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단 한 번도철갑 외투를 벗어 던진 적이 없다 희고 반짝이는 보석 무늬만고집하고 있는 그를 꼭안고 있는 그 남자 속도 겉도 변할 줄 모르는멋없는 그 여자 게다가 짜기까지 한쌀쌀맞고 매력 없는하지만 꼭 필요할 때 언제나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여자 여기저기서 오라는 데가많고 많은 인기 좋은 여자 흰 행주치마
- 이선자
그 남자는 단 한 번도철갑 외투를 벗어 던진 적이 없다 희고 반짝이는 보석 무늬만고집하고 있는 그를 꼭안고 있는 그 남자 속도 겉도 변할 줄 모르는멋없는 그 여자 게다가 짜기까지 한쌀쌀맞고 매력 없는하지만 꼭 필요할 때 언제나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여자 여기저기서 오라는 데가많고 많은 인기 좋은 여자 흰 행주치마
바람도 쉬어 가는 금강 언덕에비단실로 지은 하얀 집에서강물과 노는 구름과 달려보고춤추는 물결따라 걸어보고은빛 반짝이는 모래에 안겨보고 앞산에 해 뜨면 빛나는 잔칫상 받고 뒷산에 해 지면 황금빛 꽃침대 누워 신처럼 말없이 물처럼 흘러가야지 아침은 하루 한 번 봄은 일 년 한 번사는 것은 딱 한 번 죽는 것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빨간 맨손이항상 내 앞길에 돌을 놓았다그 돌에 넘어질 때마다,나는 잡히지 않는 분풀이의 존재로 삼았다 돌은 진즉에 돌아가라는 말이었다는 것을요즘에 와서 알게 되었지만상처가 흉터와 손을 잡고 찾아오면앞길에 놓인 돌을 뒤로 옮겨 놓기를 반복했지만 빈손의 주인은 자꾸 돌을 굴려서 온다어떤 돌은 앞길이 캄캄한 모습을 하고또
카톡에 부고장 떴다어제는 뽀빠이 가더니오늘은 친구 부고(訃告) 소식이다 자고나면 이별 소식발끝까지 찾아드는가슴 저릿한 통보 더위 수그러들면제주도 흑돼지구이 먹으러 가자던 친구먼 길 떠났다는 기별 왔다 가까운 사람들저녁 종 소리처럼하나 둘 사라져 가는데 기다리는 소식은 언제나 오려나 수빈이는 시집갈 때가 지났는데&
기다림 없어도 그때는 또 돌아왔다마당에 매캐한 쑥향이 맴돌고하늘에는 별들이 강을 이루고반딧불이 가끔씩 장단을 맞추면 아버지의 징용 이야기는 마당을 가득 채웠다 오키나와 남양 전쟁의 그림이 붉게 그려졌다 별들도 유난히 빛났고 쪽달빛도 내려오는 날이면 아버지의 여름은 무진장 타오르고 있었다그런 날이면 꿈속에서 길을 가다 뚝
새 떼들이 날아오른다가을 기운을 박차고낡은 숲이 출렁이며 흔들린다바람도 덩달아 우르르 날아오른다 청량한 아침빗줄기처럼나뭇잎들이 쏟아지고 난 뒤서늘한 기운은 마을을 품듯 스며든다 국화가 피어난 밤가을비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켜켜이 쌓였던설레는 그리움에 기대어 서 있다 멀리 떠났던 추억들이 다시 내 안으로 찾아들어 텅
오가는 사람들다문다문 쏟은 이야기흩어져발걸음마다물들어 오르는 산길바람과 내가 지나간다 숲이 웃고나무들이 춤추는순수의 숨결 너머유난히 싱그럽던 추억이고개를 들면 땅거미 져도길 돌아 나오는 이야기꽃구름 되어마음 설레게 하는그 길에그리움 좇아 홀로모른 척 지나가는 갈바람
재령을 넘으면호수 가슴에 가득 차오고병풍이듯 산세 의연한데어르신들 어디 갔나산 굽은 길가에 새 무덤 늘었구나!수만 년 어린 얼산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요 재령을 넘으면숨소리, 솔잎 지는 소리뿐이 고개 몇 번을 넘어야나의 영혼솔숲 새 소리 되어고단한 품으로부터길손이 환히 웃어 보이는강물과 나무들이덩실 춤을 추려나.
늘 청춘일 것 같은 인생은어느덧 지나가고만 65세가 되었을 때어르신교통카드가 발급되었네 지하철에서 어르신교통카드를 처음 쓴 날 요금이 안 나가니까 내가 어르신이 되었음을실감하게 되었네마음은 푸른 하늘을 날고 있지만 몸은 이곳저곳 아파병명이 전신통이라고 해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병원에 가서치료를 받는 게
얼룩덜룩 회색 날개 퍼덕거린다높이 날지도 못하는 놈들이도망칠 구멍이라곤 없는 줄 다 앎느림보들 속에 숨어 있다고그럴수록 드러나는 엉덩이 배추망으로 만들었잖아채를 들고 살살 발을 떼어 놓는 남자 순식간에 하나의 생을 덮어씌운다부리가 고무링에 서너 번 감긴다개 짖는 소리 단박에 숨을 끊어 놓지는 않는구나하룻밤에 몇 마리씩 훔쳐갈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