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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그림자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나는 상자예요. 누군가 다녀간 흔적도 있는. 그러나 다녀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아요. 상자도 그림자는 가두지 못하니까요. 밤이 되면 그림자는 투명해지니까요. 어떤 사람은 버려진 것도 그림자였다고 수군거리더군요. 상자에는 그림자도 많아요. 고양이 그림자도 있고 애인에게 받은 꽃 그림자도 있고 아기 그림자도 있어요. 그림자는 그림자이니 그냥 봄밤에 펄럭이

  • 김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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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지역특집] 인천의 문학,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인천광역시지회] 인천 지역 문학의 뿌리1950년에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인천지부, 줄여서 ‘인천문총’이 창립되었다.이 창립총회 모임에는 문학지부장 표양문, 부지부장 이인석, 문학분과위원 한상억(<그리운 금강산>의 작시자), 조수일을 비롯해 인천예술인협회 소속 인사들이 주동이 되어 참가하였다. 6·25 전쟁의 혼란 속에서 문화단체총연합회

  • 임봉주인천광역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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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운동장 가의 포플러는 아직도 서 있다

운동장 한편에는 교장 선생님처럼 묵직한 느티나무가 서 있었고,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포플러나무들이 운동회 때 매스게임하듯 곧고 반듯하게 줄지어 서 있었다. 아이들은 그 나무들의 이름을 굳이 부르지 않았지만, 그늘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바람이 스며드는 방향은 몸으로 먼저 알았다. 바람이 불면 포플러 잎들은 개구쟁이로 변했다. 아이들보다 먼저 움직이고, 아이들보다

  • 박갑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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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그 시간 속

불안한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키나와 공항은 모든 비행기가 결항되다가 점심때가 지나서야 운항을 재개했다. 결항으로 승객이 밀리는 바람에 가까스로 항공권을 구입해 탑승을 했다.태풍의 꼬리를 물고 비행기가 운항한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신문을 폈다. 기사가 읽혀지질 않고 읽던 자리를 계속 맴돌기만 했다

  • 김건중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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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구원 작업

처음 소설을 쓸 때는 그저 소설의 완성을 위한 노력에만 치중했다. 이런 생각은 결국 치열하게 소설을 쓰게 하여 1979년 10월 첫 장편소설 『모래성을 쌓는 아픔』을 출간했고, 그것이 2주 만에 완판되어 재판을 준비하던 때 10월 26일 박 대통령이 서거하는 크나큰 사건이 일어나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듬해 한국소설가협회에 가입했고, 그후 『월간문학

  • 김건중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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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사람 냄새 나는 곳

나의 창작 산실은 성남이 되었다.그것은 꽤나 잘 살고, 괜찮은 집안에서 성장했고, 아버지의 예술적 DNA 영향인지 희망이 연극 연출가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로 국어 국문학과에 진학했으나 연극 연출 공부에 매진했고, 1966년 대학 2년 겨울에 장막희곡 『폭설』을 출간하고, 연출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대학도 중퇴했고, 이듬

  • 김건중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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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아동문학

동심으로 살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움은 선이고, 그 핵심은 동심이다.-아동문학의 날 표어, 도스토옙스키의 말 지난 가을, 기억에 남을 만한 감동적인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초대한 분은 첫 동시집을 발간한,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여섯 손자녀의 할머니인 동시인이었다.그 자리에 함께한 이들은 세 자녀의 시부모와 장인·장모를 포함한 가족, 초등학교

  • 안종완아동문학가·한국아동문예작가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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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봉지쌀

비와 싸락눈이 종일 오락가락하던 날 엄마는 달포째 누워만 계세요 동네 의원에 한번 다녀오신 뒤로 약 같은 약도 못 쓴 채 해가 일찍 떨어지자 동생들 배고픈 눈이 저만 빤히 쳐다봐요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외상값은 주렁주렁하지만 어쩌겠어요 네 살배기 막내를 들쳐업었지요 반 친구들 만날까 동네 골목 요리조리 피해 외상 쌀 구하러 나섰죠 집집마다 흘러 풍기는 된장

  • 박수자(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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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소리, 귀를 얻다

소리의 성(城)대사습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천년의 소리,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거친 삶을 머금은 몸짓, 불꽃처럼 타오르면성벽은 무너질 듯 흔들리고귀는 칼을 간다 신명이 사방을 휘감고,목울대 뚫고 꿈과 눈물로 벼려진 소리,얼마나 세상 밖이 그리웠던가 한생을 걸어온 외로운 길,핏빛으로 엮어진 소리 마디마디는어두운 날들의

  • 박진철(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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