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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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5세가 되면 정부로부터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의료 분야에서도 치료비 할인 혜택이 있다. 치과의 경우 틀니나 임플란트 치료 시 치료 내역이 동일할지라도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는 크게 달라진다. 65세에서 단 하루만 모자라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치료비를 책정할 때는 반드시 나이를 확인한다. 그런데 간혹 나이 측정을 잘못하여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진료기록부에 생년월일이 명시되어 있지만 상담하면서 외모만 보고 나이를 잘못 측정해 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의료 기술의 발달과 함께 고급 의료 지식을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져서 의학 수준이 높아지고 자기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 온 사람들과 중병으로 장기간 시달렸거나 건강에 별 관심 없이 무질서하게 살아온 사람들 간의 건강 나이의 격차가 커져서 나이 예측이 안 되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 그나마 실제 나이보다 적은 쪽으로 봐주면 괜찮지만 더 많은 연령으로 간주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민망하고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60도 채 안 된 환자인데도 보험 적용이 당연한 것처럼 한참을 설명하다가 눈을 깜박이며 난색을 표하는 간호사의 표정을 보고서야 오판이었음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항간의 말에 의하면 장년기를 지나면 정상적인 신체 조건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약 7년 정도의 갭(gap)이 있다고 한다. 동년배일지라도 건강 나이는 최대 14년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수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어르신 대접을 해드렸던 환자가 실제 나이가 한참 어림을 알게 되거나 같은 또래라고 느꼈던 환자의 실제 나이가 훨씬 많음을 알고 무척 당혹스러워했던 경험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모라고 해서 얼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은 간과할 수 있는 말투, 걸음걸이, 신체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혈색 등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건강 체크가 된다.
치과는 영아에서부터 최고령자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찾는 곳이다.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많은 환자들을 대하면서 생물학적 나이와 실제 나이가 사람마다 다름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면서 이에 관한 논문이나 서적을 가까이 접하게 되었다. 생물학적 나이는 우리 몸이 실제로 나이가 들어가는 속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이는 유전자, 생활 습관, 환경 요인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되고, 연대기적 나이와는 다르며 실제 신체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에 관한 연구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별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상철 교수(은퇴 후에도 계속 연구 중)와 하버드대학 연구진의 강의나 논문을 관심 있게 보면서 이 두 연구진에서 발표하는 장수자의 특성 중에 가장 큰 공통점 두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하나가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즉 농삿일을 거든다거나, 동식물을 기르거나, 산책을 즐기거나, 어떠한 작품에 몰두한다든지… 웬만해서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최소한의 동적인 활동을 하면서 지낸다.
두 번째가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기상 시각이나 세 끼 식사 시각, 취침 시각이 일정한 생활 패턴이다. 그 외 운동, 취미생활, 식생활 등 여러 가지 많은 요인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개개인의 신체 조건이나 성별, 생활환경, 성격 등에 따라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위 두 가지는 누구에게나 해당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의 두 가지 외에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직업을 갖는 것이다. 소규모의 동식물을 가꾸거나 조그만 소일거리 자영업이든, 단순 노동의 직장이든 간에 일단 직업이 있고 할 일이 있으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고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소득 목적이 아닐지라도 적으나마 푼돈도 만질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단, 하는 일이 시간에 너무 얽매이거나 과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에서이다.
이 외 꼭 직업이 아니라도 재능 기부 활동이나 일반 봉사활동 또는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도 위 두 가지를 충족시켜 주고 동시에 보람도 느낄 수 있어서 육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다.
흔히들 은퇴 후의 생활은 자유를 즐기며 살기를 원한다. 늦잠을 자고 싶을 때까지 실컷 자고 먹고, 맘만 먹으면 종일 TV 시청을 즐기고, 일에 쫓겨 살 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것들을 이것저것 누리면서 자유를 만끽하는 게 노후를 잘 보내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또는 은퇴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계속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은퇴를 하고 나면 그렇게 자유를 누리는 즐거움도 잠시이다.
관련 논문에 의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무료함에 빠지고 자유를 만끽하기보다는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지나친 자유는 방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은퇴한 후에 갑자기 흰머리가 많아졌다거나 건강이 나빠졌다는 말을 주변에서 종종 듣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퇴 후의 허니문 기간은 필요하되 너무 길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노후에도 활동할 수 있는 일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그 일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 자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직업을 사랑한다. 앞서 언급한 일석삼조 효과와 더불어 삶의 질까지 향상시켜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