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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그냥 웃지요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기회와 선택인 것 같다. 봄이 시작될 때면 수십 년간 해온 낯설지 않은 몰입을 지켜보는 익숙한 현실과 뒤따라오는 침묵이 참 무겁다. 숱한 경험들이 한순간에 새로운 영역을 변화시킬 수 있고, ‘거기에 있음’이라는 기대 때문에 고뇌하고 끓어오르는 열정을 화산처럼 폭발시키는 3월이다.두어 달 전부터 제주도 갈 계획을 꼼꼼하게 준비했다. 선주

  • 박순자(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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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부끄럽지 않은 희망

정보화 시대에 생활하고 있는 나는 요즘 자괴감이 든다. 생활해 가면 갈수록 모르는 일,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두뇌 회전이 빠르지 않은 것에 놀랐다. 들어보지도 못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정부 보조금 받는 문서를 작성해야 할 일이 생겼다. 고객센터에서 시키는 대로 해도 잘 되지 않는다. 교육받은 대로 번호를 눌러

  • 김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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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열흘 간의 행복

지난 봄 시골 언니 집에서 도라지 모종 여남은 포기를 얻어왔다. 1층 화분에 심고 서너 포기를 베란다 화분에 심었다. 1층 화분은 햇볕을 받아 싱싱하게 잘 자랐다. 더위가 지나고, 포기마다 다투어 봉오리를 맺었다. 이 애들이 언제쯤 웃어줄까? 바라보기만 해도 첫사랑만큼이나 가슴이 콩닥거렸다.흰색일까? 아니면 보라색일까? 궁금증이 치솟는데 욕심일 것 같았다.

  • 홍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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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2025.12 73호 손가락이 불러모으는 책의 소리

종이책을 넘길 때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을 사랑한다. 검지손가락으로 다음 장을 넘길 때 종이 결에 따라 다르게 나는 여러 가지 소리가 좋다. 소리는 낱장의 질감에 따라 다르게 난다. 새 책이나 두꺼운 종이는 소리조차도 꼿꼿하다. 세상에서 첫선을 보이는 종이의 결이기에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이 서컹하다. 이럴 때 책 페이지를 엄지와 검지로 슬쩍 들면 부드럽게

  • 홍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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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고마웠습니다

내가 8살 때 6·25전쟁이 터졌었다. 1·4 후퇴 때 피난을 떠날 때는 아버지는 직장 따라 먼저 대구로 떠나셨고, 고등학생이었던 오빠는 나의 손을 잡고, 중학생이었던 언니는 혼자 걸어서, 다섯 살이었던 남동생은 짐꾼을 사서 짐 위에 얹어서, 두 살인 남동생은 어머니가 포대기로 업고 떠났던 피난길이었다.수원에 왔을 때 밀려온 탱크의 괴뢰군들이 보따리를 빼앗

  • 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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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남산의 소나무

올해도 동기들과의 첫 산행지는 남산이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에 올라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라의 안녕과 한 해 동안 우리 자신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서다.올라갈 때는 셔틀버스를 타고 팔각정까지 갔다. 한눈에 보이는 서울 시가지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나라가 평안하길, 올 한 해도 가족들 모두 편안하고, 벗님들과 함께 이 산행도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기

  • 박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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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중학생 재봉사

38선 바로 밑에 있는 우리 마을은 6·25전쟁의 안마당이었다. 꽝! 꽝! 두 방의 포성에 이어 바로 들이닥친 공산군은 벌써 마을을 뒤로하고 앞산을 넘었다. 마을 사람들은 피란을 갈 틈도 없이 그냥 고양이 발톱 밑의 쥐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3개월쯤 뒤엔 미군 탱크가 밀고 들어와서 자유를 찾아주었고, 그리고 또 그다음엔 한밤중에 중공군이 떼로 몰려와서 마

  • 황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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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25.12 73호 노령으로 살아가기

철모르고 뛰놀던 시절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노래 가사처럼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중’이라고 애써 자위해 보며 날을 보낸다. 우리는 살아가며 좋고 나쁠 때가 항상 있어 왔다. 나이와 세대 구간 구간 따라서 주위 환경과 처지에 따라 변하고 생각이 바뀐다.요즈음 일로는 지난여름 혹독한 배탈인지 코로나 변형인지 잘 모를 병세가 내 몸을 습격해 와 열흘

  • 최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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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접붙이기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낯선 주소가 적혀 있었다. *모두 다 내 곁을 떠났다. 말없이 떠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타인보다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여러 상황에 대해 부딪히지 않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야속할지 몰라도 차츰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무뎌지므로 더는 떠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첫 번째는 이미

  • 방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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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인도에서는 캐쉬넛 카레를 드세요

다네쉬는 인도 서부 G시의 주립 명문 S대학에서 화학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거의 마쳐 가고 있었다. G시 인근은 사탕수수와 캐쉬넛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유명한 대도시인 뭄바이와 아주 가깝지는 않으나 그 영향권에 있는 도시였다.사탕수수 수확 철이면 도시 인근의 크고 작은 도로들은 집채만큼이나 사탕수수를 싣고 이동하는 소달구지, 경운기 그리고 낡은 화물차들을

  • 이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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