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은 손길굳은살 박힌 걸까바지락 바지락댄질긴 삶 자리 잡고숨죽여 씻어낸 일상 가시 돋은 손마디 새벽을 등에 지는 고단한 시장 바닥 넘어진 생 붙잡듯 조갯살 꺼낸 손질 칼끝에 찔린 틈 사이 물새 물려 불린 손 촛농이 떨어지고 익어 간 붉은 살결 가려운 흉터마다&n
- 왕나경
바다를 품은 손길굳은살 박힌 걸까바지락 바지락댄질긴 삶 자리 잡고숨죽여 씻어낸 일상 가시 돋은 손마디 새벽을 등에 지는 고단한 시장 바닥 넘어진 생 붙잡듯 조갯살 꺼낸 손질 칼끝에 찔린 틈 사이 물새 물려 불린 손 촛농이 떨어지고 익어 간 붉은 살결 가려운 흉터마다&n
붉은 숨 매단 채로 한 철을 버티더니달궈진 위도 위로 북풍이 등을 민다그 자리 뿌리 박았던 곳 더는 내 집 아니다 한 뼘씩 북녘으로 그림자 옮겨 가며낯선 흙 찬 물기에 시린 몸을 눕혀 본다 값 오른 땅의 위세에 이름마저 뺏긴 채 유리숲 빌딩 사이 바람은 더 뜨겁고골목의 붉은 꿈도 깃발 아래 흩어질 때 서늘한 변두리 별빛에
천 년의 역사가 전나무에서 시작된 듯 곧게 뻗은 나무의 간격 아름다운 저 질서리듬 탄 계곡물 소리언제나 다정하고 살랑이는 나뭇잎이 귓불을 건드리니어지러운 생각들을 가벼이 비워내고온전한 나를 만난다숲이 다 내게로 온다 푸른 녹음 향기가 폐부 깊숙이 싱그럽고 월정사 맑은 종소리 겹철쭉 타고 오르니 가슴에 옹골차게 박
책상 앞에 앉아곡을 쓰는 손자를 본다오선지 위에 음표들이 하나하나 걸어간다 머리가 하얀 놈은 느리게머리가 검은 놈은 조금 느리게꼬리 달린 놈들은 빠르게 아주 빠르게얼굴에 점 있는 놈들도 사이사이 서 있고 잠시 후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인다음표들이 하나하나 줄을 선다 오선지 위에 멈췄던 음표들이 서서히 움직인다 뛰는 놈 걷
울타리 철망은 장미의 절망을 키운다 철망에 달라붙어 조여 오는 절망 너머 너를 두고 만날 수 없기에 보낼 수 없다 만질 수 없기에 지울 수 없다 제 가시에 긁히고 찔리며 손을 뻗어 보지만 너는 닿을 듯 멀어지고 보일 듯 흐릿해지고 녹슨 가슴을 열면 꺼내지 못한 먼지 속 나뒹구는 말들 철망을 비집고 새어
눈 뜨면쌀을 씻어밥을 짓고 멸칫국물에 된장 풀어하얀 두부, 애호박감자 넣고 보글보글 새콤달콤조물조물반찬 만들어 사랑하는 당신과함께하는 이 하루는하늘이 나에게 준선물입니다.
서로 눈길을 외면한다가시 돋친 시선으로 경계하며품으려 하지 않는다남의 일에 관심 없다닮은 듯 다른 피조물 핸드폰 화면에 고정된 시선후끈 달아올라 상기되었다봄바람이 어깨를 스쳐눈을 감고바람이 지난 자리를 더듬어 본다 영산홍 꽃잎이 누워 있던 자리 장미꽃잎이 카펫 만들어길 위로유모차에 애완견을 싣고허덕이며 걷는다개망초꽃 고개 꼿꼿이
초등학교 들어가 글을 알게 되니할머니는 두 고모님 댁에수시로 편지를 쓰게 하셨습니다 그날도 썰매 타러 가야 하는데우표 사들고 오셔서 재촉을 하셨지요 철부지 어린 마음에그럼 할머니가 쓰라 했습니다 이내 불호령이 떨어졌고닭똥 같은 눈물 흘리며연필로 꾹꾹 눌러쓰고 소리내 읽어야 했습니다 한참 지나 철이 든 다음에야 알았지요&n
디아스포라의 여정은 항시불안하고 슬픈 일,창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독백의 술잔을 기울여요 고정된 정체는 앞을 볼 수 없고 시계의 초침은 쉬지 않고 흐르는데 광야의 아침은 왜 밝아오지 않나요 미련의 곡선은 발길을 막고 마음을 빼앗은 태양은 석양빛에 우는데 오늘밤 어느 곳에초야의 촛불을 켜고 날라리를&nb
폭설이 집어삼킨 창밖은더 이상 부드러운 능선이 아니다 하얀 털을 날카롭게 세우고 웅크린거대한 백호 한 마리 대관령 세찬 눈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산은거친 숨을 고르고 있다골짜기 깊은 곳에 은빛 발톱을 감춘 채 바람이 울컥 창문을 흔들 때마다 저 하얀 야수의 잠꼬대일까 등을 들썩이며 눈을 털어낼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