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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봄, 얼음을 녹이다

굳게 닫힌 세상, 얼음 궁전한겨울의 침묵이 주인공이던고요한 호수 위에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어조심스레 얼음을 녹인다살엄음이 얇게 갈라지고물방울이 몽글몽글 맺힌다 봄바람은 나긋한 손길로얼음 조각들을 춤추게 한다차가운 겨울잠에서 깨어나새로운 생명이 꿈틀거린다 물빛은 점점 깊어지고햇살은 더욱 따스해져만물이 소생하는 기적을 목격한다&nbs

  • 김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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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나에게 오는 오늘

파르스름하게 깨어나는 새벽 공기가 낯설다아침이 이렇게 왔었던가?너를 한번도 바라보질 않았구나밤을 깨고 나오느라멍 들어 있는 너를한번도 보듬질 못했구나 나에게 너는항상 환하게 빛나는 미소인 줄만따뜻이 안아주는 품인 줄만 알았다찬란하기만한 너에게도 아픔이 있는데내 아픔이 너를 덮어 버렸다 이제걱정거리는 너의 뒤편에 숨겨 놓고신발끈을 묶는다.

  • 신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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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025.3 70호 장죽리 버스

안개로 세수하고 얼굴만 내민 마둔 저수지햇살이 어루만져 드러난 산천초목물살에 업힌 햇살은물풀처럼 춤을 춘다 골짜기 곱이곱이 다정히 앉은 마을평안함 알려주는 여유로운 굴뚝 연기마을의 선한 모습은 부러울게 없는주인을 닮았다 “영희엄마는 어디 가노? ”“무릎이 아파서 병원 갈려고” “수철이 아저씨 고비는 넘겼나? ”“좋아졌습니다”&nb

  • 김은희(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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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양말, 남은 한 짝

어딘가로 달아나 버린 양말 한 짝함께 달아났다면 완전범죄지만양말, 남은 한 짝알리바이가 없어아침마다 심문을 받는다 스스로 찾아갈 수 없는 거리 몇 군데 짚히는 곳이 있지만체념으로 수모를 견디는 남은 한 짝 자유는구가하는 자의 몫,행적이 묘연한 그 분방을용납하고 사랑하여기다림을 형벌로무기형을 사는 서랍형 여자.양말, 남은 한 짝

  • 김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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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청청거목(靑靑巨木)

거대한 산에 청청히 서 있는나무 한 그루푸르다어느날푸르듯 기어오른뼈대 없는 줄기청다래 이름을 가장해청청거목 머리 위에 서서거목의 목덜미에 머리채 잡듯온 힘 뱉어낸다 청다래 이름 빌어 푸르다지만누구도 알 리 없는 엉킨 실타래일 뿐햇볕 창창한 날푸른 잎들 시늉한 치마 펼쳐들어큰 나무의 등줄 타고 올라거대한 빛 가리려 하나 가을 겨울이 오는 진

  • 노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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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인생 별곡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지난 추억은늘 그대로 마음에 담겨 있는데세월은 우리의 모습을더덕더덕 변화시켜 버린 생의 무적 까맣고 덥수룩하던 머리카락이이젠 세월에 바래버린 반백가뭄 들녘에 타든 식물들마냥 듬성듬성거울에 비친 머리숱을 보며어찌 인생이 허무하다 하지 않으리 훨훨 날아가 버린 시절항상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우리 아이들이그때의 우리들

  • 김순옥(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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