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6.5 687호 할머니 자격증

손녀 루아가 이 세상에 오면서 나에게 할머니 자격증을 안겨 주었다. 운전면허증, 교사자격증, 다문화지도자격증 등 많은 자격증이 있지만 나는 무엇보다 할머니 자격증이 가장 자랑스럽다.예전에 나의 큰아들이 첫 선물로 왔을 때 내 부모님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셨다. 이북에서 홀로 월남해 분신 같은 딸을 첫 선물로 받았는데 그 딸이 결혼해 아들을 낳았으니 얼

  • 류순희(수원)
북마크
8
2026.5 687호 메타세콰이어숲의 휴식

주홍색 지붕의 언덕 위 하얀 집들이 보이는 마을 어귀에 택시는 멈추었다. 담양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여기가 맞나요? 재차 확인하면서 네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건널목 큰 안내판에 숙소 이름들이 적혀 있다. 담양프로방스팬션, 메종드프로방스, 생폴드방스팬션 등 열 개쯤 나열된 상호들이 프랑스 휴양지에 온 듯하다. 폰의 앱에서 ‘메타세콰이

  • 이영애(부산)
북마크
6
2026.5 687호 내가 ‘을’인가

요즈음 우리들 대부분 일상이 핸드폰이라는 작은 화면 속에 들어와 있다. 그 안에서 서로 안부를 건네고 뉴스를 읽고 마음을 메모한다. 사고파는 일도 한 뼘의 화면 속에서 마무리한다. 핸드폰이 잠시 안 보이면 어미 잃은 새끼같이 불안해지니, 가끔은 조그만 방 속에 갇혀 사는 새가 된 기분이 들 때도 있다.어제는 ‘핸드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7가지 AI 기능’에

  • 김정-옥희
북마크
10
2026.5 687호 사랑의 파문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네가 있어 살아갈 힘이 난다는,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내가 한 사람에게 주는 사랑은 여러 사람에게 물들어 간다.빨간 카네이션이 가슴에 진하게 다가오는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카네이션의 달’이기도 하다. 5월에는 부모님과 선생님 가슴에 예쁜 카네이

  • 김영희(중랑)
북마크
7
2026.5 687호 꺼진 전구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 우아한 점심을 마치고 분위기 좋은 카페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식사가 나오기 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영화롭던 옛날의 자랑으로 분위기는 타오른다. 남편의 화려했던 과거, 자신의 꽃다운 아름다운 시절 이야기다. 손주들 칭찬부터 온갖 자랑으로 이야기는 옹달샘처럼 마르지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도 화려한 시절에 취해 이야기하느

  • 박치인
북마크
7
2026.5 687호 낯섦의 경계에서 마주한 이정표

1960년대 중반 어느 때인가부터 초등학교 교실에 숫자를 계산하는 영역으로 주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우기 시작한 주산, 주판알의 배열은 마치 피아노 건반을 연상시켰다. 서툰 동작으로 피아노를 치듯 알을 밀어 올리거나 내리며 주산을 하다가, 전자계산기가 보급되고 컴퓨터가 일상화되면서 나는 수십 년의 짧은 세월 속에 몰아친 숱한 변화의

  • 김관수(용인)
북마크
10
2026.5 687호 기다림은 힘들지 않았다

생각이 몸을 얻는 자리였다. 어느 작가의 고백과 성찰이 오늘은 다른 작가의 몸을 빌려 무대에 오를 참이다. 대화와 독백, 몸짓이 어우러진다.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살면서 쟁여 온 지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들으며 익히게 되리라는 예감이 객석에 잔물결처럼 번진다. 빛과 음악과 소리로 펼쳐질 세계를 기다리는 숨들이 흥분의 물결을 탄다. 시작을 알

  • 문육자
북마크
8
2026.5 687호 서귀포 작은 셋방

달리는 차 안에서 수채화 같은 서귀포항을 보니 기분이 꿀렁거렸다. 햇살을 잔뜩 받으며 부둣가를 느긋하게 산책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가이드를 자처한 지인은 자비를 베풀지 않고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시동을 끈다.‘이중섭’, 갑작스러워서 생소하게 들린다. 물과 유성 물감이 만들어낸 마블링 같다. 미항의 풍경에 취해 있던 중

  • 조후미
북마크
9
2026.5 687호 노년의 문제

나이 먹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려 할 때 하려는 일이 옛날 같지 않고 생각같이 안 되어 마음먹은 것과 다르게 흘러갈 때 속상해하며 “나이는 못 이긴다더니…” 하고 자탄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었다. 그런데 요즈음 내가, 나 자신에게서 그것을 절감한다. 사람에 따라 기질에 따라 그 사람의 노력에 따라 현상은 천층, 만층이겠지만 요즈음 나로 말하면 아픈 곳이 끊

  • 이덕영(소초)
북마크
7
2026.5 687호 무빙 워크(Moving Walk)

새해 들어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극한의 땅 그린란드에서다>를 세계테마 기행을 통해서 보았다.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 순록의 가죽을 이용한 개썰매, 얼음 조각을 냄비에 넣어 녹여서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 바다표범을 총으로 사냥하여 가죽제품을 이용한 의류산업을 열어가는 극한의 땅, 삶을 보았다. 특히 인상적인 광경은 아이스평원

  • 김형수(부산)
북마크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