁이 모양 끝없는 퇴근길배고픔과 졸림이 조급함과 짝짓는 경적 물길처럼 열린 우회전 차선으로 내달아직진 차선 내 삶 한가운데 찾아온 불행처럼내 앞자리로 스며든 차량 가운데 차선에서 정체 중인 나는 동네 바보 형마음 한편으로 깜빡이는 방향지시등흔들리는 헤드램프 나보다 먼저 승진한 후배에게 고

  • 연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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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구절초 노래

차라리 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차라리 차라리 보내지나 말 것을이렇게 긴긴 세월눈물로 지새운 수많은 밤들밤하늘엔 별들이 쏟아지고그 옛날이 가슴에 얹히면가슴속에 간직한 나만의 노래를풀벌레 밤하늘 나 홀로 불러본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는 길을 알았더라면 찾아갔으련만 어디서 오고 있는지오는 길을 알았더라면 마중 갔으련만 사랑은

  • 안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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