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돌의 정수리태양은 몇 시 몇 분을 가리키는가 호모는 손목을 보지 않고선돌이 지시하는 그림자를 살핀다 그림자는 오래된 바늘처럼땅 위를 천천히 가리키고 있다숫자도 없고빗금도 보이지 않고그들이 만든 문자의 표시도 없지만 선돌의 발 밑 시간의 움직임을 느끼며 오늘의 사냥과내일의 날씨와계절의 기울기를 피부로 짐작한다 그
- 조민호
선돌의 정수리태양은 몇 시 몇 분을 가리키는가 호모는 손목을 보지 않고선돌이 지시하는 그림자를 살핀다 그림자는 오래된 바늘처럼땅 위를 천천히 가리키고 있다숫자도 없고빗금도 보이지 않고그들이 만든 문자의 표시도 없지만 선돌의 발 밑 시간의 움직임을 느끼며 오늘의 사냥과내일의 날씨와계절의 기울기를 피부로 짐작한다 그
꽃가루처럼 코끝이나 자극하고 끝날 말들이 기름진 혀끝에 달라붙어 진부한 뒷맛을 남긴다 바니타스 정물화의 썩은 과일처럼 신선도의 결핍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남다른 독창성과 운율인 것처럼 과대포장하여 일방적 읽기를 강요해 온 건 아닌지 절치부심 내일의 발걸음을 재촉할 때마다들리는 소리는 축축하고 묵직한
만일콩과 참깨와버섯과 산나물과무와 당근과감자와 옥수수들도 서로 말하고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밝혀진다면그들은무얼 먹고 살까. 아마도그들은감자와 옥수수와 무와 당근과버섯과 산나물과 콩과 참깨들 앞에 무릎 꿇고참회하며끝끝내굶어죽고야 말리라.
허리 질끈 동여매고붓질합니다. 땅바닥부터위로위로그립니다. 회색 콘크리트 담장이 환합니다. 푸른 이파리 반짝입니다.
난 유리 상자 속에 있었죠나를 골라준 한 아이의 손에 꼬옥 쥐어져그 아이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꿈을 꾸었어요방 가득 울려 퍼질 웃음소리, 책상 위에 당당하게 있을 나의 모습…가슴이 콩닥콩닥 어! 이런아이의 집에 도착하기도 전꽈악 쥔 손에서 나는 그만 떨어졌어요바람 따라 거리를 이리저리 헤매야 할 때가슴이 콩닥콩닥 나를 꼭 쥐고 가던
가볍게슝!날아올라요. 접힌 자리에 꿈을 싣고 헉,날으려 힘을 주는 순간땅에 뚝! 숨을 고르며 생각해요구겨진 마음 펼쳐바람 날개 달아줘야겠다고, 새 숨결 스미자 훨훨∼ 훨훨∼
마른 가지 속에 포도나라 숨어 있다따스한 햇빛 내리 쪼이더니작은 잎새 고개 내밀었다살아 있었구나 어느 새 펼쳐진 초록 양산 밑에서모래알 같은 가족들이 똘똘 뭉쳤다비바람, 뙤약볕 견뎌내더니보랏빛 영롱한 진주되었네 7월에 태어난 내게포도송이는 한아름 선물로 다가오고 한해 동안 영글은 포도알 입 안에 넣으면내 친구 사연이 온몸으로 퍼진
엄마 따라채소 가게 갔다 봄똥 있어요?그럼요 그럼요봄똥 있지요 주인이 내놓는연둣빛 납작한 거꽃송이 같은 거 봄이 눈 똥은이렇게도 예쁘구나봄은 똥도 참 사랑스럽다.
-해삼내 손 끝에 닿을 때면깜짝 놀라 움츠려드는열아홉 소녀. -두부펄펄 끓는당신 혀 안에서 소리 없이 허물어지는사랑. -미역날 만나면다시 바다가 그리워지는 임산부.
담벼락꽃등 아래함께 걸었던그 집 앞 골목길. 뙤약볕오가는 이하나 없어도혼자 피고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