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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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다
소리를 받아주는 우산이다
청산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산으로 소리를 받아줄 때 부르는 소리다
그 청산이 없을 때 청산처럼 활짝 펼치지만 그걸 청산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우산이 더 길들여진 탓이리라
그가 하는 일은 넓고 긴 몸을 우산처럼 펼치고 마을로 집으로 내려가려는 소리들을
막는 일이다 목장의 철조망과도 같다
목장의 철조망은 가축들이나 여우 늑대들만 들락거리지 않으면 되니까
어느 정도 성글어도 되지만 소리란 놈은 몸집이 아주 작은놈이라 물 샐 틈 없이 조밀해야 한다
그가 일을 떠나 할 수 있는 건
우두커니 서서 차들이 지나가는 걸 보는 일이다
똑같은 것이 똑같은 모습으로 지나간다면 벌써 싫증이 나 마을이나 집들 쪽으로 눈을
돌리겠지만 생긴 거 하며 질주하는 모양도 천태만상이라 매일 보아도 흥미롭긴 하다
정치판이나 세상살이와도 같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어이없는 사고들이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때론 차도 망가지고 사람도 죽어나니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러다 내 몸을 박는 놈들도 있으니 피할 수도 없고 같이 망가진다
그게 내 운명이다.