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파스 상자에 여러 색깔의 크레파스들이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심심했습니다.“얘들아, 우리 재미있는 놀이 할까?”빨간색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그래, 뭐 할까?”주황색이 얼른 말을 받았습니다.“무지개 놀이 어때?”노란색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습니다.“그래, 그게 좋겠다. 무지개에 들어갈 색깔은 모두 밖으로 나가자.
- 김영자(광진)
크레파스 상자에 여러 색깔의 크레파스들이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심심했습니다.“얘들아, 우리 재미있는 놀이 할까?”빨간색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그래, 뭐 할까?”주황색이 얼른 말을 받았습니다.“무지개 놀이 어때?”노란색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습니다.“그래, 그게 좋겠다. 무지개에 들어갈 색깔은 모두 밖으로 나가자.
꽃은 꽃밭에서만피는 것이 아닙니다 교실에서선생님 말씀 속에서사랑의 꽃이 솔솔 피어나지요 체벌 대신 칭찬의 꽃아이들 얼굴에 피어나지요 아름다운 꽃은 장미꽃이 아니라 체온이 묻어나는 사랑의 꽃입니다
1학년 내 동생줄넘기 하겠다고몇 날 며칠 연습하더니 드디어 오늘 해냈다.딱한 번 “누나, 봤지? 나 줄 넘는 것! ” “봤지 잘했어, 내 동생! ”
할머니 등에 업힌 진우가엄마 언제 오냐고 보채요 할머니가 동구 밖 바람에게진우 엄마가 ‘어디쯤 오냐’고 물어요 바람이 나무에게저만치 온다고 손 흔들어요 -해 지면 엄마 온다고 -코 자면 엄마 온다고 진우가 할머니에게 엄마는 바보 같다고 바람이 하는 말 나무도 아는데 엄마만 모른
두리번두리번길가에 우뚝 서서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아아니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같아동쪽에서 남쪽으로 조금씩 고개 운동을 하기도 해 어라?해가 없어도 항상 웃고 있어길거리가 환해지기도 해빨갛게 타오르다 주홍빛으로 변한 해바라기해님처럼 거리를 밝혀주기도 하지 긴 밤 지나고 비가 개이면 다시 환한 얼굴해님이 뽀뽀해주길 항상 기다리고 있나 봐태양이
소비에트 탱크가의정부를 넘었다왕잠자리도 못 잡았다광나루를 걸었다짐속에인절미 볶은 냄새가허기진 뱃속을 두드린다시신 없는 가묘가유령이 되어 온다피란지 겨울아궁이에타다 남은 재도 없다피난 보따리 풀어화로에 불을 지핀다닥터 지바고가웃고 있다모리스 자르의 주제음악 라라의 테마가 흐른다
턱이 좁다. 태생적으로 협소한 구강 내에 어떻게든 비집고 나오려는 이빨 탓에 치열이 틀어지고, 악관절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 더불어 시작된 만성적인 통증은 발작적으로 종종 심해져, 나를 수십 분은 괴롭히고서야 잦아든다. 둥둥 떠다니던 산만한 정신을 육체에 지긋이 꽂아 놓을 정도만큼 아프다.사랑을 알 나이에 자라며 그 아픔을 닮았기에 사랑니라 일컫는다고 한
어머니의 열네 살, 아직 댕기도 풀기 전의 시절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땅은 소녀에게 사춘기보다 망국을 먼저 가르쳤다. 왜군의 발굽이 골목마다 짓밟고 다니던 나날, 정조보다 생존이 절실했고, 꽃보다 피난이 먼저 피어나야 했다. 외할아버지는 그 어린 딸을 품에 안고 어둔 만주의 밤길을 걸었다. 끌려가지 않기 위해, 짓밟히지 않기 위해, 눈물과 침묵을 등에 진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가 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과 함께할 때면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고, 눈빛이 먼저 문을 두드린다. 깊은 산골짜기에 스쳐 가는 바람에 실려 아득한 향이 코끝에 맴돈다. 비 온 뒤 능선을 감도는 바람 냄새, 갓 피어난 들꽃에 맺힌 첫 이슬의 향기. 그런 향기를 지닌 사람이 있다. 하늘 냄새란, 스스로 맑은 영혼을 품은 사람에게서 맡을 수
날렵함이 눈에 보인다. 활짝 열고 있는 귀는 끝이 쭉 빠진 모양으로 위로 솟구쳤다. 작은 얼굴에 비해 유독 귀가 크니 숲속의 무슨 소린들 듣지 못할까. 커다랗게 빛을 발하는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목덜미에서 꼬리 부분까지 뻗은 짙은 줄무늬가 예사롭지 않은 몸짓을 말해준다. 짧은 앞다리에 비해 제법 긴 뒷다리는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요긴할 듯하다. 털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