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천지에 있는 고결한 언어로 시를 엮는다 세상 천지에 나뒹구는 낙엽은 엽서가 되어 짤막한 시를 뉘인다 세상 천지에 드러눕거나 서 있는 만물이 소생함에 감사의 시를 모아 내보낸다 세상 천지에 무수한 호기심이 초롱초롱한 아가의 눈망울로부터 빌려와 시를 만든다 순수무구한 해맑은 아가의 얼굴은 어른의 마음을 안도하게 이끌어주
- 오정선
세상 천지에 있는 고결한 언어로 시를 엮는다 세상 천지에 나뒹구는 낙엽은 엽서가 되어 짤막한 시를 뉘인다 세상 천지에 드러눕거나 서 있는 만물이 소생함에 감사의 시를 모아 내보낸다 세상 천지에 무수한 호기심이 초롱초롱한 아가의 눈망울로부터 빌려와 시를 만든다 순수무구한 해맑은 아가의 얼굴은 어른의 마음을 안도하게 이끌어주
연휴 낀 주말이면 불안한 예감이 들곤 했는데 담석증에 이은 폐렴으로 또 구급차를 불렀다살아 있는 사람이 사는 죽은 집 주렁주렁 매달린 링거줄에 항생제를 부으며소변줄 꽂고도 요의를 호소하는 구순기강물 흐르는 눈가에 희부연 벽면이 출렁인다 엄마의 머릿속엔 온통 지워지지 않는 평생이 박혀 순환기내과 중장기 환자들 누운 병실에후
낯익은 길을 걷는데어지럽다몸이 말을 듣지 않고따로 간다 오랜 시간을 걷고 또 걸어온 길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려온 길 오늘이 버겁고 아득하다마음을 따라잡지 못하는 몸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하루시간을 서두르는 소리가 왁자해 한 발짝만 내디뎌도 온통여기와 저기 가래를 치며 돌아갈 길을 보인다 언젠가
알알이 모인 작은 씨앗날카로움 곤두세워서로를 밀어내지 않고모서리가 먼저 닿지 않도록하나의 마음을 만든다 서로를 감싸안고둥근 공으로 피는 파꽃자꾸 뾰족해지는 세상속을 비워내며가슴에 파꽃 하나 피우고 살자.
커튼을 젖히자창밖은 이미 소란한 빛의 진창 고요한 함성이귓속 깊이 파문의 무늬를 새긴다 허공을 흔드는 불꽃의 춤사위 나도 모르게 유출되는 숨소리 외로운 침상 위로통증과 마주 앉은 이 깊은 밤 무대 위 나비처럼 번지는 빛깔들 노랑과 분홍생동하는 살결의 온기다 동토(凍土)를 밀어 올린푸른 숨의 투쟁
긴 철길 같은 세월 위를숨가쁘게 달려온 인생 열차 기쁨의 역도 지나고눈물의 역도 지나어느새 황혼의 플랫폼에 서 있다 잠시 내려뒤돌아보니 웃음도 울음도모두 한 장의 풍경이 되어 저 멀리 사라져 간다 사람도 떠나고 사연도 떠나도 남은 것은바람 같은 기억뿐 그래도 좋다 이 작은 간이
그 시절의 나는울 줄 모르고늘 앞서 가던 사람이었다 말하지 못한 속앓이는 피지 못한 꽃이 되어 내 안에 남았다 나는 나를 믿고사랑을 내주며돌아갈 길을 잃었다 지나간 것은다시돌이킬 수 없는 일 화려했던지난그 시절의 나는 멀어지고 이제돌아올 수 없는화양연화(花樣年華)가 되었다
한여름 날이 짊어졌던 폭염을계절의 경계선 가파른 등성이에 내려놓으면 절기를 가르는 한 줄기 소나기가덧엮은 고단함을 씻어 놓는다 화염에 휩싸인 햇볕을 삼킨 무더위가 녹아 추녀에서 아쉬운 듯이 맴돌다가처마 끝으로 낙숫물 지고 있다 풀무 젓던 여름날의 무수한 땀방울은 허공을 할퀴듯 풍류(風流)하다풀잎에 이슬로 맺힌다.
월곶면에 군하리가 있다처마 밑 헌 화분에 고추와 꽃을 심고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사는, 도로명은 애기봉로길 마을 중앙도로는화단으로 된 둥근 오거리가 있다손맛이 쫄깃쫄깃한 연호정칼국수와야구공만 한 개성 손만두집이 있다목소리 카랑카랑한 할머니가 30여 년 버텨온 백반집도 있다 얼마 전건너편에 싱싱마트가 들어섰다덕분에 동네 사람들도 조금 싱싱해졌
가을 바람고개, 해발 227m 하늘 아래 가장 그리운 집. 경부고속도로와 4번국도가 지나가는 부산과 대전 사이. 교복 입은 소녀가 팔순에게 달려와 플랫폼 바라보며 아버지 나이가 넘어서야 떠나간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정다방을 지나 다리 건너 사라져가는 아이들이 박쥐처럼 매달려 멱감던 냇물이 철썩철썩 밀려오며 기찻길 옆 살피꽃밭 같은 양철지붕 우리 집.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