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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아리의 집

톡톡, 오도독오도독, 톡톡.농장 안은 닭들의 밥 먹는 소리로 가득하다.“꼬순아, 왜 밥을 안 먹어?”며칠 전부터 친구 꼬순이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걱정되어 내가 물었다.“밥맛이 없어….”“그래도 먹어야지, 그래야 알을 낳을 거 아냐!”나와 꼬순이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인공 부화장으로 옮겨져 산란닭으로 개량되었다. 그 뒤 발육실에서 몇 달을

  • 박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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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안녕, 안녕(1)

-보이지 않는 미래-어떤 마을에 언니가 일곱인 딸부자 집에 여덟 번째 또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얼굴빛이 샛노래진 부모는 태어난 아이를 보듬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어휴, 무슨 일이야? 왜 우리에겐 사내아이를 점지해 주지 않는단 말이야?”아이의 부모는 고개를 가로로 세게 흔들면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아이가 태어난 데 대한 심기 사나운 마음을 숨길

  • 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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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꽁꽁, 지구가 차가워졌으면 좋겠어

나는 북극에 사는 어린 곰이에요 배가 고파 빙하와 빙하 사이를부지런히 다녔어요그러다 멀리멀리 떠밀려 오게 되었죠 할머니 댁이 가까이 있는지 몰랐어요그저 커다란 통에 먹이가 있는지킁킁 냄새를 맡았을 뿐이에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거대한 빙하는 너무 멀리 있어요나를 태워 줄 빙하를 잡아줄 수 있나요?예전처럼 차갑고 빛나던 빙하 위를친

  • 김선영(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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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봄비 오는 아침

차디찬 겨울바람이 세게 불던 모습은이제 입춘이 지나고 난 후로하얀 새벽안개가 자욱하게들판을 뿌옇게 내리고 있다 햇볕이 내린 못둑 풀밭에서쑥, 달래 새싹들 움트는 소리파랗게 파랗게 들려오는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오는 소리에목마른 새싹들이 봄비 마시는 소리소록소록 파랗게 들려오는 아침에 새싹들이 목마르던 꽃밭에서파릇파릇 봄비 마시는

  • 최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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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저항값 줄이기

수능날, 학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시계를 볼 여유조차 없이 차창 밖만 쳐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밖이 어둑해졌다. 이제는 저 멀리 있는 사람 모습을 분간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됐다. 운전석에 앉아서 눈동자를 와이퍼처럼 왼쪽 사

  • 김지연(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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