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을 문 뚱카롱 슬리퍼 두 짝몇 발짝 못 가노랑 장화가 모로 엎질러지는데요장맛비에 주저앉은 약속뒤끝 있는 장화는굽히지 않는 빗물 대신눈물 한 덩이 굽혀기어코 언덕을 올라가는데좀 봐 달라는 당부인 듯빈속 내보이는 임대 점포 지나침묵으로 답하는 눈길 지나오후 여섯 시를 몰고 가는남색 오토바이 지나장화 신은 먹구름이 꽃구름을 물었네요꽃구름 속에 숨은 마카롱자몽
- 최애란
풀밭을 문 뚱카롱 슬리퍼 두 짝몇 발짝 못 가노랑 장화가 모로 엎질러지는데요장맛비에 주저앉은 약속뒤끝 있는 장화는굽히지 않는 빗물 대신눈물 한 덩이 굽혀기어코 언덕을 올라가는데좀 봐 달라는 당부인 듯빈속 내보이는 임대 점포 지나침묵으로 답하는 눈길 지나오후 여섯 시를 몰고 가는남색 오토바이 지나장화 신은 먹구름이 꽃구름을 물었네요꽃구름 속에 숨은 마카롱자몽
나무 의자에 노인들만 멀뚱멀뚱 앉아 있는 정류장에서낯선 동네의 이방인처럼 버스를 기다린다 도착한 버스 속에는 노인들뿐,고개를 돌려가며 젊은이를 찾았으나 보기 어렵다 노인들의 밭은기침 소리를 들으며살아 있는 것이 왠지 눈물겨워 숨소리도 죽인다 버스 창 너머 멀리 보이는 앞산 어디쯤한 줌의 흙으로 어느 순간 세 들 것만 같다 
가을은 겨울에게,나는 너에게,시작은 끝에게,누가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다. 흔들리다 떨어져 뒹구는 잎에 시선이 간다그녀의 흔들리는 눈빛은노을빛 너머 호숫가에 붉은 눈물 되어 흐르고흐릿해지는 머릿속은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설레임 속 뜨거운 입맞춤은 어느 순간원망과 후회로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외로워 바스락이는 낙엽을 긁어 모아 태워봐도,
같은 사물을 볼 때도나이에 따라 감상하는 관념이다른가 보네. 가령마냥 슬프던 일이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르던소녀 시절엔눈 내리는 풍경을 보면서하늘의 슬픔이눈으로 풀려 나온다고 생각하며내 가슴의 슬픔은언제나 눈과 같이 풀려 나올 것인가눈물짓던 낭만이었는데. 이제마른 잎의 황혼이 되어눈 내리는 풍경을 보면물론 아름답기는 하나사계절 따라겨울이니까
아마 그럴 거야확신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어떤 사람에게도함부로 고개 숙이지 않는 어떤 행운에도어떤 불행에도함부로 웃고 울지 않는설마의 섬 지구 저편에선폭격으로 수십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고세계는 지옥을 중계하고전쟁으로 인한 경제 동향을 분석하는 뉴스를 보며따뜻한 밥을 먹고어른이 된 자식을 걱정하며살아보려고 끙끙대는그래서 더 아픈 섬
청천호*에는우주가 담겨 있다해와 달과 별새들의 노래 바람의 한숨함께 숨 쉬고 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간다고아우성치지 않고 고요히 물살 흔들어그래그래 세월을 다독인다 매양 가슴 크게 열어장맛비 소나기 이슬비 눈송이 진눈개비새들의 눈물도 개구리 오줌도 받아 품고어느 집 부엌에서 무슨 음식 그릇을 씻었느냐장골 질골 어느 계곡에서 내려왔
올 가을엔 적상산(赤裳山)에 갈라네붉은 치마 흔들리는 바람든산속으로 아름다움이 진실이라 하니진실에 푹 빠져서아름다운 소풍하고올라네 아름다운 호수에 풍덩 빠져붉은 치마 건져 와서횃댓줄에 걸어놓고혼자 볼라네
꽃 단자 숲길을 사뿐히 조이면만향의 음미로 빚어진 황홀경 맞아아스라이 다가오는새롭게 부화된 영기(靈氣) 섬섬히 담겼습니다. 사치에 비굴해지는 유약함을맛깔 들린 천연의 취향은 호강되어노변에 깔린 시구(詩句)들로마디 끝마다 야들야들 매달려 나부낍니다. 사랑하는 애인 찾은 벌 나비흥겨운 춤에 나풀되는 감미로움 달궈향기 품은 여운의 은총 받고고매
경계를 넘지 마라함부로 건들지도 마라겉과 속이 다르다고 흉보지만다 자기 몫이 있다쓸데없이 공격적이지 않았고게으름만 굴리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구나무를 서 본들시고 떫고 쌉쌀한 본성은떨궈지지도 않고 달큼해지지도 않는다그 누구처럼 물러터지는 것보다오히려 땡땡한 게 낫지 않은가 떨떠름한 인생,그렇다고 헛살지만은 않았다노란 향내를 호객 행위라며
어찌 사랑한다고함부로 말하리몸짓으로 아닌 척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소 초저녁 아기 별도얼굴도 귀도 큰만월에게까지사모하는 마음을 숨겼지 행여 풀잎에 내린영롱한 이슬 알이추한 마음을 알까 먼 후일마음이 열리면달님도 해님도이 사람괜찮은 사람이었다고말해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