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아파트는 적소(謫所)다이웃은 벽으로 막혀말이 트이지 않는다복도 센서등은 발길 사라지면어둠을 켠다발자국은 그림자도 남기지 않는다 까마귀가 음식 수거용 통을 뒤진다심한 악취가 입맛을 당기자허기진 눈동자에 광채가 인다저녁이 냄새로 썩어 가자충혈된 동공은 실핏줄에 점령된다내다 버린 음식물로 배를 채우고달빛 물고 둥지로 날아간다 까마귀 어
- 이채우
독거노인 아파트는 적소(謫所)다이웃은 벽으로 막혀말이 트이지 않는다복도 센서등은 발길 사라지면어둠을 켠다발자국은 그림자도 남기지 않는다 까마귀가 음식 수거용 통을 뒤진다심한 악취가 입맛을 당기자허기진 눈동자에 광채가 인다저녁이 냄새로 썩어 가자충혈된 동공은 실핏줄에 점령된다내다 버린 음식물로 배를 채우고달빛 물고 둥지로 날아간다 까마귀 어
우리들은 옛날 섬돌을 디디고거처에 드나들었다넓적한 돌 하나에 새겨진 삶의 흔적들,낯익었던 것들은 세월 따라 흩어져이젠 그리움이 되었다 발끝에 남겨진 어린 날의 웃음소리,낮은 섬돌 아래 피어난 들꽃,저녁노을 속에 들려오던 어머니의 부름 누구나 디디던 그 디딤돌 위에묻어난 발자국들, 삶이 무겁게 눌러도결단코 깨지지 않았던 단단한 시간들&nbs
늘 웃고 떠들던 그 친구의 모습저녁노을 뉘엿뉘엿 멀어지더니어둠은 사방을 잠재워버린다 손을 잡고 꿈꾸며 걸어가던 봄길 위에숨어버린 친구 모습 찾을 길 없네어느 하늘가에서아픈 영혼을 달래고 있을까 밤이 무서워 정신없이 달려가던 내게들려온 귀에 익은 목소리가슴 쓸어내리던 친구여어찌 대답이 없느냐너의 숨소리조차 서러운 이 밤 별빛 쏟아지
한계령 휘감는별들과 벗하니망망(茫茫)한 양양의 푸른 바다일출광경 황홀한데 고고한 자태기암괴석들은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천하절경 감추었구나 구름 속 노랫가락풍진속세 덧없고지난 세월 어이 할 수 없어후회 애닯다 어이하리오
빨간 입 크게 벌리고 웃고 있다하얀 치아 드러내고 웃고 있다다정한 연인 사이처럼 나팔의 넝쿨손에목과 허리 내줘도즐거운 개망초의 가슴그냥 들꽃이 아니네 쓸 만한 자리 착지(着地) 못해기어오르지 못하는 이웃 나팔오죽 보기 딱했으랴 척박한 땅에서 헌신으로공존(共存)의 옥토 이루었네고마워라움츠린 가슴을 활짝 열어 준다작은 꽃의 훈기(薰氣
살아갈 날이 너무 많아 갈길 부대끼는 사람이거나얼마 남지 않은 생이 지루해서 군내 나는 사람은신불산 억새평원 들머리술잔 거꾸로 걸어 놓은 구전의 천변주막작천정에 와 보시라달빛이 별빛 불러 자고 간다는 야영장 지나천년기암을 눈으로 밟고 개울 따라 한 마장백년풍상 휘어진 벚나무길 한 마장겁 없는 꺼병이 무단 횡단하는 모텔촌 못 가서애인집 하나 정해 놓고 혼자
과거는추억이라는 묵은책장 속 세월에 농익고 닦아내는먼지 속 알록달록빛을 발하며 심장에 꽂힌다 몇 장의편지 속 깨알같이발그레 물드는 사랑의 속삭임 잠시 스친목마름의 청춘에갈구했던 옛사랑을 노래한다
애써 참고 있던 의식 안에숨어 있던 작은 욕망의 불씨꿈틀대며 암시하다불현듯 발화된 불꽃 하나 불꽃은 바짝 마른 하늘에서들뜬 가슴으로 내려앉아침묵한 어둠 속 본능으로 깨어난다 작은 모닥불은거대하게 타오르는 불꽃으로뜨거워지는 육신을 태우는데 이미 불 붙어 살아난 욕망의 전차언제든 큰 산덩이 하나쯤휘감아 삼킬 듯 기회만 엿보고 있다
벌거숭이 마음에앙상한 가시들이오롯이 버티고 있다잠든 악수말뼈들의 행군찌르고 또 찔러마음에 고름이 맺힌다. 뼛속까지 피는 실망삭이는 눈물에 잠기며별은 아직 뜨지 않고칙칙한 어둠만이 고개 든다떨어진 꿈은 요 위에 뛰고혼돈의 밤은 날개를 퍼득인다.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았던가요?가장 멋진 동산을 올라가 봤던가요? 하지만 가장 향기로운 감성의 시는 쓰지 못했습니다가장 감격스러운 환희의 이야기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평온한 평화의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우리에게 설레는 우주비행의 카운터다운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이대로 지구의 여행은 끝나가는 것인가요?그래도 수천억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