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오도독오도독, 톡톡.농장 안은 닭들의 밥 먹는 소리로 가득하다.“꼬순아, 왜 밥을 안 먹어?”며칠 전부터 친구 꼬순이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걱정되어 내가 물었다.“밥맛이 없어….”“그래도 먹어야지, 그래야 알을 낳을 거 아냐!”나와 꼬순이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인공 부화장으로 옮겨져 산란닭으로 개량되었다. 그 뒤 발육실에서 몇 달을
- 박명정
톡톡, 오도독오도독, 톡톡.농장 안은 닭들의 밥 먹는 소리로 가득하다.“꼬순아, 왜 밥을 안 먹어?”며칠 전부터 친구 꼬순이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걱정되어 내가 물었다.“밥맛이 없어….”“그래도 먹어야지, 그래야 알을 낳을 거 아냐!”나와 꼬순이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인공 부화장으로 옮겨져 산란닭으로 개량되었다. 그 뒤 발육실에서 몇 달을
-보이지 않는 미래-어떤 마을에 언니가 일곱인 딸부자 집에 여덟 번째 또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얼굴빛이 샛노래진 부모는 태어난 아이를 보듬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어휴, 무슨 일이야? 왜 우리에겐 사내아이를 점지해 주지 않는단 말이야?”아이의 부모는 고개를 가로로 세게 흔들면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아이가 태어난 데 대한 심기 사나운 마음을 숨길
봄 향기가 나나요겨울을 이겨낸매화꽃 향기가 나요.봄봄봄봄봄봄 봄 향기가 좋아요목련도 겨울 외투를 벗고봄인사 하네요봄봄봄봄봄봄.
동에 번쩍서에 번쩍홍길동이 나타나면못된 벼슬아치 벌벌 떨었다네.자기 배만 채우는 양반들 살살 기었다네. 동에 번쩍서에 번쩍홍길동이 다녀가면심술쟁이 동네 꼬마 마음 졸였다네.욕심쟁이 누렁이도 숨죽였다네.
나는 북극에 사는 어린 곰이에요 배가 고파 빙하와 빙하 사이를부지런히 다녔어요그러다 멀리멀리 떠밀려 오게 되었죠 할머니 댁이 가까이 있는지 몰랐어요그저 커다란 통에 먹이가 있는지킁킁 냄새를 맡았을 뿐이에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거대한 빙하는 너무 멀리 있어요나를 태워 줄 빙하를 잡아줄 수 있나요?예전처럼 차갑고 빛나던 빙하 위를친
햇살 보드라운 날노란 나비 한 마리 날아옵니다 꽃을 찾아 팔랑팔랑 날아옵니다꽃바람 일으키며 날아옵니다 햇살 같은 금빛 날개로 날아옵니다날개에 꽃향기 묻혀 봄을 나릅니다
온갖 새들 모여깃털을 고르면서재잘재잘 지지배배 모든 풀과 나무도파릇파릇 초록으로새롭게 단장하는 따사로움과반가움으로기쁨이 넘치는 봄
차디찬 겨울바람이 세게 불던 모습은이제 입춘이 지나고 난 후로하얀 새벽안개가 자욱하게들판을 뿌옇게 내리고 있다 햇볕이 내린 못둑 풀밭에서쑥, 달래 새싹들 움트는 소리파랗게 파랗게 들려오는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오는 소리에목마른 새싹들이 봄비 마시는 소리소록소록 파랗게 들려오는 아침에 새싹들이 목마르던 꽃밭에서파릇파릇 봄비 마시는
살얼음 녹아내린 냇가바위틈 사이로돌 돌 돌흐르는 물소리에 웅크렸던 몸기지개 켜며버들강아지 눈을 뜨고 돌담 밑 양지녘엔햇살이 내려앉아겨우내 꽁꽁 언 땅따뜻하게 안아주니 기다린 듯고개 내민 새싹들이방긋방긋 웃고 섰다.
수능날, 학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시계를 볼 여유조차 없이 차창 밖만 쳐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밖이 어둑해졌다. 이제는 저 멀리 있는 사람 모습을 분간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됐다. 운전석에 앉아서 눈동자를 와이퍼처럼 왼쪽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