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한생 살면서 나 항상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아그리도 그것이 몹시 궁금했는데이 나이에 들어 비로소깨달았도다.무슨 죄를 범했는지는 아직 모르거니와천국의 감옥을 탈옥해서 이곳으로 도망쳐 온수배자인 것 만큼은 틀림 없구나. 그간, 숙명처럼 가슴에서벌떡 벌떡 뛰던 그 소리,그것은 그들이 내 심장에 심은 위치 추적기 칩의 발신음이&nbs
- 오세영
나는 누구일까.한생 살면서 나 항상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아그리도 그것이 몹시 궁금했는데이 나이에 들어 비로소깨달았도다.무슨 죄를 범했는지는 아직 모르거니와천국의 감옥을 탈옥해서 이곳으로 도망쳐 온수배자인 것 만큼은 틀림 없구나. 그간, 숙명처럼 가슴에서벌떡 벌떡 뛰던 그 소리,그것은 그들이 내 심장에 심은 위치 추적기 칩의 발신음이&nbs
한평생을 같이하는 나의 예술 이야기이다. 1940년대 축음기(蓄音機)부터 첨단 음향기기인 입체음향의 오디오 시스템까지, 그리고 SP음반부터 SD카드까지의 음악과 함께 일생을 살고 만년에는 수필가로 데뷔 글을 쓰는 행운아이다.전기도 없던 시절 시골 농촌에서 태어나 처음 음악을 만난 것은 농악과 퉁소 소리였다. 다음에는 다섯 살(1945년) 무렵 사촌형들이 듣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삶은 ‘ㅁ’의 연속이었다. 아마 여생도 ‘ㅁ’의 연속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ㅁ〔m〕’ 음이 들어 있는 ‘어머니(엄마, 어메)’로부터 태어났다. 어머니는 내 ‘몸’과 ‘맘(마음)’도 낳으셨다. 어머니는 ‘물’을 ‘마시게’ 하고, ‘미음’과 ‘맘마’를 ‘먹이며’ 나를 기르셨다. 내게 ‘말’을 가르쳐 주시면서 삶의 ‘멋’과 ‘맛
그 길을 지나는 일이 두렵다어떻게 기척을 아는지그 근방에만 가면눈먼 산 벚꽃 그루터기 바짓가랑이 붙잡고 묻는다왜 그랬냐고… 비틀거리는 세상 버티어 선 죄밖에 없는데 환한 세상 기웃거린 죄밖에 없는데한눈판 자기 잘못 쏙 빼고길가 구푸려 선 나 때문에 이마 깨졌다는 그 사람의 송사(訟事)왜 믿었느냐고 묻는다 소명 한마디 들어
보자는 말에늘 바쁘다 했다뒷전을 알리는 에두름으로 어느 날 생겨난 말이지만 오래된 사랑은한가해지길 바랐다 바람이 지난 뒤멈춤을 안 구름처럼불어주지 않는 바람에 위안의 말 부르니오래된 사랑은기다리는 구름이길 바랐다 묽어지는 시간에희미해지는 기억이 맑음과 흐림은첫 마디 끝 줄이라 하니오래된 사랑은묵연히 맞으
[서울 강북지부] 문학의 정신을 담아강북구 문인들은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품 아래에서 한 권의 시집처럼 숨 쉬며 회원 모두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집필하고 있다. 산은 말없이 서 있는 것 같으나 계절마다 다른 빛으로 세상을 쓰고 강북지부 또한 삶의 작은 떨림과 시대의 숨결을 언어의 씨앗으로 가꾸어 가고 있다. 능선을 타고 흐르는 바람은
내가 지금 문인 활동을 하는 계기들을 돌이켜보니 문학의 길을 걷기까지 많은 내력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변변한 도서관도 없는 시골 학교라 읽을 만한 책이 없었다. 가끔 아버지께 동화책을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책을 살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새로 받은 국어 교과서와 바른 생활 교과서 등
풀은눈이 달렸나 봐 제초제, 농약 안 친우리 집 둘레 둘레 풀이 먼저 알아채고쑥쑥쑥 자란다 나도희망에 부풀었다 빨리여름이 왔으면 좋겠어 풀벌레들이 모여들어자유롭게 뛰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 친구를 불러풀 사이 사이에서 들려오는 예쁜 음악에도함께 귀 기울이고… 그럼, 그
하늘 나는 고추잠자리, 가을은예뻐라 은물결 평화로움 누가 이리 선물했나 풀벌레 노래가 섞인 저 미소도좀보렴. 나를 잠 못들게 하는 귀여운요, 가을과 풀벌레.
추녀 끝 고드름눈이 부시다 떡국 먹고나이 한 살 더 먹고 색동옷 입고세배 가는 길 집집마다 울타리에 웃음 넝쿨이 열리고 아이들 발걸음은신나서낭랑낭랑 내 마음도 우리 마을도 둥둥꽃풍선이 뜬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