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그릇이든 그 그릇에 맞는 모습으로 사는 게 진정 아름다운가 물 같은 글처럼마음도 물인 양 마냥 퍼주다가슴에 남은 건 무너진 모래성 그대와 나의 사랑도 화수분이 아니었음을 네 것은 남겨두라던 말씀이 허허롭게 떠돌고 이제 석양을 등지고 쪼그려 앉아 바라보는 그-림-자 전화기를 펼쳤다 닫았다단축번호를 누
- 이광민(용인)
어느 그릇이든 그 그릇에 맞는 모습으로 사는 게 진정 아름다운가 물 같은 글처럼마음도 물인 양 마냥 퍼주다가슴에 남은 건 무너진 모래성 그대와 나의 사랑도 화수분이 아니었음을 네 것은 남겨두라던 말씀이 허허롭게 떠돌고 이제 석양을 등지고 쪼그려 앉아 바라보는 그-림-자 전화기를 펼쳤다 닫았다단축번호를 누
꼬치어묵 막대기처럼 가늘다3층집 사내아이 발목닳아서 저토록 휘청거린다 산다는 것이 가벼울 리 없지다섯 살 아이도 비껴갈 수 있겠는가낮 동안 구부러지지 않은 견고한 것이 남아 있어 깊은 밤 거실에서 못 박는 소리 쾅쾅뒤꿈치로 못대가리 쳐댄다아랫집으로 무수히 쏟아졌지만회수해 간 적 없다 지랄 맞은 세상을때려눕혔는지 조금 가벼워진 몸관
[경기도 용인지부] 1. 용인은 어떤 곳인가용인은 일찍이 온조왕이 하남 위례성에서 즉위한 이후 계속 백제의 영토에 속하였고, 용인이 용구현이란 명칭으로 기록상에 나타난 것은 서기 475년(고구려 장수왕 63년)이다. 본래 용구현(龍駒縣)과 처인현(處仁縣)을 합치고 용구(龍駒)에서 용(龍)자와 처인(處仁)의 인(仁)자가 합쳐 용인현(龍仁縣
도현이가 벌떡 일어나 발을 굴렀어요.“이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너는 멍청이야.”껌벅껌벅 나는 도현이를 올려다봤어요. 할머니가 혀를 찼어요. “왜 덕구를 못살게 구는 게야? 네가 덕구를 멍청이라고 부르면 동네 사람도 멍청이라고 부르게 돼. 덕구라는 좋은 이름 놔두고 왜 그랴?” 도현이가 툴툴거렸어요.“손을 달라고 해도 못 알아듣고 손가
1970년대,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시골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경직된 시절이었다.독재 정권을 알리거나 자유로운 민중의 삶을 쓴 작가들이 잡혀 가는 필화 사건이 있었다. 대중가요 검열이 심해 금지곡이 수두룩했으며, 영화 및 공연을 할 때는 시나리오부터 상영까지 검열, 간섭이 심했다.홍보용으로 놀부전이라는 얇은 만화책이 학교로 배급되었다. 이 놀부전에서
나에게 창작의 산실은 30평이 안 되는 살림살이하고 있는 아파트가 아니다. 글 쓰겠다고 장만한 17평 남짓한 작업실 또한 아니다.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지냈다. 그것은 마치 꽃밭 속을 날아다니는 꿀벌과 같아서 꿀 같은 소재가 넘쳐났다. 동화를 쓰는 내게는 하늘이 내린 행운이었다. 어린이들은 언제나 나에게 생각거리를 주었고 웃음을 주었다.
1. 문학의 향기인생의 황혼에 다다랐을 때, 과거를 뒤돌아보며 우리 영혼을 가장 따스하고 풍요롭게 채워 주는 건 다름 아닌 문학입니다. 문학은 삶의 고유한 결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가장 정직한 그릇입니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의 깊은 내면과 마주하게 되며, 비로소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지나온 삶의 치열함을 지나 여생을 문학과
누구나 다 아는 거지만, 수필은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길지 않게 서술한 산문이다. 여기에는 자기 내면과 대화하는 일기나 특정한 타인만을 대상으로 해서 보내는 편지에서부터,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다루는 기사나 전기 같은 것, 예술품을 완상한 감상문, 여행 체험을 다룬 기행문, 어떤 개념에 대해 논증하는 철학론까지 두루 포함된다. 이런 범주에서도 특히 근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온다. 알람 소리가 울린다. 침대에 있던 호연은 몸을 뒤척인다. 알람 소리가 한 번 더 울리지만 그대로 있다. 호연이 못 일어나자, 마리의 소리가 들렸다.“지금 일어나야 할 시간입니다.”침대는 자동으로 반 접히더니 앉은 자세로 바뀌었다. 이제야 눈을 뜬 호연이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마리, 오늘 아침은 뭐야?
1뻑뻑한 두 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어젯밤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네 시였다. 키보드 위를 떠돌던 손가락 끝은 피로로 묵직했다. 숱하게 나를 괴롭혀 온 우울과는 달랐다. 컴컴한 방 안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컴퓨터 화면 속 엽편도 되지 못할 몇 줄의 문장을 지우고 쓰기를 반복했다.백스페이스키를 연타했다. 텅 빈 파일의 하얀 배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