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에 가면 바람이 세차다갈 때마다 황소바람이 뺨을 휘몰아친다.바람 부는 날에만 간 것도 아닌데정상에 오르면 날아갈 것처럼 돌개바람이다.그 세찬바람〔風〕에 오래된 주목나무 잔가지는바람맞은 데로 볼썽사납게 휘어져 있지만그 의연함을 볼 때마다 천년의 몸매는 미소로 답한다. 사계절 불어오는 바람 눈〔眼〕이 지켜보고 있어서일까 변절하는 잡초들에
- 재호
태백산에 가면 바람이 세차다갈 때마다 황소바람이 뺨을 휘몰아친다.바람 부는 날에만 간 것도 아닌데정상에 오르면 날아갈 것처럼 돌개바람이다.그 세찬바람〔風〕에 오래된 주목나무 잔가지는바람맞은 데로 볼썽사납게 휘어져 있지만그 의연함을 볼 때마다 천년의 몸매는 미소로 답한다. 사계절 불어오는 바람 눈〔眼〕이 지켜보고 있어서일까 변절하는 잡초들에
넘어가지 않는 시를 꾸역꾸역 삼키다가책을 덮어버린다소화제를 삼키고 가슴을 치며폭염보다 무거운 페이지를 다시 넘긴다잘근잘근 씹어 삼키려면 틀니를 해야 하나 이모의 오독거림을 보고 처음으로족발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오독거리는 소리가 틀니에서 비롯된 것을 알았을 때틀니를 자랑하던 이모는 떠나고 없었다 기름진 뼈를 발라내듯읽히지 않는 책을 들
나비야 흰 나비야 봄바람 어디 있니 들꽃 향기 물들어도 봄빛이 그리워라 저 푸른 산 너머에 새싹들 춤춘대도 내 마음은 흙빛으로 머물러 있구나 회색빛 강물 위에 노을이 물들 때면 꾀꼬리 노랫소리 봄 소식 전해오고 할미꽃은 속삭이며 나를 잊지 말라네 소쩍새 울음소리 깊은 밤을 깨우네 나비야
직각으로 닫은 고집이 불 꺼진 창마다쉼표로 찍고 말이 없다길게 추린 하모니카에 호흡하는 일상이신호등처럼 깜박거린다블록으로 쌓은 벽들이 모르는남이 되어가는 까닭에성냥갑으로 열고 닫히는 순간에도무표정이다낯선 풍경으로 다가오는 어색함이낯선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무인도외로운 섬이다
굳어진 발가락티눈 하나 생겨나깊숙이 눌러 아프지 가두지도 말고조이지도 말고신발을 벗어보렴 그렇게 네 속에서응어리가 되어버린쇄락의 마디를 풀어보렴 실핏줄 토닥여마디 주섬거리며맨발로 사부작 걸어보렴 대지의 기운이어떻게 너를 살리는지 온몸으로 느껴보렴
박내과의원 간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조승래 시인 시집 『적막이 오는 순서』를 읽는데간호사가 차례 순번 내 이름을 부른다문득 병원에 온 환자들을 둘러보았다 한결같이 근심되어버린 초췌한 표정들이라니 수심에 잠긴 초점 잃은 눈동자아침 일찍 마을버스를 타고 와서간신히 병원 문을 들어서는 촌로들은의사선생님 말 한마디에 얼굴이 환해진다 크게
고향 마을엔 모 심을 때 되면여름철새인 호반새가 찾아왔지 뒷동산 기슭고목에 구멍을 뚫고자리한 꿈의 보금자리 온몸이 진붉은 색깔불꽃처럼 일군 사랑 가뭄이 걱정되어물가 오고가며비오르르비오르르간절한 기원 그래서 비오리새라고도 했는데 아무리 듣고 싶어도지금은 볼 수 없는 새
칠월의 한낮 캐나다 땅 나이야가라 폭포 청록의 물줄기는천둥소리를 내며천길 낭떨어지를 뛰어내리는데 마치 죄 없는 사람나와 봐 하는 거 같았다 노랑머리 검은머리인파 속 나도함께 소리 지르며황홀히 물세례를 받았다 거친 물줄기에아픈 걱정 다 던지고아, 죄 된 행실 사하소서 물바람에 기우뚱하는 유람선 위 나도 기
오래 전에 외국어를 배우는데, ‘웃으며 들어갔다 울며 나오는 언어가 일본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일본어는 우리와 어순이 같고 같은 한자 문화권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깊이 파고들수록 일본어도 역시 외국어라서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문학의 장르에서 배우기 쉬운 장르가 ‘수필(隨筆)’이라고 인식하는 경
4.도해지금까지 논의해 본 것을 다음과 같이 표를 그려 나타낼 수 있을 것 같다.a항에서 e항까지는 대우주적 공간을 확보하여 생동하는 인격체로 나타남. f항은 무한공간을 지키는 끝없는(그칠 줄 모르고 타는) 시간성을 유지함. a항에서 d항까지는 시간상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타날 수 있으나 그 여실한 나타남의 확인은 대체로 낮이라야 유리함.e항은 낮을 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