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소매가 긴 옷을 입을 만큼 요 며칠 사이로 바람은 제법 차갑게 내게 다가왔다.녹음은 점점 눈에서 멀어진다. 들녘 곡식들은 풍요의 시간을 기다리고, 수고한 농부들의 노동 땀은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수줍은 소녀의 얼굴빛을 닮은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가을은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다.한 뼘씩 높아져만 가는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있는 가을 손님
- 장지선
조금은 소매가 긴 옷을 입을 만큼 요 며칠 사이로 바람은 제법 차갑게 내게 다가왔다.녹음은 점점 눈에서 멀어진다. 들녘 곡식들은 풍요의 시간을 기다리고, 수고한 농부들의 노동 땀은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수줍은 소녀의 얼굴빛을 닮은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가을은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다.한 뼘씩 높아져만 가는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있는 가을 손님
삶은 본래 덧없다. 한때 백두대간을 비롯한 전국 명산을 안방 드나들 듯 오르내리던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릎 연골이 닳아 아파트 주변을 천천히 도는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익숙했던 일상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최근 몇 년 사이, 주변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은퇴 후 함께 당구를 치던 두
금년이 을사년, 을사일주로는 천간의 을(乙)과 지지의 사(巳)가 만나 어울려, 을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나무를, 사는 따뜻하고 열정적인 불의 기운을 상징하며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이 조합은 유연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가진 성격을 만들어내며,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잘 조화시키는 특징을 나타내는 을사일주의 성격, 적성, 인간관계로 좋은 해가 될 것이라 믿어
나는 군생활을 한 5여 년을 제외한 70평생을 고향 합천에서 살고 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어 가끔 어릴 적 풍경을 생각하면 마치 타향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있다.내가 청소년 시절인 1960년대 초, 고향 재래시장의 풍경을 추억 속에서 더듬어 본다. 나는 읍소재지에서 오리길 떨어진 마을에서 자랐지만, 어릴 때는 이러한 시장이 있는지도 몰랐
몇 해 전 여름날이었다. 태풍이 지나며 뿌린 비가 무더위와 습기를 가득 퍼뜨렸다. 하필 그날 청평사를 갔다. 춘천을 지나 배후령 터널을 통과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다 보니 갑자기 연보라의 바다가 펼쳐졌다. 바람에 일렁이는 초록과 보라색 물결, 은은한 향기가 바람에 앞서 온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옛날 어머니 코티분 향기가 난다”며 향수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기저기 맺어진 모임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줄어든다.“이제는 경제권을 마눌임에게 이전하고, 회비를 타 와야 되니 구차해서….”“올 여름에 회원 세 사람이 먼 곳으로 전출 갔어, 모임을 해체했지.”이러저런 이유들로 모임이 줄어들고, 친구들도 하나둘 사라져 간다. 휴대전화로 오는 카톡의 ‘좋은 글’에는 늙을수록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글이
마당을 둘러보고 온 남편이 툭 말을 던진다.“두 번째 돌확에 올챙이가 한 마리 살아. 작년까지는 우리 집 올챙이들 몽땅 청개구리가 되더니 올해는 갈색 개구리가 되려나 봐.”‘이 여름에 아직도 올챙이…?’남편의 말이 믿기지 않아 당장 마당으로 나간다. 물론 갈색 개구리도 궁금하다.돌확엔 잔뜩 물이끼가 끼어 있다. 게으름을 반성하며 물에 손을 넣어 이끼를 걷어
가끔 생각한다.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일단 아찔하다.‘아마 지금도 한자를 쓰고 있겠지. 하늘천, 따지… 하면서 천자문을 외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야. 영어를 쓰고 있을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옛날에는 중국을 섬겼기에 한자를 썼지만, 지금은 미국을 좋아하니 영어를 쓸지도 몰라.’이렇게 가끔 혼자 뇌까린다.나는 네 명의 형제 중 처음으로 대
며칠 전이다. 3박 4일 간의 문학 행사에 참여하던 셋째 날이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춰 룸메이트와 호텔 1층에 있는 뷔페를 찾았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지정석에 앉을 때까지만 해도 다른 날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오늘도 부드러운 요구르트로 빈속을 달래고 맛난 음식을 요것조것 골라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아름다우십니다.”마주 앉은 룸메이트
호수를 바라보며 데크길을 따라 상상마당 앞까지 걸었다. 상상마당 앞은 호수와 테크노파크 건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쌀쌀한 바람이 상큼하다. 멀리 줄 하나에 연이 줄줄이 매달려서 호수 위로 꿈틀거리며 날고 있다. 하늘 높게 띄워 놓고, 자유자재로 희롱하는 실력이 대단하다.전쟁 중에 연을 띄워 소통하거나 심리전을 펼치기도 하였다. 연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