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일이다. 전국 곳곳에서 기념식이 열리지만, 내게 오늘은 각별한 날이다. 남편의 4주기 추모일이다. 차는 서울을 벗어나 자유로에 접어들었지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더디게 흘러간다.경기 파주시 탄현면 ‘하늘나라공원’이다. 해는 그 얼굴을 감추었지만, 바람 한 점 없고 고인의 성품처럼 온화한 날씨다. 바다를 날아온 제주 아들 내외와 서울의 딸네 등
- 음춘야
3·1절 기념일이다. 전국 곳곳에서 기념식이 열리지만, 내게 오늘은 각별한 날이다. 남편의 4주기 추모일이다. 차는 서울을 벗어나 자유로에 접어들었지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더디게 흘러간다.경기 파주시 탄현면 ‘하늘나라공원’이다. 해는 그 얼굴을 감추었지만, 바람 한 점 없고 고인의 성품처럼 온화한 날씨다. 바다를 날아온 제주 아들 내외와 서울의 딸네 등
굵다란 빗방울이 우산을 두드린다투두둑 맑은 소리 사방팔방 흩어지면 길 위에 오케스트라 가로수도 춤을 춘다 가뭄에 타던 가슴 빗줄기에 환호할 때 기왓장 두들기며 리듬 타는 합창 소리 천둥도 큰 북소리로 장단 맞춰 호응한다
벚꽃 흐드러진 나무 밑한 남자와 한 여자가 긴 입맞춤을 하고 있었지 십 년 전에도이십 년 전에도휘날리는 꽃잎들은더없이 신성한 축복이십 년 전에도삼십 년 전에도벚꽃 흐드러진 나무 밑막 사랑을 배운 사람들이 걸어가고 당신도 나도 오래된 영화가 되었지만 거기 벚꽃 흐드러진 나무 밑은사랑이 피는 자리사람은 가도훗날 배우리라, 슬픔은&nb
죽음을 처음 만났을 때나는 너무 슬펐다. 자주 만나면서 죽음을곁에 두고 앉아 있었다. 얼마나 죽어야 죽는 것인지를알지 못했다. 저녁마다 몇 번 죽었다가다시 일어나 또 죽는다. 영혼의 집을 지었다가 허물었다가 다시 짓는다. 죽음 위에 손을 얹고차례를 기다리는 귀성객처럼여유롭게 죽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부] 1. 강남이란 의미-공간을 넘어 시대정신이 되다서울 강남구(江南區)는 서울특별시의 남동부, 한강 이남에 위치한 상업·문화 중심지로 언제부턴가 ‘강남’이라는 말 자체가 곧 한국의 현대성과 소비 문화, 교육열을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197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개발 정책으로 급성장한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하나로 압구정
1989년 그해 봄은 내 생애 못내 잊을 수 없는 화려한 신춘이었다. 대학 졸업 후 근 8년간 근무하던 중등계 공립 학교를 사직하곤 직장 연수 차 해외로 떠난 남편을 따라 네덜란드로 떠나게 되었다. 당시엔 군부 치하, 공무원의 기강이 매우 강화되던 시기라 해외 체류 시 공무원의 휴직이 절대 불가능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귀국하니 모든 것이 제자리를
조간신문을 펼쳐 든 순간 가슴이 아려 왔다. 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일제의 막사나 감옥에서 그리고 황량한 연병장에서 아버지는 그 얼마나 큰 고통의 시간을 보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이태원의 미군부대 내 어느 레스토랑에서 모임이 있었다. 중국 여행을 마치고 난 회원들이 뒷이야기를 나누자고 모인 것이다. 스테이크로 유명하다던 그
올해로 회갑을 맞았다. 세상에 태어나고 성장해서 예까지 왔는데, 예순 살이란다. 만 60년을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신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마치 길 위의 횡단보도 선처럼 60년이라는 선을 그어놓다니.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수수께끼 같은 그 무엇을 ‘시간’이라 여기는 것이 신기하고 불가사의하다. 그저 나서 자
전술한 창작 산실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나는 수필의 작법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그 흔한 평생교육원이나 문학단체에서 운영하는 ‘수필 창작’ 강의도 한번 받아본 적이 없다. 가물에 콩이 나듯 습작을 선친으로부터 드문드문 고쳐 받는 것이 나의 유일한 수필 공부였다. 첨삭 지도를 본보기 삼아 좋은 글을 쓰려고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글이 쉽게 느는 것
초중고 학창 시절에는 문학에 무관심하였을 뿐더러 선생님으로부터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도 듣지 못하였다. 소위 문학청년은 아니었던 것이다. 늘 정적인 독서보다는 동적인 운동이 좋았고, 또 구기 종목은 무엇이나 잘하였다. 글짓기의 기쁨을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지금은 내용조차 희미하지만, 위인전과 명작 120권을 읽어낸 것이 문학에 대한 유일한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