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풀 위로 햇살이 굴러 공처럼 맑다막 피어난 이슬은첫 타를 기다리는 숨결 백발 어른들,몸을 툭툭 털고구부정한 허리 펴며조심스레 티샷을 날린다 멀리 날아간 공 따라웃음도 날아간다바람이 공을 손짓하며 한 홀 한 홀인생의 굽은 길을 안내한다 “나이스 샷!”칭찬은 오늘도 넉넉하고승부는 어느새서로의 안부로 물든다 
- 황단아
잔풀 위로 햇살이 굴러 공처럼 맑다막 피어난 이슬은첫 타를 기다리는 숨결 백발 어른들,몸을 툭툭 털고구부정한 허리 펴며조심스레 티샷을 날린다 멀리 날아간 공 따라웃음도 날아간다바람이 공을 손짓하며 한 홀 한 홀인생의 굽은 길을 안내한다 “나이스 샷!”칭찬은 오늘도 넉넉하고승부는 어느새서로의 안부로 물든다 
여름이 이울고 있었다. 대기에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묻어났다. 아이들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갈 때 진한 색깔로 물든 떡갈나무 잎들이 가끔 발에 밟히곤 했다. 이 아름다운 시간을 연장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서울의 병원에서 귀국할 날짜를 확정해 달라고 재촉하는 이메일이 여러 번 왔기 때문이었다. 딸네 가족과 보내는
초여름밤 기온이 땀 흘린 적삼 밑으로 스며들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휘영청 쏟아지는 달빛에 누런 보리밭 들판이 밤바다처럼 검푸르다. 더러는 이미 보리를 베어버린 밭이 낡은 잠방이를 덧대 기운 낯선 천 조각처럼 생뚱맞아 보인다. 아낙은 허리를 한번 쭉 펴 올리고 나서 툭툭 등을 두드린다. 초저녁부터 베기 시작한 보리가 가난한 집 자식들처럼 바닥에 나란히 누
골목길 모퉁이에 있는 작은 김밥집에 등산객들이 줄을 서 있다. 일요일 아침이라 김밥을 사려는 사람들이다. 슬며시 뒤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앞선 사람들이 많아 언제 차례가 올지 모르겠다. 바쁜 일이 아니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처지라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천등산은 높지 않은 산으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시간이 지나
조명을 받은 베이커리의 쇼케이스는 현란하다. 빨간 딸기로 장식된 하얀색 생크림 케이크, 달콤한 초콜릿을 잔뜩 한 입 베어 문 듯한 초콜릿 케이크, 커피 향이 은은한 모카 케이크, 푸른 빛깔의 말차 케이크, 그리고 한없이 부드러울 것만 같은 바스크 치즈 케이크까지. 소미는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먼저 눈으로 맛을 음미한다. 심호흡을 고른 뒤 쟁반에 유산지를 깔
장대비가 노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간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새벽인데도 그치지 않았다. 더 강하게 뿌려져서 길가의 가로등은 희미하게 빗속에 묻혀 버렸다. 새벽녘의 밝음과 동시에 잠에서 깨었다. 출근을 위해 빵과 우유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출근하기 위해 나섰다.비가 멈췄다. 비에 젖은 정원에 빨강, 노랑, 핑크, 흰색 색색의 꽃들이 피어서 어우러
“꽃,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꽃과 사람을 하나씩 말해 보자.”한때 나는 신학기가 되어 첫 수업에 들어가면 간단한 내 소개와 함께 습관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리고 일 분가량 생각 시간을 준 뒤 무작위로, 그러나 전원 한 녀석씩 일으켜 세워 발표의 기회를 준다. 그러면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꽃은 ‘장미’고 사람은 ‘여친’이다. 그리고 그
저 북쪽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우리 동포 남쪽을 그리면서 지난날을 보냈겠지 허송한그 많은 세월어디에서 찾을까 이 강물 어디에서 흘러서 오는 건지 이상한 몸짓으로 무슨 말 하려 하네 나도야할 말 있었네만나보자 이제는 생각이 달랐다면 이제라도 역지사지 무조건 만나보고 정이라도 나눠야지 천국
단단해진 어둠 위로 바람이 스쳐 가고 녹아든 눈 냄새에 잠이 깬 자작나무 잎 떨궈 알몸에 새긴삭다 만 슬픔 흔들어본다. 은백색 수피 벗겨 그려 넣은 손글씨 읽어줄 이 찾아서 숲길 사이 떠다니던 눈송이 달빛에 기대 한때 그리움 엿본다.
우주는 하늘과 땅 그 사이 인간이란 자연이 살아 숨쉰 전통적 현대 시조 한민족 얼이 담겨진 신묘한 문학이다 초장은 하늘이고 중장은 땅을 의미 종장은 인간이라 어울러 3장 6구완벽한 자연과 조화 세계화 멀지 않다 시상을 바라보고 그 느낌 노래하며 흐르다 굽이치고 끊어질 듯 풀어내 한맺힌 가슴을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