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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헛물켜기

콧대 높은 아가씨 머슴 노릇 싫다며스트레스 없이 혼자 마음 편케 살겠다고원룸으로 분가한 아들누구 간섭 없이 룰룰라라휴일이면 늘부러져 아침 겸 점심 대강 때우고 출출하면 배달음식 시켜 먹더니50대 밑자리 깔자심드렁한 일상인지아무래도 장가를 가야겠다는 말에여기저기 며느리감 물색중인 그녀마흔살까지는 지나가는 말인지 립서비스인지신랑감 탐 난다는 말 더러

  • 이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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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2025.10 680호 자상한 시간

철없이 흘러온 인생흔들리며 부여잡고 철석이며 물결 이는 그리움 중얼중얼 언어가 된 단풍잎, 어느새외로움 휘날리는 노을빛 물든다 초록의 꿈 호흡으로 만나빛나는 색깔로 영그는 가을 보듬고 핀 구절초 그 손 잡고 따뜻해진 사랑이 몰려와어젯밤 마신 막걸리도 튀어나와 투정 부린다 볼그레진 얼굴로 만나는 이승의 열매들이가는 길 멈추

  • 이병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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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025.10 680호 미혼모 출신 내 딸

오월 어느 봄날 토요일 오후, 창 너머로 보이는 먼 산은 연두색에서 녹색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나는 책을 읽다가 나른한 식곤증으로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요란한 전화벨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일본에서 걸려온 국제전화였다. 모두 개인 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선전화가 필요 없게 되자,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없애 버리자고 했지만 내가 정신이 깜박깜박하여

  • 조평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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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2025.10 680호 바이올린의 갈빗뼈

한 번도 울어보지 않은 나무가비로소 울음을 배운 날그 갈비뼈 사이로 말 없는 울림이 번졌다 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몸 밖에서 겨우겨우 배운 음성 현은 약손가락보다 먼저 떨렸고 활은 칼날처럼 나를 그었다가슴을 활짝 열었지만거기서 튀어나온 건 사랑이 아니라 가늘고 날카로운 울림의 기억 현 하나하나가잊고 싶었던 시간을

  • 임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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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AI시대를 대비하고 나가는 경상남도문인협회

[지역특집]경상남도지회 1.경상남도문인협회 태동마산문학사에 의하면 한국전쟁 이후 주류를 이루었던 마산의 문인으로는 김춘수, 김수돈, 정진업, 김태홍, 이원섭, 김상옥, 이영도, 김세익, 김남조, 이석, 문덕수 등을 꼽을 수 있다. 6·25 전쟁 중 임시수도 부산에서 열린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문총) 총회에서 마산지부로 정식 승인을 받은 후 7월에 문

  • 민창홍경상남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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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다시 갈 수 없는 길, 멀고 아득한 길

탱자나무 울타리가 유난히 돋보였다. 그해 5월이던가 하얀 탱자꽃이 분분하던 울타리 저쪽에서 작은 가위를 드신 아버지는 턱을 살짝 올리신 채, 이제 조금 열매다워지고 있는 포도송이를 고르고 계셨다. 아마도 더 실한 열매의 성장을 돕기 위한 가지치기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유난히 마당이 넓은 포도밭 그 집은,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깊은 우물이 두 개나

  • 이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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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블랙홀

어리석은 것이 현명한 삶인가 결국 드러나는 것은 희망이 없을 뿐 곧 바보처럼 사는 것이 용감한 것 아닌가 드러나게 보이는 그것은 더 나아갈 길이 없는 것 무슨 속수무책으로 자신을 던지는 것일까 그 누구도 모른다 자신을 세상의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심연 깊은 곳에선 홀로 용트림 앓고 있는 것일까 벌겋게 끓는 용광로를 밖으로 흐르지 않게 가슴에 안고 가는 것

  • 박영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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