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죽지 않으면 별이 될 수 없으리별이 되어서도 죽도록 사랑할 수 없으리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 떠나네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은 진리 안에 있는 까닭에 진리의 새벽을 인도해주는 별을 따라 걷는다별이 뜨는 강가에서 그대 오기를 기다리며사랑 주고 돌아오는 등대 불빛을 만난다천 번은 휘어져야 열리는 뱃길을 기다리며더 멀리 비추지 못해 우는 별
- 김종분
사랑하다 죽지 않으면 별이 될 수 없으리별이 되어서도 죽도록 사랑할 수 없으리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 떠나네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은 진리 안에 있는 까닭에 진리의 새벽을 인도해주는 별을 따라 걷는다별이 뜨는 강가에서 그대 오기를 기다리며사랑 주고 돌아오는 등대 불빛을 만난다천 번은 휘어져야 열리는 뱃길을 기다리며더 멀리 비추지 못해 우는 별
연못가에 서서햇빛에 그을린 은빛 물결 바라보다구름 한 점 섬이 되었다소낙비 내릴 때흠뻑 옷깃을 적셔도무탈한 표정에 헛웃음을 켠다비 그친 후호수 한가운데 머물던 섬도 사라지고실눈을 뜨고 있는햇살이 눈부시다세상사누구 흐르다 했나인생사누가 힘들다 했나돌고 돌아가면 제자리인 인생길그 끝은 흙무덤인 것을.
새벽에 일어나 창 밖을 보네 하늘의 별들이 밤 지켰네 꿈 생각 아슴히 동트는 시간 괜한 서러움 총총 사라져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동산 하늘 노을 붉네
팔자와 운명은이미 숙명적으로 정해진 길 비슷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팔자는 「무녀도」*가 연상되는샤머니즘적인 토속 냄새가 나고운명이란 진보된 이성적 언어로 비극적인 「햄릿」* 냄새가 난다팔자는 동양적인 언어로카멜레온의 변신이 들어 있고운명은 서구적인 언어로부동의 각인이 박히다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팔자 교향곡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
종이를 접어저고리를 만든다공을, 꽃을, 보석을 만든다많은 것을 만든다아!이 흐뭇함종이를 만지며노여움을 접는다근심을 접는다나를, 너를, 세상을 접는다 모든 것을 접는다아!이 평온함.
고향의 문협에서 원고청탁이 왔다 고마움이 둥둥 하늘을 난다겨울 해 같은 고향의 추억이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파닥거린다뜨거운 가슴 열어고향의 노래 어줍게 읊어본다화답으로 온쌀한포대에 고향 이름 또렷이 빛난다시가 쌀이 된기적 같은 날,석양도 잠시 멈추어 얼굴 붉힌다
스르륵!세월에 잠긴 흔적들 사이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로시시각각 갱신되는소리의 유혹들삐리릭!디지털 시대 마이다스의 손이 피리 불며 빗장 여는 소리덜커덩!바람든 가시내가슴 뛰는 소리철커덩!교도소 대문에쇠창살 채워지는 소리오늘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 시원(始原)의 숲속으로 떠나 볼까?
뭐 그리 대수라고몇 년에 한두 번정도바람처럼 왔다가돌아서던 처갓집에라, 이 사람아천만년 오롯이 살고지고호롱불 밝혀새벽잠 설치시던구석구석 고단한 기억들한스러운 세월을 잊으라는 듯 푸석푸석 헐리는구나!격세지감(隔世之感)붙박이별처럼오글쪼글 쌓아 둔 사연 그리움의 행간이 되고회한이 되어안동호(安東湖) 푸른 물결을유영하고 있다.저, 저물녘의 평창
발자국 끊긴 깊은 적요다슬며시 가을볕도 사그러든 빈 들 너머저무는 배추밭이 시리다몇 고랑에 선심 쓰듯 남겨진 몸이숨어 울다가, 뽑힐 일 없어지지리 못난 것끼리 땅에 남겨진쓸쓸함을 차마 견디는 일흙 속으로 심어진 너의 편지 읽으며물감 같은 노란 속울음 들키다가산골 얕은 곳까지 내려온 개밥바라기에내 슬픔까지 대소쿠리에 떠나보내는 것이다밭너머길잠시 휘황한 꿈 꾸
저녁의 첫 계단에 이르면 셔츠를 막 널어 놓은 냄새가 나지 잔물결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헤엄쳐 가계단을 내려가다가 땅이 푹 꺼져 있거나내리막이 있거나 마지막 계단에 다다르기 전에길이 보이지 않아울타리를 넘어가거나 통나무를 넘어가거나나무들은 뒤엉켜 있고풀넝쿨 사이로 구불구불 걸어가고 있어그날 저녁나는 길에 떨어졌어늘 다니던 안전한 길이었지나뭇잎으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