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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빈젖

북적대던 봄기운이 다시 돌아와도몇 년째 제비는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다담장 곁 접시꽃 모란은 어김없이 피고 있는데거미들이 새집 지어 분가할 때처럼신났던 자식들은 바람 빠진 타이어가 되었다 덩그러니 남은 집은 벌레 소리로 밤을 지키고기억 멈춘 우물이 달빛을 품어 안고 있다그 사이 엄마의 젖가슴은 쭉정이처럼 가벼워지고수숫단 묶던 손으로 치맛단 여미며적삼

  • 장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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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꽃잎편지

삶의 비결을 몰라 물었네내생(生)의 꽃잎은 언제쯤 만개하느냐고아무도 일러주지 않던 답 하나불혹의 고개 넘어 비로소 보였네 무엇이 그리 급해 마흔을 서둘렀을까철없는 인생 열망에 바친 세월을이제 와 반추한들 어쩌리회귀(回歸)할 길 잃어버린 청춘은 저만치 멀리 있는데 창공을 우러르며 「청춘」이란 시 한 편을 읊조리네 자유로운 세월의 고

  • 이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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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떠난 고향

동구 밖 느티나무 그늘황소들의 쉼터, 음매 음매아롱진 물결 사이로조개를 줍던 시냇가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버들은 반갑다고 살랑살랑 결혼하면서 떠난 고향친정집 사과밭엔 아파트가 들어섰고 소방도로도 포장이 되었다 거닐던 강가로 가니희끗희끗 흰머리 휘날리며 갈대가 소리 내어 울고 있다 내가 보고 싶었다고왜 이제 왔느냐고

  • 이순옥(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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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그늘의 연대기

문패를 반납하고다섯 계단 아래로 생을 옮겼다지상에서 고작 다섯 걸음 내려왔을 뿐인데 창틀로 쏟아지는 햇살이 먼지처럼 서먹하다 외줄을 거두고 짚어 서는 벽,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금꽃이 피었지만어둠을 두드리는 감각이 깨어나면서마르는 법도 알게 되었다 다섯 해가 서른 해처럼 지나고행운이라 불리던 지상의 햇볕 아래서가려운 등에 남은 소금

  • 최명선(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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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마침내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게 되리라

삼천리 금수강산의 이 아름다운 대한민국 땅에서 한평생 시를 쓰는 사나이, 나 정성수(丁成秀)는 여러 천재시인들과 달리 문단 등단이 슬그머니 늦은 편이다.그러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시인은 타고나는 것. 주변의 천재들을 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남다른 감성과 이성과 낭만이 넘쳐나고 타고난 인성이 착하고 사려 깊고 시적 재능이 뛰어나다.초등학교 시절의 꿈은 만화가

  • 정성수시인·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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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숨어 피는 명자꽃

노란 개나리빨간 진달래붉고 흰 영산홍흐드러지게 시절 따라 피고 지고 그리 크지도 아니한 나무들온 산과 들녘, 울타리 주변에수줍은 명자꽃도 한 귀퉁이에무리 지어 함께 어우러져 자리한다 명자꽃은 가시 속에 조용히 숨죽이며 바람 불면 부딪혀 아파 울지만붉디붉은 검붉은 꽃잎으로아픔을 달래며 고통을 토해낸다 한때 허세 부리던 꽃들

  • 박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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