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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한국문인협회 로고 남정우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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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도 있다고 이런 인생도 있다고∼ 어설픈 미소를 지어보지만 흐르는 눈물∼ 죽음조차도 피해 가는 가엾은 내 인생∼ 하지만 난 살아야만 하네 아니 살아가고 있네∼’라는 이 유행가 노래가 나오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게 되고 가만히 음악을 듣는다.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문장은 내 가슴에 너무 깊게 와 닿는다.

겉으로 보이기엔 편안하고 성공해 보이지만 그 이면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상처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문득문득 가슴이 아리는 일들이 떠오르며 마음이 아파 오는 게 우리 삶인가 보다.

지금 글을 쓰며 며칠 전 딸과 베트남 나트랑 여행에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생각이 난다.

12월은 베트남의 우기가 끝나는 시기로 알고 있었는데 그곳도 이상 기후가 오는 것인지 나트랑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아침에 우리는 나트랑의 포나가르 사원으로 향했다.

약 1300년간 베트남 중남부를 지배하던 참파 왕국의 유적지로, 10개의 팔을 가진 여신 포나가르를 모시던 사원이다.

여기에는 사바신의 상징인 링가가 세워져 있는데 이는 다산의 상징으로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참배를 위해 찾는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는 형제들도 많고 아이들도 많이 낳았는데 이제는 2명의 아이가 있으면 다자녀 가구라고 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가족도 많이 생겼다.

그래도 다산을 위해 이곳을 찾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여기 베트남은 무한의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나트랑에서 달랏으로 4시간을 달려 이동했다.

굽이굽이 도는 높고 꼬인 길이 우리네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고 험한 길을 위험스럽게 올라가고 내려오는 버스처럼 나 역시 험하고 어려운 길도 많이 겪었다.

나는 그 시기를 잘 헤쳐 나와 이제는 어느 정도 평탄한 길에 와 있지만 이제 스스로 독립해서 인생길을 나아가야 하는 우리 손녀가 생각이 났다.

그 작디작던 아이가 이제 자라서 스무 살 성인이 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떠나려고 준비를 한다.

설레는 표정으로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손녀를 보면서 그 아이가 나아가는 길이 평탄하고 어려움이 생겨도 잘 견뎌주기만을 바라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기도하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길 옆 폭포 옆에 성모상이 보였다.

험한 산골길 폭포 한켠에 놓인 성모님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다.

‘성모님 우리 손녀를 지켜주시고 사랑으로 이끌어주세요’하고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남은 내 인생은 어떻게 살면 될까 생각하다 보니 달랏에 도착했다.

파란 도화지 위 하얀 뭉게구름이 끝없이 펼쳐진 구름 위에 정원이라 불리는 달랏은 고산지대라 조금 춥긴 했다.

여전히 비가 와서 파란 하늘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름답고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롤러코스터나 레일바이크를 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달랏에서 다딴라 폭포를 가기 위해 레일 바이크를 타보기도 했다.

조금 무섭긴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 보았다.

우리 어릴 적에 타던 것과 같은 오래된 기차도 타 보기도 했고 쓰언후엉 호수에서 전동카도 탔다.

전동카를 운전하는 베트남분이 한국의 트롯을 들려주었는데 베트남에서 한국의 노래를 들으며 호수를 보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내가 살아야 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남은 시간을 건강하고 소중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제일 좋다고 품에 안기는 여전히 아기 같은 우리 소중한 손녀, 몸이 아파서 여행 다니기 힘든 남편, 살갑게 대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많이 생각하는 여린 나의 딸을 보며 나는 다시금 살아야 할 이유를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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