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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막차

막차는 떠났습니다아니, 떠났다는 말보다는 떠나보냈다는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인생의 짧은 보폭은언제나 막차와의 싸움이었고 어쩌면 막차는 내가 다가섬을 알면서도짐짓 모른 채 떠나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젠,내가 막차를 떠나보내기로 했습니다 막차를 향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뜀박질은 그만하기로 했습니다.&nb

  • 이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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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천년인들 잊을까

짓푸름으로 잠시 돌다가 흐른 강바위 벼랑으로 솟은 부소산청청한 분깃으로 덮는다 하늘 여울터 노래하던 새, 귀암포구로홍치마 찾으려도 사라진 얼굴미끄러지는 달 낙화암 병풍으로 쏟아진다 달빛에 부끄러운 돛단배 유영(遊泳)차가웁고 처연한 숨결나룻배 뱃머리 모두 사룬다 유유히 강 위에 뜨는 전설수심에 묻힌 고란초의 자생노송 우듬지에 서러운

  • 신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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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러브버그(lovebug)

옥상 자그마한 채마밭에아스파라거스빈 줄콩을 심었다지난해 수확이 많았던 기억으로물 주고 거름 주고 날마다 사랑을 심었다 상추 고추 오이도 풍작이다토마토는 고향집 텃밭에서 따먹던 맛작은 밭에는 키재기라도 하듯꽃 피우며 왕성하게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갔다 칡넝쿨같이 힘차게 자라던 줄콩매어 놓은 줄을 따라 한껏 뻗어 오를 때듣도 보도 못한 러브버

  • 박선영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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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때론, 달빛에게 위로받으며 살고 싶다

얼굴엔 웃음이 가슴엔 사랑이 마음엔 여유가 있어야마르지 않은 사랑과 응어리진 허무를 달랠 수 있다향기 품은 아름다운 꽃들과 지저귀는 산새들이편백나무 가지 위에 잠시 앉았다 떠나는 아침사는 것이 햇살·먹구름·안개 속이라 했던가삶에 소망을 간직한 채 새 희망을 꿈꾸고아름다운 세상 속도에 떠밀리지 않도록간절한 마음으로 작은 행복을 위해 하루를 시작한다 

  • 최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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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창가에 앉은 생각

창가에 걸린 외로움이 비를 듣는다비는 허공을 헹궈 창문을 적시고기억은 젖은 종잇장처럼번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잊혀진 이름들이 창틈으로 스며든다마치 벗어둔 외출처럼나뭇잎 끝에 걸려 있던 햇살이내 그림자를 놓아 버리듯이 외로움도 벗이 될 수 있을까불빛이 문을 열면사라진 것들이 바람처럼 돌아와낡은 재킷처럼 어깨를 감싼다 별빛이 밤을

  • 조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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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해외여행

해마다 명절 연휴가 되면 인천국제공항에는해외 여행객으로 가득 차고 세계 유명 관광지마다한국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네 삶이 그만큼 넉넉하고 여유롭기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상위권의 영역에서평화와 풍요를 누리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다한 해외여행이 나라 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끼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 송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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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봄꽃의 온도

시장 한켠 봄꽃이 훈훈하다쭈그린 할머니의 좌판을 열면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사이쑥, 냉이, 달래, 미나리, 곰취두릅의 숨소리 나른하게 들려온다 거리는 온통 봄의 날개를 단다하늘이 예뻐서사람들은 겨울을 기억하지 못한 듯녹색 신호등 같은 기쁨 맞이한다때론 순수한 구름의 감정을 자극하고산책하는 사람들 눈빛 모여서꽃망울을 터트린다 겨울에 알게 된 노

  • 박경희(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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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임피역에 가면

임피역*에 가면아버지의 아버지의어머니의 어머니의 슬픈 이야기가아직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임피역에 가면아버지의 아버지가어머니의 어머니가오랜 세월 수탈의 멍에를 짊어진 채왜 이제야 왔느냐고 눈물로 반기신다 지금은 멈춰선 채한낮의 그림이 되어 버린 곳 임피역에 가면아버지의 아버지가어머니의 어머니가잊지 말라고잊으면 안 된다고조곤조곤 말씀

  • 장미숙(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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