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름나라 축젯날풍신(風神)과 우신(雨神)이 나란히 상석에 앉고내빈석에는 해나라와 별나라에서 온 사신들이객석에는 구름이 열게 씨족별로 자리를 꽉 메웠다 행사 진행은 새털구름 양떼구름 뭉게구름이 맡았다 새털구름 안내로 다섯 가지 달 모습이 등장하는데상현달 반달 보름달 반달 하현달이 붉은 옷을 입고 출현 양떼구름이 달을 받치니
- 민인기
오늘은 구름나라 축젯날풍신(風神)과 우신(雨神)이 나란히 상석에 앉고내빈석에는 해나라와 별나라에서 온 사신들이객석에는 구름이 열게 씨족별로 자리를 꽉 메웠다 행사 진행은 새털구름 양떼구름 뭉게구름이 맡았다 새털구름 안내로 다섯 가지 달 모습이 등장하는데상현달 반달 보름달 반달 하현달이 붉은 옷을 입고 출현 양떼구름이 달을 받치니
나는 어머니가늘 바보인 줄 알았습니다 온갖 아픔을 감추며내색도 않고 일만 하셨습니다 나는 어머니가여인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부뚜막에 그을리며자식 굶기지 않으려고 뒤치다꺼리하시느라스스로 돌아볼 새가 없었습니다 고교 시절 홀로 되신 어머니가그렇게 고우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나는 어머니가늘 무식한 무지
참 슬픈 일이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무언가를 견뎌내야 한다는 것 길을 걷다 우연히 살을 에듯 아픈마음을 만났다먼 산을 보는 것처럼 속이며 곁눈질을하는 것은고해성사를 하면 되는데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미움은자라난 손톱처럼 잘라 낼 수 없는 일 이 마음을 안고 간다면걸음걸이가 비틀거리지 않을 만큼의 무게면 좋겠다 혼
나의 숲을 뒤흔들고땅을 할퀴고 으르렁대던폭풍은 지나갔다 평안의 산들바람이고요의 호숫가에 초대한낯선 이들이 도착한다 다친 사슴 절뚝거리며 오고성난 사자 울부짖으며 온다분한 야생마 헐떡거리며 오고슬픈 물소 울며 들어오고놀란 날다람쥐 쫓기듯 온다 동물들의 거친 몸짓이광풍을 일으켜도 고요의 호수로 와서 누우라 잠잠할 때까지
어느 시인의 그림자가백 년 이백 년 우리 곁을 따라다닌다 숨길 수도 없고붙잡을 수도 없는 시의 발자취 흔하디흔한 국화 바라보며시 한 편 썼을 뿐인데세월 따라 바람처럼거침없이 달려가는 한 편의 시 오늘도 누군가는 시를 읊고교단에서 강의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어느 시상식장에서는낭송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이 마음속에도
연둣빛 새살 돋아초록 숨결 틔우니마른 가지 끝마다봄의 맥박 흐른다 햇살 머금은 잎새는대지의 어머니를 위해생명의 실핏줄로바람따라 싱그럽네 그대 남기고간 말여린 벗의 문장 되어신록의 푸른 계절 내가슴에 일렁인다
달빛 부서지는 밤검은 현무암 위로잠든 파도 귓전으로1948년의 모래알이 스며든다산등성이가 삼키는 새벽까마귀 한 마리 붉은 체온으로전봇대 높이에서 폭격을 재현한다 우리 집 창틀에 걸린 빨랫줄에할머니의 이빨 일곱 개가바람에 타는 구리 종소리우산 챙처럼 접히는 세월습곡 지층 사이로 찢겨 나온 실루엣 그들이 남긴 유일한 흔적은바람에 날리는 눈꺼풀
황금부채 펄럭이며 남대문 도깨비시장에 들어선다 도깨비 장수가 외친다“신상 모자 세계여행!” 이집트 파라오 모자엔스핑크스 장식이 달리고베르사유 모자엔다이아몬드 빛이 흔들리고베트남 논모엔볍씨 수놓아 초록 냄새를 흔든다 “도깨비야, 이 모자 쓰면나도 K-스타 되나” 수입 모자들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고학이 날아오르자이집트 스핑크
넝쿨의 사랑은 끈질기다너를 사랑한다고 일념으로 잽싸게 다가서는데한번 안겼다하면 부둥켜안고 놓아주지 않는 너 싫다고 발버둥치다 힘이 빠져 쓰러져도 함께 쓰러지는 너는극단의 이기주의자 내가 널 사랑한다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함께 갈려하는 기생충 같은 너나는 너의 버팀목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다시는 다가오지 마 손사래 쳐도다가오
엄마 내음 배어나는둥그런 젖빛 항아리,막냇동생 잉태하여 신비롭던어머니의 불룩했던 배여라. 보름달 닮은부드러운 자태로연둣빛 화초 품고 있는난백색 사기그릇 넉넉한 가슴에우주 만물 보듬고 무광(無光)의 기품으로 빛나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