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_ 세계 앞에 머무르는 언어를 위하여문학을 읽는 일은 작품을 해석하는 행위에 앞서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다.특히 시를 읽는 일은 언어 속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존재와 마주하는 자세를 스스로 점검하는 데 있다.이 논고는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시 읽기는 개념적 해석과 이론적 분류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
- 김왕식
1. 서론_ 세계 앞에 머무르는 언어를 위하여문학을 읽는 일은 작품을 해석하는 행위에 앞서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다.특히 시를 읽는 일은 언어 속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존재와 마주하는 자세를 스스로 점검하는 데 있다.이 논고는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시 읽기는 개념적 해석과 이론적 분류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
때_ 현대등장인물_ 오해결(진행 교수, 즉문직답 인생 코치)|필봉(77세,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노인, 음식점 운영)|애심(71세, 필봉의 아내, 참고 참다가 입을 닫아버린 시어머니)|며느리(몇 달 동안 서로 말을 하지 않는 시부모 메신저 역할)|퐁당삐리리(고민상담AI, 최첨단 로봇)|고은(청소, 집안일 하기 싫어하는 영식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영식(
바다가 보이는 자산동에 38년째 살고 있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살다가 직장 따라 마산에 왔을 때 바다가 잘 보이는 곳으로 방을 구하고 정착했다.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았다. 직장이 이곳과 가까운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바다가 보이는 곳을 떠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이곳은 무학산 아래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이민주!”고막이 찢어질 듯한 고함 소리에 놀라 그만 잡고 있던 노를 강에 빠뜨리고 말았다. 오늘은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역시나였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이 내 손목을 낚아채가듯 콱 붙잡았다.“집에 붙어 있으라고 했제!”“죄송해요, 할머니.”할머니는 몇 번이고 나를 쏘아보며 고함을 잔뜩 지르더니, 여전히 내 손목을 붙잡고 있는 상태로 집으로 걸어갔다. 나를
나에게는 2명의 할머니가 있다. 첫 번째로, 아빠의 엄마인 친할머니,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 내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이후로 나는 두 할머니 밑에서 자라왔다. 두 할머니는 아주 친하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옛날에 이런 약속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 나이 들면, 사돈하자’라고. 그렇게 몇 년 후, 진짜 사돈이
잔뜩 더러워진 식탁 위. 바닥에 나뒹구는 깨진 유리그릇과 음식물이 묻어 있는 숟가락. 나는 그런 난장판인 모습을 그저 한숨 쉬며 느린 눈짓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내 시선 끝엔 그릇에 담긴 볶음밥을 손으로 집어먹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나의 할머니는 총명하고 명석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치매에 걸려 어린 아이처럼 변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비교적
주말에도 새벽을 개봉한 하늘언니는 눈을 비비며 편의점으로 향한다 언니의 출근길을 맞아주는 골목길항상 비가 내려 매일 우산을 챙기는 언니 편의점 사장님은 왜 비도 오지 않는데 우산을 챙기냐고 하신다언니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린다 진열대에 있는 삼각김밥처럼계산대 뒤에 서있는 언니 언니, 왜 편의점 사장님한테 얘기 안 해?언니가
툭, 끊어진 필라멘트처럼방금까지 일렁이던 슬픔이 식어간다.새벽은 아무도 살지않는 공터그곳엔 뼈만 남은 침묵이 자란다. 어깨를 부딪쳐도, 발길질을 해도이 문은 꼼작 않는다. 입안에 고인 협박과 회유를 뱉어내봐도도어락의 숫자는 불을 밝히지 않는다. 한 칸씩 정성껏 쌓아 올린 성벽이자건드리면 무너질까 숨죽여 세운 도미노.아주 작은 흠집
할머니는 달력을 만들고 있다몇 년전 손주가 준 새하얀 스케치북에녹인 시스투스 흑장미 물망초를천천히 쌓아간다그녀의 살짝 떨리는 손과그녀의 발을 핥는 개의 축축한 방해가달력을 더럽혔다그녀는 개를 혼내는 것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그녀의 시선을 피해 잠든 시계에게 물었다시간이 얼마나 흐르면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계가 그녀의 말을 무시하자 개는시계
공기 중을 부유하는 먼지는 초여름의 햇빛에 더욱 선명해진다. 단칸방의 직사각형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나의 남루함을 샅샅이 밝혀낸다. 창밖에선 무성한 녹음이 요동치고 있다. 나는 숨을 수도 없는 나의 처지에 비참해진다. 오랜 시간 방치하여 생긴 옷의 얼룩 같은 곰팡이가 벽을 뒤덮고 있다. 나는 저 곰팡이가 점점 넓어져 언젠가 나를 잡아먹으면 좋겠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