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가깝지 않게 다가온다 밤에 묻어둔 눈꼬리를길게 늘어뜨리는 새벽완벽하게 동화하는 새의 첫 날갯짓이 일찍부터 비를 부를 모양이다 푸른 이파리마저아침 햇살이 힘겨운 듯붉은 숨들을 토해낸다 누군지도 모를 발걸음을차곡차곡 접어 놓은깊은 골목길 저쪽부터서서히 가라앉는 빗줄기들 밤새 잃어버린 언어들을가지런히 세워둘
- 나영순(대전)
가을비는 가깝지 않게 다가온다 밤에 묻어둔 눈꼬리를길게 늘어뜨리는 새벽완벽하게 동화하는 새의 첫 날갯짓이 일찍부터 비를 부를 모양이다 푸른 이파리마저아침 햇살이 힘겨운 듯붉은 숨들을 토해낸다 누군지도 모를 발걸음을차곡차곡 접어 놓은깊은 골목길 저쪽부터서서히 가라앉는 빗줄기들 밤새 잃어버린 언어들을가지런히 세워둘
문창살 다듬다가 세월을 쓰다듬다환하게 묻어나는 솔내음 향기 취해유년의 추억 속에서 유영하는 생채기 아리운 기억 찾아 물감을 풀어 놓고 필봉에 매지구름 강나루 건너가듯 살아온 세월 속에서 접어 놓은 화선지 휘영청 달빛 아래 멧짐승 울음소리호롱불 밝혀 놓고 누구를 기다리나빛바랜 사금파리만 다래다래 열렸네
역방향이다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달리는 차창 밖 펼쳐지는 풍경은거대한 수채화다터널을 지나는 동안 유리창엔맹랑한 침묵의 근간이 가슴속에서 들끓었다 건조하고 엄격한 내가 보인다고집하는 어깨를 내어밀며목을 굳게 하여 스스로 닫아 걸었던 시간들이별이라는 의식을 치르고 나서야무엇이 더 소중했는지 보여지는 뒤늦은 우둔함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삶
아침 산책을 다녀오는 행간에집 앞 장미공원 둥그런 벤치에 앉아작은 시집을 꺼내어 시작품 하나를 읽어 본다. 더할 나위 없이 호젓한 나의 시간대이보다 더 행복한 시·공간이 또 어디 있으랴노년의 여유로움이 이토록 즐거움을 더할 줄이야! 하얀 펜스를 따라 뒤덮은 붉은 넝쿨장미는 물론메타세콰이어를 비롯한 회화나무와 소나무와 단풍나무 등우람한 거목
태양이 솟아나니 관람객들의 요란하던 발걸음 소리가 석양이 지니 고요해지다 인적 없는 독립기념관의 고요한 밤은독립을 위한 선열의 혼들만이 흐느끼다 이승과 저승에서 독립을 외치던 님께서는 지금은 독립기념관에서 나라 걱정하시다 오늘 밤도 독립기념관 광장엔 태극기가 홀로 솟아 혼님과 대한민국을 지켜내시다&nbs
하늘 쪼개고 바다 삼켜도검붉은 가슴 열고 있어도고향 그리움 가시지 않는다 초승달 엉거주춤 서쪽 산허리걸치고 앉아 있는 것을놓칠까 싶어 덜미 잡아 놓았건만 부끄러운 약속 지키지 못하고상처만 남아 가락과 속삭임만 가득하고영혼 흔드는 환청만 요란하니 휑한 가슴 흥건히 적셔 놓는데도초승달 잡고 있기가 너무 버거워산속 울음만이 청승 떨고&
점심으로 가져온 파래김 비닐봉투를 뜯으면손바닥 절반만 한 김 다섯 장이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같이 가져온 햇반도 마찬가지 비닐봉투를 뜯으면반 공기 정도 되는 하얀 쌀밥이 하이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들기름에 바싹하게 구워진파아란 바다 햇빛과 향기를 내는 파래김으로전자레인지로 데워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누어
햇살 고운 날줄 위의 사랑들이아롱다롱 매달린다 어여쁜그 사랑놓치기 싫어 앙 깨물고 해종일놓지 않는다.
달과 별들이 저마다카오스(chaos)*의 짙은 그림자 위로 길을 만든다 침묵의 벽에부딪쳐오는 유빙(流氷)들,밤바다에 잠기고, 그리움은 검은 파도에 실려철썩거리는 소리와 함께흩어져 나가고, 이 어둠을 밀고 들어오는여명(黎明)의 손짓은저 피안彼岸의 세계로 잠시 이끌며, 달과 별들이 만든 길이나를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낮은 동산을 중심으로 그림같이 펼쳐진수천 평이 넘는 나주의 비탈진 과수원 배밭 밤새도록 풀어 놓은 달빛을 머금고배꽃이 피어 하얗게 순하다 벌들이 동분서주 정신없이 분주하다내가 잠든 사이 밤을 가르고허공에서 태어난 화심을 꽉 물고 있는 열매 배밭 너머 멀리 개 짖는 소리 아슴하다 내 詩에도 저 벌들이 날아왔으면 좋겠다수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