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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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그윽하던 팥죽 내음은
옛 추억의 시간 속으로 풍미로도 늘 자리를 편다
동지 팥죽은 차지게 쑤어서 떡도 빚어 나누고
떡메로 절구에다 찧어낸 떡맛도 감치고 당기었다
한낮은 기울어져서 어느덧 해걸음에 닿으면
콧전을 맴도는 구르미 여울져 두루미 날갯짓에 올 때
그득히 담긴 떡 건더기도 헤아려 비우고는
둘러앉아 담소도 나누며 고구마도 구워먹고 했었지
서로들 얘기 속에 박자도 맞추며 흥미진진 즐거웠었네
좋은 일들로 일궈온 연이은 시간을 되뇌이며
꾹꾹 담아낸 마음은 팥죽에 미각도 더하곤 했었을 때
늘 그랬듯이 우주의 새 기운에 맞이하는데
귓전에 소리도 무언고 귀기울여 고요히 깊어만 갔지
군불 때어 아랫목 훈기는 온방으로 데워내고
따사로운 온기는 평안한 얼굴로 미감도 피워낸다
금세 휘영청 드리워진 햇살 기운을 밝게 머금은 채
미소로 비추어진 풍광 속으로 속속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