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거리공원여기저기울긋불긋내려앉는 문장들발그레한 시월(詩月) 무색했던 여름이애틋하게 녹아내린다 몇 단어 주워그가 있었던 행간들을 읊어보고 다시 내려놓은 연습을 하는시월(時越) 누구라도 한 번쯤은 겪었을 이별이 아물 듯 아물 듯아물지 않는당신의, 또 나의……시월(十月)
- 전옥심
구로 거리공원여기저기울긋불긋내려앉는 문장들발그레한 시월(詩月) 무색했던 여름이애틋하게 녹아내린다 몇 단어 주워그가 있었던 행간들을 읊어보고 다시 내려놓은 연습을 하는시월(時越) 누구라도 한 번쯤은 겪었을 이별이 아물 듯 아물 듯아물지 않는당신의, 또 나의……시월(十月)
마음속 바램을 둥근달에 새기는 정월 대보름 한밤중달빛은 휘영청 장독대를 감도는데 하얀 달덩이 정화수 한 사발 흰머리 곱게 빗으시고흔들림 없이 기도하시는간절한 어머니 모습잠결 문틈으로 내다보았네 그 많은 자식들 얼굴 하나하나 야윈 가슴판에 새기시며보름달처럼 둥글게 살아가는한 해가 되기를 두 손 모아 비신다.&nbs
저년 오줌 줄기 좀 보게나흙먼지 뽀얀 밭두렁바람에 인 먼지 가라앉고굵은 모래 움푹 패였다그 옛날 아버지가 농처럼 말했지 시집 가도 되겠다 분 바르고 연지곤지 찍던 날이 어제 같은데새댁 소리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데 올망졸망 너희들 재롱이오늘 같은데 무심한 세월에휘어버린 다리 느리고 느려 굽은 허리 보행기
가을을 걷습니다흰 구름 따라 걷다 보면 방글방글 웃어주는코스모스의 끝이 없는 길 어느새 나의 표정도코스모스를 닮아갑니다 쪽빛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겠지요그들의 미소는 하늘, 바람 그리고 미소는 이 가을의 선물입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 길 하지만 겨울에게 전해줄 마음의
유럽에서 구입한 부채를 바라보니공작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간다화려한 날개 안에는온 우주가 살고 있다 문학소녀였던 나는동물원으로 소풍을 가면공작새를 타고 세계일주하는 꿈을 꾸었다 화려한 부채를 바라보니공작새를 많이 닮았다온 우주에 사는 수많은 별들을 품고 사는 귀한 공작새 어느새 공작새는 부채 안으로 들어가더니 백년
아스라 그대 눈빛 등대불 삼아바람에 구름 가듯 노를 저으면 훈훈한 마파람은 그대 숨길인가속삭여 불어오고물결지는 저 밀물은 그대 손길인가뱃길 열어주누나 나는야 고향 찾아 노젓는 돛단 뱃사공 그대 가슴은 내 고향 사랑진 포구 오늘도 그리움의 돛 높이 올리고 하염없이 노를 젓는다 아 언제일까 다가올 그 날&n
유자차 한 잔으로가을 아침을 맞는다 도봉산 무수골갖가지 빛깔로 물든 나뭇잎들 갈바람 지나가자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가을 잎 부딪치는 소리에신음처럼 뿜어나오는내 긴 한숨 아직도가을 타는 남자의 우수(憂愁)가 남아 있었나 봐
한 번의 거풍도은혜로운 축복이라 했다 첫날밤 옷고름 풀듯 혈관으로 스며든 온기에 불어 터진 음습한 제 꼴에 스스로 놀라 어깨를 훌쩍이다가도 수열 어긋난 복권처럼들쑥날쑥한 열 가락이적막과 부둥켜 똬리로 맞서 돌부리에 피멍 숱해도몇 푼 세경을 구걸하는 주인을 앙상하게 지탱하였지 쓸모없이 자랐다며부리
종로 인사동을 거닐다가2호선 전철 어느 칸에 서 있다가뚝섬유원지 자벌레 전망대를 서성이다가 미술관, 박물관 뜰을 거닐다가 고개를 슬며시 돌릴 때가 있다 갸우뚱거리다재빨리젊은 시절 꽃반지의 추억을 꺼내어 그때의 모습을 떠올린다얼굴을 빤히 쳐다보며주름도 그렸다가 걷어내 보기도 한다 그녀가 아닐까 해서 무료한
달빛 드리운 밤애증이 걸려 있다 너의 추억을 등에 지고 발길이 머무는 곳 젖은 몸으로 기지개 피는 양팔에 허상만 안긴다 창가로 허락 없이 들어온 초가을 바람이 온몸을 애무해 준다 허공을 휘젓는 장단은 아련이 들려오고 그 님은 상상에 매달린 채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