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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여행주의보

코발트 색깔의 하늘은 티끌 한 점 찾아볼 수 없었다. 태양은 작열하고, 달구어진 대지는 메말라 있어 미세한 바람에도 흙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물이 흘러야 할 도랑도 바싹 말라 있어 그곳에 뿌리를 박은 초목들도 시들시들 맥을 추지 못했다. 군데군데 웅덩이에 생을 마감한 물고기들이 널브러져 있어 떼죽음한 주검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여기가 어디지?’주유

  • 신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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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그해 여름에는 아무래도

내가 고향에 간다고 말했다.“거긴 왜?”둘째 오빠가 핸드폰 너머에서 물었다.“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써두는 게 좋을 것 같아.”내 고향에 묻혀 있는 수많은 이야기의 실체를 또렷하게 알고 싶어서였다. 그들은 나를 성장시켰던 장본인들이었다.“누구하고 가냐?”“도도 아버지하고.”“영원한 연인이랑 잘 다녀와.”“응.”웃음이 나왔다. 6남매 중 가장 장난을 잘 치는

  • 문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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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가정법

언제였던가, 생각을 자꾸 바꾸었다. 신념이라고 해도 좋고 계획을 바꾸고 있었다.오래전 얘기이지만 10년마다 바꾸자고 했다. 목표라고 해도 좋고 좌우명처럼 책상머리에 써 붙여 놓지는 않더라도 지향하는 바 이루고자 하는 것을 새로 정하는 것이다. 추가하는 것이라고 할까,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평생 목표를 정하여 추진하던 것을 10년 주기로 다시 정한 것이다.

  •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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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책 읽어주는 토끼, 토슬이

여긴 마을 도서관이야.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곳은 어린이 열람실 앞 의자지. 난 이곳의 마스코트야. 맞아, 난 의자에 앉아 있는 토끼지. 내 옆자리는 사진 찍기 좋은 명당이야. 그래서 어린이 열람실을 처음 방문하는 아이들은 꼭 내 옆에 한 번씩 앉아 보지. 찰칵! 그럼 함께 온 가족이 사진을 찍어주는 게 일종의 코스야.하얗고 반질반질 윤기 나는 몸에, 발

  • 정영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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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할아버지의 갓

준우는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운동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장난치는 것도 좋아합니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만 가면 어른들은 말합니다.“준우야, 예의를 잘 지켜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어른들이 말하면 듣기가 싫어 고개를 돌리곤 해요.“준우야, 조상님들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할아버지 댁에 가자.”토요일, 준우는 부모님을 따라 할아버지 댁으로 갔어요.“할아버지, 옛날

  • 홍영숙(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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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길이 된 아버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 내린 눈이 얼어붙어 도로는 마치 얼음판처럼 변해 있었다. 아침부터 여행 생각에 마음은 한껏 들떠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친구와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 결국 망설임 없이 출발했다.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칼바람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막상 항구에 도착하니

  • 신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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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나도 꽃

그냥 걸었다. 집에서 고덕천 지나 한강을 따라서 하남시까지. 이번 봄에는 미사리 벚꽃의 생사마저 모른다. 한참 늦었으나 기어코 가서 봐야 할 것만 같다. 꽃구경도 의미가 있지만, 긴 시간 걸어보는 재미도 느끼고 싶었으니까.뒷동산 걸을 때와 다르게 준비물이 많았다. 챙이 큰 모자, 선글라스, 작은 배낭까지. 오랜만에 도보꾼으로 변신한 모습이라니. 순간, 늘

  • 김형수(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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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문학의 본질과 작가의 사명

너무 무거운 주제인가, 늘 머릿속에서만 맴돈다. 국제 문학단체에서 상금을 내걸고 주제에 맞는 작품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금에 욕심내 응모하는 작가가 어디 있을까. 문학을 진정 사랑하는 작가라면 ‘문학의 본질’에 동참하기 위해서 응모할 것이다.국제적으로 이름난 문학단체들은 응모 작가들에게 이력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등단한 지 십 년,

  • 윤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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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행복하게 살아가기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인지 고민하고, 그 답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꿈꾸는 삶이다.법정 스님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는 욕망에 휩쓸리기 쉽지만, 맑고 단순한 삶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고 하셨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 이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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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속초 기행

출발 전부터 W(처)가 입에 검지를 갖다 대며 신신당부한다.“H(딸)에게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말- 직장의 ‘직’ 자도 꺼내지 말 것.”그러겠노라 약속하고, 부부와 딸이 2박 3일 속초 여행길에 오른다.W로부터 내게 내려진 행동수칙은 촘촘히 몇 개 더 있다.“H가 운전할 때 옆에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지 말 것.”“H가 추천한 식당이나 메뉴가 입에 맞

  • 이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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