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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해변에서 키덜트를 만나다

해변을 걷고 있었어혼자라는 것을 느꼈을 때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왔지나와 똑닮은 키덜트였던 거야나에게서 달아났던 유년의 친구 그도 외로워서 나를 찾고 있었던 거야그는 드론을 갖고 있었고 단추엔 마징가Z가 달려 있었어 우리가 제일 갖고 싶었던 건 낙하산이었지언젠가 나무에 올라 우산을 펼쳐 뛰어내리기도 했어 우린 그의 드론을 갖고 놀았

  • 이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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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구름을 주울래

백아산 관광 목장 공터 그곳에 서면구름이 손에 닿을 듯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려진다 푸른 바다처럼 펼쳐진 하늘로 미끄러진구름 남매의 소풍길이 오르막 내리막갓 구워낸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호흡에하늘로 떠오른 소망 한 줄씩 고개를 넘다 쉬던 곳흰 거위를 닮은 바람의 소꿉놀이가 시작된다 하늘다리 위로 구름은 춤을 추고바람에 실려오는 꿈도 철쭉의 춤

  • 이용식(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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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사랑이 뭐길래

사랑이 뭘까요 우습죠죽도록 해봐도 모를 것이 사랑아마 기대 속에 안개를 잡듯이한없는 미지의 세계 같습니다모두가 지지고 볶으며보살피며 죽도록 걱정하며 한없이 기대다 눈치 없어 무안당하며 한없이 의지하는 것이 사랑일까요?죽을 때 같이 죽고 싶고 아무리 봐도 싫증 안 나는 것이 사랑일까요 생각해 보면 결국은 얼굴과 얼굴을보는

  • 이해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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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천천히 흐르는 강 위에서

굽이 지고 굽어진 허름한 길 따라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인생은 때로는 눈부셨고 때로는 고요히 아팠다 차곡차곡 쌓여 온 세월의 조각들,그 안엔 웃음도 눈물도아무 말 없이 흐른다 강물처럼 말이다 한번 떠난 젊음은뒤돌아 부를 수도 없이먼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남은 건바람결에 실린 옛 노래,그리고 마음 한켠

  • 양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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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겨울에 핀 무꽃

밤눈 흩어지는 어느 겨울창문을 두드리는 눈발 바라보며무 한 개 가로 베어 반쪽 먹고남은 반쪽 방 한편에 두었다 며칠이 지났을까방구석 덩그러니 놓여 있던 잘린 무, 한쪽에선 검은 곰팡이 피어나고다른 쪽에선 연둣빛 싹이 자라고 있었다 칼날 지나간 자리육신을 도륙당했으나 죽지 않았고부패했으나 무너지지 않았던 무,천장 향해 시나브로 꽃을

  • 이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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