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엔 도둑이 많았어도둑만큼 쥐도 많았어담벼락이든 천장이든 쥐구멍이 많아집집마다 천장에는 쥐오줌으로 얼룩이 졌지구르르르 쥐들의 달음박질 소릴 들으며잠이 들거나잠을 설치기도 해 잠 설친 새벽이면 아랫도리에 주먹을 밀어 넣고익지도 않은 잠지를 조물거리다가오글오글 모여 있던 눈도 안 뜬 생쥐들을 생각했지 숙제가 뭔지 알아?쥐꼬리를 가져오라는
- 유현숙(마포)
그 시절엔 도둑이 많았어도둑만큼 쥐도 많았어담벼락이든 천장이든 쥐구멍이 많아집집마다 천장에는 쥐오줌으로 얼룩이 졌지구르르르 쥐들의 달음박질 소릴 들으며잠이 들거나잠을 설치기도 해 잠 설친 새벽이면 아랫도리에 주먹을 밀어 넣고익지도 않은 잠지를 조물거리다가오글오글 모여 있던 눈도 안 뜬 생쥐들을 생각했지 숙제가 뭔지 알아?쥐꼬리를 가져오라는
종일 쉬지 못한선풍기의 아우성이빗소리로 들릴 무렵 눈을 들어 멈춤 신호를누를 때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고새 날이 시작되고 있다 두 팔 벌려 움직이는무게는 점점 더해 간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눈이 부시게 즐겁다
온천천* 시민공원 야외 공연장이끼 낀 돌계단 디디고 오르면풍금 소리가 난다도레미파솔라시도 밤새 내리던 비 그치고바람 매우 부는 날나는 늙은 한 마리 짐승처럼돌계단 꼭대기에 올라 숨을 고른다 어디서 날아왔나 저 회색의 왜가리는 왠지 모를 서러움에 목이 타는 듯 온천천 흐린 물 한 모금 들이켜고 혼자서 먼 산을 바라
낙동강변이 내다뵈는 통창을 마주 보며아메리카노를 마신다바람결에 휘청이는 갈대숲나목 가지 돌기는 생기를 부풀리고 있다 반성 없는 먼지처럼 쌓인다 거짓은오토바이 굉음처럼 무례하다 깃발은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들키지 않게 웃었다 스파이처럼 이것은 색깔 이야기가 아니다굴절된 확신을 칼로 썰어 먹고상처받지 않는플라스틱 인형처럼 웃어야지&nb
할머니! 부르는 애들 목소리집집마다 제일 화목한 소리놀이터마다 제일 명랑한 소리할머닌 장수하시고 애들은 쑥쑥 자라니이 얼마나 좋아! 할머니, 응. 할머니, 왜?할머니 부르는 애들 목소리울려 퍼져라, 방방곡곡에할머니∼이.
골 깊은 주름살봄꽃이 화사하다 구십 더하기 육년을값진 세월에곱게 수놓으신 수예가창과 방패 되어 자식들 성장시킨작은 체구의 위력공기 빠지듯 시간들이 갉아 먹었네고운미소 뜨끈한 엄마 밥상지금스멀스멀 그립다 긴 시간들한줌 허리로 해와 달이셨다무한리필 뜨거운 사랑 배 터지게 먹었는데 빨간 립스틱 바르시고 냉기 가득 품으신 작은
흙먼지 일으키며 바람이 지나간다숲 한가운데 몸통만 남은 나무는만장같이 휘날리던 잎과 가지 어디에 두고 하늘은 저리 푸른데 길을 걷다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를 가로막던 막다른 골목처럼그 옛날 불쑥 앞을 가로막던 너의 말 그만 하자 우리,골목 끝집 마당의 옷들이 비에 속수무책 젖고 있던 때였을까보낸 것 같고 떠나온 것 같은 이야기는 자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뇌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남태평양 거북이가 헤엄쳐 다닌다 손가락은 바늘처럼낡은 역사를 꿰매느라 분주하고낮과 밤이 들풀처럼 일어난 무대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흘린 피들이 엉겼다가반짝이는 왕관이 되는 광경을 본다 유체 이탈이 일어나고, 나는 우주의 뚜껑을 열고 나가여러 개의 행성을 모아 팽이치기를
햇살의 숨소리가 거칠어져베란다를 보니어제 사 온 몬스테라 축 늘어져 있다 화원에 있다가 낯선 곳으로 왔기에바깥 공기 좀 쐬라고 내놓았는데해의 콧김에 숨넘어가려 한다 얼른 들여와 샤워를 시켜도온몸을 늘어뜨린 채 기운을 못 차린다 미안한 마음에 잎만 쓰다듬는데시간이 흐르자 푸른 어깨를 꼿꼿이 편다 열대식물이라 더위쯤 견딜 줄
함께했던 시절 꿈같이 아련한데어머니 남기고 간 된장 맛은사무치는 그리움처럼 짙어진다 어리석은 자식의 모진 말에도수건 한 장 질끈 동여매고새벽같이 일터로 나가시던 어머니 온몸에 배어나던 땀이 삭고 삭아뭉클하게 가슴에 스미는 그리움 뒤늦은 후회를 장 담그듯 눌러 담고햇살 고운 날, 고향의 전통 시장에서세월 오롯하게 익힌 전통 된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