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로가다 가다발길 잃으면맑은 눈 열리라 그래도가다 가다눈길 덮으면바람 따라 가리 눈멀고귀 먹어도 찾아 가리다 눈사람 되어서
- 도상태
네게로가다 가다발길 잃으면맑은 눈 열리라 그래도가다 가다눈길 덮으면바람 따라 가리 눈멀고귀 먹어도 찾아 가리다 눈사람 되어서
아름답게 꽃이 핀 시절도 있었다고 바람에 흩날렸던 겨울도 있었다고 흐려진 그리움들을 속으로 위로하는*가톨릭 사제로 서품된 지 50년 되는 해를 기리는 일.
속 긁는 한마디에 먹구름 피어올라가을 하늘 두 쪽 내며 번개가 내리치고 백록담 차고 넘치는 말폭탄 쏟아진다 소나기 퍼붓듯이 목울대 일렁이고용쓸수록 사방으로 퉁퉁 튀는 흙탕물 가슴속 어디에 그토록 깊은 연못 있었나? 불청객들 몰려들어 난장판 된 마음밭 고요를 좇으면서 소란 쫓는 걸음새에 달빛도 숨었나 보다
붉은빛 빗살무늬 전설을 그려낸다일급수 은빛 물결 생성한 악보처럼굴곡진바위틈 사이춤을 추며 달린다 황금을 쏟아내듯 도톰히 다진 비늘싱그런 바람 타고 평안을 이룬 계곡가재눈치켜뜨고서저리 홀로 건넌다 여정에 지친 시름 화기 한 기운 태워활력소 띄운 단풍 넘치는 노을 잔치힐링의환상 행진곡절로
서해의 품 말리어 초물을 걸러내고 가릿대 밀고 쓸고 비틀고 짜낸 손길 짠맛에 얼룩진 가장 이마 깊게 패였다 마파람 고인 염전 빛나는 절정 결정 삼대째 소금 창고 만석인 백색 무덤 사람도 눈물 거두면 하얀꽃을 피울까 생계로 짠 땀방울반짝인 저녁 별들&n
퇴색한 시간들이 추억이 된 사진 한 장유통기한 지난 책장 오늘도 다시 열며오래된 내 명함 뒤에 전(前)자를 새겨본다. 몇 해 전 넥타이에 한나절을 동여매며등굽은 고목 같은 허리를 다 감추고기별도 없는 친구를 부른 듯이 찾아간다. 자진모리 장단으로 살아온 하루들을이제는 감지 않은 벽시계 태엽처럼천천히 내 길을 따라 곡선으로 살아간다.
마치 내 잘못을꿰뚫어 보는 듯한 성문을 지키고 선저 눈빛을 마주한다 흐려진 마음을 닦아라소리마저 들리는 듯
난실을 바라보며 인간사 생각는다아들 하면 아들로 친구 하면 친구로구태여 나가지 않아도 다 보여서 수월하다 난실을 바라보며 대천계 생각는다매월당 청광삭파 이제 나도 트인가일미리 유리 한 장이 이승 저승 간막인져 여기 온 지 팔십삼 년 좀이 슬슬 쑤신다 농사일 지켜울 때 한 번씩 가던 서울흰구름 저 오가는 길처럼 이 몸도 가벼워져
열나흘 무르익은 유자빛 달을 따다 너 홉쯤 물을 부어 달게 차를 달여 놓고 창 밖에 귀 기울이다 눈마중을 나섭니다 돌담을 기웃대다 마당귀에 들어선휘어진 늙은 적송 수척해진 그림자 장지문 두드리더니 토방 위에 오릅니다 고요가 일상이던바람소리 뿐이던부용당 말이 없고 저 혼자 밤은 깊어 식영정* 쪽마루 한쪽에
1훈은 종이상자를 좌판 위에 올려놓는다. 창고에서 가져온 상자는 조금 큰 것도 있지만 대개 크기가 비슷하다. 그 상자는 일반의약품이 든 것으로, 피로 해소나 체력 증진의 효과가 있다는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훈은 가위를 집어든다. 손에 힘을 주어 중앙을 자른다. 처음에는 가위질하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종이 잘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