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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몽중사유상

안개는 이마에 닿자마자 내 바깥을 먼저 지웠다축축한 온기 속에서 나를 더듬어 내려갔고, 손끝에 닿는 것은 살이 아니라, 빛이 닳아 가는 자리였다 기억은 얕은 물결처럼 떨리며 흩어졌다 사유는 그 사이를 조용히 미끄러졌다 닿기 직전에 스러지는 것들을 바라보며, 안쪽으로 천천히 잠겨 갔다 꿈은 내 형체를 절반쯤 접었다 접힌 자리마다 시간이 스며들었고,

  • 박기준(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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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나뭇잎, 너를 배우리

올 때부터 떠날 준비를 하는 너아름다운 이별을 위해봄부터 수의를 짓는구나이슬에 햇살 입혀 옷감을 짜고보슬비로 촉촉히 물감 들여서하늘의 구름 따서 마름질하여바람결에 촘촘히 바느질하고매몰찬 폭풍에 구겨진 주름뙤약볕에 나긋나긋 다림질해서치맛자락 가득히 봄 새겨 넣고너만의 멋을 살려 품위를 갖춰 입고 꿈 심을 묘지 찾아 나풀나풀 가는구나 이내 몸

  • 한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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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흔들리면서 흐르지 않는 것이 없다

라오스 방비엥 이른 아침 구름 한점 없다하늘 높은 행글라이더 산등선 능선 따라 날으고열풍선 떠올라 바람 타고 흔들리며 흐른다 카르스트 둥그런 산들은 고요 속 강물 속에 비추니 휘돌아 흐르는 강물에감기어 흔들린다 카약보트 노 젓는 사공강물 위로 살처럼흔들리며 흐른다내가 살아가는 삶이흔들리며 흘러간다 흔들리며 유유히 흐르지 않는 것은

  • 유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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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76호 중환자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싸늘한 공간그곳으로 향하는 이동식 침대 위깡마른 육체가줄줄이 늘어진 생명줄에 꿰인 채바람 빠진 풍선처럼 뉘어 있다 반쯤 감겨 있는 눈 주위에덜 마른 눈물 자국이 얼룩져 있고초점 잃은 눈동자에익숙한 듯 낯선 모습이 어슴푸레 지나간다 ‘내가 이곳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혼미한 의식이 잠깐 흔들리는 사이&n

  • 오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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