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6
0
그대
잊는구려
한때는
세상 모든 것이 그대를
데려왔는데
비 오는 날 찻집에서 녹턴을 들을 때면
단풍 든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걸을 때면
어느새 다가와
내 손 위에 가만히 포개어 놓던
그대
이제
닳아서
모난 순간들
둥글어지고 작아져
손에 익숙해졌는데
겨울로 향하는 길목에서
그대도
잊었는구려
깊어지는 이 가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