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어느 봄날왜국(倭國)인 당신 나라에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된 연분홍빛 왕벚꽃이 만개하고 있다면그대들의 국화라고 호들갑 떨지 마라 또한 당신네와 닮아서당신의 나라에 많이 핀다고?웃기지 마라 그 꽃은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라는 침략자의 거대한 이름 앞에강제로 유린당한탐라국의 월궁항아*가 아니던
- 이수진(제천)
따스한 어느 봄날왜국(倭國)인 당신 나라에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된 연분홍빛 왕벚꽃이 만개하고 있다면그대들의 국화라고 호들갑 떨지 마라 또한 당신네와 닮아서당신의 나라에 많이 핀다고?웃기지 마라 그 꽃은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라는 침략자의 거대한 이름 앞에강제로 유린당한탐라국의 월궁항아*가 아니던
밤톨이 빠져나간 빈 밤송이 하나사람들이 오래 떠나 돌아오지 않는가시만 남은 둥근 집 같습니다 속을 비우고 힘없이 가시만 세운 집 제 몸을 활짝 열어밑씨 하나 받으면 그 씨앗 상처 받을까 밤나무는 그 씨앗을 지키려치열하게 가시를 세웠습니다 우리 엄마같이 이제 밤톨이 빠져나간 그 집은언제 돌아올지 모를 따순 온기 기
고사상 위에 덩그러니 올라앉아 웃고 있는 네 모습이 결코억지웃음은 아니었다 마주하는 어떤 시선의 피함도 없이오직어느 한 곳만을 응시하고는그래 그래야지라며잔잔한 미소만 띄울 따름표정의 변화 같은 애매함도 없었다 그런 모습은공포의 극치에서 나타나는 미소지음이었을까?아니면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격렬한 울부짖음이었을까? 얼어붙는
시커먼 전봇대 곁으로 모인 아이들술래가 매캐한 타르 냄새에 이마를 대고 외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낭랑한 외마디가 전깃줄 타고 퍼져 나가면 밥 짓던 연기도 아이들 따라 골목을 누빈다 겨우내 옹송그렸던 억울함은저녁까지 차지하고도 쉬 가라앉지 않는다 배고픈 줄도 해 넘어가는 줄도 모르는 개복숭아꽃처럼 맑고 밝게
1빈 공간 나의 생은 애당초 연약했소 죽순밭은 야단이고 아이들은 법석였소 뜻깊게잇대이었고허심이들 하늘 가세 2품속은 극락세계 천국 중에 양쪽 하나 우주의 중심지에 생성과정 아시노니 뜻있게서서 자라서높은 자리 더 높여라 3옆과 앞 나와 너는 푸른 길 우정의 길 꼿꼿한 절개 길 남아라도 금실자락을&
여름이 가고가을을 떠나보내고또 삼동(三冬)을 견디며벌거벗은 몸으로 피워 올린 꽃 꽃을 피운 건이끼처럼 살아온 윤회의 시간들이었고 아직 꽃의 축제 시작도 않았는데 바람이 더듬거리자머리채 풀며 분분이 유산되는저 하얀 핏덩이들 하늘은 사위(四圍)의 여백을 그리고 가슴에 품고 살았던 사람들하나 둘 별이 되어 떠나면&nb
내려앉은 꽃잎에 먼 길 걸어갈 너는, 미사일이 쏟아지고, 해협이 막히고, 죽음과 파괴의 악순환 앞에서도 너는, 떠오르는 아침이고, 반짝이는 윤슬이고, 넘실거리는 희망이다 권력 너머 암투가, 사랑 너머 증오가, 우정 너머 배반이 양날의 검처럼 도사리는 세상에 비단에 싼 칼처럼 표리부동한 얼굴 앞에서도 너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최고의 전략가
퇴직은이력서 중간의 한 줄이다긴장된 탄력으로부터벗어난 출발선이다자주 쓰던 언어를 삭제하고 혼자서도 너끈히새로운 반려 언어와서늘한 외로움 같은시간을 찾아간다이웃이 그랬다고따뜻한 위력의 격려를 받았다
‘하느님에게 이르는새로운 길’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새로운 시대에 왜 사냐고 묻지 마라 여기는 돈도 명예도먹을 것이 없어도 산다집도국경의 울타리도 없다 어쩌면천국! 이름이 없어도 산다이름을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달력이 없어도 된다 하루하루가하루가 되는 행복 그냥 빛날 뿐이다&n
풀꽃 같은 내 마음그대를 향해 고개 드는 아침무작정 당신이 좋아졌습니다 산초를 넣어 빚은 술로그대와 마주보며넉넉하게 가슴을 채우는 오후마냥 당신이 좋아졌습니다 연초록으로 물든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봄비 그대와 함께 바라보며고속도로를 한없이 질주하던 저녁 당신이 있음에 그저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