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성묫길에 발견한 슬픈 사연누군가 바뀐 주인 긴 세월 살더니만고향 집 빈 땅만 두고 어디론가 떠났어요 안채와 외양간에 여닫던 사립문도몇십 년 눈에 띄어 그대로 섰더니만삭막한 대지 위에는 추억들만 맴돕니다 부모와 형제자매 한 삶을 영위하던수많은 희로애락 숨겨진 그 터전이옛것만 한가득 품고 소용돌이 칩니다
- 정행교
설날의 성묫길에 발견한 슬픈 사연누군가 바뀐 주인 긴 세월 살더니만고향 집 빈 땅만 두고 어디론가 떠났어요 안채와 외양간에 여닫던 사립문도몇십 년 눈에 띄어 그대로 섰더니만삭막한 대지 위에는 추억들만 맴돕니다 부모와 형제자매 한 삶을 영위하던수많은 희로애락 숨겨진 그 터전이옛것만 한가득 품고 소용돌이 칩니다
기왕에 품 팔러 온 세상 발목 잡는 일 한두 가지쯤 그러려니 하더라도 꽃잎에 잡히다니 목련에 발목이 잡혀 가던 길을 놓친다
경기가 어렵다더니명품 백화점 문을 닫네 잔치는 끝이 나고탄생한 임대 상품 임차한 내 인생의 문(門)도곧 닫히게 될 것이니
한 생애 휘달려 온 꿈비폭에 젖어 본다 단 한 번 쏟아지면다시금 되돌릴 수 없는 그렇다무릎을 탁 치며깨쳐주는 저 설법(說法)*옥계폭포: 충북 영동군 심천면 옥계리에 위치한 명소지. 악성(樂聖) 난계(蘭溪) 박연 선생의 고향인 이곳을 수시로 찾아 대금을 불었다는 전설이 있다.
석양이 비켜선 하늘 모서리한쪽 얼굴을 가린 상현달이나머지 한쪽으로밤의 모퉁이를 끌어오고 있다 감춰진 마음은 늘 어둠의 몫이었던가환하게 밝은 한쪽의 얼굴로도흔들림 없이 밤새 어둠을 건너가는 달순한 달빛의 유혹 때문에밤마다 꽃이 떨어지는 저 고요를못 본 척하기 위해 달의 반은 어둠으로 짙다 강물 위 붉은 저녁으로 번지던 복사꽃누구든 저물면 저
독거노인 아파트는 적소(謫所)다이웃은 벽으로 막혀말이 트이지 않는다복도 센서등은 발길 사라지면어둠을 켠다발자국은 그림자도 남기지 않는다 까마귀가 음식 수거용 통을 뒤진다심한 악취가 입맛을 당기자허기진 눈동자에 광채가 인다저녁이 냄새로 썩어 가자충혈된 동공은 실핏줄에 점령된다내다 버린 음식물로 배를 채우고달빛 물고 둥지로 날아간다 까마귀 어
우리들은 옛날 섬돌을 디디고거처에 드나들었다넓적한 돌 하나에 새겨진 삶의 흔적들,낯익었던 것들은 세월 따라 흩어져이젠 그리움이 되었다 발끝에 남겨진 어린 날의 웃음소리,낮은 섬돌 아래 피어난 들꽃,저녁노을 속에 들려오던 어머니의 부름 누구나 디디던 그 디딤돌 위에묻어난 발자국들, 삶이 무겁게 눌러도결단코 깨지지 않았던 단단한 시간들&nbs
늘 웃고 떠들던 그 친구의 모습저녁노을 뉘엿뉘엿 멀어지더니어둠은 사방을 잠재워버린다 손을 잡고 꿈꾸며 걸어가던 봄길 위에숨어버린 친구 모습 찾을 길 없네어느 하늘가에서아픈 영혼을 달래고 있을까 밤이 무서워 정신없이 달려가던 내게들려온 귀에 익은 목소리가슴 쓸어내리던 친구여어찌 대답이 없느냐너의 숨소리조차 서러운 이 밤 별빛 쏟아지
한계령 휘감는별들과 벗하니망망(茫茫)한 양양의 푸른 바다일출광경 황홀한데 고고한 자태기암괴석들은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천하절경 감추었구나 구름 속 노랫가락풍진속세 덧없고지난 세월 어이 할 수 없어후회 애닯다 어이하리오
빨간 입 크게 벌리고 웃고 있다하얀 치아 드러내고 웃고 있다다정한 연인 사이처럼 나팔의 넝쿨손에목과 허리 내줘도즐거운 개망초의 가슴그냥 들꽃이 아니네 쓸 만한 자리 착지(着地) 못해기어오르지 못하는 이웃 나팔오죽 보기 딱했으랴 척박한 땅에서 헌신으로공존(共存)의 옥토 이루었네고마워라움츠린 가슴을 활짝 열어 준다작은 꽃의 훈기(薰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