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동굴 안에서 울고 있던 나를새벽이 끄집어서 밖으로 던져버렸다 어둠과 밝음 사이로 길이 보이고 널따란 초원이 들어서고 있었다 간밤의 무섭고 두려웠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달렸다 달려가는 시야에 창공이 호수로 들어와 산수화를 그린다 산수화 속 꽃 핀 언덕에밤 내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또 다른 내가 거기 있었다&
- 박신정
캄캄한 밤 동굴 안에서 울고 있던 나를새벽이 끄집어서 밖으로 던져버렸다 어둠과 밝음 사이로 길이 보이고 널따란 초원이 들어서고 있었다 간밤의 무섭고 두려웠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달렸다 달려가는 시야에 창공이 호수로 들어와 산수화를 그린다 산수화 속 꽃 핀 언덕에밤 내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또 다른 내가 거기 있었다&
가을 계곡에선낙엽 소오리 끊긴 지 오래인데박꽃 피는 시간에 일어나숲을 지나는아직은 가을의 시간, 별빛 그림자로 숨어새벽을 기다리다 잠이 든눈 먼 팔색조의 깃으로 나빌레는작은 미소 모른다모른다아직 가을 숲은 모른다 하여도 갈 숲은너와 나의 거리만큼사유의 길을 따라 예까지 오시었나니
누구나 그릇 하나 들고 이 땅에 발을 디뎠다아니라고 해도정해진 그릇에 담기어얼굴이 다르고관점이 다르다 모두들 건너편 무지개를 잡으려 하지만누구의 몫인지는 신만이 아는 던져진 주사위 보름달이 구름에 가린 채 어두컴컴 내 앞을 비추는 시각이 너의 앞을 환히 밝히는 바로 그 시각이다행복은 불행의 꼬리를 물고 당도하며불행은 행복의 뒤축에
Ⅰ긴 여정 바람 등에 업혀와 내려졌다 ‘빈 들판 후미진 곳이 너의 거처니라’ 하신 여기가 거긴가 에일 듯 추운 목숨 붙잡고 울컥한 오라기 햇살 대지에 입 맞췄네 허기진 날도 그분은 눈에 담으셔영양식 개똥요리 선물에 울컥어제의 감사 오늘도 감사 볼그레 미소 느닷없이 찾아준 산들바람 던진 한마디 “우와∼ 너
‘그동안’으로시작하는 말은늘 섭섭해 굳게 잠긴 가게 문을 나랑 윤우가 흔들자 어둠 속딸랑딸랑 풍경 소리 이모 사장님! 빨리 나으세요 이제 학교 끝나고 우린 어디로 가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업합니다” -짱구분식-
아빠 자전거뒷자리는 내 자리 아빠 허리를 잡으면더 신나는 아빠 힘주어 페달을밟는다쌩 쌩, 쌩 쌩 뒤에 달려오던 까미앞지르고 싶어핵 핵, 핵 핵 신이 난 나는아빠 허리를 꽉 잡고들판을 달린다 가로수가 지나가고 전봇대가 지나가고 새들과 달리기시합도 한다.
와!텃밭 흙 속에 심었던 콩 세 알에새 순 돋으면서 고개 번쩍 들고하늘을 올려보네 햇볕이 바람과함께 놀고 싶어서 방긋 아이가어른 될 때까지 모습처럼.
모래알이 반짝이는 바닷가에 하얀 조개껍데기 하나 귀에 더 가까이 대어 보니 파도가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작고 가벼운 조개껍데기 손에 올리면 포근하다 파도가 살짝온기를 밀어 넣었을까 기분이 좋아져서한참을 들여다 본다 우리 마음도이 조개껍데기처럼 하고 싶은 말들을조금씩 담아두고 있다
뼘 안에 쏙 드는 화엄 둥지 맘 자리 날숨 들숨으로 몸의 중심 곧추고 분별과무분별 사이무게추를 올린다 개미취 꽃잎 속을 파고드는 벌 나비 어미의 눈빛으로 태초의 나를 본다 숨결이닿아 만나는모두에게 햇살을 숲이 쉬는 숨소리 한 숨 두 숨이여 앞걸음 뒤따르는 흰 소의 느린 걸음 삼신산깊은
한인회관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는데핀 머리가 작은지 통증만 박힌다망치로 칠 일은 아니어 돌 하나 주웠다 수일 아니, 수백 일은 버려져 있었을누구의 눈길도 닿지 않았을 그 돌이손대신 핀을 박았다 버려진 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