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처럼 난폭했던 염천 아래서그래도 소망을 잃지 않은 건언젠가 네가 올 걸 믿었기 때문이다 게릴라처럼 찾아와순식간에 온통 세상을 뒤집어 놓을 때 그래도 낙심하지 않은 건반드시 네가 올 걸 믿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 사뭇 울더니만9월이 여행길에서 돌아와밤에 왔느냐? 새벽에 왔느냐? 용케도 지친 기색도 없이머언 먼 여행길에서
- 김풍배
폭군처럼 난폭했던 염천 아래서그래도 소망을 잃지 않은 건언젠가 네가 올 걸 믿었기 때문이다 게릴라처럼 찾아와순식간에 온통 세상을 뒤집어 놓을 때 그래도 낙심하지 않은 건반드시 네가 올 걸 믿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 사뭇 울더니만9월이 여행길에서 돌아와밤에 왔느냐? 새벽에 왔느냐? 용케도 지친 기색도 없이머언 먼 여행길에서
3월 어느 날까까머리 비파색 얼굴 고운 비구니노란 산수유꽃이 안개처럼 피던 봄날서울에서 내려온 서글서글한 사내에게 손목을 잡히고 그만 불어오는 봄바람과 노란색 마술에 걸려꽃과 나비가 되어 한바탕 춤추고내일 구례장에서 만나 서울로 가자는 말에“꽃들이 참 부산스럽게도 폈네요”*하고돌아섰다. 북극 빙하 머리화산 마그마 가슴으로 보낸긴 봄밤이 지
비룡산(飛龍山)에 올라 회룡포 바라보니 삼강을 베고 누운 용 한 마리금방 승천할 듯 유채꽃마을 휘감았다천년을 살면 저 자태일까굽이굽이 흐르는 물길 따라아득한 원산성 역사의 길 살핀다태백에서 흘러오는 낙동강문경으로부터 시작 되는 금천영주에서 흘러내리는 내성천배수진 친 깎아지른 성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자연요새마한이 성을 지키다가 백제에 패망하고&nb
//////////////////////장맛비가 내린다 틈이 없을 정도로 퍼붓는비의 발은 둥글다아래로 아래로 굴러 틈으로 스민다 틈은 몸을 키우고빗방울은 구를수록 부피가 커진다 범람하는 다른 그림자를 밟고과잉 번식하는 빗물 방울방울은 셀 수가 없어빗방울이 허공에 사선을 그으며무리 지어 내릴 때틈은 점점 넓어진다
어머니는 아귀찜을 싫어했지-콩나물만 한 쟁반 갖다 주는 게 뭐가 좋아 연세 팔십이 넘어서야 아구 맛을 알게 된 건제주도 여행을 가서였지 이제는 그 맛을 못 잊어-그 아귀찜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다세월이 다리에 힘을 뺀 자리에 그리움 가득 채웠지 대한민국 최고의 아귀 맛집 대성식당 거리두기 하게 된 건 나도 마찬가지 
노란 심장을 가진검은 새는 누구의 날갯짓인가 폐곡선을 그리다 정해진 길로 되돌아오기에물웅덩이에 비친 날개가 더 검다화가는 죽음의 발길을 헤아려 오베르에 이르렀나 흐린 하늘을 담아 더 짙푸른 물웅덩이 캔버스 오른쪽에다오베르 묘지의 벽 일부만 그려 놓았다죽음은 벌써,벽에 손가락 하나로 밑줄을 그어두었을까 구름의 깃털들, 여리
다들 피해 가는 똥을 돌돌 뭉쳐굴려 가던 곤충에게 시선을 뺏긴 적이 있다동그란 그것을 몇 번이나 놓치고도포기하지 않던 미물의 집념에 넋을 잃은 것이다덩치 좋은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즐기면서배합사료나 농약이 묻은 먹은 것은거들떠보지도 않는다니,나름대로 까탈스러운 족속이다똥을 파먹고 배를 채우면집에까지 굴려 가서 그 속에 낳은 알이애벌레가 될 때까지 가장 노릇에
난 그 뒤로그 호랑나비의 날갯짓을 못 보았어. 난 그 뒤로그 벌의 웅얼거림을 듣지 못했어. 난 그 뒤로그 꽃향기를 맡지 못했어. 난 그 뒤로그 새의 발자국을 찾고서야 무인도에 도착했어 사방팔방이 산더미처럼 높은 파도만 철석이었어. 푸른 파도야!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석 달 열흘을 살다 보면어처구
스스로 내려서는 것과추락하는 차이를한눈에 보는 것은 행운이다 잠실 한강 수중보 전망대에서경사가 서로 다른 여섯 갈래 어도를 함께 본다 알맞은 어도를 선택하고보 위아래를 자유로이 오르내리는물고기는 행복하다 그러나 울부짖어 추락하는 봇물의몸부림 앞에서나는 감당키 어려운 떨림에 놀라고물새들은 즐거운 몸짓이다 물은 흘러야 하나추
안데스 여인, 산을 오른다해발 3399 꾸스코에서 삭사이와만 오르는 길 숨을 고르며허리에 두른 색바랜 폴레라*추위도 더위도 겹겹 껴입었다 산등성이 가까울수록 삶은 더욱 가파르고 낡은 샌들 부르튼 발가락어깨를 짓누르는 이크야*칭얼대는 어린것에게 끼푸 를 걸어주며기다리는 이들 있나 보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늘 더 가까이층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