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바아산호텔. 이만수는 한 남자와 함께 호텔 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만수와 함께 있는 사람은 이마가 넓고 귀가 크고 코가 약간 둥그런 중장년으로 고급스러운 정장에 쓰고 있던 금테 안경을 가끔씩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밀어 올린다.“김 회장님, 이거 혹시 뭔가 잘못된 거 아닐까요?”이만수는 초조한 기색을 보이면서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라고
- 강송화
연변 바아산호텔. 이만수는 한 남자와 함께 호텔 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만수와 함께 있는 사람은 이마가 넓고 귀가 크고 코가 약간 둥그런 중장년으로 고급스러운 정장에 쓰고 있던 금테 안경을 가끔씩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밀어 올린다.“김 회장님, 이거 혹시 뭔가 잘못된 거 아닐까요?”이만수는 초조한 기색을 보이면서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라고
1. 화이트의,나는 고딕체의 ‘Beach Bar’ 간판 밑에 있었다. 스시바에서 점심으로 간단한 도시락을 먹고 막 건너간 시간이라 볕은 정오를 지나 약간 기운 듯했고 은빛으로 길을 낸 바다는 거대한 태평양 한가운데를 반으로 나누고 있었다.하얀 건물 모아나 호텔이 버텨 서 있고 마당엔 족히 100년이 넘은 듯한 호텔의 상징 반얀트리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한 시간째 달리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길가 방음벽에는 담쟁이 넝쿨이 기어올라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한다. 코앞에 터널을 지나 또 한참 달렸다. 이 길로 쭉 가면 서울 동훈이네 집이다. 우회전해서 옆길로 빠진다.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혹시 중간에 어디 들렀다가 갈려나, 아니면 지금 점심때가 훌쩍 지났으니 숲속 어느 맛집에 들러 점심 먹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관광버스가 출발을 하고는 어디쯤에서 잠시 멈춤을 했다. 그리고 20대 후반 정도의 남자 가이드가 버스에 올랐다. 남자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마이크를 들고 서서 인사를 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교민 3세’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교민 3세, 나는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를 생각했고 대략 언제쯤부터 정착하게 되었는가를 계산
○1시간 전.오늘은 바쁘지만 지금은 조금 시간이 있다. 그 짬에 정우에게 전화를 건다. 궁금한 일이 많은데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번호가 입력됐으니 전화는 올 것이다. 오늘 다툴 식품회사는 오전 10부터 업무 시작이라 했다. 그때까지 시간은 TV로 때운다. 마침 호쾌한 프로레슬링(WWE)이 있어 시간여행이 심심치 않다. ○드디어 오전 10시.
우리들의 자화상, 사람과 사람 사이는 어디까지가 진실인가를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끝을 보고서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또 다른 함정과 모순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진실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이다. 기만이었는지, 사랑이었는지 알 수 없는 혼돈 속에 기러기 엄마인 한 여인의 삶을 이야기하고
1. 여는 글문학의 의미에 대해 사람들은 시대성에서 그 의미를 찾는다. 문학은 시대의 모습과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흘러가고 빠르게 흘러가는 만큼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사람들은 도시 속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에서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해 바쁘게 움직인다. 각자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소통을 모색한다. 이렇게 우리는
백석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이렇게 노래한다.“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시의 끝에서 그는 다시 말한다.“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나타샤’가 그의 연인이었던 ‘자야’인
내가 얼굴을 찌푸릴 때면 밝게 살라고환하게 웃어 주던 아빠 캄캄한 밤일수록더 밝게 빛나는 별처럼눈부시게 될 거라고 그랬던 아빠가요즘깜빡이는 형광등처럼희미해지더니까만 지우개가 되어빛을 지우고 있다 빛이 사라진 방에서잠 못 자고 뒤척이는 아빠가 다시 눈부실 수 있게커튼을 살짝 열어 놓는다
겨우내중환자실에 있던 할아버지 봄나들이 나선다 개나리 목련 벚꽃 가득한데 장날 우시장 다니던 길 막걸리 돼지고기 팔던 골목 함초롬한 눈 들어 짚어본다 봄볕에 돋은 새잎 따라 물빛 고운 냇물 건너 동네 어귀 들어서면 낯익은 뒷산 언덕 벚꽃잎들 바람에 펄펄 할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