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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8 690호 풍암저수지를 걸으며·1

풍암동 저수지는멈춰 있는 물로 시간을 설득한다 아파트 그림자가 수면에 내려와잠시 자연이 된 얼굴을 연습하고 산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도시가 무엇을 잊고 사는지 알고 있다 물 위를 스치는 바람은목적 없이 지나가며 우리가 잃어버린 여유의 내용을 되돌려준다 사람들은 둘레길을 걸으며자신의 울타리를 탐색하고이럴 때의 운

  • 김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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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8 690호 말 없는 집의 소네트 향연

뭉게구름 완완(婉婉)한 몸놀림으로푸른 하늘 흉부까지 활짝 열리는스트렛퍼드어폰 에이번 셰익스피어의 집 거뭇한 구름이 하나둘 걷히고먼 훗날 동방의 등불 타고르가호롱불 흔들며 문지방에 들어설 때다시 오마던 그대가 앞마당의 잔디를 밀고 있네요. 갈바람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던 로미오 굼벵이 출몰하던 헤더웨이 초가지붕볼우물 깊은 줄리엣과의

  • 김봉렬(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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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8 690호 비 오는 날의 한탄강

잿빛 하늘이 낮게 내려앉더니빗방울은 주상절리 검은 이마를 애처롭게 쓸어내리는 듯했다 오래도록 간직한 애절한 사연처럼 온종일 풀어놓는 빗물강가의 나무들도젖은 어깨 서로 기대고 서서한 생을 견뎌야 할 외로움을조용히 나누고 있었다 절벽과 허공 사이공중의 매달린 채 출렁이는아찔한 다리 아래로누군가의 눈물처럼 흐르는멍든 강 가슴이

  • 이은숙(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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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8 690호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

현대 미술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15분이면 당신도 유명해질 수 있다’며팝아트의 선구자는 이미인플루언서 시대를 통찰했다 구두 삽화가 그려진 낡은 잡지를 넘기면티파니의 보석보다 반짝이는 상상이 쏟아져구두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렸다누구나 먹는 캠밸 스프도영원히 늙지 않는 마릴린 먼로의 미소도음반 위에 노랗게 익어 가는 바나나 한 송이도그의 손을 거치

  • 박인숙(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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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8 690호 엽서

부르고 싶은 바다가하얀 말을 거품처럼 품고 있듯이 심장보다 붉은 딸기가별에 두고 온 기억 쪽으로 자라듯이 푸른 지구는사랑과 그리움을 위해 있다고 해요 저기 구름바다는둥둥 떠다니는 시심(詩心)의 은유이거나흐린 마음의 고백이거나허공인 바닥이거나 어떤 간절함이 창밖을 두드려요기웃하는 말되돌려 풀어 놓을까요텅 빈 자유를 달아 줄

  • 김정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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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8 690호 꽃길만 걸었다

접어 둔 마음기지개로 켜고마주한 산길에 노란 봄,나는 다시 머뭇거립니다. 산수유였나생강나무였나분명 물어보았던 이름인데여름 뙤약볕과 꽃 진 가을을 등졌더니기억마저 속절없이 흩어졌습니다. 모진 계절을 온몸으로 견뎌낸붉은 열매 하나라도 내가 보았다면그 이름을 이토록 쉽게 잊지는 않았겠지요. 아, 나는 늘그저 꽃길만 걸었던 것입니다.

  • 유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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