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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아주 오랫동안 지켜온

“저 한설아랑 함께 앉고 싶어요.”회장 민우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어.“와, 박민우가 한설아 좋아하는구나!”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고 손뼉을 치며 난리가 났어.“하하, 너희들 참 이상하다. 좋아하는 게 뭐 어때서 그러니?”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이 나는 더 이상해. 그냥 짝을 정해주면 되지 왜 굳이 손을 들라고 할까? 설아의 흰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진 것 같아.

  • 김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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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어느 폭풍우 치던 밤

오늘도 꼬마개미 콩이와 또또는 눈을 반짝이며 삼촌개미 옆으로 모여들었어요. 삼촌은 모르는 게 없는 만능박사거든요.“삼촌, 구름도 솜사탕처럼 달콤해요?”“엄청 보드랍고 폭신하죠?”삼촌개미가 이끼 침대에 기대앉아 긴 더듬이를 천천히 흔들며 대답했어요.“그럼! 예전에 저 배롱나무 꼭대기에서 무지개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간 적이 있지. 그곳은 온통 달콤한 향기로

  •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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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어우러질 때 행복한 나라

아주 오랜 옛날, 사이좋기로 소문 난 나라가 있었어요. 너른 평야에는 윤기가 흐르는 쌀이 있었고 밭에는 시금치, 당근, 도라지 등 싱싱한 채소가 자랐어요. 마을 뒤 야산에는 고사리, 버섯 등 산나물들이 풍성했지요. 이들은 이 나라의 주민들이에요. 주민들은 함께 어우러져 맛있는 비빔밥을 만드는 것을 가장 즐거워했답니다.그런데 어느 날, 가는 곳마다 싸움을 일

  • 강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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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아내가 보내온 혼밥 사진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혼밥하는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집 인근 공공기관 식당의 메뉴가 먹을 만하다고 입소문이 자자해 예전에 아내와 한 번 식사했던 곳이다. 아내는 저녁을 먹고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인 구립스포츠센터에 수영하러 가던 길이었다. 식반에는 밥과 동태콩나물국, 계란말이, 김치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내가 특히 좋아하는 계란말이와 최애 메뉴

  • 최효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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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지중해 크루즈 여행 3일째 되는 날, 우리 일행은 스페인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바르셀로나 여행을 시작했다. 배에서 잠을 자고 매일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크루즈 여행만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20여 년 전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하여 알래스카까지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나로서는 이번 여행도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다. 바로 전날 다녀

  • 이상수(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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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노루귀

비틀거리며 시작하는/ 갓난아기의 작은 발걸음/ 되돌아오는 추위를 막아서서/ 어린 새봄을 지킨다/ 가진 것은 여린 솜털뿐이지만/ 봄을 덮어 온기를 간직한다(「노루귀」 전문) 무엇 하러 다녀오던 길이었는지 잊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산어귀에 핀 노루귀 한 송이를 봤다. 이천 년대 초 지리산 성제봉 활공장에서 내려오던 길이었다.가슴에 작은 불길 하나가

  •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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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풍선이 하는 말

손자가 갖고 놀던 풍선이 집 안 곳곳을 굴러다닌다. 고사리 손놀림의 기억 때문에 쉽사리 치워버리지 못하던 중이다. 꽤 여러 날이 지나도 뾰족한 물체에 스치지 않은 탓으로 적당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신기하다. 손자의 체취가 풍선에 서려 있는 듯해서 수시로 눈맞춤을 이어간다. 거기다가 색색의 모양새이니 싫증도 없을뿐더러 굳이 치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숨

  • 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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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오늘 만찬

먹을 수 없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그리고 깊게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 건강했던 P는 밥을 먹을 수 없어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점점 식욕이 없고(어쩌면 거식증일지도) 의욕도 사라지니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병원에서 촘촘하게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 영양제 처방과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라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 그러나

  • 조남숙(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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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말수저

굴뚝 끝에 고추잠자리 하나처마 끝엔 뽀얀 무명 한 자락 한낮 고요 속에 눈길 팔다가 문득 소박한 얼굴이 살아난다. 언제나 봐도 들꽃처럼 수수하고 햇살 내려앉은 옹기처럼 실팍한 그녀다. 뜸하게 마주쳐도 변덕스러운 사심이 들랑거리지 않아 편하다. 우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무던하게 흘러간다. 투박한 오지 아낙처럼 사람다운 품새에 반할 만하면

  • 김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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