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샘솟는 봄의 설레임도짙푸른 녹음도뜨거운 태양볕도이젠 사그라들고사색의 계절이 다가왔다고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노오란 은행잎과빠알간 단풍잎이 빛을 더하고 풍요의 상징벼이삭이 고개 숙이면배추와 무를 심는 농부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지는데풍년을 약속하는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줄
- 정덕자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샘솟는 봄의 설레임도짙푸른 녹음도뜨거운 태양볕도이젠 사그라들고사색의 계절이 다가왔다고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노오란 은행잎과빠알간 단풍잎이 빛을 더하고 풍요의 상징벼이삭이 고개 숙이면배추와 무를 심는 농부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지는데풍년을 약속하는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줄
따가운 햇살 아래군사를 불러 세워호루라기 불며 지시한다 보름 전 세운 작전부족한 군사 먼 전방에서파견 나온 지원병국수한그릇말아주고 오늘의 작전구백 평 들판에 늘어선양파 무리를 소탕하는 일언제든지 호루라기만 불면전투에 나설 만반의 자세로 배급을 받는다 정수리에 햇빛의 총알 쏟아지고 땀으로 온몸 젖은 오후
첫눈이 폭설처럼 내렸다당신의 부재도 마흔아홉 번째눈처럼 쌓이고 있었다 “엄마가 주는 마지막 돈이야”언니 손에서 건네받은 작은 봉투 학창 시절 수업료 봉투 하나가기억 너머에서 다시 손에 쥐어졌다 여름의 모서리들이 붉게 타들어 가면당신은 그 계절을 담아 빈 살림을 채우곤 했다 찬밥으로 허기를 달래던 밭고랑의 오후 붉
청설모 노닌 흔적 풋 먼지로 희미해지고 봄날 오후 산그림자 고요한 숲으로아무래도 나는 영산홍을 보러 가야겠다 나란히 갈래줄 짓는 오솔길 따라붉은 정색 저고리 여미는 여인들이여 나를 이끄는 손길 따라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에서 사월을 보내야겠다
찻잔 움켜쥔 푸른 산맥을 본다 나는 백두대간 속 대한 사람 동란에 깊은 산속 숨어 지낸할아버지 혈맥이 푸르게 이어져 솟았는가 두 손 모아 찻잔 감싸면양쪽 푸른 산맥이 불끈 일어선다 이쪽과 저쪽 사이죽은 강물 같은 커피 비워내며꽃사슴 푸른 산맥 오갈 수 있기를 산허리 박힌 가시 뽑히기를 울룩불룩 솟은 혈맥
빈 종이 펼쳐지니먹빛 한 점 없어도마음은 가득 차네 침묵이 웅장하여보이지 않는 그림이가슴에 펼쳐지네 무한한 여백 속에새로운 세계 피어나아름다움 넘치네.
늘 하늘이 내려다보았겠으나나는 내려다보지 않고 걷던 길아무렇지도 않게 제 안전만 생각하며땅을 시끄럽게 하는 데 익숙한 발이겸손하게 맨발로 걸어보기로 했다발 아래를 찬찬히 내려다보며 걷는다평소 아주 무시하고 지나쳤을 세상낮게 엎드려 걸어가는 작은 생명들 보이고작은 돌조각 사소한 이파리며 가지들 보인다 사소한 것들이 불편하게 발을 만난다귀를 기울이기보
바다 언저리진흙 뻘 속에서수많은 미생물숨 고르는 소리짭짤하게 간기 젖은 뻘 밭에서의 몸짓 소금물 든 수로에는 거미줄처럼 꺼풀 막 달밤엔 거울처럼 맑게 은물결 총총한 별빛 천사 하얀 날개 옷깃에 자라난 작은 알갱이 한낮 뜨거운 태양열에 온갖 불순물삭히고 녹여 알알이 잉태
뜨거운 숨결강렬한 햇살태양의 노래가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못살겠다아우성치던 절규아이스아메리카노에 마음 하나 내려놓는다 삶에지쳤음일까 하나, 둘시간 앞에 서있다 잠시쉼 하는 시간이다 초록 물결파도처럼 밀려와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나에게주는 선물참 행복하다 살아 있다는 것 아름다운 축
지난날익지 않은 채 떨어진 언어가 물속을 떠돌며흩어진 이야기를 찾는다 퍼렇게 눈 뜨는 바다파도가 몸부림을 치며바다의 시간을 엮는다 기억을 더듬으며지난 이야기를 모으는 파도 파도는 눈을 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