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오늘 자고 가면 안 되냐?”“최 서방은?”“그렇지….”어머니는 인사하고 나오는 내 등 뒤에 대고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러고는 또 예의 그 소리를 선율에 맞춰 목청껏 부르신다.“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야어야….”“엄마, 왜 그래. 듣기 싫구먼.”나는 신발을 신다 말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어머니의 개작한 상엿소리를 들으며 대문을 나섰다.
- 서정진
“얘야, 오늘 자고 가면 안 되냐?”“최 서방은?”“그렇지….”어머니는 인사하고 나오는 내 등 뒤에 대고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러고는 또 예의 그 소리를 선율에 맞춰 목청껏 부르신다.“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야어야….”“엄마, 왜 그래. 듣기 싫구먼.”나는 신발을 신다 말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어머니의 개작한 상엿소리를 들으며 대문을 나섰다.
봄은 늘 소리 없이 왔다.4월 중순, 창밖의 앞산은 어느 날 갑자기 연둣빛 옷을 입고 있었다. 겨우내 마른 가지들만 흔들리던 산이 어린 잎을 달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계절은 사람의 마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연둣빛이 이틀 만에 짙은 초록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자연은 늘 그렇게 쉼 없이 자기 시간을 살아간다.
이순(耳順)에 이르러 평온하던 가정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 나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반세기 동안 갖은 역경을 딛고 쌓아 놓은, 나의 삶이 일시에 무너지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해야 좋을지 기로에 서서 내 삶을 돌아보며 소리 없이 울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심하다, 부모님의 숨결이 살아 있는 산수 좋은 곳에 조용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보았을 노래, 아리랑,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입에 붙고, 어느 순간 저절로 흘러나오는 노래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이 짧은 가사 속에는 한 민족의 정서와 한, 그리고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리랑을 들을 때마다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가슴
“엄마, 어디 가?”“아니, 왜?”“식혜 하길래 어디 가는 줄 알고.”“아니, 네 오빠가 잘 먹는 것 같아 해 놓으려고.”평상시 내가 식혜를 잘 만드는 편이다. 엄밀히 말하면 어딜 갈 때나 누굴 만날 때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딸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 모른다.내가 처음 식혜를 만들 때만 해도 명절에만 하였다. 작은 한 봉지도
양귀비꽃이다. 팻말을 들여다보니 개양귀비로 불리는 관상용이라고 적혀 있다. 농염한 여인의 속눈썹처럼 꽃술이 유난히 길고 아름답다. 서너 장의 붉은 꽃잎은 고운 결의 시폰 천같이 하늘거린다. 그냥 꽃이 아닌 무한한 신비를 담고 있는 요정 같은 자태다. 이름 모를 병이 나에게 처음 나타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새벽 4시쯤에 눈알이 빠지듯 쑤시
우리 집 마당에는 길냥이가 두 마리 살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길냥이는 아니다. 언제부턴가 마당을 드나들던 어미고양이가 임신하여 새끼 네 마리를 우리 집에서 낳았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어미는 떠났고 한 마리는 차에 치여 죽고, 또 한 마리는 제 발로 집을 나갔다. 결국 두 마리만 남아 지금껏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얼룩무늬가 있어 얼룩이, 온몸이
며칠 전에 아들네 집에 다녀왔습니다. 고교생인 손자의 방, 책꽂이에서 최재천 교수가 지은 『통섭의 식탁』이란 제목의 책을 봤습니다. 반갑고 기뻤습니다. 얼마 전에 솔샘이 전해 준 책인 것 같습니다.최재천 교수는 대표적인 통섭(統攝)학자로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진행하는 동시에 과학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계신 분이시지요.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눈물이라니, 여기서.살짝 물이 고여서 눈을 깜빡이며 아닌 척했다. 좀 더 지나니 눈가에 촉촉하게 젖어 내린다. 손수건을 꺼낼 수밖에 없다. 주위는 밝지 않았다. 2800여 명이 참석한 홀 정면에 교가가 흘러나오는 화면이 조명을 받고 있을 뿐이다. 옆 친구들은 57년 전에 부르던 노래를 합창하며 옛날로 돌아간 듯하다. 1925년에 우리
나는 손녀 진이의 학업에 대하여 많이 염려해 왔다. 3년 후면 겨우 3년여 현지 생활을 한 후에 정규과정 초등학교에 입학할 텐데 이를 어찌하랴 하고…. 영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생활영어 정도 구사하는 부모와 살아온 아이가 과연 원어민 아이들 속에서 학습영어 활동을 제대로 펼쳐 갈 수 있을지가 걱정인 것이다.손녀 진이(鎭理 全, Jinie Chon)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