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6.9 76호 압해 선돌 ——해시계

선돌의 정수리태양은 몇 시 몇 분을 가리키는가 호모는 손목을 보지 않고선돌이 지시하는 그림자를 살핀다 그림자는 오래된 바늘처럼땅 위를 천천히 가리키고 있다숫자도 없고빗금도 보이지 않고그들이 만든 문자의 표시도 없지만 선돌의 발 밑 시간의 움직임을 느끼며 오늘의 사냥과내일의 날씨와계절의 기울기를 피부로 짐작한다 그

  • 조민호
북마크
30
2026.9 76호 문구점 아기곰

난 유리 상자 속에 있었죠나를 골라준 한 아이의 손에 꼬옥 쥐어져그 아이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꿈을 꾸었어요방 가득 울려 퍼질 웃음소리, 책상 위에 당당하게 있을 나의 모습…가슴이 콩닥콩닥 어! 이런아이의 집에 도착하기도 전꽈악 쥔 손에서 나는 그만 떨어졌어요바람 따라 거리를 이리저리 헤매야 할 때가슴이 콩닥콩닥 나를 꼭 쥐고 가던

  • 최성희
북마크
56
2026.9 76호 내 친구 포도알

마른 가지 속에 포도나라 숨어 있다따스한 햇빛 내리 쪼이더니작은 잎새 고개 내밀었다살아 있었구나 어느 새 펼쳐진 초록 양산 밑에서모래알 같은 가족들이 똘똘 뭉쳤다비바람, 뙤약볕 견뎌내더니보랏빛 영롱한 진주되었네 7월에 태어난 내게포도송이는 한아름 선물로 다가오고 한해 동안 영글은 포도알 입 안에 넣으면내 친구 사연이 온몸으로 퍼진

  • 윤경옥
북마크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